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 the ground RAW novel - Chapter (162)
그라운드를 씹어 먹다-162화(162/184)
162화 별들의 전쟁(2)
19/20 시즌.
바르셀로나 리오넬 메시 33경기 출전 34골 21도움. 평점 8.67
유벤투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31경기 출전 30골 9도움. 평점 8.21
파리생제르맹 킬리안 음바페 34경기 출전 31골 13도움. 평점 8.54
도르트문트 엘링 홀란드 32경기 출전 33골 6도움. 평점 7.99
···
파리생제르맹 네이마르 34경기 출전 14골 23도움 평점 8.88
도르트문트 최준호 22경기 출전 15골 21도움. 평점 9.12
리그 경기, FA 컵 경기, 챔피언스 리그 경기 등등을 포함한 총 스탯.
부상으로 인해 시즌 합류에 늦은 최준호는 쟝 클로드가 보기에 발롱도르 수상 후보는 아니었다.
공격 스탯이 다른 선수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아시아 선수라는 것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었다.
더욱이 최준호는 딱히 한 포지션에서 뛰는 것이 아니었고, 발롱도르 최상위권 선수들에 비교하여 수비 가담이 너무 많은 편이었다.
그래서 득점은 상당이 들쑥날쑥하였고.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지만 발롱도르를 한 번도 탄 적이 없는 네이마르와 비슷한 유형?
하여튼.
매 시즌 장기 부상을 당했던 이력도 있었기에 시즌을 부상 없이 마무리 지을 지도 예상할 수 없었다.
‘돌문이 PSG가 아니라 좀 더 약팀을 만나서 챔피언스 리그 결승까지 진출한다면 엘링 홀란드의 가능성도 충분히 볼 수가 있겠지만.’
그는 태생부터 PSG 팬이었다.
파리 생제르맹의 전술은 예상대로 4-2-2-2로 나왔다.
최근 리그에서 많은 골을 뽑아내는 공격적인 전술이었고, 선수들은 자신감에 차 있어 보였다.
라인을 위로 끌어 올렸고, 늘 그렇듯 네이마르는 자신의 장기인 드리블로 상대 수비진을 헤집어 놓았다.
그리고.
– 퍽!
늘 그렇듯 발재간 부리다가 나가 떨어지는 것도 늘 보던 장면이었다.
물론 네이마르를 날려버린 선수가 최준호라는 건 좀 특이한 일이었지만.
“오늘 초이의 포지션이 너무 뒤에 있는 거 같은데···.”
돌문은 4-3-3 포지션으로 선수 등록을 했지만, 거의 5-4-1에 가까운 형태의 포메이션을 취하고 있었다.
마르코 로이스와 토마스 시아카가 상당히 뒤로 내려가 있었고, 도르트문트에서 공격의 핵심적 역할을 해야하는 최준호는 센터백과 수비 미드필더 사이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공격력 만큼이나 물이 오른 수비력을 가지고 있었고, 상당히 영리하기 까지 해서 파리 생제르맹이 패스 라인을 죄다 자르고 있었다.
그리고 3선에서 뚫리면 방금처럼 몸통 박치기로 냅다 선수를 날려버렸다.
늘 골골대는 네이마르가 그라운드에서 신음을 흘리며 뒹굴고 있자, 관중석에서 최준호를 향해 엄청난 비난을 보냈다.
‘저 친구 플레이는 마치 EPL을 떠올리게 해. 무식한 놈들의 리그. 그리고 돌문은 굉장히 수비적으로 나왔네. 비길 생각인가?’
불리한 원정경기였고, 여기서 비긴다면 홈에서 아주 유리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을 테니까.
이후 네이마르의 예리한 프리킥이 골문을 향했지만, 김우영이 이카르디와의 경합에서 가볍게 이겨내며 헤더로 공을 걷어내었는데, 그게 최준호 앞에 떨궜다.
‘뭔?’
최준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발을 휘둘렀다.
