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 the ground RAW novel - Chapter (181)
그라운드를 씹어 먹다-181화(181/184)
181화 황금 축구공의 주인(1)
– 도르트문트 희박한 확률을 뚫어내고 빅이어를 들어 올리다!
– 챔스 결승전 MVP 최준호!
– 챔피언스 리그 최우수 선수 최준호 선수 선정! 동양인 최초!
– 챔스 결승전 한 경기 5골! 세계 최고 기록 갱신!
– 원맨쇼 최준호! 빅이어를 들어 올리다!
···
챔피언스 리그가 끝난 직후 유럽의 언론사들은 관련된 기사를 쏟아내었다.
그들의 기사에는 라는 단어가 꼭 들어가 있었고, 한동안은 유럽의 거의 모든 온라인 언론사의 실시간 검색 순위 1위에 꼽힐 정도였다.
각종 커뮤니티에는 최준호의 득점짤들이 밈이 되어 유행처럼 번졌고, 수많은 전문가들은 메시와 호날두 시대가 끝나면 그들의 뒤를 이을 선수로 최준호가 아주 유력하다고 자신감 있게 말할 정도였다.
심지어 평소 최준호가 입고 다니는 츄리닝이나 신발, 모자와 같은 패션 아이템까지 매출이 단기적으로 3~5배까지 급등할 정도로 슈퍼 스타 신드롬을 만들어 내었다.
– 후, 믿을 수 없군. 내가 등장했을 때보다 더 시끌벅적해. 짜증나네.
크리스티우나 호날두의 트위터 계정에 한 줄의 소감은 여기에 양념을 쳤고, 리오넬 메시도 경기가 끝난 직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글을 남겼다.
– 조별 리그에서 붙을 때 부터 난 이미 알고 있었지. 그가 놀라운 역사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그는 충분히 그럴만한 선수야.
유벤투스의 사령탑 조제 무리뉴도 입방구 끼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 세계 축구 기록을 모두 다 갈아치우고 있군. 정말 미치도록 함께 하고 싶은 선수!
줄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의 트위터 계정도 눈길을 끌었다.
– 정말이야? 그는 얼마전까지 나와 게임을 즐겼다고.
브라질의 레전드이자 최준호의 팬이 된 히바우도 그 행렬에 동참했다.
– 그는 고작 20살이야. 우리는 얼마나 더 위대한 것을 보게 될 것인가?
맨유의 레전드인 알렉스 퍼거슨 경도 자신의 생각을 공개했다.
– 그가 보여준 승리에 대한 집녑과, 불굴의 의지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정신은 모든 축구 선수가 본 받아야한다. 맨유는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 모든 초첨을 초이의 영입에 맞추어야 할 것이다.
양창명은 최준호 스페셜 특집 편을 준비하면서 위와 같은 수많은 자료들을 모았다.
원래는 기사 제목으로 쓰려고 했지만, 천박하다는 이유로 국장에게 대차게 까였기 때문에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제목으로 썼다.
– 그라운드를 씹어 먹다.
최준호는 말 그대로 축구 생태계의 교란종이었고, 모든 기록들을 죄다 갈아치우는 중이었다.
월드컵에서 챔피언스 리그까지.
심지어 2년 뛴 분데스리가의 기록마저 절반 이상을 바꿔놓았다.
이제는 축구를 잘한다 수준이 아니었다.
복싱이라는 단어를 말하면 마이크 타이슨이나 알리 같은 전설을 떠올리고, 농구라는 단어를 말하면 마이클 조던이나 르브론 제임스 같은 이들을 떠올리듯이 이제 축구는 최준호와 동격처럼 대우를 받고 있었다.
– 마지막 슛은 솔직히 개운빨 아니야? 너무 빨아주는 거 아니야?
– 그 몸으로 거까지 뛰가지 않았으면 슈팅할 기회도 없었어.
– 세계가 인정한 슈퍼 스타인데, 니 레알이냐?
– 한 경기 잘 뛰었다고 저 난리는 솔직 오버 아니야?
