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 the ground RAW novel - Chapter (84)
그라운드를 씹어 먹다-84화(84/184)
84화 샛별들의 전쟁(2)
텐하흐의 아약스.
4-3-3의 전술을 쓰며 전방에서부터 강한 압박을 거는 것이 특징이었다.
그만큼 수비라인이 매우 높고, 90분 내내 선수들이 달려드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상대 팀을 측면으로 몰아넣고, 여러 선수가 달려들어 정확한 패스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압박의 전술이었다.
최전방 공격수는 마치 수비수처럼 상대를 압박하고 몰아넣고 공을 뺏는데 특화된 선수였고, 선수단 전체가 22.1세로 매우 젊고 모두가 엄청난 활동량을 가지고 있었는데, 잘츠부르크 역시 아약스만큼이나 젊은 선수층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활동량도 맞먹고 있었고, 무엇보다 챔스 매 경기를 거의 1점 차로 승리를 해온 아약스와는 달리 잘츠부르크에는 폭발적인 득점력이 있다는 것이었다.
– 이 경기는 아약스 빌드업의 핵심인 프랭키 데용과 잘츠부르크 빌드업의 핵심인 최준호 선수와의 맞대결이라고 볼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양창명은 오늘은 라이브 채널을 열고 잘츠부르크와 아약스의 경기를 입중계 하였다.
아약스의 강력한 전방 압박 전술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면 잘츠부르크는 필패하겠지만, 아약스의 전방 압박을 풀어낸다면, 스피드와 몸싸움, 골 결정력을 갖춘 엘링 홀란드에게 엄청난 기회가 생길 것이기 때문이었다.
– 더군다나 두 팀은 역사상 처음으로 맞붙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정보도 없을 겁니다. 두 팀 모두 상대 팀의 대응 전술보다는 자신들의 전술을 밀어붙일 것으로 보입니다. 오스트리아의 강력한 창과 네덜란드의 강력한 창의 대결! 과연 경기는 어떻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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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녀석들의 홈구장이고, 우리보다는 훨씬 익숙하겠지.”
리그 우승을 이미 확정지은 지라, 마르코는 핵심 선수들의 체력 관리 위주로 리그 경기를 운영하였다.
그래서 최근 1승 2패를 하였지만, 선수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새로 영입된 어린 선수들의 가능성도 확인이 되었고.
르네 마리치의 상대 팀 전술 분석이 있었기 때문에 마르코는 대다수 축구 전문가들의 생각처럼 강 대 강 대결을 할 생각이 없었다.
상대의 공격을 확실하게 막고, 점수를 쌓아가려는 것이 마르코의 생각이었다.
잘츠부르크의 선수 구성은 4-3-3에 가까웠다.
다만 오른쪽 윙어로 미나미노 대신 베리샤가 들어왔다는 점이 달랐다.
또 다른 점은 최준호의 역할이었다.
후방 빌드업 시에 상대의 강력한 전방 압박을 무력화 시키기 위해서 최준호를 센터백 라인으로 내려보냈다.
하지만 공이 전방으로 나가면 최준호는 중앙 미드필더, 혹은 공격형 미드필더까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고.
프리롤이 부여된 최준호의 위치에 따라서 3-5-2, 4-4-2, 혹은 4-3-3등 다양한 전술 변화를 가져갈 생각이었다.
베리샤는 윙어 포지션으로 나섰지만, 사실상 중앙 미드필더 역할을 하였고, 양희찬과 엘링 홀란드가 전방에서 투 톱으로 높게 올린 상대의 수비라인을 부수는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오늘 여기서 승리하고 돌아간다.”
도르트문트를 꺾고 팀을 챔스리그 8강으로 올린 마르코의 리더쉽을 존중하는 선수들은 그가 어떤 전술을 요구하더라도 절대로 순응하고 따랐다.
후방으로 내려가면 득점에 관여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줄지만, 최준호는 마르코의 전술에 단 한 번도 불만을 표시하지 않았다.
그는 승리를 위해서라면 골키퍼라도 할 수 있는 선수였으니까.
