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ing the Academy With a Single Piece of Sashimi RAW novel - Chapters (211)
사시미 한 자루로 아카데미를 씹어먹음-211화(210/300)
211화 나만의 작은 교실 (3)
사실 현타가 온다.
용사 후보 레온 반 라인하르트의 육성. 좋게 말해서 육성이지 그냥 뒷바라지나 다름없잖아.
초반에야 용사가 세계를 구하고, 나는 뒷전에서 꿀 빠는 라이프를 꿈꿨지만 지금 와선 상황이 바뀌었다.
너무, 너무도 많이 바뀌었다.
그때까진 이 거대한 서사 아래 내게 주어진 게 쥐뿔도 없었다. 가진 거라곤 팔다리 멀쩡한 몸뚱어리와 ‘통증이 싹 가신다’는 가호 그리고 발현만 하면 몸을 쥐어뜯는 가호. 그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인류 최강 전력 검제의 자리를 승계했다. 그 말은 즉, 암묵적으로 나는 인류 최강 취급을 받는다는 거다.
그래. 군단장을 두 놈이나 상대하고 S급 마사도 두 놈을 썩둑 했다. 남이 보기에는 분명 내가 최강으로 보일 거다. 마경이 아니라 놈들의 힘이 열화되었다 해도 분명 말도 안 되는 성과긴 하니까.
‘그래서 고작 열일곱에 칠성의 훈장을 달아도 군말이 적은 거겠지.’
근데 과연 내가 꼴랑 1분만 최강이라는 사실이 밝혀져도 그들이 나를 우상시할까? 많이 회의적이다.
모름지기 휘발성 최강보단 꾸준한 강함을 더 믿는 법. 스프린터 경주마가 낭만은 있지만, 마라톤에선 취약하다. 장기전에서 가장 선호되는 건 지구력 좋은 망아지다.
‘용사 후보인 레온을 망아지로 비유하는 게 그렇지만.’
어쨌건. 나는 아무리 용을 써도 제한 시간이란 한계를 넘진 못할 것 같다. ‘무통의 가호’의 성장이 뜨뜻미지근할뿐더러, 스승님과 라이칸의 혈투를 보고 느낀 바다.
보니까 사장님은 ‘검신의 가호’ 없이도 괴물처럼 강했다. 그런 양반조차 왼팔이란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힘이 검신의 가호다. 즉발적으론 초월, 장기 사용은 불가능. 이는 ‘검신의 가호’의 고질이다.
그렇기에 레온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나는 태생이 배경 인물 A지만 레온은 주인공의 운명을 타고났다. ‘기적의 가호’라는 이 세계 존재 의의와 맞는 가호를 지녔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그걸 뒷받침할 배경과 부수적인 요소들이 필요했다. 이를테면 내가 버팔로 던전에서 날름한 ‘전이의 가호’ 같은 거…….
‘원래 레온이 가져야 할 걸 내가 이것저것 많이 뺏었네.’
…자각은 없었는데 나도 참 많이도 해 먹었구나.
레온을 뒷바라지할 생각에 몰려왔던 현타가 미안함으로 변하는 순간이다.
‘그래,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해야지.’
그렇다고 무지성으로 밀어줄 생각은 없다. 온실 속의 화초는 풍파에 약한 법.
레온이 억세게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이게 내가 구상하는 특별 클래스가 갖는 제1 목표다.
물론 그것만을 위한 건 또 아니다. 즐거운 아카데미 생활도 이 클래스의 주목적 중 하나니까.
“자, 오늘 수업은 이걸로 끝입니다. 내일까지 제출해야 할 과제가 있는 건 알고들 있죠? 조교수에게 제출하면 될 겁니다. 그리고…….”
상념에 빠져 있으니 시간이 어느새 훌쩍 지났다. 나는 교보재를 가방에 쑤셔 넣은 뒤, 얼른 일어났다. 그러자 옆에 앉은 료조가 동그랗게 뜬 눈으로 물었다.
“뭐야, 저녁에 무슨 약속 있어? 어딜 그렇게 급하게 가?”
“맡겨 놓은 무장 가지러 대장간에 가야 해서.”
이후에 최설아네를 들를 거라는 건 쏙 빼고 말했다. 교관, 그것도 성인 여성이 사는 집을 들락날락한다는 게 어감이 좀 그러니까.
또 최설아와 내 관계는 너무도 많은 설명이 필요하기도 했고. 언젠간 밝혀야겠지만 지금은 시기가 아니다.
“흐음.”
료조는 눈을 얇게 떴다. 눈썹에 반쯤 잠긴 눈으로 나를 보다가 알겠다는 듯 끄덕였다. 그래도 뭔가 좀 의심스러운지 입술을 샐쭉이며, 책걸상에 턱을 괴었다.
