Chew the ground RAW novel - Chapter (147)
그라운드를 씹어 먹다-147화(147/184)
147화 캄프 누(3)
도르트문트는 4-5-1 포메이션으로 바르셀로나는 4-3-3 전술로 나온 경기.
마르코 로제는 리오넬 메시를 잡기 위해서 왼쪽 라인에는 풀백 라파엘 게헤이루와 마르셀 슈멜처를 동시에 투입했다.
둘다 왼쪽 윙백 포지션이었는데, 공격 능력이 좀 더 좋은 게헤이루가 좀 위쪽으로 올라갔다.
왼쪽에 수비를 강화 시켰다면 오른쪽 라인에는 공격 능력이 뛰어난 히키미와 토마스 시아카를 넣었다.
산초가 부상에서 복귀는 했지만, 폼이 올라오지 않았고 마르코 로이스는 여전히 부상 중이었기 때문에 마르코 로제가 쓸 수 있는 카드는 굉장히 한정적이었다.
바르셀로나는 펩 과르디올라가 완성한 티키타카를 기반으로 한 좁은 지역에서의 정밀한 패스를 기반으로 공격을 하였고, 도르트문트는 위르겐 클롭 감독이 정립한 게겐프레싱으로 그런 바르셀로나를 강하게 압박하였다.
전반 18분 경.
4-5-1 포메이션에서 상당히 공격적인 포지션에 있는 최준호는 세르히오 부스케츠에게 공이 가자 거침없이 몸싸움을 벌였다.
‘큭.’
부스케츠는 한때 엄청난 신체 능력을 기반으로 뛰는 아야 투레나 하비에르 마스체라노와 같은 경쟁자들을 밀어내고 8년째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는 선수였다.
분명 20대 후반에만 해도 이렇게 강력한 몸싸움을 거는 선수들을 회피하거나 그의 특기인 드래그 백(공을 발바닥으로 다루는 기술)으로 농락하였는데, 오늘은 쉽지가 않았다.
스포츠 탈장 수술을 받고, 나이도 30이 넘어가면서 안 그래도 느린 발이 더 느려진 상황.
무리하게 최준호를 벗겨내려다가 오히려 공을 뺏겨 골을 먹을 뻔한 상황이 두어 번 있은 후로 부터는 자제하고 있었다.
여기에 마치 자신을 완전히 분석한 듯 패스 경로를 다 막아서는 최준호.
그리고 뒤에서 거는 압박은 189cm에 88kg의 피지컬을 가진 부스케츠조차 버티기 힘들 정도였다.
‘쉽지 않네.’
부스케츠는 지금 바르셀로나 스쿼드에서 빌드업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였다.
어떻게든 메시에게 공을 전달해줘야 하는 역할을 맡은 그가 흔들리면 이번 경기 힘들다는 것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최준호 역시 사력을 다해 부스케츠를 방해하고 있었다.
리오넬 메시가 정말 강력한 선수이긴 한데, 그건 공이 그의 발에 들어갔을 때 한정이었다.
그 전에는 그라운드에 심어놓은 나무처럼 거의 움직임이 없는 선수였다.
발에 공이 있을 때와 없을 때가 천지 차이 수준인 선수.
그의 발에 공이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바르셀로나의 패스길인 부스케츠를 막는 것뿐이었다.
결국 부스케츠는 최준호에게 밀려 센터백이 서 있는 라인까지 움직였다.
바르셀로나의 라인이 전부 다 처지는 순간 메시가 순간적으로 몸을 돌렸고.
그를 마크하고 있던 마르셀 슈멜처는 리오넬 메시가 마치 연기처럼 사라졌다고 느껴질 정도로 재빠른 움직임이었는데, 부스케츠는 자신의 뒤쪽으로 이동한 센터백에게 패스를 주는 척, 드래그 백을 활용하여 강한 압박을 거는 최준호에게서 순간적으로 탈출했다.
‘아차!’
최준호가 황급하게 크로스를 방해하기 위해서 다리를 들어 올렸지만, 부스케츠가 올린 크로스는 운이 좋게도 최준호의 다리에 걸리지 않았다.
부스케츠가 올린 크로스는 순간적으로 마르셀 슈멜처를 따돌린 리오넬 메시에게로 향했다.
