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 the ground RAW novel - Chapter (85)
그라운드를 씹어 먹다-85화(85/184)
85화 샛별들의 전쟁(3)
골대에서 대략 32m 정도의 거리.
최준호는 공을 땅에 내려놓고는 뻐근한 발목을 살살 돌렸다.
공이 떨어지는 위치를 다른 선수보다 좀 더 빨리 알아차리는 것만큼이나, 상대 태클에 대한 예측도 남다른 편이었다.
덕분에 과거에도 큰 부상은 입은 적이 없었다.
다만 이번 태클은 조금 의외긴 했다.
이렇게 큰 무대에서 생각 없이 그런 태클이라니…
최준호는 아약스가 공격수 한 명을 빼고 풀백을 넣는 것을 보고는 그들이 매우 수비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걸 직감했다.
‘하지만 여기서 골로 연결되면 수비만 할 수는 없겠지?’
수준 있는 팀이 마음먹고 수비만 하면 뚫는 것이 정말 어려운 게 축구이기도 했다.
한 명이 퇴장당한 지금 상대의 숨통을 완전히 물어뜯어서 다음이라는 기회를 주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는 최준호였다.
‘…좀 먼 것 같은데?’
엘링은 중앙에서 수비수들의 견제를 받으며 오른쪽을 힐끗 보았다.
프리킥을 차는 위치가 왼쪽으로 상당히 쏠려 있었기 때문에 자칫하면 골키퍼가 코스를 읽고 잡을 수가 있었다.
다들 엘링처럼 생각하는지 대부분 가까운 포스트 쪽을 경계하고 있었고.
최준호는 공을 정면에 두고 뒤로 4~5걸음 물러섰다.
마치 왼발을 사용하여 니어 포스트로 올릴 것처럼 서자, 아약스의 선수들은 다들 왼쪽을 경계하였다.
‘저것도 참 능력이네… 저기서 어떻게 오른쪽으로 크로스를 올린다는 거지?’
엘링은 생각만 그렇게 하고는 뛰어 들어갈 오른쪽 포스트 쪽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다른 잘츠부르크 선수들은 엘링이 마크하는 선수와 1:1을 할 수 있도록 왼쪽 포스트로 뛰어갈 준비를 하였고.
심판의 휘슬이 끝나기 무섭게, 최준호는 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근데 디딤발이 오른발이 아니라 왼발이었다.
공의 왼쪽에 왼발을 디디고는 오른발 아웃프런트로 톱스핀을 먹이며 공을 강하게 올렸다.
잘츠부르크의 선수들이 니어 포스트 쪽으로 달려들었고, 아약스 선수들도 같이 딸려갔다.
하지만 공은 니어 포스트가 아니라 먼 쪽으로 휘어 들어가며 뚝 떨어졌고, 그곳에는 엘링 홀란드와 그를 마크하는 마테이스 더 리흐트뿐이었다
리흐트가 네덜란드에서 아주 강력한 수비수이긴 하지만, 그보다 훨씬 키가 크고 피지컬이 좋은 엘링 홀란드를 이겨낼 수는 없었다.
리흐트가 강력하게 어깨싸움을 했지만, 엘링은 상관없다는 듯 떨어지는 공을 향해 정확하게 머리를 내밀었고, 엘링의 머리에 맞은 공은 아약스의 골대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이야앗!!”
엘링이 기다란 팔을 펼치며 비행기처럼 사이드로 달려가더니 이내 요가 자세를 취했다.
관중석에서 엄청난 야유 소리가 나왔지만, 엘링은 게으치 않고 몸을 벌떡 일으켜 카메라를 향해 자기 얼굴을 들이밀었다.
마르코는 펄쩍 뛰며 선취점을 기뻐했고, 텐하흐는 굳은 표정으로 엘링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는 최준호를 보았다.
