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wing the Academy With a Single Piece of Sashimi RAW novel - Chapters (69)
사시미 한 자루로 아카데미를 씹어먹음-69화(69/300)
69화 신입 부원 (1)
…학원장실을 빠져나온 뒤.
저벅, 저벅.
나와 검제의 발소리가 본관 복도를 메웠다. 검제는 인솔하듯, 앞에 서 걸었고 나는 그 뒤를 졸졸 따라가고 있었다.
나와 그 사이에는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것도 숨이 턱 막힐 정도의 정적이.
이 어색한 기류의 이유는 당연히, 조금 전 검제의 폭탄선언 때문.
‘내 칠성 영웅 자리를 강검마에게 승계하겠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사실 몇 분 지난 지금도 뒤통수가 얼얼하다. 미간이 의문으로 좁혀진다.
나는 문득 고개를 들어 검제의 등을 바라봤다. 걸음이 어찌나 빠른지, 금세 그는 거리를 벌려 버린다. 그러면서도 기품과 격조가 고루 깃든 워킹을 뽐내는 모습.
‘모르긴 몰라도 어디 좋은 보약이라도 지어 먹는 게 분명하다.’
나는 입술만 달싹거리며 발을 움직였다. 어떤 식으로 입을 떼야 할지 조심스러웠다. 하지만 여기서 넘겨짚지 않으면 영영 후회할 것 같았기에, 머뭇거리던 입을 열었다.
“검제님, 잠시만 괜찮습니까.”
그제야 속도를 줄이고서 슬쩍 뒤돌아보는 검제. 학원장실에서의 가벼움이 지워진 평소와 같은 지엄한 눈을 하고 있다.
‘역시 학원장님의 걱정을 덜기 위해 연기를 하셨던 거군.’
잠시 나를 쳐다보는 검제. 복도 창틈 너머로 흘러 들어온 일광에 그의 동공에선 황금빛이 맴돌았다. 그렇게 미묘한 기류가 몇 초 감돌다, 그가 말했다.
“칠성 영웅 승계 때문인가?”
예상했다는 듯, 영민한 목소리가 내 귓가에 스몄다. 나는 움찔한 기색으로, 끄덕였다. 그는 곧 걸음을 멈추고서 벽에 등을 기댔다.
“갑작스러운 상황이겠지. 하지만 아까도 말했다시피 한참을 생각하고 고민하고 내린 판단이네. 물론 자네에게 미리 말을 못 해 준 건 미안하게 생각하네만, 어차피 마음을 굳힌 시점에 메디아 앞에서 말해 두고 싶었네.”
그는 한차례 짧은 호흡을 내뱉었다. 그리곤 불현듯 내게 물었다.
“자네 왜 칠성 영웅이 여태 네 명을 고수하는지 알고 있나?”
“어, 그게…….”
나는 대답을 머뭇거렸다. 딱히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이지만, 되짚어 보니 위화감이 느껴졌다.
칠성(七聖) 영웅은 본디 일곱 자리. 하지만 바스몬 토벌전 이후로 세 명이 죽어 현재는 네 명만이 남은 상황.
오십 년이란 긴 시간이 지났으나 세 자리는 지금껏 쭉 공석이었다. 어렴풋이 바스몬에게 희생된 세 명을 기린다는 의미로 빈자리를 유지하는 줄 알았는데.
“…먼저 가신 검제님의 동료분들을 추존키 위함이 아닌지.”
그리 대답하자 검제는 옅은 미소를 흘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뭐, 그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겠군. 아, 물론 먼저 간 그 친구들을 폄하하려는 의도는 결코 없네. 그들의 숭고한 희생 덕에 자네나 나나 이 땅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것이니. 다만, 그런 이유로 칠성 영웅 자리를 비워 두는 것은 어폐가 있단 말이지.”
검제는 고개를 젓더니 한 손으로 머리를 뒤로 쓸어넘겼다. 은빛을 머금은 백발은 세월의 흔적을 머금고 있었다. 이어서 그가 말을 덧붙였다.
“솔직히 말함세, 이유는 단순하니.”
“……?”
“우리보다 강한 영웅이 그동안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네.”
나는 눈만 껌뻑였다. 검제는 짧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서 기댔던 등을 벽에서 떼고서 나를 응시했다. 그의 동공에는 완연한 총기가 감돌았다.
“마족의 강함은 아득하네. 비록 인류가 그들에 비해 수가 많네만, 마족이 전군을 일으킬 시 반년도 안 돼서 멸망할 정도니. 대화나 거래도 같은 선상에 있어야만 성사되는 것. 그들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은 오로지 힘.”