···
물론 사람들이 흥분한 것은 단 한 경기에서 준 충격때문이지만, 도르트문트 유스에서 데뷔할 때부터 그를 찰거머리처럼 밀착해서 취재하고 분석한 양창명은 이런 활약이 단 한 경기에 국한되지 않다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양창명은 공개 허락을 얻은 영상 짤막한 영상을 하나 띄웠다.
– 어, 이게 뭔가요?
– 최준호랑 그 패거리들인데?
– 김이 모락모락 나는 거 보니 그거다.
– 옛날 영상?
– 밑에 날짜랑 시간 봐라. 챔스 결승전 끝난 날인 거 같은데.
– 이야···. 경기 끝나고 술 먹고 날뛸 줄 알았는데, 얼음찜질! 미친!
– 캬.
– 씨발 니가 진정한 챔피언이다.
– 와 보통 사람은 아니네.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이 끝나고, 새벽에 독일로 복귀한 최준호는 늘 그렇듯 얼음 찜질기에서 동료들과 몸을 풀었기 때문이었다.
김우영, 엘링 홀란드, 토마스 시아카, 아모스···.
“사실 그렇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운이 따라주어도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건. 이 날 최준호 선수랑 개인적으로 인터뷰를 좀 했습니다.”
양창명에게만 주어지는 특권 같은 것이었다.
최준호가 유일하게 믿고 맡기는 기자.
양창명은 집이 아니라 도르트문트 클럽의 시설로 향하는 최준호는 그런 모습이었다.
우승에 들뜬 모습은 아니었고, 차분하게 대답하는 것도 그렇고 저 먼 곳을 향해 있는 눈빛도 그렇고.
이번 우승으로 끝날 선수는 분명 아니었다.
“이렇게 이야기하더군요.”
양창명의 말에 댓글 창이 마치 멈추듯 조용해졌다.
<이제부터 시작이죠. 나의 이야기는.>
**
19/20 챔피언스 리그가 종료된 이후.
프랑스 풋볼 지는 본격적으로 발롱도르 수상 일정에 착수했다.
상위 100개 구단의 감독과 주장, 그리고 가장 영향력 있는 기자 100명에게 발롱도르 질문지가 배부가 되었다.
첼시의 감독 토마스 투헬 역시 이 질문지를 받았다.
투헬은 이 질문지를 받을 때마다 쓰레기통에 쳐넣곤 했는데, 이번에는 휴양지인 스페인 마요르카 섬의 숙소 탁자에 올려다 놓고 가만히 쳐다보았다.
축구는 철저한 팀 스포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선수의 우열은 가리기 힘들다라고 생각하는 철학이었지만,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에서 보여준 최준호의 모습은 뭔가 달랐다.
얼마 전 정신감정 프로그램에서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89%> 라는 결과물을 받을 정도로 감각에 의한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투헬은 그 결승전을 떠올리자 마음 한 구석이 뭔가 끄응하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는 시선을 돌려 노트북으로 눈을 돌렸다.
FIFA 통계사이트.
“전후반 뛴 거리 17.2km. 최고 순간 속도 35.6km/h, 패스 성공율 97%(97/100), 태클 성공률 75%(3/4), 슈팅 방어 2회, 공중볼 경합 성공율 80%(4/5), 유효 슈팅 71%(5/7), 5골···.”
선발 멤버 모두가 월드 클래스 선수들로 구성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기록한 통계는 도무지 믿겨지지 않는 수치였다.
사이코패스가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맞지만, 사이코패스들은 자신의 이성적인 감정을 느끼는 편이었다.
이 감정들은 일반인과 별 다를 것이 없었는데, 투헬이 느끼는 감정은 경이로움이었다.
“멋진 수치야.”
그 동안 수많은 팀을 맡아서 많은 선수들을 지도했지만, 이런 수준의 통계는 본 적 잆었다.
공수 양면으로 이렇게 완벽한 스탯은.
이게 한 경기 뿐이냐?
그렇지도 않았다.
바이레른 뮌헨을 상대로는 더 훌륭한 수치를 기록했으니까.
보통의 사람들은 골 장면을 보며 쾌감을 느끼지만, 토마스 투헬은 이 기록을 보며 쾌감을 느꼈다.