엘링은 오스트리아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에서 득점 1위를 하고 있으며, 엄청난 피지컬과 재능으로 세계 빅클럽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텐하흐는 엘링보다 최준호의 가치가 더 크다고 생각하였다.
‘도대체 저런 프리킥은 어떻게 차는 거지? 저 어린 선수가?’
그의 중거리 슈팅이나 프리킥 능력은 정말 경악스러운 수준이었다.
아무리 강팀이라도 잘츠부르크의 저 한 방을 조심하지 않으면 경기를 내어줄지도 몰랐다.
**
새로운 별들의 전쟁.
이름하여 샛별 전쟁.
엄청나게 피 터지는 경기가 될 거라고 모든 전문가가 예상했지만, 아약스의 선수 한 명이 퇴장당하면서 운명의 추가 기울기 시작했다.
전반전 엘링 홀란드의 골로 1-0으로 잘츠부르크가 앞선 상황.
후반 들어 잘츠부르크는 맹공을 퍼부었다.
강력한 압박을 통해서 상대의 공격을 봉쇄하고 상대의 진영에서 볼을 빼앗아 공격하는 텐하흐의 전술은 선수가 한 명 빠지면서, 공이 있는 공간에는 잘츠부르크의 선수가 항상 1명씩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전반에 완전히 내려앉아 수비만 했던 잘츠부르크 선수들은 아약스 선수들보다 체력적으로 우세했는데, 최준호의 경우 그 특유의 활동량을 발휘하면서 공이 있는 곳에 수적 우위를 가져다주었다.
여기에 동점을 만들어야 하는 아약스의 입장에서는 공격을 포기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무리하게 공을 드리블 치다가 뺏기는 경우가 많았다.
후반 13분 무렵.
아이다라가 무리하게 드리블하는 반더벡의 공을 빼앗았고, 크사보에게 바로 연결했다.
크사보는 앞서 있는 최준호에게 패스하고는 뛰어 들어갔고, 데용은 최준호에게 붙으려다가 스루패스를 염두에 두고 크사보를 따라 뛰어갔다.
순간적으로 정면에 많은 공간이 생긴 최준호는 빠르게 공을 드리블하였다.
그에 마크맨이 붙어야 했지만, 아약스는 한 명이 퇴장당한 상황.
아차 싶었던 데용이 최준호에게 달려들었지만, 너무 늦고 말았다.
늘 그렇듯 양희찬과 엘링이 센터백을 사이드로 끌고 나가 정면이 완전히 오픈된 상황!
최준호는 주저 없이 중거리 슈팅을 때렸다.
– 뻥!
아약스의 골키퍼 오나나는 후방 빌드업에 유용한 골키퍼지 선방을 잘하는 골키퍼가 아니었다.
너무 이른 타이밍에 터진 중거리 슈팅을 막기 위해 몸을 날렸지만, 공은 이미 골대 그물을 강하게 흔들고 있었다.
“젠장!!! 정면을 열어두지 말라고 했는데, 다들 뭐 하는 거야!!!”
오나나가 머리끝까지 화가 나 소리를 쳤고, 수비수들은 어쩔 수 없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양희찬과 엘링 홀란드를 놓쳐도 문제니까.
최준호는 엄청난 야유를 쏟아놓는 암스테르담 아레나의 관중들을 향해 입 닫으라고 한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리며 뛰기 시작하자, 여기저기서 물통이 날아들었다.
최준호는 얄밉게도 날아오는 물통들을 모두 피해서 세레머니를 하였고, 관중석의 야유는 더 거세졌다.
“얌마, 적당히 해! 너 그러다가 총 맞는다.”
임대 오자마자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준 울머가 말하자 최준호는 얼른 손을 내렸다.
안 그래도 총에 맞아 죽은 경험이 있었으니까.
“이야야야야!!”
모두가 야유를 보내는데, 스타디움 한구석에서는 어린 여자아이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레이시는 축구는 잘 모르지만, 최준호가 골을 넣자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고, 어린아이답게 주변 신경 쓰지 않고 신나게 소리를 질렀다.
