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 the ground RAW novel - Chapter (171)
그라운드를 씹어 먹다-171화(171/184)
171화 그들의 이야기(1)
아른스베르크 현 도르크문트 시는 55만명이 살았다.
이들 중 43%인 24만명은 도르트문트의 팬이었다.
도르트문트 구단의 경기장 지그날 이두나 파크로 이어진 메인 스트리트에 있는 수많은 펍들은 오늘 하루 맥주는 무한대로 무료라는 슬로건을 내걸으며 축제를 열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거리에 나왔다.
11/12시즌 우승 이후 거의 9년만에 우승이었기에 그 분위기는 엄청났다.
소시지와 맥주 냄새가 거리를 뒤흔들 때에 인파들을 헤치며 천천히 나타나는 선수들을 태운 버스!
이라고 사람들이 연이어 외쳤다.
선수들이 탄 버스는 개조가 되어서 버스 위로 올라갈 수 있었는데, 구단에게 주어지는 마이스터 샬레 복제품을 든 선수들이 즐비하게 서 있었다.
그들이 마이스터 샬레를 흔들자, 거리는 완전히 광기가 가득한 환호성으로 가득찼다.
빌 솅클리.
전 리버풀 감독이 인터뷰에서 했던 이야기처럼.
축구는 생사만큼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생사보다 더 중요한 문제다 라는 것처럼.
그 광경은 마치 엄청난 승리에서 생사를 뛰어넘은 승리를 한 것처럼 열기가 엄청났다.
10년에 한 번 할까말까 한 챔피언이었으니까.
버스가 구단에 도착할 때까지는 40여분이 걸렸고, 선수들 중에 그 누구하나 맥주에 뒤집어 쓰지 않는 이들이 없었다.
**
도르트문트 19/20 시즌 분데스리가 우승!
최악 오프닝을 최고의 피날레로! 도르트문트 우승!
도르트문트 디펜딩 챔피언 바이에른을 꺾고 9년만에 분데스리가 우승!
···
1년에 이적금, 운영금 포함하여 30조원 가량 정도 되는 자금이 왔다갔다하는 축구 시장이었다.
이 분데스리가 리그로 인해 얼이나는 저변의 자금까지 합하면 150~200조가 1년에 왔다갔다한다.
이렇게 돈이 되기에 수많은 언론사들이 달려들고, 수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다.
그리고 이번 분데스리가 리그를 통해서 탄생한 아주 뛰어나며, 아주 빼어난 별!
마지막 경기에서 도로트문트를 실제로 우승을 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최준호에 대한 관심은 이제 독일 뿐만 아니라 전 유럽과 아시아까지 뻗어나갔다.
언론에서는 이제···
단순하게 어시스트를 잘하는 선수.
중원에서 팀의 빌드업을 완벽하게 하는 선수.
공수겸장.
이니 하는 수식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놀라운 득점력을 갖춘 공격수.
이탈리아에서는 판타지 스타.
영국에서는 차세대 슈퍼 크랙이라는 별칭을 달기 시작했다.
그만큼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에서 최준호가 보여준 모습이 꽤 충격적이었다.
양창명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유튜버 채널을 열었다.
최준호의 활약이 엄청날수록 초창기부터 최준호를 밀착 취재해온 그의 채널은 점점 규모가 커졌다.
이제는 구독자 100만명을 넘은 밀리언 채널.
한국인이 45%, 외국인이 55%.
송출되는 영상에는 영어와 독일 자막이 같이 붙어나갈 정도로 세계적인 채널이 되었다.
그는 우승을 결정지은 경기에 대해 설명을 하다가 어떤 댓글을 보았다.
– 최준호 선수가 이번에 발롱도르를 수상할 수 있을까요? 이번에 시상 기준이 바뀌면서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19-20 시즌 들어가기 전에 프랑스 풋볼 지는 발롱도르 수상 기준을 이제 연도별이 아니라 시즌별로 한다고 하였다.
시즌이 끝난 직후 통계를 집계하고 세계에서 축구에 가장 영향력이 많은 사람들 100명을 선정하여 그들로부터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선수를 발롱도르로 선정하기로 했다.
발롱도르 시상은 매년 7월 1일.
양창명은 컴퓨터에서 정리된 파일 하나를 열었다.
분데스리가에서는 23골 26어시스트.
포칼 컵에서 2골 4어시스트.
챔피언스 리그에서 4골 6어시스트.
이번 시즌 29골 36어시스트.
물론 리오넬 메시가 51골 42어시스트를 하면서 스탯상으로는 압도적이었지만, 리오넬 메시는 이번에 이렇다할 트로피가 없었다.
호날두가 유벤투스로 이적 후 리빌딩 첫 시즌을 시작한 레알 마드리드는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리오넬 메시가 있는 바르셀로나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코파 델 레이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가 컵을 들어올렸고, 챔피언스 컵에서는 올림피크 리옹에게 깨지면서 무관이었다.
그 뒤로 49골 23어시스트를 한 유벤투스의 호날두가 있지만, 유벤투스 역시 이번 시즌에서는 무관이었다.
