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ing the Academy With a Single Piece of Sashimi RAW novel - Chapters (147)
사시미 한 자루로 아카데미를 씹어먹음-147화(146/300)
147화 기호 7번 강검마 (5)
‘…여기까지입니다.’
하 주임이 자그마한 읊조림으로 이야기를 매듭지었다.
딱 본론만 말했다. 1학년의 신분으로 회장 선거 출마권과 기호는 6번 혹은 7번에서 선택할 수 있다는 것까지.
원래는 은근슬쩍 스카우트 제의도 건넬 공산이었지만…….
눈만 슬그머니 들어 올리는 하 주임. 그녀의 망막에 하늘색 머리가 담겼다.
‘저 여자애.’
눈동자에서 청염이 끓는 여생도. 저 여자애가 강검마를 향한 ‘협회적’ 접근을 싹둑 잘라 냈다.
이름이 사키 료조라고 했던가. 하 주임은 처음엔 긴가민가했으나, 느지막이 알아챘다.
사키(咲)란 절궁가. 즉 사키 코지마의 여식임을 증명하는 성이었다.
설마, 칠 성 영웅과 일본의 수반을 겸임하는 괴물의 딸일 줄이야. 어째 첫인상부터 범상치 않다 싶더라니.
‘이럴 줄 알았으면, 비밀 유지 계약서든 뭐든 안 된다고 잘라 내는 건데…….’
미스였다. 그래도 변명해 보자면, 강검마와의 독대가 너무도 두려웠다.
심장마비로 마수를 즉사시키는 사람인데, 나는?
자칫 시선이라도 닿았다간 꽥- 황천행!
하 주임은 도저히 강검마의 얼굴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영업의 기본은 상대와의 눈맞춤이다. 협회 연수원 무렵,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던 기초 중의 기초.
그런데 눈맞춤은 고사하고, 저 검은 눈은 크게 숨 쉬는 것도 허락지 않는 것 같았다.
강검마와 되도록 우호적인 교분을 터놓으라는 성 과장의 지시를 뇌리에서 지웠다.
‘성 과장님 죄송해요.’
하 주임은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만약 강검마에게 잘만 영업했더라면.
우리 ‘전략 기획부’의 올해 실적은 충당하고도 남았을 거다. 협회 윗선은 레온과 더불어 강검마를 주목했으니까.
하지만 회사 일이 목숨보다 중요하진 않잖아. 지금쯤 학원장님께 된통 깨지고 계실 과장님도 이해해 주실 거야.
‘아니, 애초에 측정 불가의 생도랑 어떻게 대화하라는 거예요!’
하 주임이 속으로 작게 툴툴거리는 가운데, 강검마가 테이블에 턱을 괴었다.
그는 뭔가 탐탁잖다는 기색으로 삐딱한 표정을 지었다.
“보상이 회장 선거 출마라.”
살바람처럼 서늘한 음성이 별실을 맴돌았다.
강검마가 손톱으로 톡톡 테이블을 건드렸다.
“그게 전부입니까?”
“……!”
하 주임이 저도 모르게 머리를 들었다. 뭐지? 무려 세계 최고 명문, 호아킨 아카데미의 ‘회장 선거 출마’인데?
본디 2, 3학년만 가능하며 출마만 해도 가문의 위세가 상승하는 그런 기회를.
강검마는 ‘고작 그딴 걸로 그 고생시킴?’이라 말하듯이, 오만상을 찌푸렸다.
그런 명예 따위는 자신한테 하잘것없다고 눈빛으로 말했다.
하 주임의 상식으론 이해되지 않았다. 그렇지만 상대가 누구던가.
사시미 검성이라 불리는 천재. 조금의 도발도 용서치 않고 바로 칼부터 들이민다는 광인.
광인이란 본디, 머리에 나사가 풀린 자들이다. 협회장님의 분위기도 이러해 잘 안다.
생각하는 체계가 다르고, 기쁨과 슬픔도 일반인과 다른 부분에서 느끼는 게 그들이다.