아약스 유니폼을 입은 작은 소녀가 좋다고 소리를 지르니 주변의 사람들은 어리둥절해질 수밖에 없었다.
“이봐. 딸에게 잘 설명해. 지금 지고 있는 거라고.”
프랭크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양해를 구했다.
“미안해. 오늘 딸이 처음 축구장에 왔거든.”
최준호는 야유를 뚫고 나오는 소녀의 환호성을 듣고는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제 보았던 그레이시가 눈에 띄자 최준호는 그곳을 가리키며 손을 흔들었고, 그레이시는 신이 나서 같이 손을 흔들었다.
“초이 엄청나게 잘하는 거지?”
“응. 제일 잘하는 것 같아.”
“진짜?…엄마 없어도 멍청이가 아니고, 잘 할 수 있는 게 있구나.”
그레이시가 중얼거리는 소리에 프랭크는 살짝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
이후 아약스는 컨디션 좋은 엘링 홀란드와 양희찬에게 연속으로 골을 먹으며 홈에서 0-4로 대패를 하고 말았다.
비슷한 수준의 팀끼리 붙었을 때, 레드카드 한 장이 얼마나 엄청난 위력을 보여주는지 보여주는 결과였다.
이로써 엘링 홀란드는 11골로 리그 득점자 1위로 올라섰고, 1골 2도움을 한 최준호는 경기 MOM이 되었다.
오늘 그는 108번의 패스를 뿌려서 102번 성공을 했고, 6번의 결정적 패스를 주었으며, 5번의 드리블 돌파를 하였다.
3번 태클을 해서 3번 모두 성공시키고, 5번의 경합에서 3번을 성공하는 등 공수 양면으로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여러 매체에서 10점 만점에 평균 9.5점에 가까운 점수를 얻었고.
– 오늘 이전과 비교하여 놀라운 발전을 떠올릴 정도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이유가 있나?
– 도르트문트와의 경기 이후 경기를 보는 눈이 조금 변했다. 그리고 오늘은 동기가 될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지만, 비밀로 하고 싶다.
최준호는 간단한 인터뷰를 끝내고는 바로 로커로 향하지 않고, 관중석을 훑으며 천천히 걸었다.
연장 시간이 끝나기도 전에 실망한 아약스 팬들 대부분이 경기장을 썰물처럼 빠져나갔는데, 혹시 그레이시가 있을까 싶어서였다.
아까 앉아 있던 장소가 아니라 펜스 가까운 곳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어린 소녀가 눈에 띄었고, 최준호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안녕! 초이!”
“안녕. 그레이시.”
최준호와 눈이 마주치자 프랭크도 겸연쩍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반가워. 난 그레이시의 아버지. 프랭크야.”
“반가워요.”
둘의 인사가 가볍게 끝나자 그레이시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최고였어! 초이!”
“고마워. 아까 응원해줘서 더 열심히 뛰었네.”
“진짜?”
“그럼. 특히 작은 팬들은 더 소중한 존재들이니까.”
“좋아!”
최준호는 그런 그레이시에게 유니폼을 벗어서 건네주었다.
그레이시는 신기한 표정으로 땀에 잔뜩 젖은 유니폼을 만지작거리다가 코를 가렸다.
“히잉. 땀 냄새!”
“땀 냄새라니. 많은 사람이 얼마나 탐내는 물건인데.”
“…진짜?”
그레이시의 말에 옆에 프랭크가 얼른 대답했다.
“그럼. 진짜란다.”
그레이시가 다시 웃음을 지었고, 프랭크가 최준호에게 말했다.
“그레이시를 도와줘서 고마워.”
“당연히 해야 할 걸 한 것뿐이에요.”
“혹시 폐예노르트나 에인트호번이랑 경기를 하기 위해서 네덜란드에 온다면 꼭 응원하러 가겠네.”