왼발 아웃프런트로 구사하는 트리 벨라는 이제 완벽에 가까웠다.
– 뻥!
달려드는 파리 생제르맹 선수들의 발을 피해 올라가는 크로스.
마치 약속된 플레이인 것 마냥 최준호는 논스탑으로 크로스를 올렸고, 그 순간 앞에서 어물쩍 거리던 마르코 로이스가 폭발적으로 속력을 내었다.
그와 동시에 세트피스 수비에 참여 했던 엘링 홀란드와 토마스 시아카 까지 튕겨 나갔고, 파리 생제르맹의 수비수들은 다급하게 수비 백업을 위해서 달렸다.
– 툭.
최준호의 크로스는 늘 그렇듯 놀라운 퀄리티로 마르코 로이스 앞에 떨어졌다.
역회전에 걸린 공이 조용한 소녀처럼 가볍게 떠올랐고, 무지막지한 스피드로 달리는 마르코 로이스는 공을 길게 앞으로 보내고는 올릴 수 있는 최고의 속도를 올렸다.
답답함에 터치라인으로 기어 나온 포체티노는 돌문의 치명적인 역습에도 불구하고 수비할 생각이 없는 지 설설 뛰는 킬리안 음바페를 노려보았다.
‘이 상황에서 역습을 막아낼 수 있는 스피드를 가진 녀석이!’
물론 파리 생제르맹에는 음바페나 네이마르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최종 수비라인에 서 있던 165cm에 60kg의 작은 체구를 가진 베라티가 죽을 힘을 다해 마르코 로이스를 쫓았다.
그는 제 2의 피를로라고 불리긴 했지만, 피를로 같은 스타일은 아니었다.
다만 굉장히 적극적이며 끈질기기로 팀 내에서 넘버원이었다.
피지컬이 형편없는 그가 PSG에서 뛸 수 있는 이유기도 했다.
스피드가 굉장한 마르코 로이스를 따라붙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과는 다르게 베라티는 기어코 마르코 로이스를 따라잡았다.
하지만 무리하게 뛴 관계로 제대로 수비할 여력이 없었던 베라티는 자신을 따돌리려고 방향 전환을 한 마르코 로이스를 향해 작심하듯 위험하게 몸을 날렸고, 마르코 로이스는 그에게 걸려 그라운드를 몇 바퀴나 굴러야 했다.
곧바로 나오는 노란 카드.
간신히 도르트문트의 역습을 막아낸 베라티는 선수들을 향해 고함을 쳤다.
“젠장! 수비 백업이 왜 이렇게 늦어!”
그가 소리를 지르고 있을 때, 마르코 로제는 끙끙 앓는 신음소리를 내었다.
‘···그 좋은 기회를 놓치네!’
그리곤 사랑스러운 표정으로 이미 공 앞에 서 있는 최준호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 짧은 순간에 저렇게 완벽한 역습 패스를 줄 수 있는 선수가 세계에 과연 얼마나 있을까!
늘 보지만 늘 믿을 수 없는 킥력과 정확도였다.
하지만 최준호가 선사한 놀라움은 그 뿐만이 아니었다.
화가 난 듯 고함을 지르는 베라티, 그리고 뒤늦게 백업하는 상대팀 선수들.
부상이 아니었는지 벌떡 일어난 마르코 로이스.
그것들을 한 눈에 집어 넣은 최준호의 눈동자가 엘링과 마주쳤다.
‘뛰어.’
마치 마음 속의 대화가 통하기라도 한 듯, 엘링은 수비수들에게 지시하는 티아구 실바 옆으로 몸을 비틀었다.
그리고 최준호는 들고 있던 공을 땅에 찍고 바로 차 버렸고.
– 뻥!
“뭐얏!”
몇몇의 파리 생제르맹 선수들이 깜짝 놀라 뒤늦게 몸을 던졌지만, 그들 사이를 가르는 날카로운 스루패스가 라인 브레이킹을 한 엘링에게 연결이 되었다.
