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 the ground RAW novel - Chapter (154)
그라운드를 씹어 먹다-154화(154/184)
154화 도전자의 위엄(2)
3-1-4-2의 전술을 들고나온 인테르와 4-3-3 전술을 가지고 나온 도르트문트.
인테르는 스리백이 넓게 퍼져서 사이드 라인까지 커버하고 한 명에 수비 미드필더가 이들을 도와서 수비를 돕는 진형이었다.
그리고 중앙 미드필더 4명과 공격수 2명은 공격 성향이 아주 강한 선수들로 전방에 있는 로멜루 루카쿠에게 롱패스하고 그가 떨군 공을 로타로가 잡아서 슈팅하는 방식의 공격이나, 발이 빠른 윙어들에게 공을 연결해서 적진의 페널티 에어리어 깊숙한 곳까지 이동한 후 피지컬, 제공권, 몸싸움에 능한 루카쿠를 이용하곤 했다.
미친 싸움닭이라는 별명을 가진 아르투로 비달은 180cm에 75kg의 적당한 피지컬이었지만, 오늘 최준호를 셧다운시키라는 엄명을 받고 비장한 각오로 경기에 임하고 있었다.
이 선수는 음주운전으로도 아주 유명했는데 가족을 태우고 음주운전을 하다가 큰 사고를 내었고, 가족 모두를 잃을 뻔했다.
하필 그 사고를 냈던 시점이 자국에서 코파 아메리카 경기가 열릴 때였고, 그는 음주운전으로 감옥에 가야 할 처지가 되었다.
<감히 날 감옥에 넣겠다고? 나는 칠레고, 칠레는 나 아르투르 비달이다!>
라고 외치며 경찰관에게 외치며, 자신이 없으면 코파 아메리카에서 칠레가 우승하지 못할 것이라 외쳤다.
하여튼 칠레 감독도 칠레 축구협회도 비달을 무징계 하였고, 그는 정말로 칠레를 코파 아메리카 컵에서 우승시켜버렸다.
정작 칠레 국민은 음주운전에 폭력적이며 사고를 자주 치는 그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는 엄청난 하드워커로 경기 끝날 때까지 걸어 다니지 않는 몇 안 되는 선수 중의 하나였다.
팔꿈치와 무릎을 사용해서 상대 선수를 아주 악랄하게 괴롭히는 선수로 세리아 A에서 가장 많은 카드를 수집하는 선수였다.
그가 경기장에 보였을 때 최준호 역시 오늘 경기가 거칠 거라는 아주 걸 이미 예감했다.
“애쓰지 마. 오늘 넌 그냥 가만히 있어.”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공만 차는 건 아니었다.
공이 없을 때는 서로 수다를 떠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다.
물론 그 수다가 주먹질로 번지기도 했고.
레버쿠젠에서 4년, 바이에른 뮌헨에서 3년을 뛰었던 아르투르 비달이 독일어로 중얼거렸는데, 싸움닭 이미지와는 달리 목소리가 너무 여렸다.
어린 소년처럼.
“나도 팔꿈치 좀 잘 쓰는데, 조심해야 할걸요?”
레버쿠젠, 유벤투스, 바이에른 뮌헨, FC 바르셀로나를 거친 월드클래스 수준의 선수인 비달은 33살이라는 나이 때문인지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
민첩성도 떨어져 보였고.
하지만 그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경험과 사전 경기 준비 그리고 지칠 것 같지 않은 체력으로 물귀신처럼 상대를 지치게 만들기도 하고, 180cm라는 평범한 키를 가졌음에도 놀라운 수준의 위치 선정 능력으로 자신보다 10cm 이상 킨 선수를 상대로도 헤더를 따낼 수 있었다.
그 말에 비달이 비웃음을 지었다.
생긴 건 스테이지 위를 걸어야 할 모델처럼 생긴 어린 소년의 비죽임이 귀엽게만 보였다.
