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 the ground RAW novel - Chapter (66)
그라운드를 씹어 먹다-66화(66/184)
66화 챔피언스 리그 예선전(1)
잘츠부르크가 L. 모스크바와 챔피언스 리그 예선을 위해서 모스크바로 떠난 사이, 도르트문트는 AS 로마와의 원정 경기를 위해서 지그날 이두나 파크로 향했다.
그런데 선수단이 탑승한 버스가 호텔에서 나오자마자 굉장한 폭발음이 들리면서 불꽃과 연기가 새어 나왔다.
도르트문트 선수들이 탄 버스의 창문이 모조리 깨어져 나갔고, 주전 센터백인 마르크 바르트라가 다치고 말았다.
도르트문트 주장 마르코 로이스가 구단주 한스요하임 바츠케에게 경기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 감독과 선수단들은 자네 생각과는 다른 것 같던데?
라고 하며 구단주 바츠케는 언론에서 경기 연기는 없다고 발표를 하고 말았다.
이에 화가 난 마르코 로이스는 그의 지지자인 곤살로 카스트로를 데리고 투헬 감독을 찾았다.
– 대체! 그깟 폭탄 테러가 있었다고 경기 연기를 하자고? 너희 같은 겁쟁이들을 데리고 어떻게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하라는 거지? 한심스럽군!
투헬은 경기를 연기하자는 그들의 말을 듣자마자 화를 내며 폭언을 쏟아내었다.
그리고는 무슨 말을 하려고 해도 <입 닥쳐! 겁쟁이 새끼들!>이라며 고함을 연신 질렀고, 결국 마르코 로이스와 곤살로 카스트로는 눈물을 흘리며 코치실을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주장인 마르코 로이스가 기자를 불러서 이 일에 대해 폭로하면서 독일 축구계도 술렁였다.
토마스 투헬은 이 사건으로 인해서 안 그래도 사이가 좋지 않던 선수단과 더 심한 마찰을 겪게 되었다.
**
러시아 모스크바.
마르코 로제는 원정 가기 전 슈바이쳐 코치를 일정에서 제외했다.
그리고 여전히 자신을 신뢰하고 있는 울머에게 선수 단속을 지시하였다.
그런 여파 때문인지 하루 일찍 모스크바에 도착해서 적응 훈련을 하는 선수들은 큰 문제 없이 조용하게 훈련을 받았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일 뿐.
조금만 시간이 주어지면 선수들 사이에서 심판 매수에 관련된 이야기가 오고 갔다.
엘링 홀란드가 AA 겐트에서 잘츠부르크로 넘어올 때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이는 U-19 감독이었던 마르코 로제였다.
자신이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명확하게 제시했고, 1군으로 올라온 뒤 그 방법대로 자신을 쓰고 있었으며,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의 재능이 확실히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었다.
그 때문에 마르코 로제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있었고, 다른 선수들과는 다르게 감독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링은 조금은 궁금해졌다.
“넌 어떻게 생각해?”
엘링의 물음에 최준호는 마저 하던 스트레칭을 진행하면서 대답했다.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봐.”
최준호의 확고한 대답에 엘링은 기분이 좋아졌다.
“난 당분간은 마르코 로제를 쫓아다닐 거야.”
그 말에 최준호는 하던 스트레칭을 멈추었다.
“응?”
“지금까지 만난 감독 중에서 나에 대해서 가장 잘 파악하고 있거든. 그래서 이번 일로 감독이 다른 곳으로 간다면, 난 그곳으로 따라갈 거야.”
“계약도 무시하고 갈 수는 없잖아?”
“바이아웃 조항이 걸려 있거든.”
“결국 그 이적 비용을 댈 수 있는 곳에 간다는 거잖아?”
최준호의 볼멘소리에 엘링이 키득거리며 웃었다.
“그럼 난 씻으러 간다. 스트레칭 더 할 거야?”
“물론.”