그러니 강검마의 어떤 부분을 자극했는지, 일반인인 하 주임으로선 알 턱이 없었다.
하 주임의 등골에 오소소 서슬이 일었다. 테이블 위에 다소곳이 올렸던 두 손에 땀방울이 솟았다.
“죄,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한진 스스로도 영문을 모르지만, 무의식은 사죄를 선택했다.
그때 료조가 강검마의 팔을 가볍게 쳤다.
“검마, 너는 진짜 반대 입장도 좀 생각해. 네가 분위기 잡으면 진짜 숨통이 막힐 것 같다니까?”
“아.”
강검마가 멋쩍게 뒷목을 긁적였다. 진정을 되찾은 모습. 그제야 료조는 진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 봐야지. 아직 하 주임님 말 다 안 끝났는데, 그렇게 나오면 퍽 말문이 트이겠다. 그쵸, 하 주임님?”
“아, 예예.”
하 주임은 그렁그렁한 눈으로 고개를 주억였다. 가빴던 숨을 추슬렀다. 그녀는 생각했다. 이 어여쁜 소녀를 데려온 건, 신의 한 수라고.
료조가 강검마의 입을 대신해 물었다.
“오늘 치렀던 모의시험부터 해서 모든 게 이례적인데. 회장 선거 출마뿐 아니라, 뭔가 더 있을 것 같은데. 맞나요?”
“무, 물론이죠! 이번에 선출되는 회장에겐 협회 한국 지사 출입증을 부여하기로 이야기가 되어 있습니다. 즉 호아킨 아카데미의 회장은 언제든지 자유로이 협회를 출입할 수 있다는 거죠.”
그 말에, 시커멓던 동공에 빛이 스쳤다. 대뜸 회장 후보라는 실없는 보상에 실망했는데, 협회 출입증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강검마가 말했다.
“협회 한국 지부면 어느 곳이든 출입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한껏 누그러진 말투에 하 주임이 냉큼 대답했다.
“극비 문서고를 제외하면 어느 시설이든 이용할 수 있답니다. 예를 들면…….”
“아티팩트 보관고도 포함됩니까?”
“네, 아티팩트 보관고도 권한에 포함됩니다.”
“한 가지 더 물어보겠습니다. 혹시 모노리스, 그것도 협회에 있나요?”
“모노리스라면… 아! 그 돌덩이 말씀하시는구나. 네, 모노리스는 협회가 관리하는 아티팩트고, 마침 한국 지부에서 보관 중입니다. 물론 조건이 있습니다. 대동 인원 없이 혼자서만. 그리고 접촉은 불가해요. ”
“……!”
강검마의 눈에 잿더미처럼 바스러졌던 기대감이 다시 차올랐다. 와중에 하 주임이 중얼거렸다.
“근데 그 모노리스. 직접 보시면 크게 실망하실 텐데… 말이 좋아 아티팩트지 실상은-”
“상관없습니다.”
그로써는 충분했다. 시스템이 제시한 다음 목표 「【???】의 두 번째 편린」을 얻을 시 보상은 충당된다.
이번 모의시험에서 뛴 것 역시 호구 잡힌 게 아닌, 분명한 성취로 전환된다.
다만 완전히 거머쥔 것은 아니었다. 2주 후, 본막이 남아 있었다.
더군다나 단순히 무력으로 찍어 눌렀던 여태와는 다를 터.
생도들의 정상에 군림키 위해선 숫제 무력이 아닌 지략과 정보, 술수가 요구된다.
강검마가 료조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녀가 갸웃했다.
강검마의 시선이 하 주임에게 넘어갔다. 그가 확신에 찬 얼굴로 말했다.
“7번으로 출마하겠습니다.”
* * *
…한 시간 후, 성 과장이 부처로 돌아왔다.
피로에 찌든 얼굴로 그는 의자에 풀썩 등을 기대었다. 슬며시 다가온 하 주임이 캔 커피를 건넸다.
“수고하셨어요, 과장님. 이거 마시고, 힘내세요.”
