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 the ground RAW novel - Chapter (170)
그라운드를 씹어 먹다-170화(170/184)
170화 마이스터 샬레(5)
하키미가 던진 공이 엘링에게 향했고, 엘링은 최준호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원터치로 공을 띄어주었다.
하지만 최준호가 받을 수 있을 만큼 좋은 패스를 주었다기보다는 급하게 공간에 넣는 패스를 주다보니 공이 살짝 뜬 채로 왔다.
엘링이 골을 잘 넣기는 하지만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여전히 미숙하였고, 최준호는 높게 온 공을 가슴으로 트래픽 하는 사이에 뒤늦게 뛴 알라바가 공을 뺏기 위해 다리를 넣었다.
“어딜!”
최준호는 알라바에게 공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 무릎으로 공을 찍어 올려서 간신히 피했고, 알라바가 이내 점프를 뛰어서 머리로 공을 쳐내려고 했지만, 최준호의 머리가 먼저 닿았다.
– 통.
머리에 맞은 공이 살짝 튕겨 앞으로 향했고, 최준호는 점프를 뛴 알라바에게 어깨를 넣어 그의 앞으로 위치하면서 내려오는 공을 다시 머리로 튕겼다.
순간 최준호의 머릿속에 기발한 생각이 떠올랐다.
– 통.
마치 물개가 공을 가지고 놀듯이 달리면서 머리로 공을 튕기며 드리블을 하는데, 당황한 알라바는 발도 닿을 수 없고, 몸싸움도 안되는 상황에서 저 공을 어떻게 뺏어야 하는 지 판단을 빠르게 하질 못했다.
“뭐해!”
보다 못한 보아텡이 달려들었지만, 최준호의 발은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 이미 들어가 있었다.
아마 이 경기장에 있는 누군가는 최준호가 어떤 이유로 물불을 가리지 않고 뛴다고 생각하겠지만, 최준호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팀에 가장 큰 도움이 될 지를 항상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슈팅 모션으로 들어가자 다급해진 보아텡이 성급하게 다리를 들어올렸다.
‘슈팅을 때리면 이 녀석에게 걸리겠는데. 여기까진가?’
최준호는 빠르게 결단을 하고는 몸을 한 발자국 더 전진시켰다.
슈팅이 아니라 페이크를 쓴 최준호.
보아텡은 발을 거둬들이지 못했고, 최준호는 그의 발에 가슴을 채여 그라운드를 구르고 말았다.
– 삑!
“아니야! 이건 고의가 아니야!”
전반전에 엘링을 수비하다가 노란 카드를 하나 받은 보아텡은 사색이 된 표정으로 주심에게 설명하려고 했지만, 주심은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뒷주머니에 넣었다.
“아니야! 진짜 아니라고!”
주심의 손에서 주저 없이 노란 카드가 나왔다.
“발이 너무 높았어.”
그리곤 또 한 장의 카드를 꺼냈다.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이 모두 주심에게 몰려와 항의를 하였고, 알리안츠 아레나에 모여 있는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은 모두 머리를 붙잡고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숨이 멎을 때까지 달린다는 말은 취소해야겠네.”
르네 마리치가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상황에서 파울을 유도할 줄이야.”
“···그게 저 녀석의 축구지··· 소름 돋을 정도로 무서운 축구야.”
하지만 부상의 위험이 있었기에 마르코 로제는 조마조마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달려나간 의료진의 수신호를 기다렸다.
“교체할까?”
“조금만 더 기다려보지.”
다행스럽게도 팀닥터가 문제 없다는 수신호를 보냈고, VAR 실에서도 최종 판단이 나왔다.
결국 제롬 보아텡은 억울하다는 제스처를 취하며 경기장 밖으로 나가야 했고.
한 골을 추격하며 분위기를 띄우던 바이에른 뮌헨에게는 정말 최악의 상황이었다.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도르트문트의 응원가가 엄청나게 크게 울리는 것은 모든 것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바이에른의 감독 한지 플릭은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경기장을 떠나는 제롬 보아텡을 멍하게 보는 사이.
페널티킥 제1키커인 마르코 로이스가 공을 들고 페널티 에어리어로 향하다가 최준호에게 다가왔다.
“초이.”
“네. 주장.”
마르코 로이스는 자신이 들고 있는 공을 최준호에게 건네 주었다.
그리곤 최준호와 눈을 맞추고는 두 손을 그의 어깨에 올렸다.
“······”
“오늘은···”
“······”
“네가 주인공이다.”
**
제롬 보아텡의 스파이크에 채인 부분이 시큰거릴 정도로 타박성을 입긴 했지만, 슈팅을 차는 대는 방해가 될 수 없었다.
최준호는 공을 잔디에 가만히 내려놓고는 뒤로 서너걸음 물러섰다.
토마스 뮐러와 함께 독일의 또라이 삼총사 중 하나인 마뉴엘 노이어가 무릎을 꿇은 채 골대를 잡고서는 기도라도 하는 듯 눈을 감고 중얼중얼거렸다.