얼마 후 혼자 남은 최준호는 과거 A매치에서 러시아와 붙었던 경험을 떠올렸다.
러시아 국가 대표의 색깔이 자국 리그 클럽의 색깔과는 좀 다르긴 하지만, 탄탄한 피지컬과 체력을 기반으로 하는 질척거리는 축구를 하는 스타일을 가지는 건 비슷했다.
몸싸움으로 상대 체력을 고갈시켜 놓고는 골문 앞에서 우격다짐으로 골을 넣곤 하였는데, 상대가 체력적으로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수비만 하는 경우가 있었다.
‘L. 모스코바는 챔피언스 리그 1포트이고, 우리는 4포트란 말이야? 우리 팀의 명성은 그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아. 객관적인 전력과는 상관없이. 만약 우리가 수비적인 움직임을 취한다면, 저들은 평소에 익숙하지 않은 공격을 하려고 할 것이고. 상대 센터백들은 몸싸움과 헤더에 능하지만 느리지. 하여 센터백들이 라인을 끌어 올렸을 때, 치명적인 역습을 가하면 대파할 가능성이 있단 말이야?’
다만 L. 모스코바 감독이 그런 것도 생각 못 할 바보는 아니라는 점이었다.
‘과연 이번 경기 어떻게 흘러갈까?’
**
그날 저녁.
최준호는 양창명에게 연락을 받았다.
– 최준호 선수.
– 네. 양 기자님. 알아보셨어요?
– 현지 동료들의 도움으로 알아냈어요.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인물 중 하나가 로우린 바그너에요.
– 로우린?
– 네. 심판 매수 사건에 관련하여 가장 처음 기사를 실은 언론사죠.
그제야 최준호는 모든 것을 다 이해할 수 있었다.
– 말릭 바그너는 로우린 바그너의 조카이고, 랄프 스타이거는 로우린 바그너의 외조카입니다.
– 슈바이처 슈바인은요?
–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아마 이해관계자가 아닐까 싶군요. 알려준 이메일로 cctv 영상과 가족 관계도를 보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군요.
–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나머지는 감독과 구단이 알아서 하겠죠.
– 확실히 도움이 된 것이죠?
– 아마 그럴 겁니다.
최준호는 노트북을 열어서 양 기자가 보내준 영상과 첨부 파일을 확인하였다.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축구를 하는 곳도 인간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더군다나 큰돈이 오가는 비즈니스의 현장이기 때문에, 온갖 종류의 일들이 벌어졌다.
당연하지만 선수단 역시 다양한 생각을 가진 선수들의 집합체였고, 하나로 뭉쳐지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런 일에 중심이 되고 싶지는 않지만,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노리는 최준호의 입장에서 팀 분위기를 해치는 것들을 용납할 수가 없었다.
‘이 기회에 싹 치워버리자고.’
최준호는 노트북을 들고, 바로 감독이 있는 숙소로 향했다.
그곳엔 마르코 로제와 르네 마리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은 최준호가 가져온 자료를 보았다.
“역시 자네를 노리고 벌인 짓이군. 자네가 갑작스럽게 경질이 된다면 유력한 감독 대행은 슈바이쳐 일 거고. 그가 저 자리에 나온 것은 아마 말릭의 출전에 관련된 약속이었겠지.”
르네 마리치는 거의 단언하듯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했고, 마르코 로제 역시 더 볼 것도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구단을 설득하기에 충분하겠어.”
마르코 로제는 자료를 챙기고는 따뜻한 표정으로 최준호를 보았다.
“정말 고맙네. 감독으로서,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원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이든 들어줄 용의가 있어.”
최준호는 대답 대신 웃음을 짓고는 몸을 일으켰다.
오로지 챔피언스 리그에서 열리는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이 최준호의 유일한 관심사였다.
그 외의 것들은 별로 신경을 쓰고 싶지 않았고.
“저는 오늘부로 이 사건을 뇌리에서 완전히 지울 생각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개입하지 않는 게 되는 것이죠. 그럼 이만 가서 쉬도록 하겠습니다.”
