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 the ground RAW novel - Chapter (28)
그라운드를 씹어 먹다-28화(28/184)
28화 유소년 리그의 신성(3)
마인츠05는 위르겐 클롭에 의해 1군으로 승격된 뒤, 그의 클롭 축구 철학을 계속 계승하고 있었다.
그들은 전원 수비, 전원 공격의 변형된 토탈 사커를 구사하고 있었다.
마인츠 U-19에는 유명세를 타는 선수는 없었지만, 뛰어난 조직력과 활동력을 기반으로 압박 축구를 하는 팀이었다.
“패스 돌려!”
평소에는 벤치에 앉아서 선수들에게 맡기는 디아스 감독은 꽤 성가신 표정으로 터치 라인에서 지시를 내렸다.
평소에 익숙하던 4-2-3-1 포메이션이 아니라 3-5-2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
문제는 윙백 역할을 해야 하는 선수들이 포지션을 찾지를 못했고, 전반적으로 진형이 무너지고 있었다.
상대는 3명의 미드필더를 투입했는데, 최준호가 거의 공을 받지 못할 정도로 두 명의 미드필더가 계속 주변을 맴돌며 압박했다.
도르트문트의 미드필더 사힌이 애를 쓰며 공을 돌리고는 있지만, 최준호와 같은 퍼포먼스가 나질 않았고, 공격이 번번이 무산되었다.
“아주 철저하게 대비를 하고 나왔네. 21번이 완전히 고립됐어.”
르네의 말에 투헬이 턱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중앙에서 숫자 싸움이 안 되고 있군.”
“저 상황에서는 윙백들이 중앙을 지원해야 하는데?”
“인버티드 윙백을 이야기하는 거로군. 하지만 저들의 움직임은 그렇지 않아.”
“익숙하지 않아 보이네. 왜 갑작스럽게 3-5-2 전술로 바꿔 나왔지? 이렇게 어렵게 할 게임이 아닌데?”
르네의 궁시렁에 투헬은 입을 꾹 닫고 경기만 보았다.
‘쉽사리 전술을 바꿔서는 안 되겠군. 이 경기 상황을 바꿀 방법은 없을까?’
– 뻥
수비 라인에서 미드필더 라인으로 골 배급이 원할하지 않자, 쓰리백 중의 한 명으로 나온 아모스는 별수 없이 전방을 향해 롱볼을 날렸다.
그런데 이 패스가 제법 정확해서 간간이 마인츠에게 위협적인 상황을 만들어 냈다.
무코코 유수파가 빠른 다리를 이용하여 상대 진영을 헤집어 놓고 슈팅까지 때렸는데, 운 없게도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였다.
– 찹!
몸을 날려 날카로운 슈팅을 잡아낸 무코코의 슈팅을 잡아 낸 골키퍼 라세 리스.
그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상대 진형을 향해 바로 골킥을 찼다.
마인츠의 차세대 유망주인 라세 리스의 장기는 바로 정확한 롱패스였는데, 단번에 도르트문트 뒷공간으로 떨어졌다.
세 명의 공격수가 쇄도하고 세 명의 수비수가 마크하는 상황.
순간 아모스는 자신의 양옆에 있는 토마스와 김우영의 위치가 꼬였다는 걸 깨달았다.
발 빠른 공격수 옆에는 토마스가 붙어 있었고, 덩치가 큰 공격수 옆에는 김우영이 붙어 있었다.
“토마스 최대한 달라붙어서 점프 못 뛰게 해! 킴! 뚫릴 수 있으니까, 덤비지 마!”
아모스가 소리를 지르는 순간, 김우영이 공을 잡고 드리블하는 공격수에게 태클을 가했다.
하지만 마치 그 상황을 예견이라도 한 듯 공을 공중으로 툭 찬 후 태클을 피한 그는 바로 도르트문트의 골문을 향해 드리블하였다.
“토마스 지역방어!”
아모스가 다시 소리를 지르며 두 명의 공격수 사이에 서서 수비 자세를 취했다.
비록 두 선수보다 수비 능력이 좋지는 않지만, 아모스는 드리블하는 선수가 쉽게 공격 방향을 선택할 수 없도록 중간 위치에서 최대한 시간을 끌었다.
얼마 후 아모스가 마크하던 선수가 비어있는 뒷공간으로 향했고, 그에게 패스가 주어졌다.