“하하하. 감사합니다.”
최준호는 그들과 간단한 인사를 끝내고는 다시 몸을 돌려 로커로 향했다.
그레이시는 땀에 젖은 21번이 새겨진 최준호의 유니폼을 펼쳐서 보다가 말했다.
“나도! 초이처럼 잘하는 사람이 될 거야!”
**
이후 잘츠부르크는 아약스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한 명이 퇴장당한 1차전과 달리 2차전은 양 팀이 거의 대등한 경기를 펼쳤고, 1-1로 비기던 후반전 마지막에 프랭크 데용의 직접 프리킥에 골을 내어주면서 1-2로 패했지만, 두 경기 총합 5-2로 잘츠부르크가 아약스를 꺾으며 준결승에 진출하였다.
잘츠부르크 구단 역사상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 진출은 당연히 처음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잘츠부르크의 팬 중 일부는 자신이 운영하는 술집의 맥주를 무료로 풀었고, 레드불 아레나 주변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사람들로 가득했고, 꽤 많은 경찰이 곤란에 빠져야만 했다.
다만…
이날 엘링 홀란드는 더 리흐트의 강력한 태클에 발목 부상을 입어 병원으로 실려 갔고, 거의 전 경기 선발 출전한 주장 안드레아스 울머가 피로에 의한 허벅지 부상으로 사실상 이번 시즌 아웃이 되면서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에 빨간불이 켜지고 말았다.
잘츠부르크의 준결승 상대는 AS 로마였다.
AS 로마는 바르셀로나와의 1차전에서 1-4로 패배했지만, 홈에서 3-0으로 깨면서 원정 다득점 규칙에 따라 준결승에 진출하였다.
준결승에 올라온 또 다른 팀은 맨시티와 리버풀이었다.
많은 도박사와 축구 전문가들은 맨시티와 리버풀의 경기가 사실상 결승전이라고 말을 하였다.
또 AS 로마가 월등하게 경기력이 좋은 팀은 아니지만, 핵심 자원이 빠진 잘츠부르크 상대로 결승전에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이 분분했다.
‘…쉽진 않겠네.’
최준호는 훈련 중에도 짜증과 불만을 자주 터트리는 스페인의 한 남자를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영입해온 엘링 홀란드에게 밀려 출전 기회를 거의 잡지 못한 스트라이커 조나단 소리아노는 다음 AS 로마와의 경기에서 프리킥은 자신이 차겠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중이었다.
올해 30살.
6개월 전 첫 딸이 태어나면서 엉망이었던 그의 훈련 태도는 돌변하였고, 지금은 꽤 열심히 훈련받으며 경기력을 많이 끌어올린 상황이었다.
소리아노는 2011년도부터 작년까지 팀의 핵심 공격수였고, 프리킥을 전담하던 선수였다.
엘링과 최준호에게 밀려서 그림자도 보이지 않다가 엘링이 다친 후에는 본격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 어떻게 16살짜리한테 프리킥을 맡기는 거야?
물론 그 말에는 힘이 없었다.
최준호가 이미 엄청난 결과를 내고 있었으니까.
그런데도 그는 계속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고, 이전부터 유대관계를 맺던 선수들을 끌어들였다.
– 저 녀석 다음 시즌에는 도르트문트로 돌아갈 녀석이야. 갑자기 저 녀석이 사라지면 다음 시즌은 어떻게 할 건데?
사실 이 말은 상당히 효과가 있었던 모양이었다.
최준호를 지지하던 주장 안드레아스 울머도 재활 치료를 받느라 병원에 있고, 임시 주장을 맡은 소리아노가 저렇게 설치고 다니니 최준호의 입지가 팀에서 점점 줄어들다 못해 소외당하는 중이었다.
– 그리고 유럽팀에서 왜 아시아인들이 뛰고 있는 건데? 여긴 엄연히 유럽인의 자리라고!
