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 the ground RAW novel - Chapter (56)
그라운드를 씹어 먹다-56화(56/184)
56화 잘츠부르크(3)
잘츠부르크의 주장 안드레아스 울머는 1군 스쿼드에 너무 어린 선수들로 채워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였다.
주전 공격수인 엘링 홀란드, 주전 미드필더인 크사보와 아이다라는 모두 18살이었다.
양희찬과 미나미노는 21살, 22살.
1군 25명 선수단의 평균 나이가 23살인데, 16살인 최준호의 합류로 구단 선수들의 평균 나이는 21.7살이 되었다.
정말 너무 어린 구단이 되었다.
그는 많은 경험이 있어야 좋은 선수라는 나름의 소신이 있었기 때문에, 과연 이 어린 선수들이 이번에 전력을 강화한 LASK와 라피트 빈을 상대로 제대로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의심스러웠다.
“걱정할 것 없어.”
구단주인 레드불은 잘츠부르크 구단을 유망주를 키우는 위성 구단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들은 독일의 축구팀인 RB 라이프치히 구단을 인수하였고, 엄청난 돈을 투자하는 중이었다. 독일 리그보다 선수들의 나이나 국적 제한, 용병 선수 제한이 훨씬 유연한 오스트리아 리그에서 선수를 키워 라이프치히로 보낼 계획을 세웠다.
“그렇다면 그를 임대해올 필요가 있어?”
“우리 스카우트 시스템에 따르면 최준호는 굉장한 재능을 가진 선수야. 레드불 측에서는 향후 RB 라이프치히에서 그가 뛰기를 원해. 이곳에 있을 때 자네가 잘 챙겨줘. 좋은 인상을 남겨주란 말이야.”
안드레아스 울머는 6년 동안 잘츠부르크에서 뛰고 있으며 은퇴할 때까지 여기서 뛸 계획을 세운 프랜차이즈 선수였다.
구단주와 단장, 감독의 생각이 확고하였으니 따를 수밖에 없었다.
오스트리아 리그에서는 우승한 팀만이 챔피언스 리그에 참석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내년을 기약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만, 입 밖에 내지는 않았다.
오전에 스텝들과 나눈 이야기를 떠올린 울머는 지친 기색이 가득한 선수들을 보며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새로 부임한 마르코 로제 감독의 훈련은 그 강도가 대단하기로 유스 사이에서도 소문이 자자했었다.
“자자!”
울머가 큰 소리를 내며 말하자, 선수들이 모두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한 녀석이 허락도 없이 우리 팀에 끼어들려고 하고 있다. 그렇지?”
선수들은 이내 울머가 무엇을 하려는 지 깨닫고는 분위기를 띄웠다.
“그럼. 허락 없이는 여기 앉아서 밥 못 먹지!”
“누구야, 어떤 녀석이야?”
“으라라라라라! 다레다카라(누굽니까?)!”
그들의 반응에 최준호는 슬며시 실눈을 떴다.
‘하, 어디를 가나 똑같네.’
“신고식 해야지! 신고식!”
대표팀에 있을 때도 안 하던 신고식이었다.
하지만 다들 손뼉을 치며 박자에 맞춰 외치니 최준호는 어쩔 수 없이 음식을 뜨던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지친 표정으로 모여 있는 이들을 환장하게 할 재주가 하나쯤은 있는 최준호였다.
오랜 용병 생활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것들이니까.
식판까지 내려놓고, 양팔을 걷은 채 휴대폰을 꺼냈다.
‘뭐, 이렇게 친해지는 거지.’
최준호는 이런 걸 빼는 성격도 아니고, 오히려 즐기는 편이었다.
그리고 휴대폰에서 음악을 하나 틀었다.
전 세계에서 유행하고 있는 한국의 음악.
– 강남스타일.
음악이 나오자마자 지쳐 보였던 선수들이 다들 벌떡 일어났다.
최준호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하자, 다들 그 자리에서 같이 말춤을 추기 시작했다.
역시 음악과 춤만큼은 세계 공통의 언어였다.