“나도 너 같을 때가 있었지.”
“은퇴할 때 초대하세요.”
은퇴라는 말에 비달이 움찔하였다.
“이 건방진 자식이.”
인테르의 홈 경기답게 인테르가 공격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다.
선수들의 피지컬로 따지면 EPL이 가장 뛰어났고, 분데스리가, 세리아 A 수순이었는데, 전술적인 역량으로만 따진다면 세리아 A와 스페인의 라 리가가 가장 뛰어났다.
인테르 선수들의 키는 도르트문트 선수들보다 평균 10cm나 작았지만 인테르의 수비들은 놀라운 위치 선정 능력으로 도르트문트 선수들의 헤더 슈팅을 거의 주지 않았고, 발이 빠른 마르코 로이스와 토마스 시아카의 오버래핑조차 협력 수비로 모조리 자르고 있었다.
한편, 인테르를 세리아 A의 우승 후보로 만들어 준 루카쿠는 자신의 피지컬을 활용하려고 했지만, 자신에게 달라붙은 동양인 선수 때문에 곤욕을 치르는 상황이었다.
“어이쿠!”
루카쿠와 비슷한 덩치를 가진 김우영의 코어 힘이 얼마나 강한지 같이 점프하면 균형이 흐트러져서 계속 넘어지는 건 루카쿠였다.
“이 자식이!”
루카쿠도 한 인상하는 선수였는데, 김우영이 인상을 꽉 찡그리자 루카쿠는 헛기침하고 얼른 몸을 돌렸다.
김우영이 루카쿠를 확실하게 막아 세우는 덕분에 오버래핑 이후 날아오는 크로스 공격은 전혀 먹히지 않고 있었다.
중앙의 니콜라스 바렐라가 결국 자신의 힘으로 창의적인 패스를 찔러주려고 했지만, 그에게 달라붙은 선수가 다름 아닌 최준호였다.
니콜라스 바렐라는 단점이 없는 전천후 미드필더였고, 어찌 보면 최준호와 매우 유사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였다.
다만 그의 피지컬이 172cm에 69kg라는 점.
최준호는 바렐라가 공을 잡거나 공이 오면 자신의 피지컬로 찍어 눌러버렸고, 바렐라는 강력한 최준호의 몸싸움에 매번 밀려 균형이 흐트러지니 자기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가 없었다.
개인기를 펼치려고 하면 태클로 위장한 최준호의 걷어차기에 맞아 고꾸라졌고.
“이건 파울 아니야? 카드 아니야 카드?”
화난 바렐라가 항의했지만, 주심은 간단한 구두 경고만 주었다.
“플레이가 너무 거친 거 아냐?”
“에이. 비달한테도 그 이야기해야죠.”
최준호는 똑같은 방식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비달을 꺼내었다.
“이 새끼가 죽을래?”
또 한 곳에서는 고함이 터지고 있었다.
율리안 브란트와 아트루트 비달의 만남이었다.
인테르가 공격을 진행할 때 비달을 맡은 선수가 율리안 이었는데, 그는 요새 몸싸움의 진의를 깨치는 중이었다.
어떻게 하면 주심의 눈에 띄지 않고 상대를 괴롭힐 수 있는지.
‘늦바람이 더 무섭다고.’
23살에 몸싸움의 원리를 깨달은 그는 싸움닭에게도 똑같이 그 짓을 하고 있었는데, 비달이 폭발을 해버린 것이었다.
물론 흥분을 잘하는 비달을 계속 자극하라는 마르코 로제의 지시도 있었긴 하지만.
조폭처럼 생긴 아르투르 비달이 눈을 부라리자 겁먹은 고양이처럼 꼬랑지를 내리는 율리안 브란트.
하지만 오늘 주심도 쉽사리 카드를 꺼내는 인물은 아니었다.