최준호는 페널티 킥 양보를 해 준 마르코 로이스를 보았다.
마르코 로이스가 고개를 끄덕였고, 최준호도 고개를 가볍게 숙이고는 몸을 돌려 잠시 하늘을 보고는 눈을 감았다.
한 명은 골대를 잡고 한 명은 하늘을 보고.
– 삑!
묘한 광경이었지만, 심판의 휘슬에 둘은 동시에 눈을 뜨고는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최근 페널티킥 선방이 매우 좋은 마뉴엘 노이어였지만, 상대는 최준호였다.
그의 킥력은 이미 노이어 스스로가 세계 최고라고 인정한 선수였다.
‘어디로 찰 생각이냐!’
강력한 슈팅을 너무나 정확하게 때리는 선수라 예측해서 움직이지 않으면 골을 막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노이어는 순간 번뜩이는 생각이 들었다.
최준호가 도르트문트에서 페널티 킥을 찬 것은 3번 뿐이었지만, 모두 일반적인 킥들은 아니었다. 골키퍼들이 지레짐작하고 몸을 날렸고, 최준호는 대부분 가운데를 향해 가볍게 찼으니까.
결정을 지은 노이어가 골대 앞에서 자세를 잡자 최준호는 뒤로 5걸음 정도 물러났다.
중요한 순간이었다.
일단 이 골이 들어가면 팀이 승리할 확률이 매우 높았고, 이 슈팅이 들어가야 해트트릭을 하 수가 있었다.
사람들이 도르트문트가 19-20 시즌 분데스리가 우승을 차지했다는 걸 이야기할 때면 맹활약한 자신을 꺼낼 것이고, 그리고 승현이의 이름이 나오는 것.
호랑이는 죽어서 껍질을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 것처럼.
녀석의 이름이 세상에서 계속 숨쉴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 최준호는 온 신경을 공에 집중하였다.
‘변칙은 없어.’
순수하게 가장 잘 찰 수 있는 발과 방향을 설정한 최준호가 주심의 휘슬에 뛰기 시작했다.
아주 빠르게.
“···뭔?”
노이어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최준호는 생각을 수정할 틈도 주지 않았다.
– 뻥!
그리고 공이 임팩트가 되는 순간 노이어는 자신이 막을 수 없다는 걸 빠르게 깨달았다.
과장을 좀 보태면 불빛에 비친 물 묻은 축구공이 마치 총구에서 출발한 탄환 같다고 느껴졌고, 그 공은 반응할 틈도 없이 오른쪽 골대 구석에 쳐박혔다.
– 철렁!
골대 근처에서 스피드건으로 재고 있던 경기장 스태프는 LCD 창에 뜬 수치를 보고는 입을 크게 벌리고 말았다.
48.5m/s
페널티 킥은 골대에서 11m 떨어진 거리에서 차는 슈팅이었다.
그런데 날아온 공의 평균 속도가 저렇다면 0.22초만에 골대 안을 히집고 들어온 것이다.
사람이 공을 보고 뇌에서 판단한 후에 몸을 움직이기 까지는 0.25초가 걸렸으니까··· 몸을 날려 저 구석에 도달하는 시간까지 생각하면다면···노이어처럼 꿈쩍도 못하고 골을 먹는 게 당연한 수치였다.
브라질의 전설적인 윙백 호베르트 카를로스가 세운 세계 신기록이 41.6km/s 였으니 이 수치가 도무지 믿기지 않을 수밖에.
최준호는 골라인을 향해 뛰며 손가락 3개를 올렸고, 도르트문트 선수들은 펄쩍펄쩍 뛰며 최준호의 뒤를 쫓아 달렸다.
바이에른 뮌헨의 경기장 알리안츠 아레나에는 도르트문트의 응원가 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 샬랄랄랄라 라라라라 샬랄랄라 라라
– 누가 독일의 챔피언인가? 바로 BVB 보루시아다!
안 그래도 핵심 수비수들이 줄줄이 부상 이탈한 상황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보아텡까지 퇴장을 당하고, 1-3으로 끌려가는 상황.
축구의 신이 돕는다고 하더라도 바이에른 뮌헨이 상황을 뒤집기는 어려워 보였다.
끝까지 눈을 부릅뜨고 선수들을 격려하던 한지 플릭이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고 저었으며, 마르코 로제는 정말 어린 아이처럼 펄쩍펄쩍 뛰며 스태프들을 얼싸 안았다.
“이겼다! 이겼어!!”
경기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마르코 로제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를 질렀다.
**
페널티 킥이 끝난 이후 최준호는 토마스 시아카와 교체가 되어 들어왔다.
남은 시간 바이에른 뮌헨은 1명이 빠진 상황에서도 무리하게 공격을 감행하였지만, 도르트문트의 역습에 당해 2골을 추가로 더 내주고 말았다.
엘링과 토마스 시아카가 1골씩 넣으며 경기는 결국 5-1로 도르트문트의 대승으로 끝나버렸다.
경기 MOM은 이 경기를 홀로 지배했다는 평을 받은 최준호였다.