“알았어. 빨리 클래스를 빠져나가는 게 좋긴 하겠다. 아마 또 사람들 물밀듯이 올 거 아니야. 빨리 가 봐.”
“땡큐. 그리고 내일 동아리 부원들 좀 모아 줄 수 있어? 할 말이 있어. 설명은 내일 애들 앞에서 해 줄게.”
“응, 그래. 칠성 영웅이신 천검 님의 분부인데 말씀대로 합지요~”
료조가 어깨를 으쓱하며 능청을 떨었다. 그리고 얼른 가라고 손을 휘휘 젓더니, 문득 덧붙였다.
“방금 교수님이 말한 과제는 할 거야? 저 교수님 과목은 기말 성적 반영이 커서 제출하긴 해야 할 텐데. 음… 근데 생각해 보니까 너한텐 딱히 필요 없을 것 같기도. 애초에 영웅이 되려고 학업을 이수하는 건데 넌 이미 칠성 영웅이잖아.”
역시 료조. 몇 시간 전 내가 느꼈던 아이러니를 정확히 꿰뚫었다.
료조 말대로 칠성 영웅씩이나 돼서 과제를 한다? 대부분은 이해가 안 갈 만도 했다.
교수님도 내가 과제를 안 한다 해도 뭐라 하지 못하실 거다. 아마 딱히 바라지도 않으실 거고.
‘채점하는 데 얼마나 부담스럽겠어.’
하나, 나는 호아킨 아카데미의 잔류를 택했다. 생도의 본분인 학업 수행은 이에 당연히 해당한다. 내가 말했다.
“칠성이든 뭐든 일단은 생도잖아. 그러면 해야지.”
내 말에 살짝 뚱했던 료조의 표정이 부드럽게 변했다.
“…역시 너는 참, 사람이 한결같네. 그래서 좋-”
“-좋?”
료조는 흠칫하다 결국 끝말을 꿀떡 삼켜 버렸다. 그녀는 부랴부랴 두 손을 내저었다.
“아아, 아, 아무튼! 빨리 가 봐. 사람들 몰려오기 전에.”
나는 그렇게 등 떠밀려 클래스를 나왔다. 복도 너머에서 우르르 발 구름이 들려온다. 잽싸게 자리를 피하면서 핸드폰을 꺼냈다.
“야, 빅스빅.”
[…….]“과제 자료 조사 좀 부탁할게. 정리 작성은 내가 할 테니까.”
[…방금 료조한테 호기롭게 말씀한 건 뭐죠? 생도는 과제를 해야지 어쩌구.]“이것도 하긴 하는 거지. 너도 알다시피 지금 내가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하거든. 그러니까 정리 정도만 좀 부탁할게.”
[인공지능은 인권도 없나요? 인공지능도 쉬고 싶다! 노동법 준수해 달라!]“푹 쉬고 싶으면 언제든 말만 해.”
스르릉.
[치, 칠성 영웅이나 되셔서 모든 걸 폭력으로 해결하려 하시다니요……!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도 칠성으로서 모범을 보이셔야죠! 이건 영웅으로서 옳게 된 마인드가 아닙니다!]“알아.”
스마트폰을 도로 주머니로 갈무리했다. 스마트폰과 사시미가 한 주머니 안에서 뒤엉켰다. 빅스빅이 기겁하는 소리가 났다.
“그래도 편법이라도 써서 과제 제출하려는 게 어디야, 안 그래?”
[…….]주머니에서 들려오는 폭 한숨 소리. 빅스빅이 대답했다.
[일과 끝나면… 바로 확인하실 수 있게… 20시까지 준비해 놓겠습니다…….]* * *
그 시각, 학원장실.
메디아의 깃펜 꼬리가 부지런히 살랑였다. 남은 한 손은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 더미로 뻗었다.
사인하고, 치우고, 사인, 치우고……. 검지와 중지에 단단히 박인 굳은살이 이 능숙한 일 처리의 방증이다.
끼이이익.
학원장실 문이 조심스레 열렸다. 메디아는 종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입을 열었다.
“틀딱, 들어올 땐 노크 좀 하지?”
“집중하는 거 같아서 일부러 그랬네. 방해했다면 시간 될 때 다시 오지.”
검제가 다시 문고리를 붙잡았다. 메디아는 한숨을 내쉬며 깃펜을 놓았다. 한 올 흐른 옆머리를 귀 뒤로 넘겼다.
“됐어. 내가 시간 될 때가 어딨다고. 앉아 있어. 어차피 거의 다 끝났고, 마침 할 이야기도 있으니까.”
검제는 끄덕이곤 한쪽 소파에 앉았다. 기지개로 몸을 쭉쭉 늘린 메디아는 그 맞은편 소파에 몸을 묻었다. 그녀가 다리를 꼬며 말했다.