마르코 로제가 그 의미를 깨닫고는 짧게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자네의 뜻이 그렇다면 존중하네.”
최준호가 나간 후 르네 마리치가 문 쪽을 지긋이 보았다.
“정말 괜찮은 녀석이군.”
“그래. 감독과 선수로서가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좀 가까워지고 싶은 녀석이야.”
“그런데 그 놈들이 친척들끼리 그냥 저녁 식사만 한 것이라고 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르네 마리치의 말에 마르코는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이 상황에서 진실이 뭐든 상관 없잖아? 법정 공방으로 가면 몇 년은 걸리겠지만, 그건 구단 사정이고. 내 혐의를 벗는 것 만으로 충분하지.”
**
– 해당 자료를 확인한 결과 충분한 소명이 된 것 같아. 자네를 압박해서 미안하네. 관련 보도를 따로 내리고, 관련자들을 재조사 하겠네.
L. 모스크바와의 경기가 있는 날 아침 마르코 로제는 구단으로부터 공식적인 이야기를 듣고는 기분이 홀가분해졌다.
– 그리고 자네와의 계약이 이제 1년밖에 남질 않았네. 좀 더 좋은 조건으로 재계약을 하고 싶네만.
하지만 그 말에 마르코 로제는 바로 응답을 하지 않았다.
이번 사건으로 구단 측에 큰 실망을 했기 때문이었다.
– 어제까지만 해도 해고 통보를 내릴 것 같더니, 갑자기 재계약이라니. 나도 생각할 시간을 줘야지. 망할 기분을 추스를 시간 말이야! 당분간은 경기에만 집중하고 싶어. 아, 그리고 해당 내용 보도는 내일로 미뤄줘.
– 왜 무슨 일이라도?
– 다 생각이 있으니까 관련 보도는 내일 내보내 줘.
이후.
경기 시작 3시간 전.
UEFA 17/18 챔피언스 리그 D조 예선 첫 경기
레드불 잘츠부르크 VS FC 로코모티브 모스크바 1차전.
관련하여 감독들의 기자 인터뷰가 있었다.
– 심판 매수 사건을 실제로 지시했는가?
당연하지만 기자들은 심판 매수 사건을 꺼내 들었고, 마르코 로제 감독은 짐짓 무거운 표정을 지으면서 <아직 조사 중> 이라는 짧은 답변만 내놓았다.
– FC 로코모티프 모스크바팀에 대해서 어떤 전술로 나올 것인가?
– 그들은 강팀이며, 이곳은 원정 경기다. 그들과 동점으로 비길 수만 있다면 성공한 게임이었다고 생각한다.
감독 인터뷰가 끝난 뒤 FC 로코모티프 모스크바 감독 이고르 체레브첸코 감독은 선수단을 불렀다.
‘감독이 저런 상황이니 선수단 분위기는 분명 엉망일 거야. 더군다나 잘츠부르크는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스 리그를 밟은 약팀이고. 선수단 평균 연령이 21.7세이니 분위기에 휩쓸릴 가능성이 크지. 모든 게 우리에게 유리하군.’
공격수인 엘링 홀란드와 중원의 플레이 메이커인 최준호가 눈에 걸리긴 하였지만, 축구는 한두 선수가 승패를 바꿀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었다.
분위기를 타는 팀 스포츠였으니까.
이고르는 잠시 어릴 적에 아버지와 함께 사슴을 사냥했던 광경을 떠올렸다.
사슴이 약점을 보였을 때 확실히 숨통을 끊어야 하는 것이 사냥의 핵심이었고, 그는 오늘 잘츠부르크가 회복하기 전에 초반 강공으로 기세를 꺾어버릴 생각이었다.
– 초반부터 강공으로 나간다. 정신을 차리기 전에 적의 숨통을 끊는다.
