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RAW novel - Chapter (1017)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1018화(1018/1020)
# 1018화. 신목과 주인 (30)
‘뭐야 저게?’
점차 붉어지는 두령을 쳐다봤다. 열기와 함께 늘어나기 시작한 반점은 점점 놈의 온몸을 덮어냈으며, 털은 이미 시뻘게진 지 오래다.
심지어.
‘도끼도 붉어졌어.’
불꽃을 내뿜어내던 도끼의 날 또한 털과 같이 붉어진 상태다.
공간을 채워내던 반점이 검은 가죽을 다 채워내 전부 붉은 색으로 뒤바뀌었다.
“쿠흐흐…….”
그렇게 되니 놈의 콧바람에선 오히려 불꽃이 튀어나오지 않았다.
뭐지?
놈을 살피며 또 다른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존재감 옅어졌다.’
말도 안 될 만큼 거대하던 존재감이, 되레 적어진 게 느껴진다.
‘뭐지?’
저 큰 존재감이 갑자기 사라진다고? 말도 안 되는 일이다.
‘무슨 변화가 생긴 걸까.’
저 몸뚱이는 또 무엇인가. 저 형태 또한 무슨 권능을 쓴 건가?
‘아직 확인해 볼 게 더 남았는데.’
놈을 상대로 살펴야 할 게 더 남았다. 하지만.
‘뭔가 좀 서늘하단 말이지.’
저걸 보고 있자니,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샘솟는다. 본능이 그랬다. 저걸 상대로 쓸데없는 짓은 벌이지 말라는, 그런 본능의 경고가 느껴진다.
‘그럼, 여기서 승부를 봐야 하나.’
의지를 지니자마자 내 그림자가 꿈틀거린다.
탐이 생각을 읽었다는 듯 달려들 준비를 하는 것이다.
‘……할 거면 차라리.’
처음에 천마일권을 적중시킬 때. 그때 썼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혹시 몰라 확인하겠다고 하다가 기회를 한 번 놓쳤다.
식혀놓은 몸을 다시 달궈냈다.
열기가 차오르며 몸 전체로 기운이 퍼져나갔다.
화아아아–!!
어깨를 타고 퍼진 기운이 하늘로 솟구친다. 기운으로 영역을 만들어 냈다.
마기가 섞인 적천. 흑천을 시전하며 점차 영역을 생성했다.
그 영향으로 몸에 힘이 올라오고.
이걸 벗 삼아 다시금 놈과 전투를 벌이려던 찰나.
훅-!
“음?”
갑자기 몸이 움직인다. 누군가 뒷목을 잡아끈 것이다. 놀라 확인하니 천마였다.
그녀가 대뜸 내게 달려들어 날 잡아끌었다.
“이게 뭐 하는-!”
말을 뱉으려 했지만, 천마는 그 자리에서 도약하더니 빠른 속도로 튀어 올랐다.
순식간에 두령이 점처럼 보였고. 나는 천마에게 이끌려 범위를 벗어나야 했다.
* * *
바위산 위로 홀로 남은 두령이 허공을 쳐다봤다.
방금까지 전투를 벌이던 놈이 사라진 방향이었다.
당장 맞붙으려던 순간, 갑자기 끼어든 계집에 의해 전투가 중단됐다.
이대로 따라가야 하나? 놈들이 도주한 순간, 두령은 마음만 먹었다면 쫓아갈 수 있었을 터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
허공을 보던 두령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쿠흐흐흐흐—!!”
이윽고 불편함을 토해내듯 거칠게 소리낸 두령이, 바닥에 꽂아놓은 도끼를 뽑아 허공에 휘둘렀다.
쿠아아아아아—!!!
풍압을 일으키며 공기를 찢어냈다. 그렇게 날아든 투기가 아무것도 없었을 허공에 직격하고.
콰아아아—!!
놀랍게도 무언가를 맞추며 주변을 폭사시켰다.
두령이 그쪽을 쳐다보며 사납게 말한다.
“까마귀. 이게 뭐 하는 짓이냐.”
