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ing the Academy With a Single Piece of Sashimi RAW novel - Chapters (222)
사시미 한 자루로 아카데미를 씹어먹음-222화(220/300)
222화 구상 (1)
네피림 신전을 빠져나오자 상태창이 눈앞에 드리웠다.
[【???】의 다섯 번째 편린, ‘위대한 자의 부정한 이름’을 획득했습니다. 획득 총수(5/7).]―파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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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자의 휘황을 가리기 위해서 거짓된 존재들이 이름을 덧대니.
하나, 그 광명을 완전히 지워 낼 수는 없는 법.
고로 거짓된 별들은 피의 속죄를.
더불어 종말로 끝을 맺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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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 퀘스트: 네피림 신전에서 ‘진실 확인’을 달성.] […….] […….] [수고하셨습니다.]* * *
성 부장이 빙글빙글 제자리에서 서성였다. 그러면서 손목시계와 땅바닥을 번갈아 보았다.
“천검님께서 오실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땅바닥만 보던 성 부장은 고개를 들었다. 태양이 야자나무 틈새로 떨어지고 있다. 구붓했던 달의 윤곽은 서서히 또렷해져 갔다.
성 부장의 눈시울이 주홍색으로 젖어 들었다. 게헤나 게이트에 생긴 이변에 대한 걱정도, 호아킨 참사에서 겪은 상실감도. 이 순간만큼은 저기 저 석양과 같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아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성 부장은 휘휘 고개를 흔들었다. 근래 밤잠을 설쳐서인지 뇌가 굳어 버렸다. 이 빌어먹을 불면증의 원인은 당연히.
“…퍼머쉬의 침공이 예정되어 있다.”
이 하나만으로 충분히 절망적인 상황이다. 유감스럽게도 절망의 늪은 더 질척하고 깊었다.
성 부장을 포함해 이 사실을 아는 모든 이는 알고 있었다.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는 걸. 4군단장 퍼머쉬의 침공은 서막. 그렇다면 그 내막은…….
‘2차 인마대전.’
입에 담기조차 끔찍했다. 전례가 있기에 알고 있지 않나. 수많은 생명이 죽을 거다. 대지를 가득 적신 핏물. 그 때문에 영웅들은 죽어서도 흙으로도 돌아가지 못하겠지.
『공허한 비명과 허무한 죽음만 인세에 가득한 지옥도.』
700년 전 전쟁의 참혹성을 묘사한 구절. 성 부장은 참담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봤다. 지금 보는 하와이의 장관이 가장 먼저 지옥으로 변모할 터.
성 부장은 괜히 코를 틀어막았다. 벌써 피비린내가 나는 것만 같았기에. 야자수의 나뭇잎들은 마수의 발톱처럼 보였다.
그런 장소에, 정말 위험한 시국. 거기에 아침에 떠났던 천검님의 복귀도 늦으시니. 무럭무럭 부푼 불안감은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팽창했다.
“젠장, 에드워드 님은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하신다면서 왜 지금까지 연락이 안 되는 건데?!”
이내 불안은 짜증이 되었다. 검제님께 부탁해 지금이라도 수색 작업에 나서야 한다. 완전히 밤이 깊어지면 그마저도 불가능하니까.
‘강한 분이지만 그분도 피와 살로 짜인 인간이셔.’
강검마는 인류의 희망이다. 동시에 십 대, 아카데미 생도이기도 하다. 의젓함에 잊고 살지만 천검님은 아직 미성년. 어른의 보호가 필요한 나이였다.
“정말 만에 하나라도 그분께 무슨 문제라도…….”
성 부장은 털이 쭈뼛 섰다. 모름지기 전쟁도 쌍방 균형이 맞아야 성립되는 법. 그렇지 않고선 전쟁이 아니라 한쪽의 무차별 학살이었다.
그리고 그 균형을 이루게끔 하는 이가 검마 님이었다. 그분의 전력은 어림컨대 영웅 사단 두세 개에 버금간다. 보수적으로 이 정도니, 기실은 한 국가를 가볍게 능가하리라.
히어로 포인트- H.P를 추산하는 게 검마님껜 별 의미가 없었다. 하늘에도 점수를 매길 건가? 그건 오만이었다.
성 부장은 어기적어기적 임시 본부로 걸음을 옮겼다. 고성능의 의족과 의수가 납덩이처럼 무겁게 느껴졌다.
“염병, 진짜.”
본래 팔다리만은 못했다. 차가운 플라스틱엔 이 다급한 감정이 실리지 않아서였다.
