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ing the Academy With a Single Piece of Sashimi RAW novel - Chapters (43)
사시미 한 자루로 아카데미를 씹어먹음-43화(43/300)
43화 물소 던전 (7)
이 던전에 입장하기 전, 내가 클로이에게 비밀리에 한 부탁의 내용은 이랬다.
‘클로이, 아까 그 검문소의 직원을 던전에서 마주치면 족쳐.’
당연하게도 클로이는 별 의문 없이 부탁을 받아들였다. 사람을 다루는 게 익숙지 않은 나였지만 그녀의 무한한 신뢰를 이용하지 못하란 법은 없었다.
참고로 클로이에게 부탁한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 클로이는 아디토레 가문의 일원인 암살자. 일반적인 생도는 타인을 해코지하지 못하지만, 아디토레의 구성원들은 사유만 정당하다면 면책될 수 있었다.
둘, 저 직원은 분명 이번 사건의 내막과 연루되어 있을 것임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가차 없이 죽여 버릴 수는 없는 노릇. 뭐, 다 알아낸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만약 내가 직접 손을 쓴다면 저자는 일격에 목이 날아갈 것이기에, 되도록이면 반병신 정도로만 만들어 이것저것 물어볼 생각이었다.
혹여라도 저자가 무관한 인물일 가능성은 고민하지도 않았다.
저 새끼는 속이 구린 새끼라는 직감. 검신의 가호로 또렷해진 직감은 직원의 비릿한 의중을 정확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아무튼.
팍!
한쪽 다리에 카타나가 꽂힌 직원의 배를 발로 걷어차는 클로이. 직원은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며 거칠게 몸을 들썩거렸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조용히 해!”
꾸욱.
클로이가 카타나가 틀어박힌 다리를 발로 꾹 눌렀다. 직원은 고통이 잔뜩 낀 고함을 고래고래 내질렀다.
팍!
조용해질 기미가 없자, 클로이의 로우킥이 그의 옆구리에 꽂혔다. 직원의 허리가 새우처럼 구부러졌다.
“컥!”
그는 챙겨 온 무장이 무색하게 일말의 저항도 못 하고 다리를 얼싸안은 채 흐느끼듯 말을 더듬었다.
“이, 이 어린놈들이! 나, 나한테 대체 왜 그러는 거야?! 내가 뭘 했다고!”
나는 낮게 웃으며 그의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거야 지금 알아내야지.”
시선이 마주치자 직원의 몸이 흠칫 굳었다. 뒤에 서 있던 스피드 웨폰이 파리한 안색으로 물었다.
“대체 무슨 일이야?”
“아까 내가 클로이한테 부탁했었어.”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고선 말을 이어 갔다.
“웨폰, 사키. 생각해 봐. 버팔로 무리가 광폭화된 거나 이곳 석문이 열려 있던 게 과연 우연이라 생각해?”
“…그렇지. 아무리 생각해도 분명 부자연스럽긴 했어.”
웨폰은 껄끄러운 표정으로 직원을 잠시 응시하더니 심호흡을 크게 했다.
“하지만 저 직원이 범인이라는 증거가 없잖아.”
“지금부터 알아봐야지.”
“강검마, 너는 대체.”
미간을 짚으며 질려 버렸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는 스피드 웨폰. 그에 반해, 사키 료조는 양갱의 포장지를 벗기며 내 말에 동조했다.
“강검마 말이 맞아. 솔직히 기다렸다는 듯이 타이밍 좋게 저 직원이 나타난 것도 미심쩍잖아. 던전 내부에 감시 카메라가 있던 것도 아니고. 그리고 저 사람, 보니까 한 손에 대인 무장을 들고 있던데? 던전에서 사람한테 쓰는 대인 무장을 들고 들어올 이유는 딱 하나 아니겠어?”
사키 료조는 양갱을 크게 베어 물고선 상황을 요목조목 따져 가며 쉽게 납득하지 못하는 스피드 웨폰을 이해시킨다.
‘…근데 이 상황에 양갱이 넘어가나?’
사키 료조는 귀 뒤로 머리카락을 착 넘기고선 내 옆에 바싹 다가와 섰다. 옆태가 탁 트인 치마. 그녀는 별일 아니라는 듯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직원에게 입을 열었다.
“뒷배가 누구야?”
나른하지만 차가울 정도로 냉소적인 태도. 위협이 아닌 상대를 가늠하려는 어투였다.
“…그, 그건.”
