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 the ground RAW novel - Chapter (150)
그라운드를 씹어 먹다-150화(150/184)
150화 우승의 첫 계단(2)
금요일 저녁.
레아와 그녀의 가족들은 최준호를 받아 최준호의 집에 방문했다.
이제 둘은 공식적인 연인 사이가 되었기 때문에 파파라치가 붙든 말든 크게 상관하지 않았다.
너무 이른 나이에 축구가 아닌 다른 것에 몰두하는 게 아니냐는 일부 극성팬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유명한 스포츠 선수에게 19살의 나이의 연애는 아주 늦은 편에 속했다.
레아는 이제 대학 졸업반 그리고 여자 골키퍼 국가대표로, 미스 유니버스 독일로서 활동량을 왕성하기 높여가는 시기였기 때문에 자주는 볼 수 없었고, 주로 온라인 연애에 만족해야만 했다.
“이건 비공식적인 이야기인데, 이번 시즌이 끝나면 영국으로 갈 수 있어요.”
최준호의 말에 레아의 표정이 살짝 굳었다.
“영국?”
그곳은 비행기를 타고 움직여야 하는 섬나라였고, 레아에게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동네였다.
일단 독일 음식도 맛이 없지만 영국 음식은 더 맛이 없었고.
레아는 오늘 최준호를 위해서 직접 독일의 보양식 중 하나인 KartoffeSalat를 만들어 가져왔다.
일종의 감자샐러드였는데, 영국인의 주식이 감자라는 걸 떠올리니 오늘 이걸 왜 만들었을까 싶은 생각을 했다.
같은 독일에 있어도 쉽게 볼 수가 없는 데 영국이라니···
최현식도 전혀 듣지 못한 이야기였기 때문에 귀를 쫑긋 세우고 최준호를 보았다.
어쩌면 이제는 한 가족이 될 지도 모르는 최준호였기 때문에 마테우스와 밀라 역시 초점을 최준호에게 맞추었다.
“사실 도르트문트에서 뛸 때부터 생각했던 거예요. 20살에는 가장 수준 높은 리그에 가려고 했거든요.”
지금 좋은 선수들이 가장 많고 가장 많은 돈을 주는 곳은 다름 아닌 EPL이었다.
라 리가는 여전히 FC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세 팀의 우승 삼파전이었고, 분데스리가는 바이에른 뮌헨의 독주, 프랑스 리그 앙은 파리 생제르맹의 독주였다.
그나마 이탈리아 리그가 뒤치락엎치락하며 재미를 주지만 주급은 EPL에 비교하여 굉장히 낮았다.
“그래서 이번 시즌 끝나고 간다는 거구나. 팀은 결정 한거냐?”
마테우스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지금 최준호의 폼이라면 세상의 모든 팀이 다 원할테니까.
최준호가 장기 부상을 당했을 때 마테우스와 밀라 역시 적극적으로 재활에 큰 도움을 주었다.
40세가 다 되도록 프로로 뛴 마테우스가 부상 관리법이나 경기에서 뛸 때 부상을 입지 않는 법을 세세하게 알려주었고, 독일 분데스리가 구단에서 스프츠 과학자를 오랫동안 했던 밀라 역시 효율적인 운동법, 자세 교정, 최신식 식단 관리법과 같은 것을 공부해서 가르쳐 주었다.
장기 부상 이후 폼이 떨어지지 않고, 신체적인 밸런스가 좋아진 이유가 다름 아닌 이들 때문이기도 했다.
축구를 못해 매일 짜증을 내는 아들을 옆에서 간병한 최현식이 가장 고생하기는 했지만.
“아직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리그 우승과 챔피언스 우승을 노릴 수 있는 팀으로 이적할 생각이에요. 되도록이면 저에 대해 잘 알고, 전술적으로도 능력이 있는 감독 밑에서요.”
마테우스는 지금 프리미어 리그에서 최준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감독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을 했지만, 쉽게 떠올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리그 우승을 할 수 있는 팀들은 몇 팀으로 압축이 되었는데, 현재로서는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날, 리버풀, 첼시, 토트넘 정도였다.
최준호는 수비형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 심지어 리베로로서 센터백, 가끔은 처진 스트라이커로서 공격까지 수행할 수 있는 최고의 멀티 자원이었다.
어느 팀에 가든 그가 뛸 수 있는 자리는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
“그래. 잘 될 거다.”
“아니, 아버지 그렇게 이야기 하면 안 되죠. 영국은 너무 멀잖아요.”
불만을 표하는 레아.
하지만 그녀는 곧 묘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려야 했다.
옆에 앉아 있는 최준호가 그녀의 손등 위에 손을 포근하게 올려놓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데요.”
뭔가 다른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 레아의 느낌은 그대로 적중하고 말았다.
“영국으로 떠나기 전에 레아와 결혼을 하고 싶습니다.”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레아를 알아왔다.
키가 좀 크다는 것을 빼고는 회귀 전 최준호가 소개받은 여성을 다 포함해서 첫 손가락에 꼽을 수 있었다.