리오넬 메시나 크리스티우나 호날두에게는 느껴 보지 못했던 이성적 감정에 쉽사리 질문지를 찢지를 못했다.
그들은 골을 정말 잘 넣고 사람들을 열광케 하는 플레이를 하지만, 둘 다 수비 고자들이었고, 그런 부분은 투헬에게 전혀 인상적이지 않았다.
보통 사람들은 10여분이면 적어서 보냈을 것을, 토마스 투헬은 반나절이나 생각을 하였다.
다행인 점은 그의 손에 들린 질문지가 쓰레기통으로 향하지 않았다는 것.
**
세르히오 라모스는 도무지 휴가의 기분을 즐길 수가 없었다.
결승전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야 했으니까.
한순간 통제되지 못한 자신의 행위 때문에 감독이 무리수를 두었고, 그 무리수에 말도 안되는 장거리 슈팅까지 들어가는 불운까지 겹쳐서 패배를 당했으니까.
그는 2010년 11월 30일에 열린 엘 클라시코에서 리오넬 메시의 정강이를 발로 차고, 말리러 온 고참 카를로스 푸욜의 싸대기를 가격한 대형사고를 치면서 ‘폭력배’로 통하였다.
이전과 이후로도 레알 마드리드 경기에서 싸움이 벌어졌다하면 꼭 주범은 세르히오 라모스였고.
하지만 그는 축구에 대한 승부욕과 열정 때문에 그런 일을 벌일 뿐이었다.
승리를 하기 위해서 더러운 짓도 가리지 않는 최준호와 마찬가지로.
그 역시 축구를 신성하게 여겼고, 실력을 최고로 생각했다.
동료였던 메수트 외질이 조제 무리뉴에게 부당한 폭언을 듣고 교체되어 버리자, 라모스는 자신의 유니폼 안쪽에 메수트 외질의 유니폼을 껴 입고 경기를 뛰었다.
골이라도 넣었다면 윗통을 벗고 이 사건을 공론화시킬 심산으로.
메수트 외질의 창의적인 패스는 월등한 수준이었고, 라모스는 그 실력을 존중하였다.
레알 마드리드의 주장인 자신에 온 발롱도르 지를 보던 라모스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올해 호날두가 빠진 공격진을 벤제마가 추스려서 잘 이끌었고, 기록도 좋았다.
같은 팀의 의리를 생각한다면 그를 써야겠지만.
리오넬 메시의 그림자가 머릿속에서 흘러다녔다.
‘참 상대하기 힘든 놈이야.’
그 묘한 변박의 드리블에 몇 번이나 농락을 당했던지.
하지만 그 그림자 위로 한 사내의 실물이 떡 하니 자리 잡았다.
이제 20살이 되어가는 어린 놈이 자신을 도발해서 퇴장을 당하게 했고, 그 중요한 경기에서 정말 말도 안되는 활약을 하는 동양인.
“아오! 생각하면 할수록 빡치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그리고 자신을 상대로 과연 누가 홀로 5골을 넣을 수 있을까?
더군다나 그는 공격만 하지 않았다.
온 몸을 다해 몸을 던졌고, 최종 수비 라인까지 올라갔으며, 전반전 끝나지도 않았는데 유니폼이 온통 흙투성이었다.
기록만 따진다면 리오넬 메시가 압도적이겠지만, 그 경기를 직접 치룬 라모스의 머릿속에서는 확실히 최준호의 모습이 좀 더 압도적이었다.
라모스는 질문지에 누군가의 이름을 쓰면서 중얼거렸다.
“다음에 만나면 이 새끼 조져버린다.”
**
“다 준비 됐어?”
5월 중순부터 6월 말까지 이어지는 축구 선수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달콤한 순간.
바로 휴가.
하지만 최준호는 쏟아지는 광고 때문에 바쁜 일정을 보내야 했다.
이사도 가야했고.
김동현의 도움으로 북런던에 위치한 집 인테리어는 모두 끝났고, 레아가 먼저 그곳으로 향했다.
독일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떠나는 날.
토마스의 짐을 실은 트럭이 이미 도착해 있었고, 최준호의 집 주변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원래 떠날 때는 있는 듯 없는 듯 떠나는 게 이적하는 선수들의 모습이지만.