그는 이번 시즌 출장을 거의 못 한 후보군 선수들을 끌어들였고, 잘츠부르크에서 오랫동안 뛰었던 양희찬과 미나미노까지 저격하고 나섰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마르코의 귀에도 들어갔다.
“무슨 수를 써야 하지 않을까?”
르네 마리치가 걱정스러운 어조로 물었고, 마르코는 그저 인상만 썼다.
확실히 이런 문제는 골치가 아픈 문제였다.
지금 팀에서 소리아노를 뺀다면 마땅한 스트라이커도 없는 마당이었다.
“그 자식 갑자기 왜 그런데?”
마르코가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중국 슈퍼 리그 쪽에서 오퍼가 온 모양이야.”
“…뭐, 중국?”
“알잖아. 돈으로 선수 긁어가고 있는 거. 몸값을 높게 부르려면 뭔가 실적이라도 있어야 할 테고. 챔피언스 리그 준결승에서 골이라도 넣으면 협상 자리에서 유리해질 테니까.”
“사실이야?”
“내 추측일 뿐이야.”
“추측은 함부로 말하지 마.”
마르코의 말에 르네는 뻘쭘하게 웃었다.
“이번 시즌 끝나면 초이가 돌아갈 텐데, 선수들은 그 빈자리를 걱정하나 봐.”
“아니, 그건 시즌 끝나고 감독이 알아서 할 텐데 왜 지들이 난리야?”
“자네도 떠날 것 같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망할.”
도르트문트의 토마스 투헬이 얼마 전 경질이 되면서 그곳의 감독 자리가 비어 있는 상태였다.
언론에서는 토마스 투헬의 밑에서 일했던 마르코 로제가 유력한 차기 감독이 될 거라는 기사가 조금씩 실리는 상황이었고.
마르코는 잠시 머리를 손으로 문질렀다.
축구만 하고 싶어도 축구만 할 수 없는 게 이 판이었다.
“잠시 머리 좀 맞대보자고.”
**
– 네, 동현이 형!
– 잘 지내고 있냐?
– 뭐 그렇죠.
– …뭐 그렇죠? 어떤 놈이야 형이 손 봐줄게.
– 아뇨. 됐어요.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 처리? 진짜 뭐가 있냐?
– 형 손을 빌리게 되면 그때 연락을 줄게요. 근데 갑자기 무슨 일이에요?
최준호는 코를 후비적거리다가 푸키에게 손을 뻗었다.
그러자 갑자기 도망가는 푸키.
– 아, 잡지사에서 인터뷰하자고 연락이 왔어.
– 잡지사요? 뭐, 그런 걸 해요?
– 야, 보그(Bogue)사야.
– 보그요?
– 세계 최고의 패션 잡지라고. 예전에 호날두도 나왔었고.
– …
– 인지도 올리기에는 이만한 게 없어. 휴가철에 이틀 정도 시간을 내주면 될 거 같은데.
최준호는 도망가는 푸키를 쫓아가면서 말했다.
– 휴가철이면 오케이.
– 근데 그쪽에 무슨 연이라도 있냐?
– 네?
– 거긴 웬만한 유명 스포츠 선수도 나오기 힘든 곳인데?
– 글쎄요. 제 패션 알잖아요?
– 흐흐흐흐흐흐.
– 아니 왜 웃기만 해?
– 흐흐흐흐흐흐. 양희찬 선수 잘 쫓아다녀. 하여튼 그거 알려주려고 전화했다.
– 응, 알았어요.
휴대폰을 끊은 최준호는 손을 침대에 막 문지르고 푸키에게 손을 내밀자, 푸키가 낑낑거리며 고개를 저었다.
– 똑똑똑.
“네!”
문을 열자 르네가 서 있었다.
“아직 퇴근 안 했어요?”
“응. 시간 있으면 잠시 우리 이야기 좀 할까?”
“뭐, 그러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