그러자 직원의 얼굴에 번지는 낭패감이 보였다. 그는 말하려다가도 이내 입술만 달싹인다. 와중에도 그의 오금에서는 피 섞인 진물이 줄줄 흘렀다.
그녀는 한숨을 돌리며 직원을 응시했다.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대충 파악이 됐다는 듯, 무심하게 양갱을 우물거리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말할 생각이 없나 본데? 어떻게 할 거야?”
“…….”
사키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내게 물었다. 자칫 흥분하기 쉬운 이런 분위기에서 차분한 그녀의 태도가 고마웠다.
물론, 클로이의 지독한 손속에 사키 또한 미간을 찌푸리긴 했지만, 필요성에 대해선 부정하지 않았다.
웨폰은 경악한 눈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나를 제외한 조원 중 유일한 사내새끼가 생각보다 심약한 모양이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직원과 눈을 마주쳤다. 격렬하게 떨리는 눈동자.
별다른 반문을 못 하는 걸 봤을 때, 직원이 연루되었음은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저 망설이는 눈빛에 비추어 보니 정황이 어느 정도 유추됐다.
저 직원은 자기 다리에 칼을 틀어박은 우리보다 사주한 자를 더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다. 입을 열 때까지 공포를 주입해 주는 수밖에. 나는 눈썹 쪽을 긁적이다가 직원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서 말했다.
“배후에 대해 말할 생각이 없다면.”
“……!”
클로이에게 턱짓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여 긍정한다.
키리링- 하는 사나운 검명을 노래하는 카타나를 바닥에 끌며 직원을 향해 다가간다. 흩뿌려지는 살기. 명백한 암살자의 그것이었다.
“말, 말할게!”
직원이 눈을 까뒤집고 더듬거리며 소리쳤다. 클로이는 다시 슬쩍 나를 돌아봤다.
나는 팔짱을 끼고서 시큰둥한 얼굴로 고갯짓했다. 그러자 직원은 혀로 마른 입술을 축이고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의 오금에선 흐르는 핏물에 누런 물이 섞여 흘러내렸다.
* * *
“…그러니까 며칠 전 호아킨 아카데미의 교관으로 보이는 사람이 당신한테 마석을 건넸고, 강검마를 콕 집어 언급했다는 말이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스피드 웨폰이 쓰게 중얼거리듯 물었다. 입술을 짓씹는 게 꽤나 복잡한 감정이 얼굴에 스쳐 갔다.
“그, 그렇지. 당시엔 나도 정말 놀랐다고. 어떻게 교육자가 생도한테 그런 짓을 할 수 있냐고 길길이 날뛰었었어.”
“아니, 씨발.”
웨폰은 화가 치밀어올랐는지 욕설을 내뱉었다.
“그 교관이라는 사람은 어떻게 생겼었는데?”
“…어.”
사키가 툭 던진 말에 눈동자를 굴리는 직원. 클로이가 카타나의 뒷날로 어깨를 툭툭 두드리자 작심한 듯 마른 입술을 움직였다.
“보라색 머리랑 눈을 한 여 교관이었어. 키는 큰 편이고.”
두려운 듯 말꼬리를 흐리는 직원. 파르르 떨리는 어깨를 스스로 감싸 안았다.
“생각나는 사람 있어, 웨폰?”
“음, 글쎄. 나도 아카데미에 있는 교관들 얼굴을 전부 아는 게 아니라서. 아카데미에 교관이 한둘이 아니잖아. 적어도 내가 속한 용 클래스엔 그런 인상착의 교관은 없었던 것 같다.”
웨폰은 생각이 복잡한지 머리를 헤집으며 말했다. 그 와중에 검지를 입술에 가까이 댄 채 고민하던 사키가 한마디씩 내뱉었다.
“그 여 교관 말인데, 아마 우리 클래스 보조 교관 같은데?”
“사키, 너 수업도 잘 안 들어가잖아.”
“나는 한 번 본 건 안 잊어버리거든.”
사키는 어깨를 한 번 으쓱거리곤 호주머니에서 꺼낸 사탕을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그 여 교관 눈빛이 인상적이어서 기억이 나.”
“…그렇군.”
웨폰은 심각한 얼굴로 턱을 쓸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다 문득 얼굴에 느낌표가 떠올랐다.
“그러면 중간고사 때 일도 그 사람이 꾸민 일 아니야?”
“중간고사? 그때 무슨 일 있었어?”
사키 료조는 내게 던진 질문을 질문으로 되받아쳤다.
웨폰은 내 눈치를 한번 살폈다. 나는 고개를 까닥였다. 어차피 이번 사건을 공유한 입장에서 숨기는 것보다는 밝히는 게 맞을 것이다.