“그래서 게헤나 게이트는 어땠어? 전에 영웅 협회 성 과장한테 듣기론, 유격이 생겼다던데. 틀딱, 네가 직접 가서 확인해 보니까 어때?”
“확실히 무슨 문제가 생기긴 했더군. 40년 전에 보지 못했던, 금이 가 있었네. 크기가 크진 않지만 분명 잔흔이 남아 있었어.”
“게이트의 그 상처. ‘이쪽’에서 한 거야, 아님 ‘저쪽’에서 한 거야?”
이쪽은 인간의 세상, 저쪽은 마경 게헤나를 의미한다.
검제는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대답했다.
“이쪽은 아니야. 추측건대 게헤나 쪽에서 뭔 짓을 한 모양이야.”
메디아가 눈두덩이를 꾹꾹 눌렀다.
“하아… 무슨 날벼락이야. 6군단장 새끼가 와서 난리 쳤을 적에도 멀쩡했던 게이트가 갑자기 그런다는 게.”
“나도 잘 모르네만, 바스몬이 넘어올 때도 이상 없던 게이트에 이변이 생긴 거라면. 한 가지 생각할 수 있지.”
검제는 입술을 한번 달싹이다 부연했다.
“4군단장 퍼머쉬 혹은 2군단장 쿠아른. 둘 중 한 놈이 게이트를 직접 넘어오려고 시도하고 있다. 나는 이렇게 봤네.”
“너…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알고 있네.”
전쟁.
메디아는 머릿속이 혼미해졌다. 활자에 치여 느꼈던 현기증이 훨씬 둔중해져서 돌아왔다. 그녀가 답지않게 욕을 섞어 말했다.
“타이밍 한번 지랄 맞네. 하필 검마가 칠성 등극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일이 다 터지고.”
“5군단장, 3군단장 토벌 공표하면 분명 무슨 일이 있을 거라 예상은 했네만…….”
“문제는 그게 너무 빠르다는 거지. 마치 미리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내가 현장에 나가서 계속 지켜보고 있겠네. 무슨 일이 생기면 오늘처럼 바로 보고하지.”
“나한테 하지 말고, 창성 그 고릴라한테 해! 엄밀히 따지면 이건 영웅 협회의 일이잖아. 물론 인류의 명운이 걸린 일이지만, 나는 일단 본업이 있어!”
메디아가 발끈했다. 검제의 동공이 데구르르 구르며 뾰족한 시선을 피해 다녔다.
“메디아, 자네도 알다시피 뮈라 그놈이랑 나는 사이가 좀…….”
메디아가 쐐기 박듯 을렀다.
“이제 좀 고릴라랑 화해할 때도 됐잖아, 어?! 나이도 일흔이 넘어서 이제 원투데이하는 애들끼리 언제까지 으르렁거릴래? 그리고 까놓고 말해서 틀딱, 네가 일방적으로 피하는 거잖아.”
“…….”
“제발 철 좀 들자. 내가 동기 교육까지 해야 해? 머리 허옇게 센 노인 두 명을?”
“아, 알겠네.”
대답을 받아 내고 몇 초 지나서야 메디아는 눈초리를 거두었다. 그 틈을 노려 검제가 서둘러 화두를 꺼냈다.
“아, 그러고 보니 ‘특별 클래스’ 건은 어떻게 됐나? 천검이 수락하던?”
“어. 생각보다 괜찮아하던데?”
“다행이군.”
“아까 들어 보니까 그 이름이 뭐였더라……. 아! 레온, 걔를 중심으로 반을 꾸리고 싶다더라. 용사 후보인 만큼 자신한테도 자극이 될 것 같다면서.”
“호오- 강검마는 천검이 되어서도 호승심이 있군. 암, 그래야지. 성장에는 끝이 없는 법이니.”
검제의 입매가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그가 다시 입을 뗐다.
“레온 반 라인하르트. 그 생도를 발견해서 데려온 게 선대 학원장이신 메아인 포이즌 님이었지 않았나.”
“맞아. 레온, 걔 1학기 시작하고 좀 지나서 왔잖아. 그날, 걔가 나한테 웬 편지를 불쑥 들이밀었는데. 글쎄, 언니가 쓴 편지더라? ‘용사 후보를 찾았다.’라고 딱 한 줄 적혀 있었어. 웃겨서 정말.”
메디아가 기가 찬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검제는 조용히 끄덕였다.
“메아인 님답군.”
“언니답지. 제멋대로인 게. 그 인간 지금쯤 어디 있는지 모르겠네. 얼굴 본 지 벌써 10년은 넘은 것 같은데.”