**
인테르는 전반적으로 하드 워커 스타일이었고, 그들은 엄청난 활동량으로 게겐 프레싱을 하는 도르트문트를 찍어 누르고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인테르가 좋은 득점 기회를 가진 것도 아니고.
김우영과 아모스의 콤비 플레이에 유효 슈팅도 제대로 못 하고 있었다.
최준호는 자신에게 공이 올 때마다 빠르게 리턴 패스를 주거나 원터치로 크로스를 올리는 식으로 게임을 운영하였다.
실점하지 않고 동점으로 끝이 나도 16강 진출은 도르트문트였으니까.
“왜 내가 겁이 나냐? 좀 더 공을 끌지 그래?”
아르투르 비달의 거친 플레이에 부상으로 실려 나간 선수들이 꽤 많았고, 최준호는 그것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꼭 부상을 피하기 위해서만이 아니었다.
가슴 속 깊숙한 곳에 숨기고 있는 비기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중이었다.
최준호의 몸싸움도 거칠기로 소문이 나긴 했지만, 최준호 때문에 다친 선수가 지금까지 단 한 명도 없다는 건 아르투르 비달을 용감하게 만들었다.
“무섭지?”
“거 더럽게 종알종알하네. 아가리를 확.”
최준호가 한국어로 중얼중얼했고, 말의 의미를 이해는 못 하지만 억양에서 풍겨 나오는 느낌이 있었다.
비달이 인상을 꽉 쓰는 순간.
최준호는 오른쪽 손을 내밀어 아르투르 비달의 왼쪽을 감싸고는 어깨를 들이밀었다.
비달은 깜짝 놀라 최준호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힘을 쓰려고 했는데, 이미 최준호의 어깨가 들어온 상황이었다.
순수한 피지컬에서 밀리는 아루투르 비달은 최준호의 어깨빵에 중심이 흔들렸고, 제대로 버틸 수가 없었다.
“젠장.”
순식간에 아르투르 비달을 떨구고 달리기 시작하는 최준호.
아모스가 찔러준 패스가 토마스 시아카에게 연결이 되었고, 아사모아가 무리하게 끊으려다가 실패하면서 토마스의 질주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오늘 도르트문트의 강력한 공격진을 대상으로 철저한 빗장 수비를 보여주던 밀란 슈크리니아르가 기겁하며 토마스를 저지하려고 튀어 나갔고, 촘촘했던 인테르의 최종 라인에 공간이 생긴 상태였다.
토마스 시아카는 슈크리니아르가 빠르게 다가오자 공을 줄 곳을 찾았고, 아르투르 비달을 떨궈놓은 채 달려오는 최준호를 볼 수가 있었다.
– 툭.
최준호에게 공을 주는 토마스.
그러자 눈치 빠른 아르투르 비달이 최준호를 따라붙는 게 아니라 공간이 생긴 최종 수비진으로 들어갔고, 아사모아가 백업하는 걸 본 슈크리니아르가 최준호에게 달려들었다.
‘···수비 조직이 탄탄하네.’
엘링 홀란드는 두 명의 수비수에게 둘러싸여 있었고, 슈크리니아르는 공을 뺏으려고 오는 게 아니라 최준호의 슈팅을 차단하려는 방향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그때였다.
중앙에서 공을 받을 준비를 하던 엘링이 뛰어나왔고, 엘링을 마크하고 있던 수비수들이 같이 딸려 나왔다.
최준호와 엘링의 시선이 마주쳤고, 최준호는 뛰어나오는 엘링에게 패스를 넣고는 페널티 에어리어로 뛰어 들어갔다.
최준호가 정확하게 연결해준 공이 오자 엘링은 발뒤꿈치로 뛰어 들어가는 최준호에게 원터치 패스를 해주었고.
2대1 패스.
“빌어먹을!”
인테르의 골키퍼 사미르 한다노비치가 깜짝 놀라며 뛰어나왔고, 최준호의 슈팅을 방어하려는 슈크리니아르가 기겁하며 최준호에게 달라붙었다.