예전에는 미끈한 얼굴로 미꾸라지처럼 수비수 3~4명을 드리블 돌파하는 모습이라면 지금은 수염이 가득한 얼굴로 공을 터치했다.
전반 12분이 지났지만 땀 한방울 흘리지 않은 리오넬 메시.
그만큼 뛰지 않은 것도 있지만, 그만큼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놀라운 스피드로 드리블 치며 달려가는데, 뒤쫓아온 게헤이루와 슈멜처가 따라오지를 못했다.
결국 아모스 피에퍼와 김우영이 달려들어 포위망을 좁혀 가는 순간.
– 툭.
아무도 예상치 못한 박자에 리오넬 메시의 스루패스가 나왔다.
게헤이루와 슈멜처가 리오넬 메시에게 시선이 집중된 순간 그들 뒤로 뛰기 시작한 앙투앙 그리즈만에게 공이 연결이 되었고, 그는 빠르게 공을 몰고 도르트문트의 페널티 에어리어까지 진격했다.
마누엘 아칸지가 그의 앞에서 슈팅을 못하도록 막고 있었고, 아모스가 백업을 하는 순간 앙투앙 그리즈만은 슈팅을 때리는 척 한 번 접어서 아칸지를 제치고는 페널티 에어리어로 밖으로 총알 같은 패스를 날렸다.
거기에는 리오넬 메시가 서 있었고, 그는 가볍게 공을 터치한 후 왼발 감아차기를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도르트문트의 골키퍼 로만 뷔르키는 완전히 역동작에 걸려 공이 골대에 들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 철렁!
꾸레들의 응원가가 터져나왔고, 그 소음이 어찌나 심한지 일부 도르트문트 선수들은 손으로 귀를 막았다.
“······”
김우영은 선수들에게 휩싸여 있는 리오넬 메시를 보다가 머리를 긁적였다.
분명 그를 마크한다고 곁에 서 있었는데, 순간적으로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불과 두어 발자국 자신의 뒤에 메시가 있었고, 그는 아주 빠르게 날아온 패스를 마치 순두부 다루듯 떨궜다.
김우영이 방향을 틀어 태클로 막으려고 했지만, 태클이 들어가기도 전에 공은 이미 골대로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뭐지?’
김우영은 뭔가에 홀린 듯이 멍한 표정으로 귀신같은 플레이를 한 리오넬 메시를 보았다.
1차전 홈경기에서는 김우영은 교체 자원으로 출전을 하지 못했고, 그때에는 메시 역시 경미한 부상으로 벤치만 달구다가 돌아갔기 때문에 메시와 붙는 것은 처음이었다.
이 골이 시발점이 되었을까?
그동안 막강한 조직력을 보여주었던 도르트문트의 수비 라인이 휴지 조각처럼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메시가 뛰기만 하면 수비수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우왕좌왕했다.
결국 전반 23분경.
율리안 브란트를 개인기로 벗긴 라키티치가 드리블을 하다가 찔러준 스루 패스를 최전방 공격수인 루이스 수아레즈가 받아서 추가골로 연결시켰다.
물론 김우영과 마뉴엘 아칸지 모두 리오넬 메시에게 쏠려 있었기 때문에 수아레즈는 아무런 방해 없이 슈팅을 쏠 수 있었고.
“···지옥이군.”
마르코 로제는 짧게 탄식을 터트렸다.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다.
전술도 잘 수행되고 있었고.
그런데 선수 퀄리티 자체가 달랐다.
바르셀로나는 세상에서 난다 긴다는 선수들만 모아놓은 팀이었고.
이쪽에는 부상 때문에 김우영, 아모스 피에퍼, 토마스 시아카 같은 신삥들을 사용해야 했다.
이럴 때 감독은 약간의 무기력감 같은 것을 느낀다.
더 좋은 선수들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고.
더군다니.
마르코 로이스나 우카시 피슈체크가 있었다면 분위기를 다잡아 갈 텐데, 주장 완장을 차고 있는 마뉴엘 아칸지에게는 그 역할이 버거워 보였다.
그때였다.
“잠깐 모여봐.”
최준호가 소리를 질러 선수들을 끌어모았다.
