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 the ground RAW novel - Chapter (166)
그라운드를 씹어 먹다-166화(166/184)
166화 마이스터 샬레(1)
– 최준호 2억 유로에 첼시로 이적 확정.
– 엘링 홀란드 1.9억 유로에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 확정.
– 파리 생제르맹 티아구 실바 자유계약으로 첼시로 이적 확정.
– 첼시 카이 하베르츠 영입 포기.
– 첼시 플로리안 비르츠를 1천만 유로에 이적 확정
– 첼시 레알 마드리드의 유망주 마르틴 외데고르 1,500만 유로에 이적 확정
– ···
마지막 한 경기를 두고 엄청난 이적 기사들이 쏟아졌다.
특히 이번 이적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매물이었던 최준호와 엘링 홀란드의 거취가 결정되면서 많은 도르트문트 팬들은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돌문의 팬클럽 커뮤니티에서도 관련된 이야기로
– 저 친구들 보는 재미로 축구를 봤는데.
– 주급이 65만 유로야··· 마르코 로이스의 2.5배네. 돌문은 저런 주급을 감당할 수 있는 구단이 아니지.
– 65만 유로면 마르코 로이스랑 마리오 괴체랑 로만 뷔르키에 토마스 시아카와 김우영까지 합해도 모자라는 금액이네.
– 꿀벌들이 뭐 그렇지. 분봉을 너무 많이 해. 하지만 이번에 유망주를 엄청나게 데리고 오는 것 같으니까 또 가슴 졸이며 봐야지.
– 쥬드 벨링엄 괜찮더라. 킴이랑 토마스도 엄청나게 성장했고.
– 박치기 대왕도 많이 좋아졌어.
– 초이랑 엘링이 바이에른 뮌헨에 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거기 갔으면 정말 끔찍했을 거야.
– 하아. 이번에 저런 멤버로 시즌 우승을 하지 못하면 당분간 트로피 구경은 힘든 거 아니야?
– 마이스터 샬레 구경한 지 정말 오래긴 하다.
– 우리 원정단 꾸릴까?
– 좋지. 팀의 우승을 선수들에게만 맡길 수는 없지.
– 맞아. 적지에 꿀벌들만 보낼 수 없지.
– 이렇게 우리들의 영웅이 가는구나!
한편, 유로파 컵 진출도 힘들다는 첼시는 토마스 투헬이 멱살을 잡아끌고 올라갔고, 38라운드 마지막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3-2으로 이기면서 토트넘을 몰아내고 4위에 안착하였다.
첼시는 챔피언스 리그 진출, 토트넘은 유로파 리그에 출전할 수밖에 없었다.
당연하지만 첼시 팬들의 커뮤니티는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면서도··· 이적 뉴스에 조금은 부정적이었다.
– 근데 챔피언스 리그 진출도 다 좋은데, 왜 최준호야? 엘링을 데려왔어야 하는 거 아냐?
– 나도 동의해. 우리는 스트라이커가 없다고. 2선 자원은 너무 많아!
– 더 많은 돈을 주고 엘링이 아니라 최준호지? 이해할 수가 없어. 구단의 결정은.
– 올해 강등까지 예상했잖아? 구단과 토마스 투헬을 믿어보자고.
– 근데 플로리안 비르츠는 누구야? 난 처음 보는 선수인데?
– 레버쿠젠의 카이 하베르츠 백업. 최준호 영입하면서 자금이 모자랐겠지.
– 아. 맙소사!
– 마르틴 외데고르는 레알 마드리드에서 버린 선수 아니야? 히스토리 보니까 죄다 임대던데?
– 그 선수는 15살 때부터 프로 리그에서 뛰었어. 22살이지만 프로 경력만 7년이야.
– 근데 외데고르는 어디다 쓰려고 데려온 거야? 얘도 공미 아니야?
– 잠깐만, 그러면 이번에 공미만 세 명을 데려온 거야?
– 티아구 실바···는 나이가 너무 많지 않아?
– 파리 생제르맹에서 뛰는 거 보니까 아직 괜찮던데?
– 왜 검증되지 않은 선수들을 데려오는 건데, 우리가 그런 구단이었어?
– 뭐 다음 시즌 보면 알겠지. 난 토마스 투헬을 믿어. 개판이 된 팀을 데리고 EPL 4위까지 올렸잖아. 누굴 데려오든 쓸만하게 만들 거야.