“그게 세 자리를 공석으로 두는 것과 무슨 연관이 있습니까?”
검제가 고개를 크게 가로저었다.
“어쭙잖은 반푼이 힘은 없는 편이 낫네. 생각해 보게, 칠성 영웅이 혹여 일개 마수에게 당한다면 인류가 믿음을 가질 수 있겠나?”
“그것도 그렇군요.”
“칠성 영웅은 그저 영화를 누리는 자리가 아닐세. 마족을 견제하고 인류를 대표하는 역할이지.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유명한 말이 있지 않나. 지금에 와서야 의미가 퇴색된 감이 있지만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검제가 잠시 눈을 찌푸렸다. 나는 그의 반응이 짐짓 가늠됐다. 아마 한 인물이 뇌리를 스친 거겠지.
‘절궁, 사키 코지마.’
칠성 영웅의 위명을 적극 활용해, 일본국의 종신 총리로 역임 중인 인물이다. 사키 료조의 아버지기도 해서 나쁘게 말하고 싶진 않지만, 세간에선 사실상 독재자 취급.
‘…그러고 보니 료조 그 녀석은 집안 이야기를 거의 안 했었지.’
그 클로이조차 간간이 집 이야기를 꺼내는데도 불구하고, 료조는 이상하리만치 자신의 집안이나 환경을 입에 담지 않는다.
‘기적의 가호 M’ 플레이 당시에도 나머지 칠성인 절궁과 창성은 언급만 될 뿐 등장은 없었던지라, 두 사람의 성격이나 행적 역시 내겐 묘연하다.
…아, 지금 중요한 건 이런 게 아니다. 검제의 말에 말려 들었지만 내가 묻고 싶었던 건 어째서 칠성이 네 명이고 이런 게 아니었다. 나는 잡념을 떨쳐 내고서 나지막이 물었다.
“검제님의 말씀은 이해했지만, 제가 궁금한 건 그게 아닙니다. 왜 하필 저인지 설명해 주십쇼.”
그리 말하자 검제가 어처구니없다는 기색으로 쳐다보는 것이 아닌가. 그는 고개를 연신 갸웃거리며 가늠하듯 나를 훑었다.
“…강검마, 자네는 어리숙한 척을 하는 건가, 아니면 진짜 어리숙한 건가?”
“예?”
“내 말뜻을 못 알아들은 것 같아서 하는 말이야. 내가 자리를 자네에게 물려주는 이유는, 자네가 나보다 강하기 때문일세, 그것도 월등히. 그건 자명한 사실 아닌가.”
“…아.”
나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엄연히 따지면 검제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5군단장 아고르를 초주검으로 만든 것은 나였으니까.
하나, 당시의 감각이 너무나도 몽연해 오롯이 내 힘이라 보기엔 무리가 있다. 내가 상념에 휩싸여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검제가 지그시 나를 들여다보더니 말을 뗐다.
“전부터 자네에게 궁금한 게 있었네. 다만, 이제는 알아야겠군.”
검제의 목소리가 고요하다. 잠깐 의아했지만 나는 애써 기색을 지우고서, 끄덕였다. 찰나의 침묵 끝에 그가 입을 열었다.
“자네의 그 힘에는 시간의 제약이 있는 것 같더군.”
“……!”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치부를 들킨 것만 같았다.
딱히 숨길 이유는 없는 사실이나, 밝혀져서 좋을 것도 없었기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쿵, 쿵, 쿵.
검제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내 얼굴을 살피더니 어깨를 들썩이며 말을 덧붙였다.
“너무 당황하지 말게, 솔직히 나도 대략 짐작한 것이라 확신은 없었으니. 하지만 그런 강대한 힘을 인간이 아무 제약 없이 사용할 수는 없는 법이야. 아무리 강검마 자네라도 말이지.”
“…….”
“아, 그리고 제약이 시간이라는 것도 지레짐작이었네. 반 배정 시험과 아발론 섬 때나 일 분 정도 되면 쓰러지더군.”
나는 한참을 그의 말을 잠자코 들었다. 머릿속에서 저울질을 하며.
왼편엔 그에게 제약을 밝혔을 때의 이점, 반대편엔 리스크를 놓아 두고서.
그렇게 고민이 잠시 이어지고 나는 마음을 굳혔다.
“검제님.”
진지한 표정에 검제는 입가에 걸친 미소를 내려놓았다. 나는 호흡을 다듬고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 힘에 대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 *
잠시 뒤, 내가 설명을 끝마치자 검제는 짐짓 알겠다는 듯, 끄덕거린다.