– 툭, 뻥!
터치해 놓고 슈팅을 날리는 공격수.
– 턱!
하지만 백업으로 수비하러 들어온 최준호가 슬라이딩 태클을 하면서 그의 슈팅을 걷어내었다.
그 위협적인 상황이 끝나자 심판이 전반전 끝을 알리는 휘슬을 불렀다.
‘후. 이대로는 곤란해.’
**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있을까?”
한국의 축구는 감독이 지시를 내리고 선수가 롤을 수행한다.
하지만 독일 축구 시스템에서는 선수도 전술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는 점이 달랐다.
구단 측 요청으로 변경된 전술이었지만, 디아스는 3-5-2전술에 익숙한 감독이 아니었다.
“다시 4-2-3-1로 가는 건 어떻습니까?”
“솔직히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선수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사이 최준호가 슬그머니 손을 올렸다.
“중원에서 숫자 싸움이 되지를 않습니다.”
“그래? 생각하는 거라도 있어?”
“마리우스가 중앙수비수도 가능한 것으로 압니다.”
“확실히.”
“아모스는 수비 미드필더를 할 수 있는 걸로 알아요.”
U-15, U-16 시절 성장이 더뎠던 아모스는 수비 미드필더 포지션이었다.
이후 급격하게 키가 커지면서 중앙수비수 포지션으로 바꾸었다.
그래서 다른 중앙수비수보다 발밑이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최준호의 말에 디아스는 잠시 생각하다가 짧게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러니까 공격 시에 윙백들이 중원을 지원하지 못하니까, 마리우스가 중앙수비수로 아모스를 수비 미드필더로 올려서 중원 숫자를 보강하자는 뜻이지?”
“네. 감독님. 수비 시에는 지금 같은 전술을 유지하고요.”
살짝 비대칭 전술이 되긴 하겠지만, 지금 밀리는 중원 싸움에 대해서는 확실한 대안이었다.
‘호? 요 녀석 봐라? 전술 이해도가 남다른데?’
디아스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최준호를 보다가 눈을 돌렸다.
“아모스 가능하겠어?”
살짝 더 위쪽으로 올라가서 수비하는 것이었다.
최종 수비를 할 때의 부담감을 덜 수도 있었고.
아모스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남은 시간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는 시기이기도 했고.
그날 최준호와의 대화를 생각해보니 수비력은 떨어지지만, 다른 녀석들보다 자신이 공을 잘 다룬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네.”
아모스가 힘차게 대답했다.
“마리우스는?”
“차라리 중앙수비수 포지션이 더 자연스럽습니다.”
“좋아. 그럼 후반에는 교체 없이 이 전술로 가도록 하지.”
짧은 팀 대화가 끝난 후에 최준호는 김우영과 토마스를 불렀다.
“너희들 오늘 수비 엉망이었어. 인정하지?”
“아모스 저 자식이 제대로 수비를 못 하잖아.”
“아냐. 오늘 아모스는 자기 역할을 제대로 했어. 넌 너무 성급하게 태클을 해. 그렇게 뚫리니까 아까처럼 바로 실점 위기로 이어지는 거야.”
최준호가 걷어내지 않았으면 골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김우영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오늘 상대 공격수가 너무 강하다. 어떻게 해야 할지 바로 떠오르지 않는다.”
토마스가 이야기했고 최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판단력은 센터백 중에 아모스가 가장 좋아. 저 녀석이 시도 때도 없이 소리를 지르면 잘 듣고 보좌해 줘.”
“끙.”
김우영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네 말 듣고 나빴던 적이 한 번도 없었으니까. 흠, 그러니까 저 노랑머리 자식이 시키는 대로 하라고?”
“그래. 너희들이 저 녀석의 손발이 되어줘.”
“초이의 축구는 항상 옳다. 알았다.”
“젠장 알았어.”
**
“후반에 선수 교체가 없네? 포메이션을 보니 그대로 인 거 같은데?”
르네의 말에 투헬도 턱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스리백 전술을 써 본 적이 없는 감독이니까.”
“스리백 전술을 안 써 본 감독이 왜 뜬금없는 전술을 들고나왔을까?”
르네의 눈빛을 본 투헬은 애써 고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하지만 경기는 그들의 예상을 살짝 빗나가 있었다.