– 맨시티는··· 이제 누구 막냐?
– 리버풀이나, 아스날이나, 맨유나···
– 왜 첼시라는 이름은 나오지 않는 건데?
– 거긴 완성형이잖아. 여긴 진행형이고. 상대가 될까? 20살도 안 된 어린애들을 데리고.
– 아, 근데 주급 65만 유로는 좀 그렇다. 분데스리가에서 날아다녔지만, 여기 와서 적응 못하는 선수들이 많은 거 생각하면.
– 챔피언스 리그에서 하는 거 보니까, 걱정할 필요는 없더라. 다만 얼마나 우리 구단에 남아 있느냐가 문제지.
**
늘 아침 5시 30분이 되면 공원에 모이는 세 덩치.
최준호, 김우영, 토마스 시아카.
“정말 가는 거냐?”
“응.”
“정말 가는 거야? 초이?”
“두 번 말하게 하지 마. 토마스.”
“왜 나한테만 짜증인데?”
과거에도 그랬지만, 이적이 결정되면 마음이 엄청나게 싱숭생숭해졌다.
웃고 떠들고 장난치고 화도 내고 멱살도 잡으며 마치 한 몸처럼 뛰던 동료들과 헤어진다는 건 많아 아쉬운 일이었다.
이전처럼 임대라면 돌아온다는 확신이 있으니 그런 감정이 들지는 않겠지만.
이제 돌문을 떠나간다면 이들과 한 팀에서 뛰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보통 반대편에 서서 서로의 눈을 보며 생사를 걸고 싸워야 한다.
“내가 언제 짜증을? 자꾸 말을 반복하게 만드니까 그렇지.”
“근데, 그런 돈 받으면 어떤 기분이 들어?”
토마스 시아카의 관심사는 도통 돈에 머물러 있었다.
“돈값 해야겠다는 생각.”
“막 집도 사고, 차도 사고, 멋진 가전제품도 사고 그러고 싶지 않아?”
회귀하면서 그런 재미는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때는 페라리나 람보르기니와 같이 멋진 스포츠카도 3~4대 가지고 있었고, 무게도 좀 잡고 다녔고.
온몸을 화려한 명품으로 도배하고 손목에는 여러 가지 스타일의 롤렉스를 차고 다니고.
뭐, 그랬는데 지금은 굳이 그런 게 막 당기지 않았다.
몸을 위해서 음식 재료는 확실히 좋은 것으로만 챙겼지만, 옷은 따뜻하면 그만이었고, 시계는 전자시계 하나면 충분했다.
돈 많다고 떠벌리고 다녀봐야 강도와 도둑들만 들끓고 사람들의 반감만 사고.
“별로.”
“그럼 그 돈으로 뭐해?”
토마스의 물음에 최준호는 스트레칭을 풀면서 생각해봤다.
CJH 투자 회사의 투자금으로 흘러가서 재투자가 되어 계속 돈이 불리고 있는 정도?
“기부나 해라. 기부 재단 만들어서 힘든 사람들 돕던지. 사람도 돕고 세금도 아끼고.”
가만히 듣고 있던 김우영이 대답했다.
물론.
최준호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일부러 모른 척했다.
“그래?”
“사람들 도우면 다시 돌아온다고 할아버지가 그러더라.”
그 말에 토마스가 끼어들었다.
“나를 돕는 건 어때? 초이?”
토마스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자 옆에 있던 김우영이 그의 머리에 헤드록을 걸었다.
“웃기는 녀석이네?”
“으악! 아파! 이 무식한 자식아! 풀어!”
최준호는 그들의 행동에 히죽 웃음을 지었다.
처음 그들이 만났을 때.
토마스가 냄새난다고 꺼지라고 했던 김우영의 모습이 대비되었기 때문이었다.
문득 오래전 파리 생제르맹과 경기 할 때 음바페가 자랑처럼 중얼거리던 말이 떠올린 최준호였다.
-···난 월드컵 때 받은 상금을 전부 불우아동을 위해서 기부했는데. 넌?
“슬슬 연습하러 가자.”
최준호는 생각을 정리하고는 스트레칭을 마무리했다.
그가 돌문을 떠나기 전까지는 이 새벽 운동 모임은 아마도 계속될 것이었다.