“그분이라면 어련히 잘 지내실 걸세. 역대 학원장 중 최강이라 일컫는 분 아닌가. 오히려 그분이 나타나면 뭔 일 벌어졌다는 거 아닌가.”
“맞아. 언니는 그냥 조용히 있는 게 나아. 심지어 6군단장이 활개 쳤을 당시에도 얼굴도 안 비췄잖아? 그것 때문에 나랑 대판 싸웠던 걸 생각하면, 으으.”
“…….”
치를 떠는 메디아를 보며 검제는 소름이 올랐다. 과거의 한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포이즌 자매 두 사람의 싸움에 무인도 몇 개가 삭제됐던 기억이.
* * *
“…젝하 악하뎀히 새도여?”
혼의 눈동자가 동글동글 좁아졌다. 그녀의 입은 명품 한우를 오물거려 발음이 뭉개졌다. 이에 앞치마를 입은 최설아가 혼을 야단쳤다.
“야, 귀쟁이! 다 먹고 이야기하라고 했지!? 주군 앞에서 어?”
혼은 그런 최설아를 흘깃 째려봤다. 턱을 열심히 운동시킨 혼이 이내 꿀떡 고기를 삼켰다.
“저기요, 보라돌이 씨. 이거 투쁠 아니라 원쁠 한우죠? 오늘따라 고기가 질긴데요?”
“귀쟁이가 입만 고급스러워서! 네가 먹는 거 그것도 한 덩이당 5만 원 돈이 넘어!”
“착·각·하시는 모양인데. 당신과 저는 ‘계약 관계’라는 걸 기억해 주세요. 저는 정당하게 투쁠 한우를 요구할 자격이 있답니다?”
“이… 이이!”
최설아는 씩씩거리다가 호다닥 내게 달려왔다. 그녀가 물기 비친 눈으로 하소연했다.
“주군! 저 귀쟁이 좀 어떻게 해 주세요! 저거 아주 돈 빨아먹는 하마입니다. 이번 달 저년 배 속으로 빨려 들어간 한우만 해도 몇 트럭은 된다고요! 저거 완전 한우 도살자예요!”
“…….”
애걸하는 최설아.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곧 무시하기로 했다. 둘이 타결한 계약인데 내가 끼어서 뭘 해 줄 게 없었기 때문이다.
처연하게 올려다보는 최설아의 얼굴을 슥 치운 다음, 혼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녀에게 말했다.
“우연한 기회로 아카데미에 특별 클래스가 신설되거든. 인원을 내 재량껏 넣을 수 있어서 네가 들어오면 어떨까 싶어서.”
내 제안에 혼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 되었다. 혼의 입술이 더듬더듬 벌어졌다.
“그… 그렇지만. 저는 다니던 생도도 아닌데요?”
“편입 절차는 내가 학원장님한테 한번 부탁해 볼게. 나와 같은 특진생으로. 아마 될 거야, 사유서는 내가 대충 작성해 줄게.”
“절차는 그렇다 쳐도… 저는 인간이 아닌 마족인데…….”
“네가 마족인 거 아카데미 내에 눈치챌 수 있는 사람 없을걸. 마족인 건 같은 마족끼리만 알아차릴 수 있는 거 아니야?”
“아, 네네. 보통 마력의 공명으로 알아차리긴 해요.”
“됐네. 그럼. 아, 맞다. 이걸 안 물어봤네. 혼, 너는 특별 클래스에 오고 싶어?”
혼은 우물쭈물하다가 이내 작게 주억였다.
“…네. 사실 맨날 여기 있는 거 심심했거든요. 인간들은 어떤 교육을 받는지 궁금하기도 했어요.”
혼의 눈이 초롱초롱 맑아졌다. 그녀가 똑바르게 날 보았다.
“기, 기회만 된다면 꼭 다녀 보고 싶습니다!”
나는 가볍게 미소 지었다.
“의사는 확인했고. 남은 문제는 혼, 네 외관인데.”
내 시선이 귀를 향하자 혼이 퍼뜩 대답했다.
“이거 귀가 너무 눈에 띄면 폴리모프 마법으로 인간 귀로 바꿀 수 있어요! 인간 세계여서 신체 전체는 불가능해도 귀 정도는 바꿀 수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보여 줄 수 있어?”
“네!”
혼은 즉시 마법을 시전했다. 희뿌연 기운이 그녀의 귀를 감싸더니 길쭉한 형태를 짧게 조형했다.
잠시 후, 혼은 겉보기에 완벽한 인간 소녀가 되어 있었다. 남자들은 무조건 한 번씩 돌아볼 만한 그런 미소녀로. 혼이 으쓱으쓱했다.
“어때요? 감쪽같죠?”
나는 척 엄지를 세웠다.
“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