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ing the Academy With a Single Piece of Sashimi RAW novel - Chapters (182)
사시미 한 자루로 아카데미를 씹어먹음-182화(181/300)
182화 드래곤 (2)
…뭐지?
‘혼한테 큰일이 났다고?’
나는 잠깐 멍하니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곧장 기숙사를 나와 최설아네로 향했다.
호아킨 교관 거주동.
나는 최설아의 방문을 두드렸다. 안에서 무슨 기척이 느껴지는 듯했지만, 반응이 없었다.
초인종을 눌렀다. 여전히 조용했다.
‘문을 따고 들어간다.’
나는 항상 마스터키를 몸에 지니고 다닌다. 도어락 정도의 방범쯤이야, 하찮다.
스르릉.
사시미를 꺼냄과 동시에 우당탕 소리가 울렸다.
뒤이어 문이 벌컥 열렸다. 당혹스러운 기색의 최설아가 냅다 튀어나왔다.
“주, 주군! 어, 어쩐 일로!”
“혼한테 무슨 일 났다길래 바로 달려왔다. 각설하고, 뭔 일이야? 주변에 드래곤 키운다고 들키기라도 한 거야? 내가 그렇게 주의하라고 경고했는데?”
“아, 아니. 그런 건 절대 아닙니다! 다만…….”
최설아가 말끝을 얼버무렸다. 나는 한 뼘 남짓 열린 문을 잡고 휙 잡아당겼다.
“아콩!”
벌러덩 넘어진 최설아가 엉덩이를 찧었다. 그런 그녀를 지나쳐 방 안으로 냉큼 진입했다.
“잠시만요, 주군! 저한테도 프라이버시가!”
“꺼져.”
애걸을 뒤로 하고 방을 둘러보려 할 때였다.
주방 쪽에서 느껴지는 기척. 나는 신발을 신은 채 성큼성큼 주방으로 향했다.
“……?”
잔뜩 어질러진 주방이 일단 눈에 들어왔다. 그다음으론, 의자를 번듯이 놔두고서 바닥에 앉아 있는 혼을 발견했다.
소시지를 오물거리는 모습. 내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나와 눈이 마주친 혼은 퍼뜩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어? 당시니 왜애?”
나는 [소통의 가호]를 발현.
입가에 고기 조각을 잔뜩 묻힌 드래곤과 대화를 시작했다.
―맛있냐?
“…….”
끄덕… 끄덕…….
* * *
드래곤은 어느 곳에서든 막강하고도 신비한 존재로 묘사된다.
인간에게 복을 베풀거나, 주인공에 등을 내주어 전설을 엮거나 하는 선한 존재.
혹은 파멸을 초래하는 재앙의 동물로도 묘사되는 미지의 생물. 그게 드래곤이다.
그렇다면 기적의 가호 M을 골조로 한 이 세계에선, 선악 둘 중 어느 파벌인가?
그 부분에 대해선 애매한 대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결론부터 말해서, 드래곤은 마족으로 분류된다.
어렵게 볼 것 없이 그들의 터전이 마경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하나만으로 ‘드래곤은 인류의 적이다!’라고 단정 짓기엔 무리가 있다.
왜냐하면 그들로부터의 피해 사례가 거의 없었으니까.
행여나 인간과 마주치더라도 못 본 척 지나친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호전성 없는 마족. 그 점에선 심심찮게 인간을 죽여 대는 여타 마족과 분명한 차이를 보였다.
‘괜히 경매장에 참여했던 돼지들이 겁 없이 드래곤을 거둬들이려고 한 게 아니지.’
애초에 드래곤들은 원체 극소수인 데다 노출되길 꺼렸다.
그저 유유자적 그들만의 삶을 살았다.
진정한 강자는 구태여 위용을 과시하지 않는 법.
700년 전, 1차 인마대전 당시에도 그들은 관여하지 않았다.
그저 멀리서 전쟁을 관조할 뿐이었다.
일각에선 너무 압도적인 존재들이라 공격성이 거세됐다는 말이 나왔다.
위협할 세력이 없기에 실력 행사를 할 필요가 없을 테니.
하지만 이 세계 전부가 알고 있다.
그들이 결코 안온하기만 한 종족이 아님을.
그건 군단장들도 분명히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군단장은 하나같이 초월체다.
그러나 종족 단위로 뭉친 드래곤은 그에 필적한다.
설혹 두 세력이 격돌한다면 결과는 공멸이었다.
해서 군단장들은 드래곤의 터전은 가까이하지 않았다.
