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 the ground RAW novel - Chapter (149)
그라운드를 씹어 먹다-149화(149/184)
149화 우승의 첫 계단(1)
테어 스테겐이 골문을 지키고 있었다면 아마도 들어갈 수 없는 골이었을 것이다.
워낙 많은 선수가 골문 앞에 밀집되어 있어서 그 어떤 슈팅으로도 골을 넣기 힘들다고 중계진이 입을 나불거릴 때, 최준호는 강슛 대신 페널티 에어리어 상단 오른쪽 구석에서 뚝 떨어지는 드롭킥을 선보였다.
부스케츠의 눈에는 공이 골문 밖으로 나갈 것처럼 보였을 것이고 그 공이 골대 구석으로 처박힌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자신의 위치 선정도 잘 못 되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해야만 했다.
– 철렁!
대신 골키퍼가 된 부스케츠는 얼어붙은 듯 미동도 하지 못했고, 결국 최준호의 프리킥에 역전 골을 허용한 바르셀로나.
리오넬 메시를 비롯한 바르셀로나 선수들은 비통한 표정으로 두 손을 번쩍 올리며 뛰기 시작하는 최준호를 보았다.
선수들만큼이나 비통한 표정으로 머리를 붙잡고 안타까운 탄성을 내지른 꾸레들은 한 선수 때문에 자신들의 종교적 신념이 꺾였음을 인정해야 했다.
오늘 2골 1도움.
도르트문트의 모든 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자.
21번.
최준호.
그가 꽂은 비수는 상당히 치명적이었는지, 10만 명이 운집해 있는 이 공간은 너무 조용하기만 했다.
“저런···”
호나우지뉴조차 두 손으로 머리를 붙잡고 고통스러워했고, 히바우도는 이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축구는 한 선수의 개인기와 실력에 조명을 받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11명이 뛰는 팀 스포츠였다.
도르트문트와 바르셀로나의 경기를 보고 있자면 마치 12명의 돌문과 10명의 꾸레가 뛰는 것 같았다.
공수에서 모두 정상급 활약을 하는 최준호와 수비는 전혀 하지 않는 리오넬 메시 때문에.
꾸레들이 전반적으로 확실히 실력이 더 좋았지만, 그 차이를 21번을 달고 있는 돌문의 어린 선수가 숫자 싸움으로 메꿔버린 것이다.
“영웅의 탄생이네.”
실력이 좋다고 영웅이 될 수는 없었다.
때와 운에 의해서 불가능한 상황을 가능으로 바꿔놓는 자들만이 영웅이 되는 것이니까.
– 삑! 삑! 삐이익!
득점 이후 바르셀로나의 공격이 시작되었지만 불과 10초도 안 되어 경기가 끝이 났고, 도르트문트 벤치에 있던 선수들과 스태프들이 모조리 뛰어나갔다.
비기는 게 목표였던 그들은 이번 경기 승리로 챔피언스 리그 16강 진출에 청신호가 켜졌음을 그 누구보다도 기뻐하였다.
“···저 선수가 19살인 거죠?”
돌문이 정말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자 마리나는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는 듯 싶었다.
“맞습니다.”
마리나 개인적으로는 리오넬 메시보다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더 좋아했는데, 다부진 체격과 외모가 크게 작용하였다.
그런 마리나 눈에 최준호의 외모 역시 호날두에게 전혀 꿀리지 않았다.
눈살이 찌푸릴 정도로 지독한 개인플레이와 형편없는 사생활로 안티들도 많은 호날두.
그와 다르게 최준호는 여자친구인 레아 바우어와 여전히 잘 지내고 있었다.
저번 시즌 최준호가 크게 다치었을 때 헌신적으로 그의 재활 운동을 도우면서 언론을 통해서 결혼 이야기도 슬슬 나오고 있었고.
무엇보다 그의 플레이는 매우 헌신적이며 사람의 마음을 끄는 무언가가 있었다.
‘상품성 충분하고.’
얼마를 지불하고 이적 시장에서 데려오든 투자 금액을 충분히 뽑을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 선 마리나는 마음을 확실히 굳혔다.
“바로 프랑스로 넘어가죠.”
“프랑스요?”
“구단에 연락해서 토마스 투헬과 미팅을 잡으라고 하세요.”
