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 the ground RAW novel - Chapter (164)
그라운드를 씹어 먹다-164화(164/184)
164화 별들의 전쟁(4)
폼은 일시적이지만 클래스는 영원하다.
킬리안 음바페는 축구계에 떠도는 명언을 음미했다.
그는 자신이야말로 세계 최고의 클래스라고 생각하였고, 오늘 전반전의 폼은 일시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제 남은 것은 공격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음바페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도르트문트가 센터 서클에서 공을 뒤로 돌리기 시작하자 파리 생제르맹 선수들이 진용을 갖추고 빠르게 올라왔다.
이 경기가 끝나면 도르트문트의 홈에서 마지막 게임을 치러야 했다.
아무리 강한 팀이라고 해도 원정이 부담스러운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특히 자신의 홈에서 큰 점수 차로 벌리지 못하면 원정에서 역전당하는 경우가 수도 없었기 때문에 파리 생제르맹 선수들은 골을 갈망하였다.
토마스 시아카가 툭 차준 공을 엘링이 뒤에 있는 마르코 로이스에게 주었고, 마르코 로이스는 자신의 근처에 있는 쥬드 벨링엄에게 공을 돌렸다.
이카르디, 디 마리아, 킬리안 음바페가 스피드를 올려 3선까지 달려온 상태였고, 파리 생제르맹의 수비수들도 그 스피드에 맞춰서 라인을 끌어 올리던 찰나였다.
전방의 두 공격수인 엘링과 시아카가 본진으로 내려오다가 몸을 돌려 뛰기 시작했고, 쥬드 벨링엄이 최종 라인에 있는 최준호에게 공을 패스하면서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수비를 돕기 위해 내려오던 마르코 로이스도 갑자기 뛰기 시작하면서 발이 빠른 4명이 갑자기 파리 생제르맹의 본진을 향해 뛰어가는 형세였다.
‘이 무슨 동네 축구도 아니고···’
티아구 실바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에 올라가던 스피드를 줄였다.
왜냐하면 쥬드 벨링엄에게 공을 받은 게 최준호라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법이니까.
그리고 최준호 근처에는 그를 압박할 만한 공격수가 없었다.
파리 생제르맹 이카르디가 그걸 깨달았는지 죽어라 최준호에게 달려갔다.
하지만 사람이 공보다는 빠를 수 없었고, 최준호가 최종 수비진에 있다는 점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멈춰! 뒷공간 챙겨!”
티아구 실바는 도르트문트를 상대하던 강팀들이 전반전 경기 시작하거나, 골을 넣은 후 요런 패턴으로 어처구니없는 실점을 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동료인 킴펨베와 베르나트, 토마 뫼니에 에게 소리를 질렀다.
티아구 실바의 고함을 들은 세 수비수는 진격하려던 움직임을 멈추고, 앞에서 돌진하는 4명의 공격수를 보았다.
당연하지만 미친 듯한 스피드로 달려오는 엘링와 토마스 시아카에게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미드필더인 베라티와 파레데스 역시 몸을 돌렸다.
“올라가.”
최준호의 외침에 아칸지와 김우영이 라인을 올렸다.
혹시 전방을 향한 패스가 끊기면 미친 듯한 스피드로 달려오는 파리 생제르맹의 선수들을 오프사이드 트랩에 가두기 위함이었다.
– 뻥!
파리 생제르맹의 4백이 중앙으로 쏠렸고, 최준호는 왼쪽 사이드에서 자유롭게 달리는 마르코 로이스에게 크로스를 올렸다.
총알처럼 날아가는 공.
마르코 로이스가 오버래핑하는 옆줄 라인 가까이에 공이 떨어졌지만, 밖으로 튕겨 나가거나 마르코 로이스가 터치할 틈도 없이 구르는 것이 아니었다.
이 작전은 애초부터 이런 크로스를 올릴 수 없다면 성립 자체가 힘들었다.
느린 크로스라면 파리 생제르맹의 미드필더들이 백업해서 수적 우위를 만들 테니까.
마르코 로이스가 전혀 힘을 들이지도 않고, 스피드도 유지하면서 공을 앞으로 툭 차며 달려 나갔다.
파리 생제르맹의 미드필더들이 급하게 백업하고는 있지만, 도르트문트의 공격수들의 스피드는 수준급이었고, 페널티 에어리어 앞에서 공격수 4명, 수비수 4명의 상황이었다.
하지만 엘링과 토마스 시아카에게 3명이 붙었고, 인사이드 포워드처럼 공을 안쪽으로 치고 오는 마르코 로이스를 막기 위해 한 명이 나간 상황에서, 뒤에서 정말 빠르게 달려오는 쥬드 벨링엄을 막을 수 있는 선수가 보이질 않았다.
마르코 로이스는 파울이라도 해서 이 상황을 해결하려는 듯 스피드를 줄이지 않고 거칠게 달려드는 토마 뫼니에를 보고는 반대편으로 스루패스를 넣었다.
엘링과 토마스가 세 명을 끌고 움직이는 사이에 반대편 공간으로 쇄도한 쥬드 벨링엄이 이 공을 받아서 한 번 터치했다.