그에 응하듯, 마경이 군단장들에 지배하에 놓여도 그들은 침묵할 뿐이었다.
그렇게 양측 간에 자연스레 불가침 조약이 맺어졌다.
하지만 그들의 불편한 동침의 종막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3년 후에 개전될 또 한 번의 인마대전.
어느 쪽에 드래곤이 가세할지가 불분명한 탓이었다.
플레이 당시에도 마찬가지였다. 레온이 그들과 우호도를 쌓을 시 드래곤은 인류에 힘을 보탠다.
반대의 경우는 뻔했다. 인류와 척지고 마왕 측에 가담하겠지.
아니면 700년 전처럼 방조한다는 경우의 수도 있다.
훗날 드래곤이 마족 측일지, 인류 측일지 그 누구도 모른다. 심지어 드래곤 본인들조차도.
하나 그 불확실성이 전세의 판도를 뒤바꿀 것임은 자명했다.
* * *
“…그래서 큰일 났다는 게, 고작 식비가 많이 나왔다는 거야? 장난해?”
인상을 찌푸리자 최설아가 퍼뜩 영수증을 들이밀었다. 그녀가 울상을 지으며 주장했다.
“고작이 아닙니다, 고작이! 이거 보세요. 저 용가리 귀쟁이 배 속으로 일주일 만에 빨려 들어간 돈을!”
100만 원이라…….
확실히 많긴 많았다. 그것도 풀떼기는 전혀 없고, 고기류 일색이었다.
고개를 혼 쪽으로 돌렸다. 그녀는 죄인처럼 얼굴을 푹 숙이고 있었다. 보고 있자니 뭔가 짠했다.
나는 다시 고개 돌려 최설아를 보았다. 내 미간에 주름이 파이자 그녀가 움찔했다.
‘쪼잔하게 먹는 걸로 그러나.’
궁핍하면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최설아 얘는 돈이 넘친다. 그것도 전부 부정하게 번 검은돈이었다.
그런 주제에 배고픈 애한테 이 정도도 못 사 주나? 경매장에서 30억을 태우는 것보다야 식대로 나가는 게 훨씬 낫지.
여유가 있으면서 먹는 데 돈 아끼면 사람이 옹졸해 보인다.
‘물론 일주일 만에 100만 원 지출은 경이롭긴 하다마는…….’
혼은 드래곤이다. 지금은 저리 여리여리한 인간의 모습이지만 진면모는 창공을 부유하는 환수다.
오히려 이 정도면 드래곤치곤 적게 먹은 감이 있다. 혼이 작정했다면 마트 식자재 판매대가 사라졌을 테니까.
드래곤의 식사량은 흔히 코끼리에 비유된다.
이내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최설아를 무어라 타박하기엔 너무 염치가 없다.
군말이 많긴 해도, 어찌 됐든 그녀는 혼을 맡아 주고 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혼의 상태가 훨씬 좋아졌다. 홀쭉했던 볼에 오른 살, 한껏 좋아진 머릿결은 영양 상태를 반영했다.
징징거리긴 해도 최설아가 나름 잘 보살피긴 한 모양. 당근 한 번은 던져 줘도 괜찮겠지.
나는 최설아에게 말했다.
“고생하는 거 다 안다. 솔직히 말도 잘 안 통할 텐데 애 보는 게 쉽지 않은 일이긴 하지.”
“주군께서… 칭찬을?”
침울했던 최설아의 눈에 이채가 맺혔다. 나는 그녀를 계속해서 치하했다.
“옷도 새로 사 줬네.”
“그건 어떻게 아셨어요?!”
“태그가 저기 덜렁거리니까. 좀 떼 줘라. 여하튼 이것저것 돈 많이 쓴 건 알겠어. 근데 평생 데리고 살라는 게 아니잖아. 기껏해야 한 달이야. 그 이후엔 내가 책임지고 어떻게든 할게. 그전까지만 지금처럼 해.”
“옙, 알겠슴다!”
최설아가 입가에 싱글벙글 미소를 머금었다. 저리 웃고 있으니 상당히 얄밉다. 관상 자체가 좀 그래서 그런가.
“그리고 내가 혼이라고 부르랬지? 왜 좋은 이름 놔두고 용가리 귀쟁이라 부르냐? 생긴 거 가지고 그러는 거 아니야, 유치하게. 누가 너한테 보라돌이라 하면 기분 좋아? 앞으로 이름으로 불러.”
“헤헤, 넵!”
몇 분 전까진 그리 칭얼댔으면서 칭찬 한 번에 싹 반색한다.