끄드드득.
이를 갈며 두령이 다시금 도끼를 움켜잡는다. 그러자, 두령이 휘두른 허공에서 누군가 나타난.
푸드득-!!
나타난 이는 검은 날개를 지닌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이런.”
그는 아쉽다는 듯 말을 뱉으며 두령에게 다가갔다.
“예상보다 눈치가 빠른 놈들이었군. 아쉽게 됐어.”
“뭐 하는 짓이냐 물었다–!!”
화아아아–!!
두령의 노호에 주변에 진동이 흐른다. 그걸 들은 인물이 손을 움직이며 두령에게 말했다.
“뭐 하는 짓이긴. 덫에 걸려든 먹이를 잡으려던 것이지.”
쯧쯧.
여간 마음에 안 드는지 인물은 두령을 향해 연신 혀를 찼다.
“조금만 더 했으면 잡았을 것인데. 시선 좀 잘 끌어보지 그랬나.”
“……감히.”
쿵-! 콰드득-!!!
두령이 인물에게 달려들어 도끼를 휘두른다. 날카로운 도끼가 그대로 인물을 가로질렀다.
반으로 갈려버린 인물은 그대로 죽음을 맞이하나 싶었지만.
후드득–!!!
잘려진 육체가 검은 깃털이 되어 사라지고.
“두령. 작금의 상황이 뭔지 이해 못 한 거냐.”
두령의 뒤로 깃털이 모여들어 다시금 인물이 되어 나타났다.
“네놈도 말하지 않았나. 놈들은 만계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놈들이라고.”
펄럭-!
인물이 커다란 날개를 펼쳐 허공에 날아올랐다.
“그걸 잡도록 도움을 주려 한 것인데. 왜 이리 성을 내는-.”
인물이 하늘로 높게 날아올랐다. 원래 인물이 있던 자리에 다시금 불꽃의 투기가 파고든 게 원인이었다.
“내 누누이 말했을 것이다.”
두령이 으르렁거리며 인물에게 말했다.
“전투에 함부로 끼어들지 말라고 말이야.”
“……하아, 두령. 지금이 그런 고집을 부릴 때는 아닌 것 같은데?”
저 말에 인물이 답답하다는 듯 두령에게 말을 잇는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장군이 죽었다.”
유사의 사망. 이건 만계에도 크나큰 이변이 아닐 수 없었다.
“주인께서 이룩하신 만계의 법칙이자 절대적인 관계다. 장군은 규율을 수호하며 주인께 충성을 맹세하여 만계에 만들어진 것들을 수호해야 하거늘.”
그런 장군이 사망했다.
그것도.
“장군이 만계의 존재에게 죽음을 맞이했다. 이게 얼마나 큰일인지 모르는 게냐.”
“상관없다.”
“두령.”
“내가 하고자 한 전투다. 감히 네가 그걸 방해해?”
두령은 말을 들을 생각이 없는지 잡아든 도끼에 투기만 불어넣을 뿐이었다.
“……후우.”
인물은 그런 두령의 모습에 연신 한숨을 뱉어냈다.
“이 일은 주인께서도 신경 쓰고 계실 일일 터인데. 그토록 주인께 충성하는 네가 이리 나와도 괜찮은 거냐.”
“그 일은 내가 알아서 한다. 네놈의 방해 없이도 필히 할 수 있던 일이다.”
“하-!”
인물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정녕 그럴 거라 확신하나?”
“당연한 말이다. 내가 누구라 생각하는 거지?”
“누구긴, 고집만 드센 멍청한 짐승이지.”
“…….”
쿠구구궁–!!
두령이 뿜어낸 살기가 인물에게 쏘아지지만, 이번에도 가볍게 피해냈다.
“천마(天魔). 네놈과 싸우던 놈은 스스로를 그리 부른다더군.”
“…….”
“상대해 보니 어떻던가. 보니까 밀리는 것 같던데?”
“우스운 말이군.”
치이이익—!!!
두령의 육신에서 열기로 이루어진 연기가 맹렬히 뿜어졌다.