한창 욕 섞인 신세 한탄을 투덜거릴 때였다. 먼지구름이 그의 뒷덜미를 훑었다.
후우웅.
앞으로 길게 늘어나는 자신의 그림자. 거대한 존재감을 느낀 성 부장이 돌아섰다. 그의 눈이 커졌다.
드래곤이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온다. 태양과 달의 경계를 가르는 활로. 마치 하늘을 베어 내듯이.
그에 진했던 성 부장의 눈그늘이 개었다. 두뇌에도 신선한 산소가 공급됐다. 밤을 지새워 둔해졌던 두뇌가 유연해지는 걸 느꼈다.
드래곤이 착지하기도 전에 강검마가 훌쩍 뛰어내렸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노면이 움푹 꺼지며, 흙먼지가 날렸다.
강검마가 먼지 너머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성큼거리는 걸음으로 다가왔다.
“급히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성 부장은 멍하니 고개를 주억였다. 한시적으로나마 몰려왔던 걱정과 불안이 깔끔히 사라지는 것을 느끼며…….
* * *
나는 성 부장과 함께 검제의 막사에 들렀다. 몸과 정신이 천근만근 무거웠다. 하지만 보고를 늦출 순 없는 노릇이다.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해서 저녁도 거르고 신전에서 있었던 일을 전했다. 에드워드가 어떻게 죽었는지, 신관이 누구였는지, 그리고 쿠아른이 어떤 일을 예견했는지 등……. 확실치 않은 사실관계는 나름대로 의견을 덧대 말했다. 이를테면 왜 쿠아른이 그 장소에 나타났는지 같은.
“마, 마, 말도 안 돼.”
이윽고 성 부장은 두려움을 주체하지 못하고 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새파래진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그나마 검제는 이성을 유지하려 애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도 낯빛이 창백하긴 마찬가지였다.
나는 잠자코 있었다. 두 사람이 충격을 곱씹을 시간이 필요해 보여서였다.
잠시 후, 막사 내 분위기가 차츰 가라앉고서야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도 쿠아른의 말을 들어보니 당장에 쳐들어올 것 같진 않았습니다. 못해도 1년 반은 걸릴 겁니다.”
두 사람은 침음을 흘리며 내 말을 계속 경청했다.
“4군단장 퍼머쉬의 침공도 올해 안에 이뤄지진 않을 겁니다. 한마디로 저희에겐 시간이 있습니다. 그전까지 대비 체계를 갖추면 충분히 할 만합니다.”
당연하게도 쿠아른은 정확히 언제 침공할지 언질을 주진 않았다. 나를 유하게 대하긴 했어도, 놈은 적이다.
그런데 미쳤다고 침공 날짜까지 언질을 주겠나. 아, 물론 쿠아른은 미친놈이 맞지만, 어쨌건 그런 망발을 지껄이는 치는 아니었다.
내 주장의 근거는 기적의 가호 M을 플레이했던 게임 지식이다. 2차 인마대전은 메인 시나리오다.
본래라면 2년 후에 발발할 대사건. 하루아침에 터질 수준의 가벼운 일이 아니다.
물론 이 하나만으로 섣부르게 판단한 건 아니다. 이성과 인지로 충분히 생각한 다음 내놓은 결론이었다.
종국에 이르러 마왕군도 군단장이 둘밖에 남지 않았다. 거기서 한 놈은 곧 쳐들어올 예정이니, 전쟁에 출정할 군단장은 쿠아른뿐이란 소리다.
놈이 암만 자신만만해도 혼자서 마왕군을 전부 통솔하기란 아직은 불가할 터다.
‘마족 중에 쿠아른한테 불복종하는 놈들도 수두룩하다고 장로 엘프가 말했어.’
그런 마족들의 기세를 잡고, 체계를 바로 세울 시간이 필요했다. 정리하자면 마족도 이제 단계를 밟을 거란 거다.
다만 여유 부릴 새는 없다. 마왕군은 인류보다 빠르게 전쟁 준비를 마칠 테니까.
‘쿠아른이 나서면 시끄러운 지방 방송이야 순식간에 종식되겠지.’
그래서 나는 개전까지 말미를 기존에서 반년 단축한- 1년 반으로 어림잡았다. 지식과 인지가 맞물려 도출한 결론이었다.
‘무엇보다 이 이야기의 핵심은.’
충분히 할 만하다는 것. 나는 이 점을 검제와 성 부장에게 피력했다.
“절망적인 상황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순 없지 않습니까.”
“…….”
“승기가 적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700년 전의 선조가 이미 증명해 보이지 않았습니까?”