‘단순한 건지, 멍청한 건지.’
채찍을 가할까 하다가 관두었다. 동기 부여가 됐을 테니 앞으론 더 잘해 주겠지. 그거면 됐다.
나는 혼에게 다가가 그 앞에 앉았다. 이참에 못다 한 대화를 해 볼 생각이다.
네 번째 편린에 대한 단서. 상태창은 혼을 통해 알 수 있을 거라 말했다.
―혼, 이제 고개 들어도 돼.
“네에…….”
[소통의 가호]를 발현 중이기에 여과 없이 말했다.―쟤한텐 내가 따끔하게 한 소리 했어.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말고 먹어. 또 뭐라 하면 나한테 직접 말해. 그때는 말로 안 끝낼 테니까. 쟤가 종종 말을 안 듣는데, 그때마다 때리면 말을 듣더라.
내 진담에 그제야 혼이 입을 가리며 키득키득 웃었다. 반면 최설아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고개를 기울였다.
당사자를 눈앞에 두고서 앞담 까는 거 나름 쏠쏠한 재미가 있다.
―전에 말했던 ‘돌아왔구나.’ 그거에 관해선 아직도 기억이 안 나?
“네, 사실 저도 당시에 그 말이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왔어요. 그래도 그때 기분은 기억해요! 뭐랄까. 엄청 아련했다고 해야 하나?”
―그건 됐고. 전부터 궁금한 거였는데, 드래곤은 원래 마경에만 상주할 텐데, 어쩌다 인계에 오게 된 거야? 게헤나 게이트를 뚫어야 했을 텐데.
혼이 맞장구치며 대답했다.
“아, 모르셨구나. 저희 드래곤은 게헤나 게이트를 언제든 넘나들 수 있어요!”
―…드래곤이? 왜?
티 나게 내색하진 않았지만, 몹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드래곤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강자들이다. 그런 그들이 마경과 인계를 자유로이 통행할 수 있다니.
바꿔 말하면, 인류는 드래곤의 위협에 항시 노출되어 있단 것이었다. 그 사실을 장본인은 모른 채.
“700년 전에 저희 족장님과 시조의 영웅과 협약을 맺으셨다 하셨어요. 1차 인마대전에 참전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요.”
현명한 판단이다. 아무리 시조의 영웅이라도 드래곤까지 합세한 마족은 무리였을 테니까.
혼이 말을 이어 갔다.
“저희 측은 그 제안을 받아들여서, 게이트를 오갈 수 있는 유일한 종이 된 거예요.”
이건 드래곤이 중립적 성향이기에 가능한 협약이다. 발로르 호아킨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위험 부담을 떠안고서라도 드래곤을 적으로 돌리지 않겠다는.
“대신 마경에 비해 힘이 많이 축소된 탓에 인계에선 인간의 모습을 빌려야 하지만요. 물론 완전히 같게는 아니라,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해요.”
아, 그래서 용가리에서 귀쟁이가 됐구나. 이해했다.
―어떻게 인계에 왔는지는 알겠어. 그럼 납치는?
대뜸 혼의 몸이 꽈배기처럼 배배 꼬였다. 푹 고개 숙인 그녀가 쥐어짜듯 말했다.
“…따라오면 먹을 거 준다길래, 쫓아갔다가 그만.”
―…….
미취학 아동도 안 넘어갈 올드한 수법에 넘어가다니. 환상의 생물, 드래곤에 대한 환상이 깨지는 순간이다.
“그, 그때 이틀을 꼬박 굶어서 그랬어요! 저, 저라고 헬렐레하고 넘어가는 그런 어리숙한 드래곤이 아니라구요!”
혼이 창피한 듯 부랴부랴 손을 휘저었다. 제 발 저린 사람의 대표적인 태도였다.
―…알았어. 그럼 마지막으로 인계에는 무슨 용무 때문에 온 거야?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도 산책하러 오진 않았을 거 아니야. 네 말 들어보면 드래곤 측에도 나름대로 절차가 있는 것 같은데.
“그건.”
혼의 표정이 얼음장처럼 굳었다. 그녀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타락해 버린 제 남동생, 바실리스크를 제 손으로 없애기 위해서 왔어요.”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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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 돌발 퀘스트 발생.]혼테일과 함께 부정한 뱀, 바실리스크를 토벌해 보세요!
[※ 【???】의 네 번째 기억 편린 획득이 가능합니다. 획득 총수(3/7)] [※ 추가 보상 – 낙용(落龍)의 마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