“그러니까 자네 말은… 가호를 발현하면 힘을 대가로 엄청난 고통이 몰려오고, 그것을 또 다른 가호로 억누른단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나는 그에게 검신과 무통의 가호에 관해 설명해 주었다. 물론, 세세한 설명은 누락했다. 아무리 믿음직한 검제라도 약점을 누군가에게 밝히는 건 조심스럽다.
말한 이유도 지혜를 빌리기 위함이지, 공감이나 이해를 바라서가 아니니까.
나는 말없이 그를 빤히 쳐다봤다. 시선을 느낀 검제가 안심하라는 듯,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안심하게, 누구에게 말할 생각은 없네. 그리고 가호를 이용해 다른 가호의 제약을 억누르는 건 참 획기적인 발상이야. 자네는 확실히 재능이 있어.”
검제는 검지로 자신의 이마를 툭툭 두드렸다.
“하지만 때에 따라선 힘의 안배도 중요한 법이야. 자네라고 언제까지고 시간에 쪼들려 싸우고 싶진 않을 테니. 그러려면 자네에겐 경험 많은 스승이 필요 할 테고⎯”
검제는 말꼬리를 늘어뜨렸다. 노건한 입가에 미소를 새기며.
“⎯내게는 재능이 출중한 제자가 필요한 참이었네.”
나는 눈을 깜빡였다. 이어서 검제는 오른 팔소매를 어루만지며 맑은 웃음을 터뜨렸다.
“내가 자네를 후계로 점했으니, 인수인계도 내 몫이지 않겠나? 그리고 은퇴를 결심하긴 했지만, 생각만 해도 좀이 쑤셔서 말일세. 아무튼, 일이 정리되면 내가 부를 테니 그동안은 아카데미 생활을 즐기게나, 하하하!”
“거, 검제님!”
이어 곧장 검제는 휙, 몸 방향을 돌려 경쾌하게 발을 움직였다.
나는 뒤늦게 손을 뻗어 불러 세웠다.
그러나 내 말은 귓전에도 닿지 않는지, 그는 금세 복도 끝에 다다랐다. 노인이라고 믿기 힘들 만큼 발재간이 매우 잽싸고 날랬다.
“…….”
잠시 검신의 가호를 발현해 쫓을까 하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보은을 베풀어 준 상대에게 사시미를 들고 달려들 생각을 하다니…….”
섬에서 머리라도 다쳐온 모양이다. 아니면 아고르의 정신 계열 마법의 여파든지.
나는 탄식을 뱉으며 주머니를 더듬던 손을 멈추었다.
* * *
그 일 이후, 주말이 지났다.
등교 전 마지막 휴일이었던지라 푹 쉴 요량이었지만…….
“하.”
나는 짧게 한숨을 내뱉었다. 검제에게서 숙제처럼 넘겨받은 말들이 신경 쓰여 제대로 쉬질 못했다.
“…일이 대체 어떻게 되려는 건지.”
이제 와서 사소하게 어긋나는 것은 웃어넘기려 했으나, 이대로라면 정사가 완전히 역변해 버릴 것 같았다.
나는 머릿속을 헤집는 상념들을 억누르며 교수동의 복도를 걸었다.
배경음처럼 들리는 생도들의 수다 소리. 듣고 있자니 긴장이 좀 풀리는 기분이다.
“투덜거려 봤자 달라지는 건 없어.”
그래, 어차피 검제의 말마따나 승계 절차는 순행해도 반년은 족히 걸리는 거사다. 그 전까지 어떻게든 그를 회유하면 될 터다.
솔직히 칠성 영웅의 특전은 침이 넘어가긴 하나, 3년 후에 벌어질 2차 인마대전을 떠올리면 급구 사양하고 싶다.
시산혈해의 수라장에서 사시미를 쥔 채, 칼부림을 벌이는 모습을 상상하니 기가 찼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담스럽다, 존나게.
“오랜만에 등교해서 그런지 기분이 썩 나쁘진 않네.”
한쪽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간다. 나는 고개를 들어 주변을 넓게 둘러보았다. 그러자 복도 중 한 곳에 유독 생도들이 모여 있었다.
궁금함을 못 이긴 난 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생도들이 모여 있는 곳은 여러 벽보가 붙어 있는 게시판 앞이었다.
“야, 이거 봤어? 동아리 포스터 뭐 이래? 으, 센스 존나 구려.”
“그러니깐 이딴 동아리면 학생회장님이 소속되어 있어도 안 들어가.”
“근데 배경은 정신 사나운데, 이 퍼런색 해달 묘하게 아련하지 않냐?”
바투 가까이 가자, 생도들의 웅성거림이 또렷이 귀에 맴돌았다. 난 인파의 후미에서 게시판을 살폈다.
