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ing the Academy With a Single Piece of Sashimi RAW novel - Chapters (241)
사시미 한 자루로 아카데미를 씹어먹음-241화(237/300)
241화 나비 효과 (1)
이 세계에서 영웅들의 인기는 지구에서 연예인의 그것과 비등하다.
그런 이유로 유명 영웅들, 소위 ‘네임드 영웅’을 찬송하는 장- 팬 사이트의 존재는 몹시 신기해할 만한 일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올 뮤트, 칸 엘리자베스를 그 예로 들어보자. 영웅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그녀니까.
올 뮤트의 팬 사이트, [전체 채팅 금지] 회원 수는 50,000,000명. 더하기, 빼기 없이 정확히 오천만 명이다.
한국인에겐 퍽 익숙한 숫자일 것이다.
‘오천만.’
이 수는 대한민국의 총인구다. 편차는 있겠지만 우리는 어림값인 5천만 국민이라 부른다.
여기서 혹자는 의아할 것이며, 다음과 같은 질문들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익명156: 딱 5천만 명으로 떨어진다고?
-익명007: 그게 말이 되나? 아니, 애당초 인기 톱인 올 뮤트인데, 너무 적은 거 아님?
더군다나 영웅은 인류를 위해 몸을 던져 싸워 주는 이들 아닌가.
구가하는 인기가 연예인보다 더하다면 더했지 적진 않을 텐데.
-오랑캐: 주작이지, 당연히.
합리적인 의심이다. 그리고 축하한다.
당신은 정답을 말했다.
본론에 앞서서 이 세계의 체제에 대해 간단하게나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세세하겐 복잡하니 최대한 약식으로 설명한다.
이 세계는 민주주의와 봉건주의 그 사이에 근간을 두고 있다. 엄밀히 어느 쪽에 치우쳤다고 말하긴 애매하다. 뭉뚱그려서 반반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반반 치킨처럼 정갑게 한 박스에 있지 않다.
-오랑캐: 민주주의? 국민이 국가의 주인? 염병하네.
-천마_Toxic: 왕? 귀족?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오랑캐: 소는 소답게 풀 뜯어 먹고 사는 거야. 주제넘게 고기를 넘보면 쓰나.
-천마_Toxic: 너무 고대 원시적인 사고방식이네요.
-오랑캐: 넌 말투가 고대인임.
그렇다면 양측 모두 불편할 이 동석이 어떻게 유지될까? 가능한 이유는 세 가지.
우선은 ‘가호’다.
가호를 발현한 인간은 일반인과 비교하면 몇 곱절은 강하다. 하물며 문명의 이기인, 총기류도 그들에겐 어지간해선 통하지 않는다.
아마 판타지란 특수성이 작용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판타지 하면 검인데, 땅·땅·땅 총성이 들려오면 좀 그러니까.
-익명338: 빌런들 정도나 마법을 섞어서 사용한다 들었음.
-나르시스템: ㅇㅇ 그리고 총알값 비싸서 차피 사지도 못하잖아.
전쟁사의 판도를 뒤집어 놓은 무기는, 이곳에선 고철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일반인이 귀족에게 저항할 수단이 마땅찮다.
-오랑캐: 영웅 1 = 일반인 100. (시니어급 영웅 기준)
-오랑캐: 워리어급은 그 몇 배일 거임. 반박 시 님 말이 맞음.
-천마_Toxic: 반박 시(市)는 어느 나라 도시죠?
-오랑캐: 개드립 신고함. ㅅㄱ
-천마_Toxic: ㅅㄱ는 신고란 뜻인가요?
-오랑캐: 아재 개그 수준. 그러니까 닉이 천마 독식 그따위지.
-천마_Toxic: 그런 뜻 아닙니다~^^
-오랑캐: 알빠임?
궐기라도 한다? 귀족들이 실력 행사(물리)로 손쉽게 진압할 거다. 그러니 힘없는 일반인으로선 체제에 순응하고 조용히 따를 수밖에.
-오랑캐: 그래도 우리나라 왕, 요샌 민심 잡는다고 사고도 절반 열었음.
-나르시스템: 하긴, 체제 유지하려면 국민이 있긴 해야지.
-오랑캐: 멍! 꿀!
첫 번째에 이어 두 번째는 설명할 거리가 적다.
-오랑캐: 마인이랑 싸운 썰 푼다.
두 번째 이유는 바로 마족 탓이다.
공공의 적이 버젓이 존재한다. 한데 인류끼리 치고받는다? 때를 노려서 마족 놈들이 침공하면? 결과는 공멸이다.
이러한 형국 앞에선 이념 갈등, 민주주의 vs 봉건주의는 사소한 문제다. 그것을 잘 알기에 서로 트집 잡지 않는 것이다.
