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 the ground RAW novel - Chapter (23)
그라운드를 씹어 먹다-23화(23/184)
23화 도르트문트 유겐트(3)
“푸하하하!!!”
아모스가 두 손을 번쩍 들며 승리의 괴성을 터트렸다.
“아 영광의 독일이여!!!”
아모스의 추종자들 역시 들뜬 표정으로 시끄럽게 떠들었다.
“…뭐냐?”
김우영이 시큰둥하게 중얼거렸고, 토마스는 게임이 펼쳐지는 화면이 신기한 지 말도 없이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아, 져 주는 게 더 힘든 거 같네.’
최준호는 속마음과는 달리 눈살을 찌푸리며 망연자실한 표정을 하였다.
“무슨 내기를 했더라?”
아모스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칫! 메뉴는 내가 고른다.”
최준호는 한숨을 쉬고는 승복하는 모양새로 대답했다.
“좋아. 승자의 아량으로 그 정도는 봐주지!”
‘아주 신이 나셨네.’
최준호는 생각보다 단순한 아모스를 보며 입을 열었다.
“Edeka Pelzer에서 6시에 만나자.”
“얘들아, 들었지? 6시까지 Edeka Pelzer 앞으로 나와라.”
“이옙!”
최준호는 노련한 배우처럼 풀이 죽은 표정으로 김우영과 토마스와 함께 휴게실을 빠져나왔다.
김우영이 입술을 쭉 내밀고 인상을 썼다.
“왜 저런 짓을 한 거야? 멍청하게?”
“멍청하다니? 계속 쟤네들이랑 모르는 체할 수는 없잖아.”
“어? 일부러 진 거야?”
“그런 셈이지.”
“진짜 이해가 안 되네, 저 자식들 꼬라지 봤잖아. 이겼다고 기고만장한 게 짜증이 나네. 다시 붙어서 다 박살을 내 버려.”
“그건 안 되지, 쟤네들 아마 생애 처음으로 한국 음식을 맛볼 기회인데.”
“…뭐?”
사람들과 가장 빠르게 친해지는 법은 함께 맛있는 것을 먹는 것이다.
최준호는 1860 뮌헨에서 선수로 뛰었던 시절을 떠올렸다.
그곳에서 동양인 용병을 견제하는 선수들과 친해질 수 있게 만든 것이 있었다.
보통 독일인들이 자주 먹는 건 소시지였다.
하얀 속살의 바이스부르스트, 소시지를 구웠다는 의미의 브랏부르스트, 더럽게 맛없는 프뢰첼, 돼지 관절 부위를 바싹하게 익힌 슈바인스학세…
대부분이 냄새와 기름기가 가득한 요리였다.
그들의 체취도 그런 식습관에서 기인하는 것이고.
많은 외국인이 최고의 한국 음식으로 꽃등심을 꼽지만, 자존심이라면 뒤지지 않는 독일 놈들은 그 꽃등심을 먹여줘도 시큰둥한 경우가 많았다.
반면 채소가 가득한 비빔밥 앞에서는 그야말로 자존심도 다 내려놓곤 허겁지겁 먹고서 한 그릇 더 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 음식을 먹으면 저 녀석들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 거야,”
“뭐야, 그럼 지금 벌인 일들이 저 녀석들과 친해지려고 일부러 한 거야?”
“내일 바이에른 뮌헨 U-19랑 경기가 있잖아. 후반에 출전해서 제대로 뛰려면 이 정도 노력은 필요하지.”
김우영은 최준호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 녀석 도대체 뭐지?’
김우영은 생각하지도 못하는 것을 생각하고 일을 꾸미는 재밌는 녀석이었다.
“자, 이제 씻고 밥 먹으러 가자.”
최준호는 김우영과의 대화를 하나도 알아들었을 리 없는 토마스에게 말했다.
“토마스. 내가 저녁 사줄게. 5시 30분까지 현관 앞으로 나와.”
“알았다!”
**
도르트문트와의 원정 경기가 끝나고 팀 동료들과 함께 먹었던 음식점이었다.
1940년대에 독일 광부로 간 1세대 한국인의 자녀가 운영하는 음식점으로 꽤 오랜 역사를 간직한 곳이었다.
“이게 뭐야?”
“메뉴는 내가 고른다고 했지?”
최준호는 비빔밥 10그릇을 시켰다.
“이게 뭐야? 이런 걸 어떻게 먹어?”
하여튼 고기가 아니면 먹을 것으로 보지 않는 독일 녀석들.
대답 대신 최준호는 들기름이 들어 있는 반찬통 뚜껑을 살짝 열었다.
거기서 흘러나오는 아주 고소한 냄새 때문인지, 독일 녀석들이 (아까와는 다르게) 눈을 크게 뜨고 내 손에 집중하고 있었다.