하지만 최준호는 양발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선수였다.
– 툭.
“어?”
아마도 모든 선수가 거기서 최준호가 슈팅을 때리리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준호의 시야가 상상 이상으로 넓다는 것을 증명하듯, 반대편에서 뛰어드는 마르코 로이스에게 연결되었다.
지금까지 탄탄한 수비를 보여주었던 인테르 모두를 바보로 만드는 날카로운 패스.
마르코 로이스는 가볍게 인테르의 골문에 공을 툭 찼고, 그물이 이내 출렁거렸다.
전반 37분경 균형을 깨트리는 도르트문트의 첫 골이었다.
마르코 로이스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최준호에게 달려들어 힘차게 얼싸안았다.
“최고였다.”
“그렇죠?”
“어디 가지 말고 내 뒤를 이어라.”
최준호는 그 물음에는 답변하지 않았고, 뒤를 이어 덮치는 선수들의 압박 때문에 ‘악’ 소리를 내었다.
**
“녀석이 또 진화했네.”
어떻게 보면 엘링 홀란드가 밑으로 내려오면서 공간을 만들었고, 최준호가 그 공간으로 뛰어가면서 생긴 결정적인 기회였다.
이런 플레이는 엘링에게서 거의 보지 못했던 플레이였다.
그 한 번의 움직임이 인테르의 견고한 수비를 부수는 실마리가 되었고, 최준호는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플레이를 펼쳤다.
“저번 시즌부터 저런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분데스리가 우승을 일찍 했을 거야.”
마르코 로제가 조금은 흥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린 선수잖아? 그리고 성장하는 중이고. 초이도 마찬가지야. 그 짧은 순간 비달의 마크를 무장해제 해 버렸어. 저 상황에서 마르코 로이스에게 패스를 줄 수 있는 선수가 과연 세계에 얼마나 있을까? 100명 중 99명은 슈팅을 때렸을걸?”
르네 마리치가 대답했고, 마르코 로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 녀석 능력이라면 골로 만들었을 거야. 다만 저 상황에서 완벽에 가까운 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는 게 더 놀라운 거지. 내가 저 녀석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야. 저 녀석의 축구는 너무 아름다워.”
“보고 있으면 뽕이 겁나 차지.”
“크크크.”
마르코 로제가 짧게 웃음을 터트렸다.
“대단하지 않아? 앞과 옆에서 강한 압박을 받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침착하게 패스를 해줄 수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지.”
“그래. 놀라울 정도로··· 스트라이커로서의 재능이지.”
“······”
르네 마리치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마르코 로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가 자신의 위치에서 워낙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우리는 알 수가 없었어. 저 녀석은 엘링 홀란드 수준의 스트라이커야.”
마르코 로제는 이번 시즌 최준호의 수치들을 떠올렸다.
총 슈팅 수 31번.
유효 슈팅수 26번
10골.
슈팅을 때리면 84% 확률로 골문으로 향하고, 32% 확률로 골이 된다.
만약 그에게 더 많은 슈팅을 때릴 기회가 주어진다면?
엘링은 103번의 슈팅을 때려서 75번 유효 슈팅을 만들었고, 이번 시즌 31골을 넣고 있었다.
72% 확률로 골문으로 향하고, 30% 확률로 골을 만든 엘링보다 더 높은 수치였다.
“단순하게 수치로 비교할 수는 없잖아? 엘링은 세계 최고 수준의 피지컬을 가지고 있어. 세계적인 수준의 센터백이 아니라면 그를 1:1로 마크할 수 있는 선수가 없잖아?”
르네 마리치의 말에 마르코 로제는 머릿속에서 수치를 지워버렸다.
이런 부분에서는 확실히 르네가 자신보다는 합리적으로 생각했다.
‘다만 피지컬을 메울 만한 무언가가 있다면 달라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