휘슬이 울리기 전 아약스의 관중들의 시끄러운 응원 소리만 가득 암스테르담 아레나.
최준호는 잠시 관중석을 보았다.
생각해보니 어제 그 꼬마 여자아이가 와 있을지도 몰랐다.
그 아이를 위해서 오늘은 좀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소한 동기가 더 뛸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어 내고, 그것이 승부를 가져다줄 수 있을 테니까.
– 삑!
전반전 경기는 원정팀인 잘츠부르크의 선공으로 시작되었고, 두 팀은 10여 분 정도 탐색전에 가까운 지루한 경기를 하였다.
그리고 먼저 이빨을 드러낸 것은 아약스였다.
홈 경기의 이점을 다 누리지 못하면 원정에서 경기가 뒤집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라인을 끌어올리고 전방 압박을 시작하자, 잘츠부르크는 라인을 뒤로 내리고 역습을 준비했다.
‘…장난이 아닌데?’
아약스의 젊은 선수들은 발기술이 매우 좋고, 적극적이었으며 영리했다.
압박에 대한 전술을 준비하고 나왔음에도 그들이 거는 전방 압박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탈압박에 능한 최준호가 최후방까지 내려오지 않았다면 몇 번이고 공을 뺏겨서 위험한 지경에 처했을 것이다.
아약스의 젊은 선수들보다 최준호는 더 많이 뛰어다녔고, 질식사할 것 같은 센터백들이 위기에 몰리기 전에 그들의 공을 받아주었다.
프랭키 데용이 최전방까지 올라와서 공을 잡은 최준호를 압박하였다.
180cm, 74kg에 여리여리한 인상과는 달리 몸싸움에 능한 하드 워커였으며, 굉장한 패스 능력과 축구 지능을 가진 선수였다.
누군가는 최준호와 프랭키 데용을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라고 말하곤 하였다.
‘흑!’
‘윽!’
최준호와 데용은 어깨를 부딪치고는 서로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키와 체형이 비슷한 선수들이 맞붙었지만 누가 압도적으로 이기는 모습은 아니었다.
‘세계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네. 뭐 이리 단단해?’
‘…이 자식은 뭐야? 16살짜리가 맞아?’
데용의 강력한 압박 때문에 최준호는 정확하게 반대편 사이드로 공을 뿌리는 데 애로사항을 느꼈다.
공을 차려는 조짐만 들어오면 영리하게 가로채기하려고 데용이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준호 역시 데용의 움직임을 간파하면서 플레이를 하였고, 두 선수의 격돌은 팬들에게 굉장한 즐거움을 주었다.
**
“초이가 잘하는 거야?”
그레이시는 축구를 잘 몰랐다.
하지만 주황색 유니폼에 21번을 달고 있는 금발의 선수와 맞붙을 때마다 팬들이 환호성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었다.
“그럼. 프랭키 데용은 세계 최고의 클럽이라는 바르셀로나와 연결되어있는 선수니까. 저 위치에서는 가장 잘하는 선수 중에 하나야.”
프랭크는 그렇게 설명하고는 똑같이 흰색 유니폼에 21번을 달고 있는 최준호에게 눈을 돌렸다.
오늘 텐하흐의 전술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 이유는 명확했다.
후방에서 데용의 압박을 견디며 공을 다른 선수에게 정확히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 뻥!
또다시 데용의 압박을 푼 최준호가 반대편으로 공을 전달했다.
아약스 전술의 가장 큰 문제는 전방 압박에 큰 중점을 두기 때문에 빠르게 반대편으로 공이 전달되면 수비할 선수가 없어 상대에게 엄청난 공간을 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최준호가 데용의 거친 몸싸움에 균형을 잃으면서도 정확하게 공을 베리샤에게 연결했고, 베리샤는 자신의 주특기인 스피드를 사용하여 빠르게 공을 몰고 올라갔다.
잘츠부르크가 베리샤, 양희찬, 엘링 홀란드 세 선수에 의해 역습이 이뤄지지만, 아약스는 선수 전체가 우르르 올라가서 수비하는 형태를 취했다.