그리곤 페널티 에어리어 바로 앞에서 아무런 방해 없이 회심의 중거리 슈팅을 날렸다.
– 뻥!
아주 강력한 땅볼 슈팅이었고, 골키퍼 나바스가 각도를 잡고 몸을 날렸지만, 공이 불규칙 바운드로 튀는 바람에 잡지 못하였다.
– 철렁!
실점 2분 만에 달아나는 도르트문트의 추가 골.
미래가 창창한 영국이 주목하는 18살의 이적생 쥬드 벨링엄은 가슴이 폭발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조용해진 경기장을 깨는 괴성을 지르며 달렸다.
“아니···왜?”
맥이 빠진 표정으로 애꿎은 잔디밭을 차는 킬리안 음바페.
“왜긴 왜야? 수비를 안 하니까 당하는 거지.”
과거에는 수비는 수비수만 하면 되고, 공격은 공격수만 하면 되었다.
하지만 놀라운 패스 능력을 장착한 센터백들 그러니까 공격형 센터백들이 출현하면서 그들을 압박하지 않으면 방금과 같은 상황을 맞이할 수 있었고, 현대 축구의 전술은 공격수에게도 강력한 수비적 능력을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최준호는 영리한 축구 지능과 준수한 피지컬 그리고 몸싸움 능력, 정신적 능력의 우월성을 통해서 센터백처럼 수비를 하고 있었지만, 그의 장점은 다름 아닌 킥력이었다.
공격수들이 적극적으로 압박하지 않으면 방금 같은 치명적인 크로스를 계속 올릴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킬리안 음바페를 떠올리면 스피드, 최준호를 떠올리면 킥력을 바탕으로 한 슈팅과 패스.
최준호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리자 킬리안 음바페는 본능적으로 귀를 막아 버렸다.
“아, 너랑 이야기 안 해!”
**
“이, 멍청한 포체티노!”
“꺼져라! 아르헨티나 맨!”
동점 골의 즐거움을 누릴 사이도 없이 또 골을 먹자 빡 친 파리 생제르맹의 팬들이 강하게 포체티노를 질책하였다.
방금은 선수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대응 전술의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앞선 경기들과는 다르게 감독이 선수들에게 별다른 지시를 내리고 있지도 않았고, 상대 선수 교체에 대비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감독님.”
티아구 실바가 물을 마시러 온 척 포체티노에게 말을 걸었다.
냉랭한 포체티노의 눈빛을 본 티아구 실바는 침을 한 번 꿀꺽 넘겼다.
“이기고 싶습니다.”
“너희들이 알아서 이겨봐.”
“저 거만한 닌자 거북이가 혼자 들떠서 하는 소리였을 뿐, 저희 대부분은 감독님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티아구 실바가 내뱉는 묵직한 느낌의 존경이라는 단어에 포체티노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이카르디한테 공격하지 말고 21번이 제대로 발을 놀리지 못하도록 계속 압박하라고 해. 너희들이 내 지시를 어느 정도까지 따르나 한 번 보겠다.”
“예.”
마우로 이카르디는 최근 아내 완다의 병신 짓 때문에 경기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에이전트인 그녀는 이카르디가 있는 구단과 많은 문제를 생산해냈고, 심지어 <파리 생제르맹은 병신 같은 구단이다. 이카르디가 그곳으로 간 건 큰 실수다> 라며 구단주의 심기를 거슬리기까지 했다.
완다의 애완동물이었던 이카르디도 그 병신 짓에 동참했다가 토마스 투헬에게 완전히 찍혀서 그가 있는 동안에는 단 한 경기도 출전을 못 했다.
같은 국적의 포체티노가 와서야 조금씩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고.
그는 연계, 골게터, 돌파···등등 모든 걸 할 수 있는 공격수였지만, 네이마르와 음바페 그리고 디 마리아에게 묻혀서 큰 주목을 받고 있지는 못했다.
‘그런 나에게 수비만 하라고?’
하지만 여전히 축구를 사랑하는 이카르디는 자신의 폼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출전 시간을 더 늘여야 했고, 포체티노의 귀여움을 받아야만 했다.
완다 때문에 정신적으로 지친 그가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것이 축구이기도 했고.
‘그럼. 별수 있나? 해야지.’
이카르디가 공격적 움직임은 포기하고 최준호만 압박하는데 전력을 다하자, 이번에는 도르트문트의 후방에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이카르디는 강력한 피지컬을 가진 수비수를 대상으로 등지고 연계 플레이를 할 만큼 몸을 쓰는 능력이 동물에 가까운 선수였는데 전술적 움직임은 도외시한 채 최준호 옆에 바싹 붙어서 그가 공을 잡지 못하도록 방해를 했기 때문이었다.
“아저씨, 공격 안 해?”
“나도 하고 싶다.”
“그럼 가서 공격 좀 하지? 귀찮게 하지 말고.”
“나도 널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
“아니, 지금 우리 공격이잖아? 수비 백업 안 해?”
“지금 수비하고 있잖아?”
어쨌거나 인테르에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월드클래스 선수였고, 그 클래스는 어디 가질 않는 법이었다.