“어? 3번 센터백이 저 위치까지 올라온다고? 윙백이 센터백 자리로 들어갔네?”
르네의 말에 투헬이 눈을 반짝였다.
‘괜찮은데?’
항상 2명에게 압박을 당하던 최준호였다.
하지만 아모스가 올라오면서 상대가 당황해하는 눈치였다.
이미 전반전에 꽤 훌륭한 롱패스를 몇 번이고 주었던 지라, 최준호를 마크하던 선수 하나가 아모스에게 달라붙었다.
중원에서는 이제 3 vs 3의 싸움이 되었다.
최준호는 홀로 자신에게 달라붙은 선수를 보며 웃음을 지었다.
‘두 명은 힘들지만, 한 명 정도쯤이야.’
아모스와 사힌이 패스를 주고받다가, 최준호가 패스받으러 밑으로 내려오자 사힌이 패스를 주었다.
최준호는 이내 뛰어가는 사힌에게 2대1 패스를 할 것처럼 오른발로 공을 툭 쳤다.
압박하던 선수가 움찔하는 사이 최준호는 빠르게 왼발로 공을 반대편으로 치고는 몸을 쑥 집어넣었다.
최준호가 몸이 한쪽으로 쏠린 수비수가 뒤뚱하는 틈을 뚫고 가면서 순식간에 공격 전개가 시작되었다.
“호오?”
르네가 눈빛으로 반짝였다.
“움직임이 상당히 민첩하고 안정적인데?”
“좋은 움직임이야. 상대를 잘 속이는군.”
투헬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감을 표했다.
“하지만 상대 수비수가 좀 빠른 것 같은데?”
최준호는 터치를 한 번 더 하고 습관적으로 고개를 돌려 뒤를 보았다.
거친 숨소리를 내며 달려드는 녀석의 얼굴을 보니 백태클이라도 해서 이 상황을 멈출 것처럼 보였다.
따돌렸다고 생각했는데 금방 따라붙은 걸 보니 스피드가 좋은 선수가 분명했다.
‘그건 곤란하지.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최준호를 쫓는 선수가 이를 악물고 태클을 할 찰나 최준호는 타이밍에 맞춰 발끝으로 공을 앞으로 툭 올리며 디딤발에 최대한의 힘을 주어 점프를 뛰었다.
공을 발끝에 달고 마치 날아오르는 듯한 최준호.
상대의 백태클은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고, 최준호는 이제 자신에게 달라붙은 수비수를 완전히 떨궈버렸다.
“막아! 막아!”
다급하게 서로 소리를 지르며 수비를 하는 마인츠의 선수들.
의욕이 넘치는 그들이었지만, 수비 구멍이 생겼고 최준호의 시야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마치 슈팅을 하듯 왼발을 휘둘렀고, 달려오던 상대 선수가 몸을 돌리며 점프를 해서 슈팅을 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왼발 아웃사이드에 맞고 살짝 휘어서 수비수 사이로 흐르는 공.
일명 트리벨라.
그 공은 페널티 에어리어로 뛰어드는 무코코에게 연결이 되었다.
“뭐야! 저건? 저런 패스는 불법이잖아!”
르네가 흥분에서 소리를 질렀고, 투헬은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
무코코는 말도 안 되는 각도로 자기 발 앞에 떨어지는 패스에 또다시 기분 좋은 전율을 느꼈다.
‘하아! 이 패스는 진짜다!’
그는 공을 한번 빠르게 접어서 자신을 마크하려는 수비를 넘어트린 후 오른발 슈팅을 날려 상대 골문을 갈라버렸다.
“우아아아!!”
놀라운 골 장면에 도르트문트의 홈팬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우연이겠지?”
르네의 말에 투헬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는 분석 비디오를 통해서 최준호가 U-16과의 경기에서 트리벨라를 쓰는 걸 보았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우연이라고 생각을 했었다.
트리벨라는 그만큼 어려운 기술이었고, 실제 경기에서 쓰는 선수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제대로 쓰는 선수를 뽑는다면 루카 모드리치 정도?
하지만, 그 패스가 또다시 나왔다는 건.
‘그걸 의도한 대로 쓸 줄 안다는 거지? 15살짜리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계속 주변을 살피듯 고개를 쉬지 않고 돌리는 최준호였다.