“…이게 무슨 소리야?”
마르코 로제는 춤판으로 변한 식당을 한참 둘러보다가 희미하게 웃었다.
선수들에게 둘러싸여서 놀라운 춤사위를 보여주는 최준호를 보고는 걱정의 단편을 내려놓았다.
‘적응력 최고로군.’
**
그날 저녁.
아주 강도 높은 훈련을 끝내고 저녁을 먹고 방에 들어온 엘링 홀란드는 노트북을 열고는 게임을 켜면서 식당에서의 일을 떠올렸다.
“아주 재밌는 녀석이야.”
거의 15분 동안 춤판을 벌인 최준호.
그의 춤 실력은 상당했다.
과거 춤 좀 춰 본 엘링 홀란드의 눈에도.
신고식에서 이렇게 눈길을 확연하게 끈 선수들은 기억에 있질 않았는데.
“인싸겠네.”
엘링은 미남미녀인 형과 누나의 그늘에 가려져 그렇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축구를 할 때 빼고는.
그래서 사람이 많은 파티를 즐기는 것보다는 혼자 등산하고, 낚시하고, 게임을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조용한 아이가 되었다.
시즌 중에는 템포가 느린 등산이나 낚시 같은 여가 생활을 스스로 금지하였기 때문에, 쉬는 시간에는 보통 게임을 즐겼다.
겉으로만 조용했지, 그는 짜릿한 운전을 즐기는 스피드광이었으며, 자동차광이었고, 게임에서도 축구만큼 잘하기를 원했다.
그런 집중력과 경쟁심이 그의 입을 거칠게 만들었다.
– 퍽킹! 탑 어디갔어!
채팅으로 롤을 즐기는 한국과는 달리 외국인들은 꽤 많은 사람이 마이크를 사용했는데, 그들은 직접 욕설과 의견을 주고받았다.
‘망할 에쉬!’
결국 게임은 돌이킬 수 없는 패배의 상황이 되었다.
FD_Idl 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유저가 운용하는 에쉬 때문에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무엇을 하든 간에 지는 건 용납할 수 없었던 엘링은 패배의 원인을 떠드는 팀 대화에 끼어들었다.
– 후후. 루저들. 난 BMW 있다.
– 1 시리즈?
– 후후 5 시리즈. 롤은 그저 취미일 뿐. Eheh 같은 놈처럼 그렇게 목숨 걸고 하지 않아.
이번 경기 패배의 원흉이 되었던 녀석이 떠들자, Eheh 라는 아이디를 쓰고 있는 엘링은 입술을 뒤틀었다.
– 루저들은 변명이 많지. 그리고 난 벤츠와 아우디를 2대 가지고 있어.
– 벤츠와 아우디 2대를 가지고 있다고? 니가? 어떤 건데?
– G-클래스 V8 이랑 아우디 RS6이야.
– ㅋㅋㅋ
– ㅋㅋㅋ
– 2시간이나 같이 게임을 하던 한량이 할 소리가 아닌데?
– 맞아. ㅋㅋㅋ
– 인증해봐!
“이 자식들이…!”
엘링이 기어코 사진을 찍어서 보여줄 결심을 하려던 순간 이곳이 스페인의 섬 마요르카라는 것을 깨달았다.
– 지금은 멀리 떨어져 있어서 못하지만.
– 어디서 개구라를 치려고 해?
– ㅋㅋㅋ 루저 새끼.
오히려 네 명의 팀원에게 역공당하자, 엘링 홀란드는 당장 에이전트에게 연락을 취해서 차량 사진을 보내달라고 할 찰나였다.
– 똑똑똑!
“누구야! 젠장!”
엘링은 황급하게 헤드폰을 내려놓고 문을 열었다.
“안녕!”
“…응?”
노트북을 들고 있는 최준호였다.
“혹시 네가 EHEH 아이디 쓰고 있어? 복도까지 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더라고.”
“…어??”
엘링 홀란드는 눈을 커다랗게 떴다.
“난 FD_Idl 이라는 아이디를 쓰고 있어.”
“…에쉬?”