**
바이에른의 감독 한지 플릭은 요하임 뢰프 독일 국가대표 감독이 이끄는 팀의 수석코치로 들어가면서 감독으로서 역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는 뛰어난 역량으로 요하임 뢰프의 신뢰를 얻어 2014년 독일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이후 독일 축구 협회에 들어가 스포팅 디렉터로서 많은 업적을 남겼다.
그는 이후 니코 코바치 감독의 요청으로 바이에른 뮌헨의 수석코치로 되었고.
니코 코바치가 도르트문트에 0-7로 대패하면서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고, 아르센 뱅거나 에릭 텐하흐 같은 감독들이 물밑에서 떠올랐지만, 바이에른 뮌헨은 한지 플릭을 임시 감독으로 선임하였다.
한지 플릭은 선임 이후 13승 1무 1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하며, 미친 듯이 추격하는 도르트문트를 가까스로 따돌렸다.
챔피언스컵은 16강에서 떨어졌지만, 포칼 컵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서 가능성을 보여준 한지 플릭은 얼마 전 구단과 2년의 재계약을 맺었다.
그런 한지 플릭에겐 도르트문트는 구단 내에서 입지를 완전히 굳히기 위해서 반드시 꺾어야만 하는 상대였다.
물론 분데스리가의 우승도 걸린 경기였고.
‘과연 비기는 작전으로 가야 하는가?’
바이에른 뮌헨이 승점을 1점 앞섰기 때문에 아예 수비를 하며 골을 먹지 않는 경기를 하는 것이 상당히 합리적인 전술임에도 불구하고 그건 한지 플릭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4-2-3-1 전술을 좋아하는 그는 공격적인 풀백 사용에 도가 튼 대가였다.
그는 점유율보다는 공격 속도에 치중하고 강력한 전방 압박과 다양한 방식의 스위칭을 통해서 상대의 수비 조직을 흔드는 공격 중심의 축구를 지향하였다.
리그에서는 놀라운 성적을 보여주는 펩 과르디올라가 유독 챔피언스 리그만 가면 변칙적인 전술로 스스로 무너지는 것과는 다르게 한지 플릭은 꽤 뚝심이 있는 남자기도 했다.
또 그에게는 자신감이 있었다.
팀의 핵심 선수인 최준호와 엘링이 떠난다는 소식은 돌문에 의미 있는 혼란을 남길 것이라고.
최준호와 엘링의 계약 소식이 도르트문트나 첼시와 관련된 언론사가 아닌 스페인에서 나왔다는 건,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붙을 레알 마드리드 쪽에서 손을 썼다는 의미기도 했다.
중요한 경기에서 상대를 흔들어 놓기 위해 뭔 짓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는 건 한지 플릭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래서 우리는 홈 경기에서 공격적으로 나갈 것이다. 저들 공격진의 역습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지만, 공을 줘야 하는 선수를 막는다면 의미가 없어지겠지. 역습 시 후방에서 강력한 압박을 가해 21번이 크로스를 올리는 것을 막는 데 모든 힘을 쏟는다.”
**
“얼마 남지 않았군.”
마르코 로제는 홀로 감독실에 앉아서 멍하니 전술 판을 보았다.
정작 자기 손으로 키웠던 선수들이 대형 클럽으로 가는 건 기쁘면서도 아쉬움이 컸다.
구단 측에서는 계약 소식에 대하여 기자들에게 엠바고를 걸었지만, 스페인 쪽에서 소식이 터져 나오면서 선수들이 흔들리는 조짐도 보였다.
주장인 마르코 로이스와 그의 오랜 동료 마리오 괴체가 영리하게 팀을 안정시키고는 있었지만, 남은 두 결승전을 위해서는 좀 더 뭔가가 폭발해줘야만 했다.
“한지 플릭이라.”
마르코 로제가 재야에서 여러 구단을 기웃거리며 성장한 사례라면 한지 플릭은 거장 요하임 뢰브의 신뢰를 받은 후 독일에서 승승장구하는 전도유망한 감독이었다.
그리고 그 명성에 맞게 흔들리던 바이에른 뮌헨을 정상 궤도에 다시 올려놓았다.
그에 대한 자료가 많지는 않았지만, 마르코 로제는 한지 플릭이라는 사내에 대해 좀 알고 있었다.