“···설마 그 수준의 금액을 쓰실 생각입니까?”
“필요하다면요.”
**
평점 9.5점.
2골 1어시스트.
경기 MOM에 뽑힌 최준호의 인터뷰 내용이 세계 축구인의 입방아에 올랐다.
– 리오넬 메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늘 그의 기술은 대단하지 않았는가?
다소 뜬금없는 기자의 질문이긴 했다.
이 기자가 열정적인 바르셀로나의 팬이었고, 오늘 패배에 화가 나서 이런 질문을 던졌는데 최준호의 답변이 꽤 인상적이었다.
– 그가 나보다 뛰어난 강자라고 이야기하는 것인가?
– 그렇다.
약간의 분노를 지닌 채 무뚝뚝하게 대답하는 기자.
최준호는 그를 보며 가볍게 피식 웃고 대답했다.
– 강한 자가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한 자다.
또 한 명의 기자가 질문했다.
– 당신은 최근 들어 정말 엄청난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또 무엇을 보여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최준호는 엄청나게 더럽고 땀에 찌들었으며 늘어나고 일부가 찢어져 있는 유니폼을 벗었다.
다들 왜 이런 짓을 하는지 궁금해할 때 최준호는 자신의 유니폼을 펼쳤다.
– 땀에 젖은 유니폼. 이것이 내가 보여줄 수 있는 전부다.
모여 있던 기자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 인상적인 답변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라이벌은 누구인가?
– 그건 매우 쉬운 답변이다.
아마도 그 자리에 있던 기자들은 리오넬 메시 정도를 떠올렸을 것이다.
– 다른 유니폼을 입은 채 팬들이 있는 그라운드 위에서 나와 몸싸움해야 하는 모든 선수가 나의 라이벌이다.
이 인터뷰를 엄청나게 많은 언론사에서 받아서 기사로 실었다.
– 캄프 누에서 일어난 이변! 라이징 아시아 스타 최준호! 꾸레의 심장에 화살을 박다!
– 2골 1어시스트! 메시를 놀라게 하다!
– 최준호의 라이벌은 세상의 모든 축구 선수!
– 도르트문트 챔피언스 리그 16강 가능성 크게 오르다!
– 바르셀로나의 홍보 대사 히바우도. <그는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될 자질이 농후하다.>
– 레알 마드리드 팬들 제2기 갈라티코 정책을 시작해야 할 때! 최우선으로 최준호를 영입하라며 압박 시작!
– 호나우지뉴. <모든 선수가 라이벌이라는 그의 겸손함에 탄복했다.>
– 아시아 스타의 행보는 영국으로 향하는가? 맨유의 레전드 알렉스 퍼거슨 <그는 내가 지금까지 봐온 선수 중에서 가장 유능하다. 맨유의 부활을 위해서 가장 필요한 선수.>
단 한 경기를 끝낸 후에 나온 뉴스의 양은 올해 최준호를 다룬 뉴스를 다 합쳐도 모자랄 만큼 쏟아졌다.
도르트문트가 바르셀로나를 원정 전에서 잡은 사이 인테르는 슬라비아 프라하를 3-0으로 깨면서 F조도 누가 16강에 올라갈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졌다.
챔피언스 리그 F조.
1위 바르셀로나 2승 1무 1패. 승점 7점. 골득실 차 +8
2위 인테르 2승 1무 1패 승점 7점. 골득실 차 +6
3위 도르트문트 2승 2패. 승점 6점. 골득실 차 -1
4위 슬라비아 프라하 1승 3패(골득실) 승점 3점. 골득실 차 -5
하지만 충격적인 것은 H조에서 가장 강한 전력으로 손꼽히던 첼시가 조 최약팀인 OSC 릴에게 1-3로 발목을 잡히면서 3위로 거꾸러져 버린 것이었다.
물론 그들 역시 2경기가 남아 있긴 하지만, 최약팀을 상대로 무력한 모습을 보여주던 프랭크 램파드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날이었다.
**
그렇게 한 달이 지난 후.
프랑스의 한 고급 레스토랑.
“참 끈질기네. 그쪽 구단주가 날 싫어할 텐데?”
토마스 투헬은 여전히 음식을 앞에 두고 손을 밑으로 내린 채 마리나 구단주 대리를 응시했다.