3골 해트트릭.
평점 10.0 만점.
그리고 마이스터 샬레.
분데스리가 우승 트로피 증정식이 준비되는 사이.
경기장에는 도르트문트의 모든 선수들과 스태프들이 쏟아져 나와 우승 세레머니를 하였다.
붉은 색 알리안츠 아레나에는 돌문의 유니폼을 입은 꿀벌들이 남아서 함께 소리를 지르며 좋아했고.
지치고 슬픈 바이에른 뮌헨의 선수들 일부는 경기장에 엎어져서 울음을 터트리는 이들도 있었고, 그건 토마스 뮐러도 마찬가지였다.
“···뮐러.”
그런 뮐러의 앞에 정말 꼴도 보기 싫은 선수가 공을 들고 나타났다.
“걱정마! 약속은 지켜!”
“아니. 이 공에 오늘 뛴 바이에른 선수들의 싸인 좀 받아줄 수 있을까요?”
“우승을 결정지은 경기에 기념비라도 남길 셈이야?”
“아니요. 이 공의 주인은 따로 있어서요.”
이후 최준호와 몇 마디 나눈 뮐러가 몸을 일으켰다.
“젠장!”
그는 일어나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처음부터 이길 수 없던 내기였던 거야.”
“그래서 거절할 건가요?”
“이리 줘. 바이에른 뮌헨의 모든 선수 사인을 적으면 되는 거지?”
뮐러가 몸을 돌려 성큼성큼 걸어갔고, 최준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절반은 남겨둬요! 우리쪽 선수들 사인도 들어가야하니까!”
“싫은데?”
“야!”
공을 들고 냅다 뛰기 시작한 뮐러.
하지만 최준호는 다가온 기자들에게 잡혀 버렸다.
– 오늘 정말 놀라운 경기력 이었다. 어떤 다짐으로 경기에 임했는가?
토마스 뮐러가 라커룸으로 이어진 통로로 사라진 것을 본 최준호는 가볍게 한숨을 쉬고는 기자들을 보았다.
어떤 다짐으로 임했냐고 물어본다면 최준호는 잘 모른다였다.
결국 해트트릭의 의지를 꺾고 팀을 위해서 반칙을 얻어냈으니까.
마르코 로이스의 양보로 다시 이룰 수가 있었다.
– 난 오늘 도르트문트의 선수로서 할 수 있는 것을 했을 뿐이다. 다짐이라면, 꼭 해트트릭을 하고 싶었다.
– 해트트릭을 하고 싶은 이유가 있었나?
– 해트트릭을 한 선수에겐 그날 플레이에 사용되었던 공이 주어지기 때문이었다.
– 그 공 때문인가?
– 아직 묻지는 못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대답을 들을 수 없겠지만. 그 공을 받으면 기뻤을 거라고 생각했다.
– 무슨 이야기인가?
– 함께 삶의 일부를 나눴던 어떤 아이에 대한 이야기다.
**
마이스터 샬레.
크기 59cm.
무게 11kg.
트로피 앞면에는 1902년부터 분데스리가에서 우승한 팀들의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FC 바이에른이 총 32번의 우승, FC 뉘른베르크가 9번, 도르트문트가 8번···이제 9번 우승이 되는 도르트문트의 이름은 브레멘의 있는 장인에 의해 이름이 새겨질 것이다.
진품은 따로 보관되어 있었고, 클럽과 선수들에게 지급되는 트로피는 복제품으로 거기에는 우승자의 이름이 새겨져 있지 않았다.
주장인 마르코 로이스가 이 커다란 접시를 들고 단상에 올라갔다.
분데스리가 우승의 주역들과 스태프들이 모두 단상에 올라가 자리를 잡았다.
50여명이 넘는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포진하고 있었고, 마르코 로이스는 접시를 보다가 고개를 돌려 최준호와 엘링을 보았다.
이 둘이 없었다면 이번 시즌 도르트문트가 마이스터 샬레를 드는 일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과연 이 둘 만큼 이 접시를 들어올릴 자격이 있는 선수가 있을까?
“엘링. 초이.”
마르코 로이스의 말에 엘링과 최준호가 그를 보았다.
“둘이 같이 접시를 들어올려라.”
“그건?”
“······”
“어서.”
주장의 말에 엘링과 최준호가 접시 양쪽을 잡았다.
다음 시즌에는 저 녀석들이 도르트문트에 없었다.
새로 합류하는 선수들을 데리고 또 이 험난한 전쟁터를 헤쳐나가야 했고.
이 사진을 라커에 남겨두고 저 녀석들의 역할을 맡을 녀석들에게 도전 정신을 줄 생각이었다.
“자, 사람들 기다린다. 올려라.”
옆으로 비켜 선 마르코 로이스의 말에 엘링과 최준호는 서로 호흡을 맞추며 마이스터 샬레를 들어올렸다.
비는 경기 종료 즈음에 그쳤고, 하늘은 맑았다.
그리고 맥주통을 안고 있는 스태프들이 위에서 맥주의 비를 뿌렸다.
우리가 챔피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