마지막으로 몇 가지 짐이 담긴 백팩을 메고 집밖으로 나온 최준호는 거리에 몰려 있는 사람들을 보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동네 사람들, 도르트문트 팬클럽, 그리고 마르코 로이스를 비롯한 1군 선수들···
“아니, 즐거운 휴가를 가야할 분이 왜 여기 있어요?”
“우리도 너 만큼이나 바빠서 휴가를 즐길 시간이 없었거든.”
그 중에 서 있던 마르코 로이스가 방긋 웃는 얼굴로 최준호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낙서가 잔뜩 되어 있는 축구공을 건네 주었다.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선수들과 스태프들의 사인이야.”
“······”
“고마웠다.”
“다음에 만나면 고맙지는 않을텐데요?”
그 말에 마르코 로이스와 주변 사람들이 같이 웃음을 터트렸다.
“나중에 원정오거든 클럽 하우스에 놀러와라. 특별하게 이야기해서 네 출입은 막지 않을 거니까.”
“막는 게 좋을 건데요?”
“하하하.”
“넌 여전하구나.”
“아이, 참 사람들이 조용히 가려고 했는데.”
독일 현지에서 최준호의 별명은 Held(영웅)였다.
타국 사람을 그렇게 대하는 건 좀 이상하긴 했지만, 도르트문트 팬들과 사람들에게는 그 별명만큼 어울리는 별명이 없을 것이다.
잔뜩 걸린 현수막에는 이라고 걸려 있었고, 최준호는 울컥하는 기분에 볼에 바람을 넣어 빵빵하게 만들었다.
마르코 로이스가 고개를 숙여 최준호의 귓가에 대었다.
“만약에 네가 발롱도르가 된다면 내 덕이다라고 생각하고, 독일에 와서 바베큐 파티 열어라.”
“······”
마르코 로이스는 그렇게 귓속말을 하고 비켜주었고, 최준호는 한 발자국씩 움직이면서 늘어선 사람들과 가볍게 악수를 하였다.
그 마지막에는 김우영이 서 있었다.
“진짜 가냐?”
“그럼.”
“잘 가라.”
“우리 우정이 고작 그 정도야?”
“아니지. 다음에 경기장에서 만나면 알지? 다리 몽둥이를 분질러 버릴거야.”
“아이쿠. 무서워라.”
꽤 무서운 말을 주고 나누었지만, 최준호와 김우영은 격렬하게 포옹을 하고는 바로 떨어졌다.
그리곤 몸을 돌려 늘어선 사람들을 보았다.
5년 가까이 적을 두었던 도르트문트였다.
계획한대로 이룰 것은 다 이루었고, 얻을 것도 다 얻었다.
하지만 늘상 헤어지는 것은 어렵고 심난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해피 엔딩으로 헤어지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최준호는 씩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럼 갑니다! 안녕!”
**
그렇게 시간이 흘러 7월.
“그 사이코는 심장병으로 안쓰러졌다는 군.”
“으아!!! 지옥이 시작되겠구나.”
신나게 휴가를 즐기고 온 프로 선수들에게는 프리시즌이라는 지옥이 늘 기다리고 있었고, 그건 20/21 시즌도 여지가 없었다.
“근데 쟤들은 뭐지?”
북런던.
해머스미스 앤 풀럼 구에 위치한 첼시의 스타디움.
스탬퍼드 브릿지.
그 안쪽에 있는 클럽 연습장에서 4명의 선수들이 이미 공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머리 색깔과 피부 색깔도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젊은 선수들이었다.
“이적생들이네.”
“그 녀석도?”
그 녀석이라는 말에 첼시 선수들의 시선이 한 동양인에게 쏠렸다.
조금은 머리가 더 길어진 장발에 퍼머를 한 선수가 눈에 들어오자 제이슨 마운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연습 벌레라는 말은 들었는데. 오리엔테이션 하기도 전에 저렇게 젖어 있네.”
“이거 괜시리 긴장되네.”
풀리시치가 눈에 힘을 주며 중얼거렸다.
“왜 밀릴까봐?”
“젠장.”
“별 수 있냐? 우리도 열심히 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