레아와 사귀고 있다는 소문이 돈 이후로 엄청나게 많은 파파라치들이 달라붙었겠지만, 그녀와 관련된 그 어떤 이상한 뉴스도 나오지 않았다.
유명한 스포츠 스타와 사귄 여자가 명품 하나 사서 몸에 둘렀다고, 마치 그 여자가 스포츠 스타의 돈 때문에 사귄다는 뉴스가 넘쳐나는 이 시기에 말이다.
그만큼 그녀의 처신은 대단하다 못해 완벽했다.
정말 현명한 여자.
물론 밤에는 너무나 정열적이서 도망가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유혹들에 휘둘리지 않을 자신은 있었지만, 유혹의 숫자를 줄이고 축구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확실하게 정해 놓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 최준호였다.
“······”
레아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놀란 게 아니라 감격한 표정에 가까웠다.
밀라가 조금은 긴장된 눈빛으로 레아를 보았다.
결혼은 꽤 중요한 일이었고, 무엇보다 딸의 의사가 중요했다.
레아의 얼굴에 홍조가 뜬 걸 본 밀라가 미소를 지었다.
마테우스는 16살 때 최준호와 같이 경기를 뛰었고, 이후로도 친분을 계속 유지하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괜찮은 선수이자 남자인지는 어쩌면 최현식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당연하지만, 레아가 원한다면 이 결혼 당장 승낙할 것이다.
“근데 이 음식은 이름이 뭐죠?”
밀라가 자신이 떠먹던 아주 구수한 냄새를 황색 액체를 가리켰다.
갑작스런 폭탄 발언에 놀란 최현식은 멍한 얼굴로 레아와 최준호를 쳐다보다가 밀라의 질문에 얼른 고개를 흔들었다.
“준호가 세 분을 위해서 만든 음식입니다. 한국 전통 방식의 수프로 만든 보양식인데 저 녀석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에 하나이죠.”
“짜지도 않고, 감칠맛이 뛰어나군요. 제가 해준 음식보다 훨씬 맛있군요.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 줄 아는 다정한 남자라면 저는 무조건 찬성하고 싶군요.”
정작 이 발언에 당황한 것은 최현식이었다.
‘아버지한테 귀띔을 주고 하던가···’
처음 독일에 넘어왔을 때 친분을 쌓은 사람들이었고, 자신이 독일어를 못하는 이야기를 듣고서는 한국어를 공부했던 레아였다.
‘아주 좋은 사람들이지.’
언젠가 결혼을 한다면, 일찍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최현식이었다.
“저도 좋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조건을 달아야겠습니다.”
최현식의 발언에 테이블 위의 사람들은 모두 최현식에게 집중을 했다.
특히 최준호는 눈을 크게 고개를 갸우뚱했다.
“조건이요?”
“그래 난 오랫동안 운전을 했다. 그래서 교통 사고가 한 가정을 어떻게 부숴버리는지 잘 알고 있지. 네가 가정을 세울 결심을 했다면, 그 가정을 위해서 한 가지는 다짐해야겠다.”
“······”
“앞으로 차를 타고 달릴 때는 110km/h 이상으로 달리지 말거라.”
최준호가 엄청난 스피드광이라는 것은 여기 모두가 알고 있었고, 그런 운전을 했다가는 언젠가 크게 다칠거라는 최현식의 염려가 담겨 있었다.
마테우스와 밀라가 서로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최현식은 좀 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면, 승낙하마.”
물론 자신의 승낙이 없어도 최준호가 원하면 할 수 있는 결혼이었다.
“뭐해, 초이? 빨리 다짐하라고.”
레아가 옆에서 재촉하였고, 최준호는 잠시 머리를 긁적였다.
“뭐야? 싫어?”
“아···아니야.”
이렇게 사람들 앞에 다짐을 하면, 정말로 그렇게 탈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고작 그거 하나로 레아를 실망시킬 수는 없었다.
그렇게 생각한 최준호가 기지를 발휘했다.
“앞으로 저는 규정 속도 이상으로 달리지 않겠습니다!”
언뜻 보면 합리적인 말이었지만, 레아가 양 손으로 최준호의 볼을 꼬집었다.
“아우토반에서는?”
“거···거긴··· 그러니까, 영국에는 아우토반이 없잖아.”
“그렇다면 독일에 있을 때는 하겠다는 거야?”
“아니, 그뤄니까···”
레아가 최준호의 볼을 당길 때마다 발음이 바뀌었고, 그건 조금 웃기는 일이었다.
최현식과 마테우스, 밀라는 미소를 지었고, 밀라가 입을 열었다.
“그러고보니 당사자의 입장을 들어보지 않았군요.”
레아가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최준호의 볼을 당기다가 와락 최준호를 안았다.
그리고는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난 좋아요. 너무 좋아요.”
**
“초이다!”
도르트문트 팬들의 최준호에 대한 사랑은 프랜차이즈 스타인 마르코 로이스의 위상을 넘겨 버렸다.