키가 큰 편인지라 남생도들의 정수리도 훤히 보인다.
‘몇 놈은 나중에 벗겨지겠군.’
애잔하게 내려다보던 시선도 잠시. 눈길에 닿은 곳엔 멀미가 날 것 같은 화려한 색상의 포스터가 걸려 있다.
“와, 대박이네.”
가히 입이 떡 벌어지는 디자인.
전생에 난 요리사이자 사업자였기에, 홍보의 중요성은 더 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알고 있다. 아무리 일개 동아리 포스터라지만 조악하기 짝에 없었다.
조금 더 가까이 간 순간, 서 있던 생도들이 나를 흘깃하더니 돌연 길을 터 주는 게 아닌가. 나는 떨떠름하게 앞을 향함과 동시에 몸이 멈칫했다.
⌜‘여행 동아리’와 함께 할 부원을 모집합니다. 제작 by. 스피드 웨폰.⌟
화등잔만 하게 커진 동공. 곧이어 절로 입술이 벌어졌다.
“이 뭔, 병⎯”
차마 이을 말을 내뱉진 못했다. 뒤늦게 수치심이 몰려왔다.
* * *
같은 날, 점심시간 아카데미의 뒤뜰.
여행 동아리 일동과 반가운 재회가 있었다. 눈물 콧물 질질 짜며 달라붙는 클로이와 시큰둥하게 양갱을 건네는 료조. 잔디밭의 분위기엔 안도와 기쁨이 감돌아 있었다.
그러나 내 시선이 머무는 곳엔 웨폰이 앉아 있다. 나는 팔짱을 끼고서 그를 응시했다. 그는 기분 좋은 미소를 머금은 채, 퇴원을 축하했다.
“얌마, 입원해 있는 동안 우리가 얼마나 걱정 많이 한 줄 알아?! 그래도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다. 아, 맞다. 너 없는 동안 우리 나름대로 동아리 창설 준비해 놨어.”
콧잔등을 슥슥 문지르며 말하는 웨폰. 녀석은 은근히 칭찬을 바라는 기색이다. 나는 씰룩이는 입매를 잠재우며 낮게 입을 뗐다.
“…어, 포스터 봤어.”
“아, 진짜? 하긴 내가 일부러 눈에 확 띄게 가시성에 신경을 썼거든. 눈에 안 들어올 리가 있나.”
“…….”
어떻게 반응을 해 주어야 할지 생각을 골랐다. 나름 정성이 기특하긴 하나, 칭찬해 줬다간 그 포스터를 인정하는 꼴이다.
몸에 각인된 사업자의 피가 그것에 격렬히 거부 반응을 보이는 듯했다. 그저 힘없이 고개를 주억이는 것으로 호응했다.
“흑, 미안해요, 검마 군. 제가 막았어야 했는데.”
옆에서 아랫입술을 짓씹으며 분한 듯 자조하는 클로이. 고개를 살짝 돌리자 이마를 감싸 쥔 사키가 보였다. 그녀의 눈 밑엔 피로가 검게 깔려 있었다.
“후, 미안하다. 웨폰 쟤가 얼마나 똥고집이던지……. 막는 데까진 막아 봤는데, 저 새끼가 새벽에 게시판에 붙일 줄은 몰랐다, 정말.”
“…수고했어.”
초여름의 햇살 냄새. 생명의 태동과 녹향이 은은하게 맴돌았다.
와중에도 웨폰을 제외한 부원들의 분위기는 침통했다.
‘이래선 나머지 부원은 영영 못 구한다.’
앞으로 던전을 토벌하는 데 있어, 동아리 창설은 중대사다. 인원을 꾸려 마수를 토벌하고 파생 소재로 무라사메를 강화하려는 계획이었는데…….
한낱 포스터 때문에 동아리 창설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것이다.
그렇게 침음을 흘리며 방법을 강구하던 중.
띠리리리리리리⎯!
어디선가 들리는 날카로운 전화벨 소리. 이어 곧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는 웨폰.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중얼거리듯 조심스럽게 말하는 웨폰. 몇 마디 주고받더니 전화를 끊었다. 료조는 손바닥으로 턱을 받쳐 괴고서 그에게 툭, 말을 던졌다.
“뭔 일인데? 행정실에서 벽보 내려달래? 하긴, 그런 오물이 게시판에 번듯이 걸려 있는 게 이상하지, 쯧.”
“…아니.”
“그럼 뭔데 네 표정이 그런 건데? 뜸 들이지 말고 빨랑 말해.”
“…이따 동아리 면접 보러 온다는데?”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