그러니까, 상대의 백태클을 피하는 저런 개인기도 나올 수 있었던 거였고.
보통의 선수들은 쉽사리 얻을 수 없는 정말 좋은 습관이었다.
저 습관이 선수 클라스를 결정짓기도 했다.
놀라운 어시스트를 했음에도 별거 아닌 것처럼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최준호를 보는 투헬의 눈빛이 완전히 바뀌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이 어디 나라 거였더라?’
**
아모스와 마리우스.
두 선수의 움직임이 살짝 바뀐 것만으로 도르트문트 U-19의 경기력은 확연히 달라졌다.
“그렇군.”
디아스는 아모스의 움직임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걸 깨달았다.
중앙수비수로 있을 때보다는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있을 때가 훨씬 더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토마스, 킴! 포지션 체인지 해!”
언제부터 그랬을지 모르지만, 아모스의 지시에 김우영과 토마스가 잘 따르고 있었다.
몸싸움에 능한 공격수에게는 김우영이, 속도가 빠른 선수에게는 토마스를 계속 붙이고 있었다.
미스매치가 없으니 상대의 공격은 굉장히 답답하게 흘러갔고, 4-2-3-1 포메이션을 쓸 때보다 수비력이 훨씬 좋아진 느낌이었다.
‘녀석이 어렸을 때부터 수비 미드필더 포지션을 했었지. 그걸 간과했네.’
중앙수비수로 있을 때도 아모스는 패스가 좋아서 후방 빌드업에 계속 참여를 했었다.
당연하지만 그가 뿌려주는 패스도 제법 괜찮았고, 무엇보다.
– 퍽.
김우영보다 몸싸움이 강하지 않고 토마스보다는 훨씬 느렸지만 달라붙은 상대 미드필더를 부수는 데는 충분해 보였다.
달라붙은 상대를 몸싸움으로 떨군 아모스.
당연하지만 중원에서 순식간에 수적 우위를 가져가는 도르트문트였다.
아모스가 뒤에서 받쳐주니 이제는 최준호가 공간을 휘저으며 날뛰기 시작했다.
그의 발에서 시작된 스루패스가 최준호에게 연결이 되었다.
굉장한 확신이 깃든 힘 있는 패스.
최준호는 순두부를 다루듯 가볍게 터치를 하며 방향만 돌려놓았다.
아모스에게서 시작된 스루패스는 최준호의 발에 걸려 전방 침투하는 아이작에게 다이렉트로 연결이 되었다.
‘패스가 미쳤군.’
갑작스럽게 너무나 잘 풀리는 경기에 아이작도 신이 났다.
그는 욕심을 내지 않고, 뒤에서 짤라 들어오는 무코코에게 공을 툭 밀었고, 무코코는 가볍게 공을 방향만 돌려놓고는 상대 그물을 흔들어 버렸다.
그 광경에 르네가 휘파람을 불었다.
“21번은 그냥 레벨이 완전히 달라. 그리고 3번도 수준이 상당한데? 중앙수비수로 있을 때는 아무것도 못 하더니, 살짝 위로 올라오니까 플레이가 달라져 버리잖아? 이야, 쉬는 시간에 감독이 무슨 마법을 부린 거야? 도대체?”
그의 감탄처럼 투헬의 눈도 3번에게 향해 있었다.
‘3번이라. 저 녀석 이름이 뭐지?’
투헬은 생각했지만, 도무지 떠오르지를 않았다.
심지어 1군에 필요 없으니 방출하라고 지시를 내렸다는 점도.
‘쓸만한데?’
**
SV 메펜의 감독 크리스티안 나이트하르트는 자기 눈으로 직접 선수를 보기 위해 도르트문트 구장을 찾았다.
니더작센 주 브라운슈바이크 출신의 감독은 꽤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21번의 활약을 지켜보았다.
부상으로 시즌 아웃 된 볼프강을 대체할 자원을 찾는 일이었다.
볼 운반 능력, 탈압박 능력, 창의적인 패스 능력만 보고 선수를 찾던 그에겐 21번 최준호는 확실히 만족할만한 자원이었다.
그의 플레이를 보고는 15살이라는 나이에 대한 불안감도 지울 수 있었다.
‘유스의 플레이가 아니야. 저건 성인의 플레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