“응.”
“어어 너도 게임 해?”
축구 선수는 예수나 부처 같은 성인이 아니었다.
그들도 훈련이 끝나면 놀고먹고, 쇼핑하고… 시즌 중에 여행은 불가능하지만.
게임도 하고, 술도 먹고, 담배도 피우고 할 건 다 한다.
최준호 역시 과거에 친구들과 모여 있을 때 하던 게임은 축구 게임이거나 다들 하는 롤을 했었다.
실력이 아주 좋은 건 아니지만, 꽤 오랫동안 했기 때문에 엘링 입장에서는 잘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나만 게임을 하는 줄 알았는데, 너도 했어?”
엘링은 최준호에게 묘한 이질감과 함께 동질감도 느꼈다.
잘 생겼으며 춤도 잘 추는데 게임까지 잘하다니!
축구 실력은 차츰 알게 되겠지만, 마음 맞는 친구를 찾은 것 같았다.
더군다나 이런 실력이라면 롤에서 만날 상대를 무참하게 눌러버릴 것 같았고, 그건 매우 즐거운 일이었다.
“…우리 같이 할까?”
최준호의 다음 말에 엘링이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와.”
엘링이 문을 활짝 열었다.
**
그로부터 1주 후.
“선수들의 불만이 많아.”
수석 코치 르네는 선수들의 의견을 듣고서는 감독인 마르코 로제에게 전달했다.
“훈련이 힘들어서?”
“아마도 이런 강도의 피지컬 훈련은 처음일 테니까.”
“그 정도로 힘들면 곤란하지. 내가 투헬과 함께 했던 피지컬 훈련을 받으라고 하면 다들 자살하겠어.”
그 말에 르네가 고개를 저었다.
세계적인 명장이 반드시 전술 천재일까?
꼭 그렇지는 않았다.
하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강도의 트레이닝을 선수 스스로 견디도록 동기부여 할 수 있는 감독이라면 대부분 명장이었다.
‘과연 마르코 로제는 어떻게 할까?’
마르코 감독은 책상 위의 여러 서류를 빠르게 정리하면서 말했다.
“이번에 1군 선수단뿐만 아니라, 유망주들까지 모두 전지훈련에 포함한 이유에 대해서 녀석들에게 한 번 더 상기시켜줘. 17/18 시즌 선발명단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이번 전지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녀석들 위주로 뽑게 될 거라고.”
‘경쟁이군. 나쁘지 않은 선택이야. 유명한 클럽으로 가기 위해서 환장한 녀석들이 꽤 되니까.’
르네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전술판에 시선을 가져갔다.
“3-5-2 전술?”
전통적으로 4-3-3 전술을 써왔던 잘츠부르크였기에 3백 전술을 마르코가 구상하고 있는 건 의외였다.
“변형 3-5-2야. 4-3-3 전술과 3-5-2 전술을 혼합된 형태로 가져갈 거야. 리그에서는 4-3-3 포메이션으로 가도 많은 승리를 가져오겠지만, 챔피언스 리그는 다르거든.”
“음 그렇게 하려면 발밑 좋은 센터백과 공격력이 뛰어난 미드필더가 있어야 할 거 같은…!”
르네는 짧게 웃음을 지었다.
이번에 올랭피크 드 마르세유과 연결되어 있던 브라질 출신의 루이스 구스타보를 영입하였기 때문이었다.
187cm의 키에 브라질 출신답게 발밑이 매우 좋고, 센터백과 수비 미드필더를 병행할 수 있는 선수였다.
그리고 공격력이 뛰어난 미드필더라면….
“이미 생각해 둔 선수가 있어?”
“아까도 이야기했지만, 프리시즌 훈련 결과를 보고서 결정을 할 거야.”
다시 한번 입단속을 주문하는 마르코였다.
“그 녀석 피지컬 훈련은 잘 따라가고 있어?”
그 녀석이란 분명 최준호를 뜻하는 게 분명했다.
“아주 독한 녀석이야. 사흘 정도 훈련이 끝날 때마다 구토하더니 요새는 아주 익숙해진 것 같아. 다른 녀석들도 마찬가지고.”