“아, 그게. 중간고사 때 마인 머메이드와 뜬금없이 조우했어.”
“뭐? 그럼 설마 중간고사 직후에 레온이 입원한 게 마인이랑 싸워서야?”
놀란 듯 눈을 휘둥그레 뜨는 사키. 웨폰은 멋쩍게 고개를 가로저어 부정했다.
“머메이드도 강검마 이 자식이 혼자서 해치웠어.”
“아…….”
웨폰은 치켜든 엄지로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사키는 침음을 흘리더니 이해했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제는 무슨 상황에든 내 이름을 갖다 대면 더 이상 뭐라 설명이 필요 없는 듯했다.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뭐, 추후에 다시 상의해 보면 답이 나오겠지.”
“하긴, 여기서 골머리 썩여 봤자 더 나오는 것도 없어 보이고. 일단 돌아가야겠네.”
어느 정도 상황은 일단락됐다. 다 죽어 가던 직원의 얼굴에도 화색이 돌았다. 그러자 문득 궁금했는지 웨폰이 그에게 물었다.
“근데 당신은 왜 그 여 교관의 부탁을 들어준 거지?”
“…….”
반전되는 직원의 표정. 비릿한 입꼬리가 눈에 띄게 씰룩거렸다.
‘대답할 생각이 없나 본데.’
그러면 대답을 끌어내면 될 일이다. 나는 클로이에게 손짓했다.
그녀는 고개를 주억이며 직원의 다리를 꾹 짓밟았다. 자비 없는 손속에 웨폰은 보기가 좀 그랬는지 이맛살을 찌푸렸다.
“으아아아아악! 말할게, 말할게, 그만!”
“그래서.”
“그, 그게… 도박 빚이 좀 있어서 나도 어쩔 수 없었어.”
“이런 씨발. 이거 순 개새끼잖아! 이런 새끼는 그냥 놔두면 안 돼!”
웨폰이 얼굴을 와락 구기며 사납게 소리쳤다. 쏟아지는 욕지거리에 직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래도 내가 나이가 있는데 개새끼는 좀.”
“야, 넌 개한테 사과해야 해, 십새야. 돈에 학생을 팔아넘겨?! 어우, 짐승만도 못한 새끼.”
웨폰은 쯧, 하고 거칠게 혀를 차며 팔을 휘휘 저었다. 나는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진정시켰다.
“걱정 마. 저 새끼 그냥 내버려 둘 생각 없었어.”
“검마 너는 저 자식을 어떻게 할 생각인데?”
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조원들에게 내보였다. 작동 중인 녹음 앱. 예상치 못했는지 웨폰과 사키가 짧게 탄식했다.
“어차피 뽑아낼 건 다 뽑아냈고. 마침 열릴 리 없는 던전도 열려 있잖아. 없던 사람으로 만들기에는 충분한 상황 아니야?”
“잠, 잠깐!”
직원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그는 크게 떨리는 턱을 어렵사리 다잡으며 물었다.
“설마 아니지?”
나는 그런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본 뒤, 피식 웃어 버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클로이 쪽으로 돌렸다.
“클로이.”
“네, 검마 군!”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눈동자를 반짝거리는 클로이. 그녀의 신발에는 찐득한 핏물이 배어 있었다.
“암살자인 네 판단에 맡길게.”
내 부탁은 직원이 실토하게끔 하는 것이었으니 나머지는 아디토레인 그녀의 몫이다. 클로이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그녀는 허리를 반듯이 세우더니 얼굴에 감정을 하나씩 지워 나간다.
“당신을 단죄하겠습니다.”
이내 눈빛마저 탁해지더니 완전히 얀데레 모드에 돌입해 버리는 것이었다.
“아, 아니 잠……!”
일변한 클로이의 분위기에 직원의 표정이 한순간에 사정없이 사색이 되었다.
클로이는 고개를 크게 갸웃했다. 곧이어 그녀의 어깨가 흔들렸다.
뎅겅.
칼날이 직원의 목을 통과해 반대편으로 빠져나왔다.
툭.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피가 화려하게 튀었다. 웨폰은 입을 틀어막았다.
곧바로 나는 발걸음을 뒤로 꺾었다. 그곳엔 또 다른 목이 잘린 시체가 있었다. 나는 상체만 돌려 직원의 시체를 노려보았다.
“짐승만도 못한 새끼.”
그렇게 중얼거리고선, 실톱을 챙겨 카우 킹을 향해 걸어갔다. 아무리 화가 나도 할 건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