이고르 감독은 가장 자신 있는 수비 전술을 이번 경기에서는 미루어두기로 했다.
선취점을 뽑고 바로 수비로 전환을 한다면 잘츠부르크는 자신의 팀을 상대로 득점을 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한 편,
잘츠부르크의 라커룸.
“방금 구단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심판 매수에 관련된 혐의를 벗었다. 내일이면 관련된 보도가 오스트리아 전역에 퍼질 거야.”
단호한 마르코 로제의 발언에 선수들은 무거웠던 표정은 정말 가볍게 변했다.
“그렇기에 이제부터 우리는 경기에만 집중해야 한다.”
선수들은 곧바로 마르코 로제에게 집중했고, 어수선하던 분위기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상대 팀은 그 사건으로 인해서 우리 팀이 엉망일 거라고 추측할 것이다. 그리고 우열을 가릴 수 없는 포르투, 샬케04와 붙기 전에 우리를 잡아 승점을 챙기려고 하겠지. 아마도 매우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다.”
마르코 로제는 전술판을 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우리는 초반 수비 전술로 놈들을 깊숙이 끌어들인 다음 역습으로 골을 뽑는다. 그들은 불의의 일격이라고 생각하겠지. 실력 차이라는 걸 깨닫지 못할 것이고. 그 후에 차츰 공격적으로 전개하며 혼란에 빠진 놈들을 완벽하게 먹어 치운다.”
감독이 자신감 있게 이야기하자, 가라앉았던 선수단의 분위기가 점점 고조하였다.
“L. 모스코바는 우승으로 전진하는데 놓여 있는 작은 돌멩이일 뿐이다. 여기서 이긴다.”
최준호는 마르코 로제 감독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비슷한 전술을 요구하였고, 그가 왜 기자 인터뷰에서 사실을 감추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 역시 승리를 위해서는 모든 걸 이용할 줄 아는 감독이었다.
따분하게 경기력만 따지는 감독이 아니라.
**
27,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모스크바 RZD 아레나는 관중들로 가득 찼다.
저번 시즌 스파르타크 모스크바, CSKA 모스크바, 루빈 카잔, 제니트 상트페테르부르크와 같은 강팀을 꺾고 리그 1위를 하였으며 1 포트로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하였기 때문이었다.
독일의 강자 중 하나인 샬케04를 제외하고는 포르투나 잘츠부르크쯤은 가볍게 이기고 본선 진출을 할 것이라는 희망 때문인지 경기 시작도 전에 그들은 승리의 응원가를 부르고 있었다.
‘…시끄럽네.’
최준호는 대기실에서 출전을 기다리며 새끼손가락으로 귓속을 후볐다.
엘링 홀란드가 상대 팀의 센터백들과 눈싸움을 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잘츠부르크 선수들도 리그에서는 피지컬로 상위권에 있는 팀이었는데, FC 로코모티프 모스크바 선수들에 비교하면 작다고 느껴질 정도로 꽤 박력 있는 몸을 가지고 있었다.
‘엘링이 날렵하다고 느껴지는 건…일단 몸싸움은 좀 피해야겠네.’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입장하였고, 원정팀인 잘츠부르크의 선공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L. 모스코바는 평소와는 다르게 라인을 끌어올려 잘츠부르크를 압박했고, 잘츠부르크는 라인을 내리면서 공을 뒤로 돌렸다.
‘감독의 말대로네?’
192cm의 키에 85kg의 몸무게임에도 불구하고 미드필더 역할을 맡은 L. 모스코바의 주장 드미트리 타라소프는 리그에서 공격 중심의 축구를 구사하던 잘츠부르크가 꼬리를 내린 늑대처럼 뒤로 물러나자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상대해야 할 선수는 동네 유치원에서 볼 수 있는 어린 동양인이었기에 더 자신감이 있었다.
‘공격을 못 하면 훌륭한 패스 능력이 뭔 소용이야?’
하지만 드미트리 생각은 경기 5분 만에 뒤집히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