마리나 역시 그런 독특한 토마스 투헬을 알고 있는지 음식을 시켜놓고는 먹지 않았다.
그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 한 달이나 걸렸다.
“회장님 절 여기에 보냈을 때는 토마스 투헬이라는 개자식을 절대 감독으로 앉히지 말 것! 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거든요.”
토마스 투헬은 돌려서 자신을 까는 마리나를 보고는 아무 표정 변화 없이 말했다.
“내 조건은 알 텐데?”
“물론이죠. 계약서에 적어드리죠. 만약 최준호 선수를 영입하지 못하면 위약금과 더불어 자유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도록 말이죠.”
“그 조건을 다는 건 이번 겨울 이적 시장에 그를 데려오는 것이 힘들다는 것으로 받아들여도 되지?”
“도르트문트는 지금 바이에른 뮌헨과 우승 경쟁을 하고 있어요. 당연하지만 팀의 핵심 선수를 놓아줄 리가 없죠.”
“그렇다면 나와는 상관이 없겠군.”
토마스 투헬이 몸을 일으키려고 하자 마리나가 냉소하듯 대답했다.
“자신이 없군요. 당신의 축구에 대해서.”
그 말에 30분 내내 무표정이던 토마스 투헬의 표정에 경멸의 기운이 흘렀다.
“축구도 모르는 여자가.”
“난 축구를 모르지만, 사람은 볼 줄 알죠. 당신은 어쩌면 사기꾼일 수 있어요.”
사기꾼이라는 말에 토마스 투헬이 또다시 움찔거렸다.
“좋은 선수들이 없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잖아요?”
토마스 투헬이 손바닥으로 탁자를 세게 치고는 자리에 앉았다.
워낙 큰 소리가 났는지라 주변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의 불편한 눈초리를 모두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토마스 투헬.
“매우 기분 나쁜 발언이군.”
“그렇다면 증명을 해봐요.”
“내가 왜 축구 모르는 여자 앞에서 증명해야 하지.”
토마스 투헬이 다시 무심한 표정으로 일어났다.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과 맨시티의 펩 과르디올라가 무서운 거죠?”
그 말에 토마스 투헬은 정말 무서운 표정으로 몸을 다시 돌렸다.
“내···내가 누···누굴 무서워한다고?”
심지어 말까지 더듬었다.
“그래서 도망가는 거잖아요?”
“인정할 수 없어.”
“당신이 인정하든 안 하든 이 바닥에서는 당신이 그들을 피한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어요.”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첼시는 챔피언스 리그에서 아약스에게 목덜미를 또다시 잡혔고, 마지막 경기인 발렌시아와의 원정 경기에서 무조건 이겨야만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FA 컵과 리그 컵에서도 떨어졌고, EPL에서는 8-10위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구단주 대리인 마리나의 직위도 왔다 갔다 하고 있었고.
“첼시에서 증명하세요. 누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전술가인지. 난 구단주 대리로서 당신의 의사를 전폭적으로 지지할 테니까요. 지금 위기에 빠진 우리 구단을 구해내 주세요.”
“···위기에 빠진 건 당신이겠지.”
토마스 투헬이 흥미가 떨어졌다는 듯 다시 몸을 일으켰다.
“당신은 지금이 아니면 EPL에 올 기회가 없을 거야. 그만큼 당신의 평판은 최악이거든. 잘 생각해보라고. 이 멍청이야.”
워낙 커다란 소리를 지른지라 이번에는 식당에 있는 모든 사람이 불편한 기색으로 마리나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토마스 투헬은 몸을 돌려서 곰곰이 생각하더니 꽤 흥미로운 표정으로 마리나를 보았다.
“그건 좀 말이 되는군.”
**
“히히히히···”
“으으아악!”
“히잉.”
“히히히히히.”
“이 미친 새끼야! 속도 내려!”
“아앙앙.”
“캬캬캬캬!”
운전대를 잡고 미친 듯이 웃는 최준호.
목에 핏대를 세우며 당장 잡아먹을 듯이 최준호에게 소리치는 김우영.
그리고 뒷좌석에서 온몸이 완전히 굳은 채 거의 울 지경에 다다른 토마스 시아카.
얼마 전에 BMW의 홍보대사직을 맡으면서 받은 최고급 스포츠카 M8 그란쿠페.