-익명338: 둘 다 죽는 것보다야 불편한 게 낫긴 해.
그러나 예로부터 인류사에서 폭력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의사소통 수단이었다. 이는 인간의 본능이자 습성이다.
-익명338: 있는 놈들이 더하다고, 귀족 쉨들 성격이 개차반이긴 하지.
민주주의의 불씨가 자신의 나라에 퍼질 시, 기꺼이 칼을 빼 들 위정자들이 귀족이다. 잇속을 위협하는 세력한테 게거품을 무는 작자들.
여기서 정보가 발달하고 시대가 변함에 따라 위협 세력에 새로운 이들이 가세했으니. 그들이 앞서 말했던 ‘네임드 영웅’들이다.
-오랑캐: 네임드 영웅의 조건 알려 준다.
1. ㅈㄴ게 세든가.
2. 예쁘고, 잘생기든가.
3. 좋은 가문이어야 함.
-천마_Toxic: 뭐가 됐건, 님한텐 해당 사항 없을 듯. ㅎㅎ
-오랑캐: 씹새.
연예인은 인지도가 쌓여도 정치적으로 파워를 행사하지 않는다. 물론 파급력은 있겠지만, 그건 간접적인 영향력이다.
그에 반해서 영웅은 정치인에 가까운 부류다. 직접적인 영향을 끼친다. 거기다가 인기마저 높다면 기존의 기득권으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대 봉건주의는 타협을 봤다지만, 시대의 변화까지는 막아 낼 재간이 없기에.
이 아슬아슬한 균형을 유지해 줄 조율자가 필요한 시국. 때마침 출범한 게 영웅 협회였다.
영웅 협회는 가장 우선적으로 영웅들을 급으로 나눠, 객관적으로 분류했다.
이를 수월하게 진행하기 위해 추후 H.P란 걸 만들었다.
-오랑캐: 나 H.P 이런데, 랜슬롯 컴퍼니 입사 가능? (사진 포함.)
-천마_Toxic: 동네 구멍가게는 쌉가능.
-오랑캐: 진짜 너 어디 사냐?
또한, ‘네임드 영웅’들의 영향력을 억제하고자 팬 사이트의 회원 수를 50,000,000명으로 제한했다.
-나르시스템: 팬 사이트 회원 수 제한하는 게 은근히 효과가 컸대. 인풀루언서(influencer)의 영향력은 숫자에서 오잖아. 근데 그걸 막아 놓으니까 효과가 있을 수밖에 없지.
-오랑캐: 세 줄 요약 좀.
-천마_Toxic: 저게 세 줄임.
그러니까, 올 뮤트의 팬 카페 회원 수인 5천만 명은 협회가 허락한 최대치란 것.
-나르시스템: 굳이 오천만 명으로 규정한 이유는, 글쎄. 시스템을 증축한 사람밖에 모를 듯.
-나르시스템: 알기로 시스템 개입은 부협회장인 창성도 불가능한 영역임.
-오랑캐: 그래서 그게 누군데.
-나르시스템: 부협회장이 안 되면, 한 명 말고 더 있음?
하나 여기 이변이 발생한다.
「49,998,724명. ???? 새로고침.」
나비 효과란 이론이 있다.
「49,999,827명. ???? 새로고침.」
자그마한 나비의 날갯짓이.
「칠성 영웅, 천검의 팬 사이트.
[사시미 감성]의 회원 수: 50,000,001명. ???? 새로 고침.」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가설.
-나르시스템: (사진) 천검 팬 사이트.
-나르시스템: 이거 회원 수 뭐임?
-익명192: ??? 단순 버그 아님?
-나르시스템: 새로 고침 중인데, 계속 오름. 그리고 근 십 년 넘게 이런 적 한 번도 없었잖음.
-익명109: 와, 벌써 5천 5만 가까이 됐는데?
-익명338: 아니, 근데 왜 천검 팬 사이트만 이럼? 올 뮤트는 그대로인데?
-오랑캐: 해킹당했네. 여윽시 영웅 협회 클라쓰.
-천마_Toxic: ㄴㄴ 나 협회 직원인데, 절대 불가능함. 보안 벽만 20개가 넘는 데다가 그중 열 개는 아날로그식임.
-오랑캐: 협회 직원? 지랄하네.
-오랑캐: 그래서 직급은? 말단 인턴?
-천마_Toxic: 나.
타닥, 타닥.
-천마_Toxic: 협회장.
변혁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
-오랑캐: 차단.
* * *
부산에서 돌아온 지 이틀이 지난 월요일, 이른 아침.
♩♫♬♪♭
우렁차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가 내 고막을 괴롭힌다. 잠결에 머리맡을 더듬었다.
“…누구야.”