베테랑인 티아구 실바가 뒤늦게 눈치를 채고 팔을 쓰려고 했지만, 엘링의 몸은 이미 페널티 에어리어 안쪽에 있었다.
‘젠장!’
티아구 실바는 어쩔 수 없이 엘링의 유니폼을 잡아채는 걸 포기해버렸다.
파리생제르맹의 수호신이자 골키퍼 나바스가 급하게 뛰어나가서 슈팅을 방해하려고 했지만, 골 감각이 제대로 오른 엘링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칩 샷으로 나바스의 머리를 넘겨 파리 생제르맹의 골문을 흔들어버린 엘링.
당연하지만 프리킥 반칙이라고 선수들이 주심에게 달려들었지만, VAR 실의 분석을 들은 그는 센터 서클을 찍었다.
골 인정.
도르트문트 vs 파리생제르맹 1:0
엘링이 인자한 표정으로 파리 생제르맹 팬들을 향해 요가 자세를 취하는 사이.
포체티노는 가볍게 주먹을 쥐고는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가는 최준호에게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플레이 하나하나가 정말 사랑스럽군.’
아마도 자신에게 그 동안 보았던 선수 중에 가장 뛰어난 선수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포체티노는 주저없이 최준호를 꼽을 것이라 생각했다.
팬들의 눈과 선수들의 눈 그리고 감독의 눈이 서로 다르겠지만, 저런 선수가 팀에서 공수의 중심이 되어준다면 얼마나 든든할 지.
“젠장! 수비 안하고 뭐하는 거야?”
포체티노의 눈에는 티아구 실바를 향해 고함을 지르는 킬리안 음바페로 향했다.
20살짜리 신예가 36살임에도 세계에서 첫 손가락에 꼽는 센터백에게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가당치도 않았다.
그만큼 미운털이 포체티노 눈에 잔뜩 박혔다.
“헤이. 꼬마.”
티아구는 성질을 내는 음바페의 어깨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
경륜이 가져오는 압박에 순간적으로 움찔하는 음바페.
“닥치고 가서 골이나 넣어.”
으르렁거리는 티아구의 섬뜩한 목소리에 자라처럼 목을 죽 넣는 음바페.
티아구는 바로 표정을 바꿔 가볍게 웃으면서 음바페를 돌려서 앞으로 밀었다.
“내 눈에는 너보다 저 동양인 녀석이 100배는 뛰어나 보여.”
순간 음바페는 ‘큭’ 소리를 내며 양 손을 꾹 쥐었고, 티아구 실바는 그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으며 몸을 돌렸다.
거의 20년 가까이 프로 축구 무데에서 뛴 티아구는 팀의 조직력이 엉망이라는 것을 오래 전에 감지했다.
그리고 그것이 감독과 음바페 사이의 불화 때문이라는 것도.
하지만 그는 이 경기에서 이기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서 음바페를 자극하는 방법을 택했다.
싸가지 없고 지잘난 맛에 사는 짜증나는 새끼지만, 일단···그가 본 공격수 중에 가장 뛰어난 선수였으니까!
**
그 골이 시작점이 되었을까?
하키미는 음바페를 상대하는 것이 점점 버거워졌다.
아칸지가 계속 백업을 와 주고, 최준호까지 가세해 압박을 가했지만 음바페의 순간적인 돌파력은 정말 끔찍할 정도였다.
‘닌자 거북이처럼 생긴 새끼가!’
하키미는 어릴 적에 좋아했던 애니메이션 케릭터를 떠올렸고, 독기를 품은 망할 녀석이 정말 닌자처럼 사라지는 경험을 하고 말았다.
‘아차!’
아칸지와 순간적으로 수비 사인이 맞지 않았는데 그 찰나의 순간에 음바페가 둘 사이를 뚫고 페널티 에어리어로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어떻게 읽었는지 최준호가 순간적으로 백업에 들어와 있었다.
‘나보다 100배는 더 뛰어나다고? 어떤 면에서?’