“…이거 말고 싸제 커피 없냐? 달달구리 한 커피는 영 별론데.”
“아까 1층 카페 가 봤는데, 뭔 아메리카노가 2만 원 돈 하더라고요. 예산편성 생각하면 여기서 지내는 동안은 캔 커피 마셔야 합니다.”
“부자만 다닌다고 물가하고는…….”
성 과장이 혀를 차며 캔 뚜껑을 땄다.
“사시미 검성은 어떻게 됐어?”
강검마는 이쪽 업계에서 사시미 검성으로 통했다. 어감이 입에 착 감기기 때문이었다.
성 과장의 물음에 하 주임이 부르르 떨리는 어깨를 쓸었다.
“말도 마세요. 진짜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노려보는데 그 분위기가 막……!”
“영업은 어땠어. 영웅 협회에 관심 좀 두는 것 같던?”
“그게 좀 애매해요.”
하 주임이 검지로 볼을 찔렀다. 얕게 들어가는 왼쪽 보조개. 그녀는 강검마와 나눴던 대화를 정리해 보고했다.
“처음엔 싫어하는 것 같았어요. 근데 협회 출입증이 발부된다니까 사람이 확 변했어요. 엄청 능동적으로? 눈도 초롱초롱 빛내고. 특히, 모노리스에 관심이 많던데요?”
입가로 향하던 캔 커피가 멈칫했다.
“모노리스? 그 돌덩이? 왜?”
“글쎄요? 솔직히 더 못 물어보겠더라고요. 으으… 지금 생각해 봐도 진짜 너무 무섭네. 과장님은 학원장님이랑 이야기 잘되셨어요? 모의시험에서 생도들 기절한 것 때문에 불려 가신 거죠?”
“…뭐, 그것도 그건데. 게헤나 게이트에 무슨 문제가 생길 것 같다나 봐.”
게헤나 게이트. 마경 게헤나와 인세를 잇는 통로였다.
“엥? 700년 동안 아무런 일 없었는데, 갑자기요?”
“학원장님이 [시인의 가호]로 이변을 감지하셨대. 그래서 영웅 협회에 조사 의뢰 차 나를 부르신 거고. 물론 대판 깨지기도 했지.”
“…별일 없겠죠? 진짜 진짜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에 하나라도 게이트가 뚫리면.”
“…….”
성 과장은 복잡한 상념을 날리듯 휘휘 캔을 까딱였다. 그리고 마지막 모금을 털어 넣었다.
“어우, 맛대가리 없어서 안 되겠다. 하 주임, 애들한테 말해서 오늘 일찍 퇴근하고 회식하자 해. 오늘 목숨 걸고 일했는데, 우리도 보상이 있어야지. 원주까지 왔는데, 한우나 먹으러 가자.”
“오! 소- 고- 기! 과장님이 쏘시는 건가요?!”
“내가 돈이 어딨어.”
성 과장이 웃으며 카드를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웠다. 빛깔이 황금을 머금어 영롱했다. 찬연한 빛에 하 주임이 흠칫 물러났다.
“그, 그, 그건!”
“법인카드.”
* * *
방으로 향하는 복도.
슬슬 걸으면서 나는 오늘의 성과를 되새겼다.
‘학생회장 출마라.’
몇 달 전까지, 숨어 살려 했던 마음가짐을 무색하게 하는 이벤트였다. 인제 와서 후회하는 건 아니었다. 그저 좀 허탈한 기분을 느꼈다.
‘기호 7번.’
선택지는 6과 7 둘이었다. 내가 후자를 골랐을 무렵, 료조가 뜯어말렸다.
이왕 할 거면 기호는 1에 가까울수록 좋다나. 일본 종신 총리의 딸이니 이런 부분에서 빠삭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나는 7번으로 택했다. 모름지기 7은 운이 따르는 숫자였다.
‘레온이 자연스레 기호 6번이 됐네.’
뜻하지 않게 레온과 맞부딪치게 된 상황. 근데 다시 생각해 보니 내가 걔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까?