“우선 먹어보고 말해.”
우수한 민족이라고 꼴값 떠는 독일인들은 의외로 매운 음식에는 맥을 못 췄다.
그래서 좀 싱겁게 해줘야 맛있게 먹었다.
“레드 페이스트(고추장) 반 스푼, 기름은 이 스푼으로 2번~ 그리고 잘 비벼서 먹어봐.”
최준호가 직접 비빔밥을 만드는 걸 보여주자, 다들 호기심을 갖고 똑같이 따라 했다.
비빔밥을 한 입 넣은 최준호는 눈이 절로 감겼다.
‘아…. 정말…. 이 맛이지!’
김우영은 싱거운지 고추장을 한 술 더 넣었고, 비빔밥 한 입을 떠 넣은 토마스의 눈은 똥그래졌다. 매번 나오는 기름기 많은 음식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었다.
그리고 토마스만 그런 반응을 보인 게 아니었다.
“와우!”
마지못해 한 숟가락을 맛본 라이스 녀석이 감탄사를 뱉었다. 바로 입을 억지로 가리긴 했지만, 이미 흘러나온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그래…. 이럴 줄 알았지.’
아모스도 비빔밥이라는 것을 한 입 먹고는 너무 놀랐다.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은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존심 때문에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수저를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지는 건 자신도 인식하지 못한 모양이었다.
최준호가 절반쯤 먹었을 때, 6명의 독일 친구들의 비빔밥은 게 눈 감추듯이 사라졌다.
“…양이 너무 적은데?”
누군가 중얼거렸고, 최준호가 질문했다.
“더 먹고 싶은 사람?”
6명이 동시에 손을 들었다.
아모스는 멋쩍은 듯이 손을 올리고는 머리를 긁적였으나 다른 녀석들의 손을 보고 다시 손을 들었다.
“나도!”
토마스까지 손을 올리자 최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약속은 약속이니까.”
**
식사를 끝낸 후 일행들은 다시 숙소로 돌아갔다.
“넌 왜 그렇게 독일어를 잘하냐?”
아모스가 옆에서 걷고 있던 최준호에게 물었다.
“독일에서 축구 하고 싶어서 옛날부터 공부했어.”
“왜 하필 독일이냐?”
아마도 차범근 선수가 물꼬를 텄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국민 영웅이 될 수 있는 축구 선수가 나올 수 있다는 걸.
그렇기에 웬만한 유럽 국가보다 독일에서 비자 받기가 쉬웠다.
물론 최준호는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세계 최고의 유소년 시스템을 갖춘 나라잖아.”
그 말에 아모스가 한껏 도취한 표정을 지었다.
“맞아. 독일만큼 유소년을 잘 키우는 나라는 없지.”
“물론.”
“지금까지 축구를 하면서 아시아 애들은 여럿 봤지만 너 같은 녀석은 처음이야. 대부분 여자애처럼 얼굴을 붉히고 씩씩거리면서 결국 떠났는데.”
“하하 난 그런 성격이 아니야.”
“그러게, 근데 쟤는 축구가 아니라 격투기 하는 거 아니야?”
아모스가 토마스와 걷고 있는 김우영을 가리켰다.
하긴 그날 샤워장에서 날아다닌 게 김우영이긴 했으니까.
“축구에 목숨 건 놈이야. 그렇게 이야기하면 가만있지 않을걸?”
“그건 좀 사양해야겠네. 저 녀석에게 맞은 턱이 아직 얼얼하니까. 그런데 오늘 먹은 음식은 한국 음식?”
“어.”
“보는 거랑은 다르게 놀라운 맛이었어.”
“물론이지.”
“다시 봤다.”
“잘됐네.”
최준호가 먼저 주먹을 가볍게 내밀자, 아모스가 주먹을 쥐고 툭 쳤다.
“잘 먹었다.”
“알지? 그거 꽤 비싸다?”
아모스가 피식 웃고는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일행들과 함께 걸어갔다.
뭐, 밥 한 끼 먹었다고 죽마고우나 갑자기 형제가 되는 건 아니었다.
서로 날을 세우던 마음을 풀고 조금씩 편해지고 가까워졌다는 게 의미가 있는 거지.
“… 넌 다 계획이 있구나?”
김우영이 어둠 속에서 사라지는 아모스와 그의 일행을 보다가 최준호에게 물었다.
“어?”
“상황이 어째 다 네 의도대로 돌아가는 거 같은데?”
최준호는 웃음을 지으며 김우영을 보았다.
나이를 먹었다는 건 단순히 더 많은 세월을 지나온 것이 아니라 그 세월을 견디고 버티면서 지혜를 터득하는 법이다.
“생각하고,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면 그렇게 되는 거야.”