“음. 그렇군.”
“아, 특이사항이 있는데.”
“어떤?”
“초이와 가장 친하게 지내는 선수가 엘링 홀란드라는 거.”
어린 선수였고, 외국에서 그것도 1군으로 있다 보면 심리적인 부담감을 느낄지도 모르는 때였다.
자국 선수인 양희찬 선수와 가깝게 지낼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의외로 엘링 홀란드랑 단짝처럼 붙어 다니고 있었다.
“…나쁘지 않군.”
마르코 로제의 대답에 르네는 몇 마디를 더 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최준호와 하룻밤을 같이 있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눈 사람으로서, 엘링과 친하게 지내는 건 단순히 마음이 맞아서 그런 것은 아닌 듯 싶었다.
‘목적을 가지고 접근했다고 봐야겠지만, 굳이 꺼낼 필요는 없겠네.’
“알았어. 그럼 선수들에게 자네의 말을 그대로 전하도록 하지.”
르네는 그렇게 말하고는 몸을 돌렸다.
**
2주간의 피지컬 훈련이 끝났을 무렵.
대부분의 선수는 휴가 시절에 붙여 온 뱃살을 모두 제거할 수 있었고, 독기가 가득한 눈빛을 덤으로 얻었다.
특수 부대를 방불케 할 정도의 강도 높은 훈련을 견딘 여파였다.
최준호의 키는 그 짧은 사이 1cm가 더 컸다.
176.2cm 에 몸무게는 68kg.
엄청난 양의 훈련을 하면서도 몸무게를 그대로 유지하는 건 절대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만큼 섭식도 제대로 했다는 뜻이었고.
그의 체지방률은 12.7%까지 떨어졌다.
몸무게는 큰 변화가 없는데 체지방률이 떨어졌다는 건 밀도 높은 근육이 생성되었다는 것이었고, 수많은 측정 수치가 그것을 가리켰다.
그건 최준호 자신도 느끼고 있었다.
‘너무 힘들지만, 확실히 좋아지고 있네.’
과거에 선수 생활을 했을 때도 이런 강도로 운동을 해본 적은 없었다.
정신적으로는 이미 베테랑인 최준호조차 자살하고 싶다는 강렬한 유혹을 느낄 정도로 정말 미친 운동 강도였고, 그 결과는 이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몸 상태였다.
버티는 힘도 더 세진 것 같았고, 일단 몸이 앞으로 좀 더 빠르게 나아가는 느낌이었다.
“자! 주목!”
선수들과 똑같이 운동복을 입고 땀을 뻘뻘 흘리던 마르코는 이마의 땀을 손목으로 훔쳐내고는 선수들에게 말했다.
“마지막 훈련이 남아 있다. 어쩌면 너희들이 경험하지 못한 가혹한 훈련일 수도 있다. 분명 너희들은 여기서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그 한계를 뛰어넘는다는 생각으로 임해라. 이 훈련이 끝나고 나면, 더 이상의 강도 높은 피지컬 훈련은 없을 것이다.”
마르코의 마지막 훈련은 요요 테스트의 확장판으로 200m에 달하는 구간을 최대한 많이 뛰는 것이었다.
최소 20번이라는 단서까지 붙였으니, 4km를 뛰어야 할 판이었다.
초인적인 지구력과 정신력이 요구되는 난도 높은 테스트였다.
“힘들면 도중에 포기해도 된다. 다만 기억해라. 모든 것은 기록되고 있고, 난 가장 뛰어난 선수를 선발로 쓴다는 것을.”
르네는 손부채를 붙이며 잠시 하품을 했다.
감독이 직접 이 테스트를 매우 의미 있게 생각한다고 말까지 했으니, 선발 경쟁을 위해서 선수들은 젖 먹던 힘까지 다 쓸 것이다.
‘이 테스트로 선수들의 체력 수준이 완전히 갈리겠네. 과연 누가 가장 좋은 체력을 가지고 있을까?’
그도 궁금하긴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