인테르와 승점 1점차를 두고 우승 경쟁을 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경기에서 <무조건 공격! 죽어도 공격!> 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아탈란타 BC에게 덜미를 잡히면서 인테르에게 우승을 내어주고 말았다.
그 뒤로 48골 28어시스트를 한 파리 생제르맹의 킬리안 음바페는 일찌감치 리그 우승을 달성하였지만, 쿠프 드 프랑스에서는 영원한 맞수 마르세유에게 우승을 내어주었고,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도르트문트에게 깨졌다.
그 다음이 43골 14어시스트를 한 엘링 홀란드.
엘링은 이번 시즌 해트트릭만 7번을 하면서 호날두를 잇는 차세대 골게터로 명성을 얻고 있었다. 도르트문트를 우승으로 견인하고 챔피언스 결승에 내보낸 공로로 유력한 발롱도르 후보로 떠올랐다. 이번 챔스 리그 우승까지 한다면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었다.
그 밑으로 영국에서 득점왕을 차지한 토트넘의 해리 케인이 39골 24어시스트로 뒤쫓고 있었지만, 토트넘의 성적을 볼 때 발롱도르 수상은 어려워 보였다.
레알 마드리드의 카림 벤제마가 36골 21어시스트를 하였지만, 2년 전에 그가 프랑스 대표팀 경쟁자였던 발부에나를 묻기 위해서 벌인 범죄 행각 때문에 챔피언스 리그에서 우승을 해도 발롱도르를 들 것이라는 기대는 그 누구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크 호스 최준호.
29골 36어시스트.
레알 마드리드와의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남겼기 때문에 공격 스탯을 더 쌓을 수 있었다.
또한 그는 교통사고로 큰 위험에 처할 뻔한 아이를 구한 미담이 있었고, 팀의 중추로서 분데스리가 우승을 시켰다.
만약 챔피언스 리그 우승컵을 든다면···.
“그래도 힘들지 않을까 싶네요.”
누군가는 발롱도르가 오로지 실력만 보며 투표하는 것이 아니라 인기 투표라고 하지만, 그래도 객관적인 기록의 중요성을 가장 따지는 상이었다.
“우승을 한다면 많은 득점을 한 엘링 홀란드에게 더 많은 표가 갈 수 있습니다.”
부상 여파가 없었다면, 그래서 시즌 초부터 지금과 같은 활약을 하면서 좀 더 많은 경기를 뛰었다면, 아마도 유력한 발롱도르 후보는 최준호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는 양창명이었다.
“하지만···.”
바로 평점이었다.
보통은 스탯과 평점이 비례하지만 최준호의 평점은 그렇지 않았다.
이번 시즌 소파스코어에서 부여한 평점을 평균으로 하여 순위 별로 나열하면.
1위 최준호 평점 8.95
2위 케빈 데 브루이너 8.03
3위 리오넬 메시 7.99
4위 킬리안 음바페 7.78
5위 엘링 홀란드 7.71
···.
최준호가 그냥 압도적이었다.
스탯은 부족하지만 경기에서 그만큼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것.
스탯도 중요하지만, 우습게도 발롱도르의 수상 기준 자체가 투표식이었다.
그의 경기를 보고 탄성을 터트리지 않을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리오넬 메시와 호날두가 번갈아 가며 차지했던 발롱도르를 18/19 시즌에 레알 마드리드의 루카 모드리치가 탔다는 걸 떠올린다면,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루카 모드리치의 공격 스탯은 경기를 모두 통틀어 20/20 에도 도달하지 않았지만, 그가 레알 마드리드의 중원에서 펼친 활약은 그야 말로 모든 축구 팬을 탄성시킬만한 것이었고, 최준호의 이번 활약은 그런 모드리치에 비견된다는 것이 양창명의 생각이었다.
– 결국 누가 탈 지 모른다는 뜻이군요?
한 댓글에 양창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뚜껑을 열기 전까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
바이에른 뮌헨과 도르트문트의 경기가 열리는 날.
토마스 투헬은 그 경기장에 있었다.
아내와의 이혼 도장을 찍고서 곧바로 경기장으로 향했던 것이었다.
아이들은 아내가 키우기로 했고, 토마스 투헬은 법정에서 상당한 수준의 양육비와 위자료를 제공하라고 판결을 받았다.
그는 스스로를 <정상이 아니다> 라고 공식적으로 언급할 정도로 독특한 사람이었지만, 이별의 아픔마저 무시할 만한 사람은 아니었다.
마음이 텅빈 듯한 그가 유일한 위안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축구였고, 그는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게 낡은 외투와 깊숙한 모자를 쓰고 가장 뒷좌석에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오늘 그의 눈에 비친 최준호의 모습은 확실히 평소와는 많이 달랐다.
후방이나 중앙에 있을 때 최준호는 확신이 서지 않으면 절대로 무리하지 않는 플레이를 했다.
그런 보수적인 플레이를 하다가 확실한 기회가 왔을 때는 절대로 놓치는 법이 없었고.
한마디로 거의 실수가 없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였다.
그러나 그 날은 달랐다.
그는 골을 넣기 위해서 집요하게 움직였다.