다만 베리샤의 패스 능력이 부정확해서 양희찬이나 엘링 홀란드에게 결정적 기회를 만들어 주지는 못했다.
‘레알 마드리드보다 어려운 상대 군.’
아약스의 감독 텐하흐는 무표정한 모습으로 팔짱을 끼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세계 최고의 클럽이었고, 그들은 명성에 맞게 항상 공격적으로 나왔다.
덕분에 훨씬 섬세한 조직력을 갖춘 팀의 압박 기술이 통하곤 했는데, 잘츠부르크는 리그에서 보여주었던 압도적인 공격력을 버려둔 채 역습 전술로 나왔다.
물론 이 상황에서 상대를 잠가버리고 두들겨 패고 싶었지만, 단 한 선수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데용처럼 21번인가?’
요새 아주 핫한 선수였다.
텐하흐조차 바르셀로나와 연결이 되어 있는 데용이 이번 시즌 떠나면 잘츠부르크의 21번을 데려오고 싶었다.
그는 데용보다 자신의 전술을 더 완벽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자질을 가진 선수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짜증 날 정도로 엄청난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
압박에 능한 데용조차 그의 탈압박을 어쩌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초이를 최후방으로 내린 전술은 역시 유효했어.”
마르코의 칭찬에 르네가 씩 웃었다.
“텐하흐가 전술 수정을 하지 않으면, 후반 들어 아주 곤란해질 거야. 젊은 선수들이라고는 하지만 저렇게 뛰어대면 지칠 수밖에 없으니까.”
잘츠부르크는 전반에 승부를 낼 생각을 추호도 하지 않았다.
전원 공격, 전원 수비라는 네덜란드의 토탈사커를 지향하는 아약스의 전술상, 저렇게 반대편으로 공간이 열리게 되면 다들 수비하러 죽어라 뛰어가야만 했으니까.
그렇게 뛰다 보면 후반에 자연스럽게 지칠 것이고, 마르코는 그때 상대의 숨통을 끊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베리샤의 패스가 너무 길어서 따라가던 엘링 홀란드가 한숨을 쉬는 광경을 보던 마르코가 입을 열었다.
“베리샤의 시야와 패스 능력은 좀 아쉽군.”
베리샤가 만약 최준호만큼의 시야와 창의적인 패스 능력을 갖췄다면, 1~2골은 넣었을지도 몰랐다.
“그에게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초이가 교체 선수가 되었겠지.”
베리샤와 엘링 홀란드, 양희찬을 제외하고는 전원 수비를 하는 잘츠부르크였기 때문에 아약스도 쉽사리 결정적 기회를 잡을 수가 없었다.
특히 공격과 수비의 핵심인 데용이 최준호의 수비에 애를 먹으면서 최준호만큼이나 제대로 된 패스를 뿌리지 못하고 있었다.
전반 35분쯤이 지나자 아약스의 감독 텐하흐는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선수들이 평소보다 더 많이 지쳐 보였기 때문이었다.
텐하흐는 도르트문트의 토마스 투헬처럼 전술을 적극적으로 바꿔가며 상대를 카운트하는 감독이 아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위해서 템포를 죽이라고 지시하는 것뿐이었고.
**
아약스의 전방 압박의 강도가 피부에 느껴질 정도로 약해지자, 최준호는 자연스럽게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베리샤가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하였고 잘츠부르크는 4-3-3 형태의 포메이션을 가졌다.
평소 오스트리아 리그에서 선보이던 공격적인 전술.
그렇게 전반 40분이 되었을 때.
공격 주도권이 잘츠부르크에 넘어왔을 즈음.
데용은 최준호에게 달라붙어서 방해하고 싶었지만, 피지컬 좋은 아이다라에게 부딪히고 말았다.
아이다라의 몸에 걸려 데용이 뒤뚱거리며 엎어지는 사이에 최준호가 민첩하게 공을 드리블 치며 튀어 나갔다.