독일 축구 협회에서 기술 분석 아르바이트를 하던 마르코 로제는 한지 플릭을 자주 볼 수 있었으니까.
“뚝심이 굉장하지. 다른 말로 표현하면 유연성이 없고.”
실제로 한지 플릭이 부임한 후 바이에른 뮌헨의 전술은 4-2-3-1 고정이었다.
원정이나 홈이나.
챔피언스 리그나 포칼 컵이나.
또한 좋은 선수들도 많지만, 그는 유독 몇몇 선수들만 중용하였다.
“빠른 템포의 공격 속도. 공격적인 축구.”
바이에른 뮌헨이 만약 전력으로 점수를 지키려고 들었다면 정말 어려운 경기가 될 테지만, 마르코 로제의 생각에 한지 플릭은 아주 공격적인 전술을 들고나올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도 멍청한 감독이 아니지.”
그렇다면 도르트문트의 역습을 분명 준비했을 것이다.
“빠른 발을 가진 선수들을 틀어막는 건 힘든 일이고, 그들에게 공이 가는 것을 막으려고 하겠지. 아니면 철저하게 오프사이드 트랩을 쓰던가.”
도르트문트를 여기까지 올려놓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최준호는 도르트문트의 약점이기도 했다.
그의 놀라운 패스가 없다면 공격을 쉽사리 풀어나가지 못한다는 점.
선수들이 그에게 너무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다음 시즌에는 마르코 로제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최준호를 전방에서부터 틀어막으려고 할 거야. 나라도 그런 방법을 쓰겠지.”
마르코 로제는 문득 토마스 투헬을 떠올렸다.
– 왜 그를 스트라이커로 쓰려고 하지?
– 내가 그걸 말해줘야 하는 의무라도 있나?
스승인 토마스 투헬이 볼 수 있는 걸 자신이 보지 못하는 건 짜증 나는 일이었지만, 어디를 가던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 내는 그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마르코 로제는 몸을 일으켜 21번이 적힌 자석을 떼어내어 최전방에 위치시켜 보았다.
“그들이 모르는 게 있지. 도르트문트에는 엄청난 유망주들이 득실댄다는 것을.”
마크로 로제는 22번이 적힌 자석을 떼어내어 최준호가 있던 위치에 두었다.
“쥬드 벨링엄.”
그는 보통 최준호의 교체 선수로 나왔지만, 훈련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매우 탁월했다.
– 저는 초이와 같은 플레이어가 되고 싶습니다.
보통은 레전드가 된 선수들을 꿈꾸며 실력을 올리지만, 쥬드 벨링엄은 옆에서 같이 숨 쉬고 있는 고작 한 살 더 많은 최준호를 자신의 우상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의 발전 속도는 최준호의 어린 시절과 거의 맞먹었다.
보통 공격력이 좋은 선수들이 수비 하는 것을 싫어하지만 쥬드 벨링엄은 그렇지도 않았고.
다만, 아주 어렸을 때부터 최준호가 보여준 냉철함, 차분함, 결단력, 판단력, 예측력과 같은 정신적 부분에서는 전혀 따라오질 못했다.
이건 시간이 흐르면 채워지는 부분이었고, 마르코 로제도 쥬드가 다급함을 느끼지 않게 설명하였다.
“그래도 여기서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는 선수야.”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최준호는 투톱으로 쓰기에는 아까운 능력들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그는 21번 자석을 밑으로 내리고 11번 자석(마르코 로이스)을 엘링과 같은 위치에 놓았다.
4-1-2-1-2 다이아몬드 전술.
‘발이 빠른 율리안 브란트와 쥬드 벨링엄이라면 풀백들을 도와 사이드를 커버할 수 있을 테고, 성장한 쥬드의 발을 한 번 믿어봐야겠군. 만약 바이에른 뮌헨이 내가 생각하는 전술로 나온다면 이건 아주 적절한 전술이 될 거야.’
마르코 로제 역시 이제는 명장 반열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감독이었다.
챔피언스 리그 3연속 본선 진출 4강, 4강, 결승.
포칼 컵도 한 번 들었고, 이번에 리그 우승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숱한 경험을 기반으로 바이에른 뮌헨에 대응할 만한 전략을 짠 마르코 로제는 스스로 만족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턱을 쓰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