골키퍼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빼어낸 후 슈팅을 때렸을 때는 무거웠던 마음이 홀가분해지는 느낌이었다.
자신의 머릿속에 그토록 그리던 그런 움직임이었다.
최준호가 자신이 원하는 그 움직임을 가져오기 전까지는 2~3년은 족히 걸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분명히 오판이었다.
두번째 터진 트리 벨라 골은 유스 시절부터 투헬의 감탄을 터트리게 만든 스킬이었고, 이제는 완벽에 가까워진 모습이었다.
항상 그 기술을 쓰기 전까지 박자를 잡기 위해서 잔발로 여러 번 디딛는 다던지, 패스 줄곳을 두 세번씩 보았는데, 이번에는 그런 움직임 자체가 없었다.
너무나 자연스럽게 패스하듯 골로 이어진 트리 벨라.
최종 수비 지역까지 가담해서 골로 이어지는 공을 걷어내는 건 분명 마르코 로제가 원하는 전술은 아닌 듯 싶었지만, 어쩌면 결정적으로 도르트문트가 우승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리그에서 우승을 거머쥐는 팀은 늘 그렇듯 수비가 가장 좋은 팀들이니까.
그리고 마지막 페널티 킥을 얻어낸 그 동작은 진정으로 투헬이 원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욕심이 아니라 팀을 위한 플레이.
이 경기가 끝나고 곧바로 영국으로 넘어온 토마스 투헬은 모두가 휴가를 떠난 비어 있는 클럽 하우스에서 홀로 전술판을 보았다.
“축구도 모르는 여자가 선수 보는 눈은 있어.”
토마스 투헬은 선수 영입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외면하고 있었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은 전술을 짜고, 선수들을 훈련 시키고, 경기장가 진행되는 동안 무언가를 생각해내고 그걸 실현시키는 것이었다.
사회성이 떨어지는 그가 사람을 잘 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다만 최준호 만큼은 꼭 데려오고 싶었다.
재능이 아무리 뛰어난 선수들도 숙성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했다.
정신적인 숙성.
어려운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말아야 하고, 감독의 지시가 자신의 의도와 맞지 않더라도 수행할 수 있으며, 위험한 실수의 빈도가 적어서 팀의 승리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그런 정신적 능력.
빅 클럽들이 25세 이상의 선수들을 좋아하는 이유기도 했다.
그런데 최준호는 이미 15살 때··· 그러니까 토마스 투헬의 눈에는 이 정신적 능력이 완성된 것처럼 보였다.
그런 선수들은 기복없이 꾸준하게 실력을 키우는데, 예상처럼 맞아 떨어졌다.
최준호는 거의 모든 선수들이 겪는 슬럼프나 기량 하락, 정신적 문제들을 전혀 겪지 않았다.
지금 첼시가 사용하고 있는 전술은 4-2-3-1.
자신이 오기 전부터 이미 영입 계약이 완료된 티모 베르너를 최전방 공격수로 쓰자는 의견이 많았지만, 투헬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일단 티모 베르너의 골 결정력이 너무 낮았다.
그는 스트라이커보다는 2선에서 빠른 침투, 연계 플레이를 통해서 도움을 주는데 더 특화가 된 선수였다.
RB 라이프치히에서 그가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분데스리가에서 우승 경쟁을 펼칠 수 있었던 이유는 양희찬과의 콤비 플레이 때문이었다.
그런 선수를 최전방에 놓게 된다면 득점에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첼시가 보유하고 있는 선수들은 발기술과 패스 능력이 매우 좋은 선수들이었지만, 대다수 아쉬운 득점력을 보이고 있었다.
“초이의 스탯을 보면 매우 놀랍지.”
바이에른 뮌헨과의 경기에서 최준호는 단 세 번의 슈팅을 쐈다.
그리고 세 번의 슈팅을 모두 골로 연결시켰고.
그에게 많은 슈팅 기회가 오면 올수록 득점할 확률이 커진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토마스 투헬은 전술판에 있는 말들을 흐트려 트렸다.
그리고 그가 최종적으로 완성한 전술은 4-3-3-0.
제로톱 전술.
폴스 나인(일명 가짜 스트라이커) 세 명을 2선에 배치하는 것이었다.
첼시에는 제로톱을 쓸 수 있는 자원이 너무 많았다.
제이슨 마운트, 크리스티안 풀리시치, 최준호, 이번에 영입되는 티모 베르너, 플로리안 비르츠까지.
더군다나 제이슨 마운트, 풀리시치, 최준호는 중앙 미드필더들과 스위칭 플레이를 펼칠 정도로 완벽한 미드필더 역할을 해줄 수가 있었다.
이들의 발기술과 완벽한 패스웍. 더군다나 최준호가 보여준 그 완벽한 전방 압박 플레이까지 가동이 된다면!
여기에 최준호가 높은 확률로 기회를 골로 연결시켜만 준다면.
“나의 팀이 어떻게 하면 패배를 당할 수 있을까?”
그것이 고민이었다.
**
도르트문트의 리그 마지막 경기가 끝나고 이틀 뒤.
세상에는 최준호와 승현이의 이야기가 언론을 통해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