문득 자신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2018 월드컵 골든볼을 삥뜯어간 녀석이라는 걸 생각해 낸 음바페.
“···난 월드컵 때 받은 상금을 전부 불우아동을 위해서 기부했는데. 넌?”
“···?”
뜬금 없는 물음에 최준호의 주의력이 잠시 분산이 되었고, 음바페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폭발적인 움직임으로 최준호의 왼쪽을 공략했다.
이건 최준호도 일찍 경험한 적이 없는 빠르기였는데, 깜짝 놀라 다리를 쑥 넣었지만, 그 상황에서 말도 안되는 속도로 공을 접으며 최준호의 오른쪽으로 돌파해버렸다.
하지만 그는 이내 무언가 부딪혀 철버덕 소리를 내며 차에 치인 개구리처럼 그라운드에 엎어져 버렸다.
– 삑!
“젠장.”
김우영은 음바페가 엎어진 자리를 보고는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주심이 바로 노란 카드를 꺼내었고, 페널티 킥을 지시하였다.
최준호는 굳은 표정으로 엎어져 신음을 흘리고 있는 음바페를 보았다.
‘이런 녀석을 상대하는 수비수들은 제 명에 못 죽겠는데···’
그리곤 괴로워하는 김우영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잘했어. 하지만 퇴장은 곤란해.”
마르코 로제는 주심이 페널티를 부르자 괴로워 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게 어떻게 파울이야! 정당한 몸싸움 아니야?”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포체티노도 표정을 구겼다.
동점 골을 얻을 수 있는 기회라 기뻐해야겠지만, 그 페널티가 음바페의 개인적인 능력으로 만들어졌다는 건 정말 짜증나는 일이었다.
벤치 기둥에 등을 대고 있는 르네 마리치는 포체티노의 표정을 읽고서는 웃음을 지었다.
‘이상한 상황이네. 감독이라면 좋아서 펄쩍 뛰어야 하는데? 역시 소문이 사실이었군.’
한 편, 도르트문트의 골문 앞에서는 공을 잡은 음바페와 네이마르의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다.
“무슨 소리야? 제 1 킥커는 나라고!”
“내가 만든 기회야. 공 내놔.”
그리고 그 둘 사이에 티아구 실바가 끼어들었다.
“헤이. 꼬맹이. 최소한의 룰은 지키자. 응?”
워낙 박력있게 말한데다가 대다수의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이자, 음바페는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네이마르가 공을 들고 페널티 에어리어로 향했고, 음바페는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티아구 실바를 노려보았다.
‘젠장! 하나도 마음에 안들어!’
그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던 최준호는 입술 끝을 조용히 말아 올렸다.
‘이 팀 완전 개판인데···’
이런 팀에 그나마의 조직력을 부여하는 건 누가 봐도 티아구 실바였다.
저 선수가 아니었다면 파리 생제르맹의 수비 조직은 이미 무너지가 남아나질 않았을 것이고, 도르트문트에게 아마도 오질라게 털렸을 것이다.
‘그렇단 말이지.’
이 후 네이마르의 페널티가 도르트문트의 골문을 흔들었고, 파리지앵(파리생제르맹의 팬을 부르는 별칭)들은 광란의 응원가르 부르며 즐거워 했다.
딱 한 명만 빼고는.
‘젠장! 내가 어떻게 만든 기회인데!’
모든 선수들이 네이마르에게 달려갔지만, 음바페는 짜증나는 표정으로 잔디를 발로 툭 차고는 본진으로 걸어갔다.
“네이마르가 페널티킥은 참 잘 차? 그렇지? 양보를 한 네 덕이네.”
최준호가 음바페의 심기를 거슬리는 트래쉬 토크까지 던지고 가자 음바페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누가 최고인지 똑똑히 보여주겠어.”
음바페의 말에 최준호는 대답 없이 히죽 웃기만 했다.
‘누가 최고인지는 관심 없고. 우리가 오늘 이 경기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