최준호의 마약과 같은 패스에 길들어진 도르트문트 선수들은 그에게서 패스가 나오질 않자 좀 허둥지둥하는 경향이 있었다.
쥬드 벨링엄은 팀 훈련에 합류한 지 얼마 안 되어 아직 제대로 된 호흡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고.
더군다나 데뷔골을 터트린 후로 흥분해서 시야가 좁아지고 냉철한 사고를 못 하게 된 쥬드 벨링엄은 쉽게 패스할 수 있는 곳에 공을 주지 못하고 있었다.
자꾸 어려운 짓을 하려다가 베라티에게 공을 강탈당해 역습 상황에 빠진 도르트문트.
‘망할 녀석. 꼴 좋다.’
전후반 최준호의 강력하고 영리한 몸싸움에 지워져서 존재감이 없었던 네이마르.
그는 이카르디에게 가로막혀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최준호의 레이더망에서 빠져나와 베라티에게 공을 받았다.
율리안 브란트가 무식하게 달려들었지만, 그는 최준호의 수준의 영리함은 갖추지 못하고 있었다.
‘생긴 것답지 않게 이 자식도 더럽게 무식하네.’
세계 최고의 발재간을 가진 네이마르는 장기인 사포로 황소같이 달려드는 율리안 브란트를 벗겨내고는 빠르게 진격했다.
사포에 완전히 젖혀져 버리자, 율리안 브란트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저 자식이 매너도 없이!’
보통은 최준호가 네이마르를 상대하였기 때문에 김우영과 아칸지는 공을 드리블 치는 작은 악동을 보고는 살짝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칸지가 뛰어나갔고, 김우영이 백업에 들어갈 찰나 그들 사이로 뭔가가 바람같이 이동했다.
네이마르의 발밑에 있어야 할 공이 아칸지의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가 버렸다.
알고도 막을 수 없는 수준의 플레이.
네이마르의 공이 라인 브레이킹을 한 킬리안 음바페에게 연결이 되었다.
“이런 썅!”
돌문의 골키퍼 로만 뷔르키가 짜증이 가득한 고함을 내며 달려 나갔지만, 음바페의 헛다리 짚기에 나가떨어져 버렸고, 동점 골을 내주고 말았다.
후반 37분.
3-3 동점.
주심이 휘슬을 불며 센터 서클을 찍고는 또 한 번 휘슬을 불렀다.
– 삐이익!!!
주심의 시선이 향한 곳은 쓰러져 있는 네이마르 쪽이었다.
사포에 젖혀진 율리안 브란트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네이마르에게 박치기를 날려버린 것이다.
“설마···”
르네 마리치가 팔짱을 풀고 중얼거렸다.
주심의 손에서 나오는 붉은 카드.
마르코 로제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머리를 양손으로 감쌌다.
“아니 등을 박치기당했는데, 왜 쟤는 다리를 붙들고 뒹굴고 있는데!”
주장 마르코 로이스가 다리를 잡고 뒹굴고 있는 네이마르를 가리키며 주심에게 달려가서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주심의 표정은 단호했다.
“고의로 박치기를 한 행위는 용서할 수 없어. 경기를 더 지연시키면 카드 나갈 거야?”
결국 율리안 브란트가 경기장 밖으로 쫓겨나갔고, 파리 생제르맹의 스타디움에는 희망에 가득 찬 팬들의 응원가와 박수 소리가 힘차게 울렸다.
‘축구는 둥글고 경기는 90분이나 해야 하지.’
모든 선수가 실수하지 않는다면 경기는 0-0으로 끝나겠지만, 축구는 그런 스포츠가 아니었다.
무슨 일이 벌어 질지 알 수 없는 전쟁터.
결국 슬픈 표정을 지으며 토마스 시아카가 교체로 나갔고, 토마스 델라이니가 들어왔다.
하지만, 또 한 장의 교체 카드를 쓰는 마르코 로제.
단악셀 자가두가 들어가고 엘링 홀란드가 빠졌다.
“초이.”
“응?”
“넌 엘링 포지션이지만 프리롤이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래.”
최준호는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뛰어가는 엘링을 보면서 자리를 옮겼다.
전체적인 전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선수가 한 명이 빠졌으니 상대는 이제 맹공을 펼칠 게 뻔했다.
주력이 좋은 엘링과 토마스 시아카가 빠졌으니 역습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고.
이런 상황에서 잘하는 거라면 딱 한 가지뿐이었다.
‘감독님이 이 경기를 포기한 게 아니구나.’
미친 듯이 뛰어다니면서 공을 주고받는 미드필더가 아니라 뒤에서 수비를 하며 롱 패스를 주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체력도 충분히 남아 있었다.
한 편, 해트트릭을 기록한 킬리안 음바페가 마치 시위하듯 자신 앞에서 세레머니를 하자, 또다시 감정이 상한 포테치노는 아예 벤치로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최준호를 적극적으로 마크하던 최전방 공격수 이카르디는 최준호가 공격수 포지션으로 이동한 데다가 벤치로부터 아무런 지시가 없자 스스로 결정했다.
‘나도 이제부터 공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