나는 눈을 찌푸리며 핸드폰 화면을 봤다. 아침잠을 내쫓아 준 건 다름 아닌 스피드 웨폰이었다. 것도 기상 알람보다 30분은 이른 시간에.
받을까 말까. 몽롱한 정신으로 고민하길 잠시, 나는 통화 버튼을 터치했다.
“어, 웨폰.”
“아! 자고 있었구나, 미안, 미안.”
그 말에 나는 핸드폰 화면을 귀에 붙인 채로 커튼을 젖혔다.
초겨울이라 동녘이 느지막이 떠오르는 걸 감안해도, 새카만 하늘이었다.
어림잡아 7시도 안 됐겠군. 등교는 9시까지인데 말이다.
나는 부스스한 머리를 긁적이곤 허리를 세웠다. 나름 마음의 준비였다. 한 번 터진 웨폰의 말문은 최소 30분이니까.
사실 웨폰은 사안이 중대할 때만 전화를 건다. 금쪽같은 월요일 아침부터 전화가 왔다는 건, 그만큼 심상찮다는 방증이다.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일단 말하기 전에 사진 몇 장 보낼 테니까, 그것 좀 봐 줄래?”
일단 시키는 대로 했다. 1분이라도 더 자려면 그래야만 했다.
그렇게 웨폰이 전송한 사진을 확인함과 동시에.
‘……?’
내 눈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졸음이 싹 달아났다. 핸드폰 너머로 웨폰이 보채 왔다.
“봤어?”
“어… 근데 이거 사이트 뭐야? 사시미 감성?”
“헐? 너 지금까지 팬 사이트 이름도 모르고 있었던 거야?”
“팬 사이트가 있는 것도 지금 알았는데.”
“와- 부장, 네가 이런 거에 관심 없는 건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아무튼, 거기 사진 귀퉁이에 찍힌 숫자 있지?”
“응. 오천… 몇만이네.”
“그거, 부장 네 팬 사이트 회원 수야.”
“뭐……?”
내 팬이 5천만 명 이상이라고? 터무니없이 거대한 수였지만 가늠은 쉬웠다. 대한민국의 인구와 맞먹는 수였으니까.
다만, 그 총량이 물리적으로 어느 정도일지는 상상이 쉽지 않다.
‘축구장 몇 개를 채울 수 있는 수냐.’
그러는 동안에도 웨폰은 신이 나서 재잘거렸다. 속사포였다. 입술이 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놀랐어? 하긴, 팬 사이트 존재 유무도 몰랐는데 그 반응이 당연한 거지. 근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회원 수가 5천만이 넘었다는 거야. 그게 가장 중요해. 영웅 법 규정상 팬 사이트의 회원 수는 5천만 명으로 제한되거든.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따로 해 줄게.”
세상에. 그 웨폰이 상세 설명을 생략하다니.
창문 밖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 태양은 서쪽이 아닌 동쪽의 지평선에서 태어나고 있었다.
“여하튼, 그 제한선을 초과했다는 건 엄청난 거야. 거의 계몽 혁명 수준이라고!”
몹시 격양됐는지 웨폰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친구, 아무리 말하길 좋아해도 그렇지. 숨은 쉬면서 말하라고.
“왜냐하면, 회원 수 제한이 풀렸다는 건……!”
안타깝게도, 웨폰은 끝말을 잇지 못했다.
♩♫♬♪♭
학원장님에게서 온 전화가 그의 말을 밀어낸 탓이었다.
“아침나절부터 내 핸드폰은 문전성시구나.”
웨폰의 호들갑과는 다른 의미로 인기를 체감한다.
나는 한숨을 내쉬곤 통화 상대를 바꿨다. 웨폰에겐 미안하지만 웃어른이 먼저다.
“네, 학원장님.”
“아! 자고 있었구나, 쏘리.”
이 대사를 또 듣게 될 줄이야. 둘이 짜고 치는 게 아닐까. 합리적 의심이 든다.
“마침 깨어 있었는데, 무슨 일 때문에 전화하셨는지.”
“다름이 아니라, 검마 너 오늘 수업 좀 비울 수 있니? 나랑 급하게 어디 좀 가야 할 것 같아서. 급작스럽게 정말 미안해……. 근데 진짜 급한 일이라서…….”
메디아는 죄인처럼 중얼거렸다. 생도 생활을 즐기라는 말을 한 게 엊그제인데, 그 말을 번복하는 꼴이니.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녀가 이리 죄스러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생도이면서 칠성.
“어? 정말? 많이 먼데 괜찮겠어?”
“어차피 아공간 워프면 바로 가는데요, 뭐.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진짜 진짜 괜찮아?”
“예. 걱정 마세요. 어디든 괜찮습니다.”
나이와 신분을 막론하고…….
“남극인데도?”
“…….”
나는 칠성 영웅이다.
정말이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