데용이 빠지면서 아약스에는 4명의 수비수만이 남았는데, 잘츠부르크의 공격수도 최준호를 포함하여 4명이 되었다.
풀백인 누사이르 마즈라위가 최준호에게 달려들었는데, 그의 신장은 183cm지만 몸무게는 65kg밖에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스피드가 빠르지 않았고.
최준호가 피지컬이 좋은 프랭키 데용, 반더비크와 몸싸움을 했다는 사실을 잊어먹은 마즈라위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서 몸싸움을 걸다가 오히려 튕겨 나가고 말았다.
‘…안돼!’
균형을 잃어 그를 놓쳤다가는 아주 위험한 상황이 나올 걸 직감한 마즈라위는 곧바로 몸을 던졌다.
하지만 최준호의 순간적인 속도는 마즈라위의 예상보다 빨랐고, 최준호를 막아야겠다는 본능에 두 다리를 올려 휘젓고 말았다.
태클을 피해 점프를 뛴 최준호를 향해 가위 치기를 하듯이 들어온 백태클!
최준호는 공중에서 그의 양 다리에 걸려 위험한 모습으로 고꾸라져 버렸다.
– 삑!
마즈라위는 사색이 된 모습으로 벌떡 일어나 절대 고의가 아니라고 심판에게 말했지만, 심판은 단호한 눈빛으로 뒷주머니에서 붉은 카드를 꺼냈다.
“빌어먹을!!!”
최준호가 워낙 안 좋게 떨어진지라 마르코는 화가 난 얼굴로 욕설을 퍼부었다.
잘츠부르크 벤치에서 의료진이 뛰어나갔고, 텐하흐는 거의 죽일 듯한 표정으로 심판에게 하소연하는 마즈라위를 노려보았다.
‘…’
안 그래도 누가 유리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선수 한 명이 빠지는 건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었다.
텐하흐가 심각한 표정으로 스태프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그레이시는 엄청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였다.
“아프겠다.”
“큰 부상이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아약스의 팬인 프랭크는 울먹일 것 같은 그레이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괜찮아?”
팀닥터 린은 무릎을 잡고 머리를 잔디밭에 박고 있는 최준호의 다리 위에 찬물을 뿌리면서 상태를 물었다.
“…네.”
조용하게 대답한 것과는 달리 정말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린은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고개를 갸우뚱했다.
“차가운 물 좀 더 뿌려주세요. 시원하네요.”
린은 그제야 최준호가 연기를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영리한 녀석.’
린과 그의 동료 역시 아주 심각한 얼굴을 하며 뭔가 조치를 하면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가온 울머에게 말했다.
“시간 끌 테니, 음료 마시면서 잠시 쉬고 있어.”
울머가 다행스럽다는 듯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팀닥터들이 가지고 온 얼음통에서 물을 꺼내 조금 마시고는 머리 위에 뿌렸다.
그러자 걱정스럽게 다가온 선수들도 최준호를 둘러싸면서 음료 섭취를 하였다.
“엘링.”
최준호가 여전히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말하자, 엘링이 얼른 대답했다.
“왜?”
“골 넣자. 오른쪽 골대 쪽으로 침투해.”
“…알았어. 근데 왜 그렇게 인상을 찡그리고 있어?”
“…팔꿈치가 까져서 엄청나게 따끔거리거든.”
“큭.”
마즈라위의 태클에 걸린 순간 최준호는 본능적으로 낙법을 시전하였고, 큰 부상을 스스로 방지한 상황이었다.
“심판 온다.”
최준호는 양희찬의 손을 잡고 서서히 몸을 일으켰다.
“…일어났다! 다행이다!”
최준호가 절뚝거리긴 했지만, 그라운드에 일어나서 가볍게 몸을 움직이자 그레이시가 정말 다행스럽다는 표정을 지었고, 프랭크도 고개를 얼른 끄덕여주었다.
사실 속으로는 최준호가 저대로 교체되었으면 하는 생각이었던 아약스의 팬인 프랭크.
‘…X됐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