칼로 투덕거리는 건 자신 있는데, 선거는 글쎄…….
정사에선 2학년이 된 레온이 어렵지 않게 회장 자리를 꿰찬다.
잘생겼고, 성격 좋으며, 강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공이니까. 모든 면에서 넘사벽이었다.
걔만 있으면 모를까. 위 학년 후보들도 쟁쟁할 터였다. 당장 머릿속에 떠오른 얼굴들도 기반이 탄탄한 자들이다.
‘현(現) 회장도 재출마하려나?’
누가 됐든, 그들은 선배인 만큼 호아킨 아카데미 생도들의 민심도 잘 알 테지.
반면, 나는 입지가 몹시 부실했다. 평범 아래인 랑 클래스, 천한 취급인 특진생이란 꼬리표들. 모래주머니를 주렁주렁 매단 채 달리는 것이다.
그래도 승산은 있었다. 료조와 웨폰. 명민한 두 사람이 내 우군이다. 축제 때도 다 같이 합심해서 김치찌개 부스를 일궈 본 경험도 있었다.
다소 귀찮긴 하다만 모노리스에 접근할 방법은 이게 유일했다. 무턱대고 사시미 들고 협회를 습격할 순 없는 노릇이니.
‘부원들이랑 더 이야기를 해 봐야겠군.’
…잠시 후, 방 근처에 다다랐을 때에.
“어?”
방문 앞에 덩그러니 웬 박스가 놓여 있었다. 다가가서 살펴보니 덕지덕지한 스티커 사이로 보낸 이가 적혀 있었다.
=뷜란트=
“일주일은 걸릴 거라더니 사흘 만에 끝났나 보네.”
나는 방에 들어섬과 동시에 포장 테이핑부터 끊었다. 뽁뽁이에 묻힌 서슬 퍼런 자태.
나의 애장(愛裝) 무라사메였다. 불과 사흘 만인데 애틋한 기분에 입술이 말렸다. 난 곧바로 칼날을 뽑아 봤다.
스르릉-
교태롭게 우는 칼날. 무라사메는 불도 안 켜진 방 안에서 저 혼자 빛을 흩뿌렸다.
손잡이, 마감새, 다듬기 그 전부가 모난 점을 찾기 힘들었다. 뷜란트의 걸작이었다.
그 순간, 시야에 상태창이 드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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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류: 사시미
설명: 이슬을 머금었던 검이라 불렸던‘던’ 검입니다.(…….)
규격: 「칼날 길이 – (35▶36) 센티」, 「폭 – 6센티」
특성: 「파괴력 – (C▶B)」, 「사정거리 – E」, 「경도 – (C▶B), 「성장성 – (A▶S)」
등급: (D▶B-)급
[NEW!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었습니다.] ◀ (터치 시 해금.)== ==
전반적으로 고루 상승한 능력치들. 심지어 등급은 얼추 두 계단이나 올랐다.
‘뷜란트, 그 아저씨가 아주 단단히 절치부심했나 보네.’
짧게 웃고서 시선을 내렸다. 강화 스탯이 고무적이어도, 메인은 아래였다.
나는 혀로 입술을 핥고서 맨 아래 문구를 두드렸다.
파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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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명왕(冥王)의 권능〉
명계를 다스리는 망자의 왕.
사후의 힘 일부를 빌린다.
◈ 능력 및 조건
: 5분 내로 본 무장으로 벤 개체를 (1)만큼 부릴 수 있게 됩니다.
: 숙련도, 추가적인 강화를 통해 개체 수를 늘릴 수 있습니다.
: 거느릴 수 있는 개체는 피하를 구분 짓지 않습니다.
: 단, 효과는 영구적으로 지속되지 않으며, 시간은 10분으로 한정됩니다.
[※ 일종 조건을 만족하여, 특수·칭호 《명왕(冥王)》을 달성하였습니다.]2) [ ――(비어 있음)―― ]
3) [ ――(비어 있음)―― ]
※ 특수 능력 부여는 *마석*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임의로 발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