“……?”
“지금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어. 나중에 필요할 때 써먹어 언제든 잘 먹힐 테니까 가자!”
**
“자, 이제 훈련 성과에 관해 이야기하자고. 오늘 나온 이야기들은 요약해서 수석스카우트에게 이메일로 보내고.”
“네.”
그들은 휴가 복귀 후 2주 동안 이루어진 피지컬 훈련의 성과에 관해 토론했다.
알렉산더 아이작은 다음 이적 시즌에 임대로 팀을 떠나야 해서 부상 위험도를 낮추는 훈련을 했다.
그 외의 선수들은 2주 휴가 동안 열심히 몸을 불렸기에 강도 높은 다이어트 피지컬 훈련이 진행되었다.
“초이는 어때?”
“캠프 때부터 10주간 연속적인 피지컬 세션을 계속 수행하고 있어. 기록지를 보면 알겠지만, 반응 속도나 민첩성, 순간 속도에서 눈에 들어올 만한 성장이 있었어.”
“균형감이나 유연성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군.”
“관찰해보니 개인적으로 요가와 필라테스를 하는 것 같아.”
“그래? 전문 트레이너랑?”
“아니. 동영상 보고 혼자 하더라고.”
디아스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녀석 일과는 어떻게 되지?”
“6시쯤 일어나는 것 같아. 킴과 토마스도 같이 그라운드에 나와서 제법 전문성 있는 훈련을 하더라고. 그리고 아침 식사하고 정규 훈련. 오후 3시에 끝나면 방에서 쉬었다가 식사 후 요가랑 필라테스.”
“아침 운동 강도는?”
“주로 볼을 다루는 훈련이야. 난이도는 상당해 보이는데 고강도의 운동은 아니야.”
열심히 하는 것도 좋지만, 몸은 기계와 같았다.
기계도 많이 쓰면 닳고 망가지는 것처럼 몸도 그렇다.
무리한 운동이 몸을 축내서 결국 심각한 부상에 이를 수도 있었다.
“그건 다행이군.”
“체력 상황은?”
“U-19 중에서 가장 좋을 거야. 셔틀 런 테스트 Level 40이 끝나고 유일하게 서 있는 녀석이니까.”
최준호의 몸은 생리적으로 심폐 지구력에 특화가 된 몸이었다.
“내일 경기에 투입해도 무리가 없다는 뜻이군. 능력으로 따지면 구단 내에서 몇 번째 정도 될까?”
“음… 수비형 미드필더를 제외하면 팀에서 4번째이지 않을까? 누리 사힌이랑 미켈 메리노 카가와 신지 다음일 거야.”
“그렇군. 투헬이 관심을 가질 만도 하겠어.”
“킴과 토마스는?”
“킴은 우리 예상과 달리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지금 상태로 훈련을 계속 소화해 낸다면 다음 시즌에는 2군 팀에서 뛰어도 될 정도야. 일단 파이팅 자세가 너무 좋고, 주력을 포함한 피지컬이 매우 준수해. 몸싸움과 헤딩은 타고났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훌륭하고.”
“팀 전술에 익숙해지면 주전 자원으로 봐야겠군.”
“토마스는 피지컬 괴물이고 센스가 매우 좋아. 물론 공을 다루는 솜씨는 형편없지만, 중앙수비수로 맨 마킹하는데 U-19 중에 가장 좋아.”
“2~3경기에 조금씩 투입해 보고, 컨디션 좋으면 수비 라인을 바꿔야겠군.”
“확실히. 지금 수비 라인은 좀 형편없으니까.”
**
– 와! 21번 최준호 선수 엄청난데요? 덩치가 큰 독일 선수를 가뿐히 따돌려 버립니다!
최현식은 최근 일어난 일들이 좀처럼 현실로 느껴지지 않았다.
중학교 축구부에 들어가서 3년이 다 되도록 한 경기도 뛰지 못했던 준호가 도르트문트 U-19에 정식 계약을 했다는 것은 여전히 현실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얼마 전에 있었던 특집 방송.
설마 그 방송에서 최준호 특집을 내보낼 줄은 최현식은 상상을 못 했다.
그 덕분에 최현식은 한동안 전화를 받고 축하 인사를 받느라 종일 정신이 없었다.
최현식은 특집 방송의 음성 일부를 녹음해서 트럭 운전할 때마다 틀었다.
정말이지 수천, 수만 번을 들어도 전혀 질리지 않았다.
– 슛!!! 골입니다! 엄청난 강슛입니다! 이게 과연 저 가녀린 몸에서 나오는 슈팅이 맞나 싶을 정도로 강슛입니다! 골키퍼 손도 못 대고 공이 지나가는 걸 보고만 있습니다!
준호의 슈팅은 어렸을 때부터 확실히 남달랐다.