“그건… 시조의 영웅이 계셔서 가능한 일이라…….”
성 부장이 말끝을 흐렸다.
“저희도 가능합니다.”
나는 미간에 힘을 주었다.
“제가 1년 반 안에 발로르 호아킨만큼 강해지면 되는 거 아닙니까.”
“……!”
검제와 성 부장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들은 내 말이 아닌 내 눈빛에 놀라고 있었다.
분명 허들이 높긴 하다. 스승님의 무용을 두 눈으로 지켜봤던 나다.
‘스승님이 이룩한 경지는.’
내가 보유한 가호들- 무통의 가호, 전이의 가호, 차력의 가호, 그리고 검신의 가호. 이 전부를 극한까지 끌어올려야 될까 말까 한 경지였다. 단기간의 목표치로는 까마득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나는 검제와 성 부장에게 확언한다.
“아니, 그 시조의 영웅 이상으로 강해지겠습니다.”
청출어람이란 말이 있다. 옛적부터 제자의 미덕은 스승을 이기는 거였다.
그리고 나는 전생에 스승님을 능가하는 칼잡이였다. 현생에서 못 할 건 또 없었다.
“그리고 저뿐만 아니라 호아킨 아카데미의 현세대는 창설 이래 가장 찬란하지 않습니까. 그들도 같이 성장한다면 마족을 상대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니었으나 마침 특별 클래스가 창설된다.
사키 료조, 아벨 폰 니벨룽, 레이첼 드 뮈라, 클로이 아디토레, 스피드 웨폰, 혼테일, 레온 반 라인하르트.
이들을 집중적으로 키워 낸다면, 가능하다. 가능하게끔 만들겠다.
옆에서 가만히 서 있던 검제는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지긋한 응시 끝에 그가 내게 고개를 숙였다.
“이 다 늙은 노인네한테 명령하시게, 천검이여. 나는 무얼 하면 되겠나.”
칠십의 백전노장이 나를 경대했다. 순간 당황했지만 금세 어투를 다듬어서 대답했다.
“전쟁은 개인과 개인의 다툼이 아닌, 세와 세가 맞붙는 거잖습니까. 아카데미뿐만 아니라 시니어급, 워리어급 영웅들을 그러모아서 군대를 편성해야 합니다.”
“내게 후학 양성을 부탁하는 거로군.”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검제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여부가 있겠나. 내 자질 있는 영웅들에게 니벨룽의 검술을 전수하겠네. 그리고 마침 아카데미에서 교관을 맡아 본 경력직 아닌가? 어쩌면 이때를 위한 필연이었을지도 모르겠군.”
나는 씩 미소 지었다. 그러곤 성 부장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영웅들을 소집하는 건 협회가 해 줘야 합니다. 소집 명분은 당장은 밝히지 말아 주세요. 혼란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적당히 이유를 만들어 주세요. 가능하겠습니까?”
“가, 가능합니다. 아니…….”
성 부장이 새는 발음을 고쳐서 다시 대답했다. 내게 맹세하듯이.
“해내 보이겠습니다.”
* * *
강검마가 떠난 막사 안. 암운이 짙었던 공기가 한결 밝아졌다.
“일단 창성님께 보고드려 기관을 하나 설립하겠습니다. 모쪼록 검제님이 영웅분들을 가르치시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환경을 조성하겠습니다.”
“예산이 빠듯할 듯하면 내게 말하게. 니벨룽의 사고를 열겠네.”
검제의 말에 성 부장이 화들짝 놀랐다.
“사고를 열다뇨! 당치도 않습니다!”
“어허, 이 사람도. 지금 시국이 좀 심각하나? 이 시국에 돈을 쌓아 봐야 부질없어. 그럴 바엔 인류의 명운을 위해 쓰는 게 맞지.”
“감사해서 이걸 어떻게…….”
“감사는 무슨. 아, 대신이라기엔 뭐하네만, 부탁 좀 들어줄 수 있겠나?”
“당연하다마다요.”
성 부장은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
“되도록 이른 시일 내로 빅터 포이즌 님과 천검의 만남을 주선해 주게.”
“협회장님과 검마 님을요……?”
검제가 빙긋 웃었다.
“더 늦기 전에 꼭 필요한 만남일 것 같아서 말일세.”
그렇게 자리를 뜨려던 검제는 한마디 덧붙였다.
“아, 그리고 생각나서 말하는데 만력(萬力) 메아인 포이즌 님의 행방도 수소문해 줬으면 해. 이유는 성 부장 자네도 잘 알 테니 말을 아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