시승을 해주겠다며 둘을 태우고서는 아우토반에서 거즌 230km/h 속도로 달리고 있는 최준호였다.
“즐기라고. 독일 아니면 이런 스피드 즐길 곳이 없어.”
최준호는 아랑곳하지 않고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고 떼지를 않았다.
김우영은 정말로 신사적이고 위험하지 않고 편안하게 차를 운전하는 기사의 차를 타며 어린 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이런 건 굉장히 생소했다.
“아아악! 여기서 뒤지기 싫다고!”
토마스 시아카는 이민 올 준비한다고 신이 난 동생들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부···분명 죽을 거야.’
토마스가 울먹이며 소리쳤다.
“초이는 미친 놈이야.”
마치 그들의 소원을 들었을까, 차량에 연결된 최준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최준호는 아쉬운 표정으로 ‘쩝’ 소리를 내며 속들을 줄여서 2차선으로 들어왔다.
뒤에서 최준호를 따라왔던 차들이 쌔앵하며 옆을 지나갔다.
하지만 전화번호가 꽤 생소한 번호였다.
이 휴대폰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알려주는 번호였음에도 불구하고.
통화 버튼을 누르자 익숙한 목소리가 차 안에 흘러나왔다.
– 잘 지냈나?
최준호는 재빨리 귀에 이어폰을 끼워 넣고 차량 스피커를 껐다.
–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 다음이 중요한 경기지?
분데스리가는 지금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 그리고 RB 라이프치히 간의 우승 경쟁 구도로 흘렀다.
1위 바이에른 뮌헨 19경기 15승 2무 2패 승점 47점
2위 RB 라이프치히 19경기 13승 4무 2패 승점 43점.
3위 도르트문트 19경기 12승 4무 3패 승점 40점.
도르트문트는 최근 8경기를 무패로 달리고 있었지만, 최준호 복귀 전의 성적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었다.
바이에른 뮌헨은 이틀 전 리그 경기에서 프랑크푸르트에게 또 1-5로 뒷덜미를 잡혔고, 니코 코바치 감독에 대한 팬들의 불만이 쏟아지는 상황이었다.
요상하게 프랑크푸르트만 만나면 무너지는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어찌 되었든 다음 경기가 바이에른 뮌헨과의 홈 경기였고, 여기서 그들의 연승 행보를 잡지 못하면 우승에서 또 멀어질 수 있었기 때문에 단단하게 준비하는 중이었다.
– 저, 근데 용건이?
평소 무뚝뚝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굉장히 상냥한 목소리로 나근나근하게 대화하는 토마스 투헬이었다.
– 바이에른 뮌헨으로 한지 플릭 감독이 올 수 있다고 하는군. 그들을 쉽게 잡으려면 이번 기회뿐일 거야.
토마스 투헬은 꽤 많은 조언을 해주었고, 최준호는 그것들을 머릿속에 다 박아넣다가 의문을 품었다.
– 그런데 저에게 이런 정보를 주시는 것은 이유가 있나요?
– 내가 발견한 재능이 내가 이루지 못한 분데스리가 우승을 이루어주었으면 하니까.
그 말에 최준호는 묘하게 입술을 올렸다.
순간 공자철의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마인츠 감독이었던 토마스 투헬이 공자철을 데려가기 위해서 6개월간 거의 스토킹에 가까운 연락을 취했다는 것.
‘사람 참 연기 못하네. 그냥 데려가고 싶어서 한다고 말하지.’
– 마르코 녀석은 내 밑에서 배우긴 했는데 제대로 배운 게 아니야. 나중에 전술 시간에 기회가 있으면 제안을 해보도록.
하지만 꽤 신선하고 재밌는 아이디어였기 때문에 최준호도 이 대화가 즐겁기만 했다.
– 알겠습니다. 감독님의 그 염원 제가 꼭 이루어드리도록 하지요.
– 그래.
– 근데, 챔피언스 리그 우승도 제가 할 겁니다.
– ······
– 그럼 감사합니다. 감독님, 운전하고 있어서 끊을게요.
최준호가 전화를 끊자 김우영과 토마스가 눈을 크게 뜨고 그를 보았다.
“투헬이 무슨 일이야?”
“설마 이적하는 거야? 초이?”
“내가 가고 싶어도 구단에서 안 보내준다니까. 그러니까 마음 놓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