양발을 모두 잘 썼기 때문에 중학교에 들어가면 금방 사람들이 아들의 가치를 알아볼 줄 알았다.
‘오히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먼 타지 사람들이 준호의 가치를 알아주네.’
뭐, 어찌 되었든 좋은 일이었다.
오랜 운전 때문에 피곤은 했지만, 저절로 노랫소리가 흥얼흥얼 나왔다.
어둠과 총총히 빛나는 별과 스피커에서 울리는 노랫소리에 잠겨 운전하는데 연락이 왔다.
축구하면서 알고 지내던 오랜 친구였다.
준호를 경기에서 써달라고 로비를 했던 그 친구기도 했다.
– 응. 영식아.
– 운전하지?
– 그럼.
– 또 그거 듣는 거야?
– 왜 이렇게 질리지 않냐? 평생을 들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네.
– 하하. 녀석. 오늘 깜짝 소식을 하나 들었어.
– 깜짝 소식?
– 어, U-17 대표팀에서 일하던 친구 녀석이 흘린 정보인데.
U-17 대표팀?
현식은 눈을 번쩍 떴다.
– 박정수 감독이 독일로 이틀 전에 넘어갔대. 준호 경기 보러.
– 뭐? 진짜야?
– 그럼. 진짜지. 감독이 직접 간 것으로 봐서는 준호가 대표팀에 합류할 수도 있겠더라.
– …국가대표?
– 그렇지.
현식은 심장이 벌렁거리는 것 같았다.
– 그렇다고 너무 기대는 마. 준호에게 알려주라고 연락한 거다.
– 어, 정말 고맙다!
– 고맙긴! 나중에 밥 한번 사라!
– 물론이지!
현식은 전화를 끊고 잠시 시계를 보았다.
‘독일은 저녁 9시 17분이겠네. 아직 자지는 않겠지?’
현식은 얼른 준호에게 연락을 했다.
**
– 아, U-17 박정수 감독님이 저를 보러 독일로 오신다고요?
– 대표팀이요?
– 아하 알겠어요. 아버지 건강은 어떠세요?
– 저는 정말 잘 있으니까 아버지도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아버지는 건강,,건강을 제일로 챙기셔야 해요.
아버지와 통화를 끊은 최준호는 귀를 쫑긋이 세우고 밑을 내려다보고 있는 김우영과 눈이 마주쳤다.
“U-17 한국 국가대표 감독이 여기에 왔다고?”
“그런가 봐.”
“와, 씨!!! 대박!!!”
김우영의 고개는 이내 2층 침대로 사라져버렸다.
한국이 축구를 못한다고 욕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하더라도 선수가 얻을 수 있는 최고의 명예는 바로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었다.
태극 마크를 달고 국가를 대표해서 뛰는 경기야말로 모든 선수의 꿈이었다.
‘내가 국가대표일 때 꿀을 많이 빨긴 했지.’
처진 스트라이커 역할을 맡아서 중거리 슛으로 많은 골을 뽑았으니까.
화려한 A 매치 경력은 유럽으로 가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다만 최준호는 대한민국 대표로 뛰면서 타이틀을 얻지는 못했다.
동아시안 게임도 일본에 매번 패배였고, 월드컵은 나갔다 하면 16강 탈락이었다.
그리고 이건 분명 좋은 기회였다.
지금은 유학 비자로 도르트문트에서 축구를 하고 있지만, 성인 무대에 진출하려면 국제 경기에 참여한 경력이 필요했다.
그게 있어야만 취업 비자를 쉽게 딸 수 있으니까.
도르트문트에서 계속 축구를 하려면 U-17 대표팀 참가는 필수적이었다.
‘운도 따르고 있고.’
도르트문트에서 받는 체계적인 훈련 덕에 몸이 날아갈 정도로 가볍다고 느끼는 최준호였다.
선발로 나간다면 다 밟아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내일 선발로 못 나가는 게 진짜 아쉽네.’
**
16살의 토비아스는 악몽을 꾸었다.
“저…저리 가!”
최준호의 얼굴이 새겨진 축구공 여러 개가 사방에서 자신에게 덤비고 있었다.
불과 자신보다 1살 어린 최준호가 훈련 세션에서 보여주는 퍼포먼스는 어린 토비아스의 상상을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언제든지 주전 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생각과 불안감이 그에게 악몽을 만들었을 것이다.
몽골몽골 다가오는 꺼림칙한 축구공들.
“저…저리 가라고! 징그러워!!”
잠꼬대하던 토비아스가 허공을 향해 다리를 휘둘렀다.
– 휙!
그리고 토비아스의 다리는 2층 침대 프레임을 그대로 가격했다.
–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토비아스가 비명을 지르며 일어났다.
“…으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