“여기서 지면 16강 물 건너갈 수 있는 거 알지?”
물론 나머지 경기를 모두 승리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무기력하게 지면 1년 내내 기분이 더러울 것 같은 최준호가 인상을 썼다.
“킴! 리오넬 메시도 사람이야. 한계를 벗어나는 움직임을 하지 않아. 그러니까 겁먹지 말고! 그리고 율리안 소녀?”
소녀라는 말에 율리안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그렇게 압박하면 라키티치가 아주 고마워할 걸?”
“······”
“어제 나하고 한 거 잊은 거 아니지?”
“망할 놈아 안 잊었어!”
율리안이 얼굴을 붉히며 소리를 치자, 선수들 사이에서 짧은 웃음 소리가 튀어나왔다.
“토마스 시아카? 네가 메시야?”
“응?”
“너 공격수라고 수비 안 할 거야?”
“······”
“더 좋은 계약 맺어서 형제들 뒷바라지 해야 하지 않아?”
“아···알았어.”
최준호의 눈이 이번에는 아모스에게 향했다.
아모스는 바로 입을 열었다.
“상대 움직임 때문에 잠시 당황했을 뿐이야. 제대로 오더 내릴께.”
“고마워.”
최준호는 마뉴엘 아칸지에게 고개를 돌렸다.
“주장. 주장은 패스 좋잖아요? 수비진에 압박 강하게 하면 롱크로스로 연결해요. 오늘 보니까 엘링 컨디션 좋거든요? 그리고요. 마음에 안 들면 욕하고 막 소리를 질러요. 꾹 참지 말고.”
최준호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
“설마 이 경기 포기한 거 아니죠?”
마뉴엘 아칸지는 잘 알고 있었다.
경기에 지고 있을 때 최준호가 가끔 폭군이 된다는 걸.
“아니야. 포기 안 했어.”
“그럼. 우리 이제부터 추격해봐요.”
터치라인 가까이까지 걸어간 마르코 로제는 최준호가 소리치는 걸 듣고는 잠시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최준호가 하고 있었으니까.
**
“오늘 바르셀로나 경기력이 별로인데?”
호나우지뉴가 중얼거렸고, 히바우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리오넬 메시는 홀로 팀을 영광의 길로 견인하는 스타일이지만, 최준호를 지켜보던 히바우도는 그가 리오넬 메시와는 완전히 상반된 타입의 선수라는 걸 깨달았다.
일단 수비 가담을 1%도 하지 않는 리오넬 메시와 달리 최준호는 수비를 굉장히 잘하는 선수였다.
부스케츠는 나이가 들어 폼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기술적 능력은 거의 사비 에르난데스 수준이었는데, 최준호가 그를 완전히 지우고 있었다.
최근 경기에서 저렇게 힘들어하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
아까 한 번의 롱 크로스가 성공했을 뿐, 엄청난 압박을 당해서 전진 패스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고.
리오넬 메시가 슬렁슬렁 걸어 다니면서 적 수비진을 헤집어 놓는 통에 2번째 골이 난 것이지, 바르셀로나 특유의 경기력이 보이질 않았다.
그러니까 티키타카가 아니라 순수한 개인적 능력으로 상대를 돌파하던가 롱 크로스를 올린다는 것이었다.
“부스케츠가 잡아먹혀서 그래. 사비와 이니에스트가 없는 바르셀로나에서 부스케츠가 티키타카의 핵심이니까.”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어. 저 동양인 녀석 공격력만 좋은 게 아니었네?”
“저 선수 한 명이 돌문 전력의 50%를 끌어올린다고 생각해. 물론 리오넬 메시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말이야.”
“이 경기 어떻게 될까?”
“돌문은 자신들의 경기 스타일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어. 우리 꾸레들은 별로인데도. 수비 조직력만 좀 살아나면, 꾸레가 곤란해질 수 있겠어.”
“하지만 테어 슈테켄의 선방 능력은 오늘 좋아.”
“저 노랑머리 스트라이커도 컨디션도 오늘 굉장히 좋아 보여.”
“그래서 결론이 뭐야?”
“알 수 없다?”