특히 아이들이 그를 매우 좋아했는데, 도르트문트를 위협하는 선수들을 거칠게 그라운드에 때려 눕히고,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었다.
“싸인해줘요!”
특히 아이들이 난리였는데, 아이들의 요구에 대해서는 최준호는 단 한 번도 거절한 역사가 없었다.
엘링 홀란드는 아이들에게 둘러싸인 최준호를 보면서 씁쓸한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지금은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으며 압도적인 득점 선수였지만 웬지 모르게 최준호를 보고 있으면 뒤쳐지는 것 같았다.
“사진도 찍어줄까?”
“정말?”
“시간 없으니까 다 모여봐. 엘링!!!”
최준호의 부름에 엘링이 엉거주춤 다가갔다.
“사진 좀 찍어줘.”
엘링은 최준호에게 휴대폰을 넘겨 받았다.
정말 행복한 웃음을 짓는 아이들을 본 엘링은 휴대폰에 집중했다.
최준호와 함께 뛰는 것은 너무나 즐거운 일이었다.
그는 가끔 경기를 뒤집어 버릴 만한 놀라운 패스를 주었고, 그 패스를 받아서 골을 넣는 것은 너무 신이 나는 일이었다.
잘츠부르크에 있을 때는 자신의 득점을 위해서 최준호가 존재했다고 보면, 지금은 최준호를 위해서 자신이 존재한다는 느낌이었다.
– 찰칵!
사진을 찍자 최준호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저 형 누군지 알지?”
“엘링 홀란드요!”
“같이 사진 찍을래?”
당연하지만 아이들이 싫어할 리가 없었다.
“엘링 이리와. 내가 사진 찍어줄게.”
그러고보니 축구 뿐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상황에서 대부분의 주도권을 최준호가 가지고 있었다.
엘링은 조금은 바보 같은 표정을 지으며 아이들 옆에 섰고, 최준호가 휴대폰을 들었다.
– 난 자네를 진실로 원하네.
최준호에게 토마스 투헬이 접촉했듯이, 엘링 홀란드도 맨체스터 시티의 펩 과르디올라와 접촉을 하고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의 전술에서 가장 부족한 것은 무엇보다 스트라이커였다.
스트라이커의 부재로 인해서 펩 과르디올라의 전술은 여전히 완성된 것이 아니었고.
– 저보다는 초이를 더 원하지 않습니까?
– 초이는 아주 훌륭한 선수네. 하지만 나에게 자네와 초이 둘 중에 누구를 선택하냐고 묻는다면 내 대답은 자네일세. 우리 팀에는 초이 만큼 좋은 패스를 할 수 있는 선수들이 셀 수 없이 많지. 그 패스를 골로 연결해 주는 선수는 내 눈에 단연코 자네가 세계 최고일세.
“엘링 좀 더 옆으로.”
“응.”
– 아직은 결정을 내릴 단계가 아닌 것 같습니다. 전 이곳에서의 생활이 마음에 들거든요.
– 리오넬 메시가 왜 그렇게 좋은 선수가 되었는 지 아나?
– 잘 모르겠습니다.
– 그는 세계 최고의 구단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의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야. 축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라는 건 동감할테고, 자네의 능력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는 우리 팀 만한 곳이 없다고 생각하네. 도르트문트 역시 좋은 구단이지만, 그리고 자네를 발굴한 마르코 로제에 대한 충심도 이해는 하지만, 이제 세계 최고의 선수가 되어야 하지 않겠나?
“다 찍었다.”
휴대폰을 아이들에게 준 최준호는 무언가 생각에 빠진 엘링을 보았다.
둘은 점퍼에 손을 넣고 함께 걸었고, 엘링이 입을 열었다.
“초이. 넌 왜 축구 하냐?”
“축구하는 선수들이 모두 다 꿈꾸는 그것을 위해서 하는 거지. 갑자기 왜 그런 질문을 하냐?”
축구하는 선수들이 모두 다 꿈꾸는 그것이라.
결국 승리와 우승 그리고 트로피와 발롱도르.
“그렇네.”
“뭐가 그렇게 시시한 대답이야?”
“고맙다.”
최준호는 엘링이 갑자기 와락 안자 눈을 크게 떴다.
“왜?”
“내가 왜 축구를 하고 있었는 지 잠시 잊었던 거 같아. 너무 즐거워서 말이지.”
“뜬금 없기는.”
엘링은 기합을 지르며 걸었고, 최준호는 멈춰 서서 그런 엘링의 뒤통수를 노려보았다.
‘뭐지? 느낌이 싸한데?’
**
분데스리가 20라운드.
도르트문트 vs 바이에른 뮌헨.
지그날 이두나 파크.
표는 모두 매진.
관중 수 85,000명.
“자, 모두 주목.”
마르코 로제는 분데스리가 우승을 놓고 경쟁할 바이에른 뮌헨과의 결전을 앞두고 선수들을 소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