한 편,
에르네스토 발베르데 감독은 경기가 자신이 생각한 대로 풀리지 않았지만, 무언가를 주문해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은데 2-0으로 이기고 있었으니까.
여전히 그 중심에는 리오넬 메시가 있었고.
‘하, 내가 선수에게 질투심을 가지다니.’
처음 부임했을 때부터 바르셀로나는 이렇게 승리를 하고 있었고, 심지어 우승까지 했다.
‘그런데 리오넬 메시가 이 팀에서 빠진다면?’
아마 손을 쓰기 힘들 정도로 팀이 무너질 가능성이 높았다.
**
부스케츠가 최준호에게 잡아 먹혀서 힘을 쓰지 못하자, 바르셀로나는 라키티치쪽으로 공을 많이 돌리기 시작했다.
영리한 율리안 브란트는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달았다.
‘···날 우습게 본다고?’
그의 뇌리에는 소녀라고 부르며 놀리던 최준호의 모습이 떠올랐다.
“압박해!”
최준호의 목소리가 바르셀로나를 응원하는 팬들의 응원가를 뚫고 튀어나왔고, 율리안 브란트는 공을 받을 라키티치에게 붙었다.
– 죽일 듯이 압박하란 말이야!
어제 들었던 최준호의 목소리가 마치 환청처럼 들렸고, 순간 약을 올리던 최준호의 표정이 떠올랐다.
‘쌍놈의 돼지 새끼.’
순간 율리안 브란트를 등지고 공을 받으려는 라키티치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터졌다.
그가 허리를 붙잡고 쓰러졌지만,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젠장 내가 뭔 짓을 한 거지?’
율리안 브란트는 쓰러진 라키티치를 슬쩍 훑고는 그에게 오려던 공을 낚아챘다.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반칙 아니냐며 심판에게 항의하는 손짓을 했지만, 심판은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했다.
아마도 공을 뺏으려는 경합 과정에서 일어난 불가피한 접촉으로 보는 듯 싶었다.
‘···이 정도도 허용한다고?’
율리안 브란트에게는 새로운 경험이긴 했다.
그는 공을 드리블을 치기 시작했고, 근처에 서 있던 리오넬 메시는 수비 하는 척 오다가 율리안 브란트가 도망가자 다시 설설 뛰었고.
순식간에 바르셀로나의 수비 조직이 붕괴가 되었다.
게겐프레싱에 익숙한 기동력 좋은 돌문 선수들이 전부 바르셀로나를 향해 짓쳐들어갔다.
“막아!”
“막아!”
풀백인 세르히오 로베르토가 막으려고 뛰어오자 율리안 브란트는 로베르트가 빠진 공간으로 뛰어간 게헤이루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게헤이루는 공을 끌고 골라인까지 드리블을 쳤다.
골대에는 수많은 돌문 선수들이 뛰어들고 있었고, 게헤이루는 가볍게 크로스를 올렸다.
그 공은 엘링 홀란드에게 향했는데, 엘링 홀란드는 점프하는 순간 페널티에 에어리어 밖에서 홀로 있는 최준호를 보았다.
움티티와 랑글레가 같이 뛰어오른 상황.
움티티와 랑글레가 거의 골문을 막다시피 하며 뛰었기 때문에 공이 튕겨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 엘링 홀란드가 공중에서 고개를 크게 돌렸다.
– 툭!
그 공은 골대가 아니라 반대로 튀어나왔고,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엘링이 떨궈준 공을 향해 달려드는 최준호를 보아야만 했다.
“막아!!!!!”
테어 스테겐이 비명을 지르듯 소리를 질렀고, 그 뒤를 이어 대포알 터지는 듯한 소리가 스타디움을 울렸다.
– 철렁!
경이로운 스피드로 날아가 골문을 갈라버린 공.
최준호의 트레이드마크인 중거리 슈팅이 골로 작렬해버렸다.
1-2
최준호의 평소 세레머니는 단순하게 두 손을 올리는 정도였는데, 오늘은 아예 높게 점프를 하며 주먹을 허공으로 휘둘렀다.
“이얍!”
조용해진 스타디움에 최준호의 고함이 울렸고, 도르트문트 선수들이 모두 달려들었다.
최준호는 달려드는 그들을 모두 껴안으며 생각했다.
‘절대 지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