“네놈이 끼어들지 않았다면, 내가 이겼을 일이다.”
“그래, 그랬을지 모르지.”
인물은 그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다만.
“단둘이었다면 그럴지도 몰라. 하나, 한 명이 더 있지 않았더냐.”
싸움을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묘한 존재. 인물은 그것에 집중했다.
“그마저 상관없다. 어차피 내가 다 죽였을 일이니까.”
“……”
당당한 태도에 다소 멍청한 발언. 다시금 한숨이 터지려는 걸 인물이 간신히 참아냈다.
“……죽이긴 뭘 죽인다는 거냐. 내가 있지 않았다면 당하는 건 두령, 네놈이었을 것이다.”
인물은 확신했다.
“그 뭔지 모를 계집. 처음부터 이쪽을 경계하고 있었다.”
허공 속에 숨어있던 자신을 계집은 눈치채고 있었다. 그 증거로.
“네놈이 싸울 때도 시선을 이쪽에 두고 있었지.”
두령이 전투에 열을 올릴 때도, 숨어있던 자신을 찾는 듯 싸움에 합세하지 않고 주변을 살피기 바빴다.
그걸 보며 사뭇 놀라야 했다.
‘이걸 눈치채?’
두령 놈이야 있든 말든 싸우려 들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정말 묘했지.’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
천마라는 놈은 무슨 수를 썼는지 정체를 파악하기 힘들었고. 같이 있던 계집은.
‘뭔가……’
정말 뭔가 이상하단 말이 전부다. 파악할 수 없다는 걸 떠나.
‘느낌이……’
존재 자체가 지닌 어딘가 불쾌한 감각.
그건 마치.
‘야랑을 보는 것 같았단 말이지.’
주인께서 싸고도는 존재. 뜬금없이 장군이 된 것도 우스운데. 신목조차 빼앗겨 호칭만 장군이라 불리는 그 마음에 안 드는 놈.
그것이 지닌 특유의 분위기와 어딘가 닮아 있었다.
“그런 상황에 가만히 뒀다면, 과연 상황을 다 이겨냈을 것 같더냐.”
“……내 알아서 할 것이다. 그러니 꺼져라.”
“……멍청한 놈.”
백 번을 설명한들, 여전히 저놈의 태도는 똑같다.
혹시 몰라 덫을 깔았고, 그 덫에 먹잇감이 달려들었다. 이 틈을 이용해 처리했으면 좋았으련만.
‘저 무식한 놈이 돕질 않는군.’
두령이 다 망쳤다.
인물이 일부러 숨은 걸 두령에게 말하지 않았던 이유 또한 이런 것이었다.
알게 되면 노발대발하며 덤벼들 게 뻔했으니까.
“안 꺼지겠다면, 꺼지도록 만들어주마.”
이어 도끼가 다시 허공을 가르려던 찰나.
“빌어먹을 놈 같으니.”
인물이 끝내 고개를 저으며 손끝을 움직였다. 그 순간.
지이이이잉—!!
그가 가른 손끝에 허공이 잘리고 균열이 생성됐다. 마치 마경문과 같은 모양새였다.
인물이 그곳을 향해 휙 들어가 버리고, 그가 사라진 다음에서야 두령이 몸에 힘을 풀었다.
푸쉬이이익–!!
김을 뿜어내며 두령의 몸이 변화한다. 붉게 물든 털과 가죽이 원래 색으로 돌아왔다.
“크르르르…….”
그러고는 두령이 허공을 다시 쳐다봤다.
놈들은 놓친 것도 그렇지만, 싸움을 제대로 끝내지 못한 게 더 불만족스러웠다.
당장이라도 따라갈까? 두령이 고민한다.
시간이 흘러 찾기 어렵기야 하겠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어차피 놈들이 마령산을 벗어나지 않았다면. 자신이 놓칠 일은 없을 테니까.
이어 곧장 찾아 나서려 하지만.
“…….”
두령이 걸음을 멈춰 세웠다.
저 멀리, 자홍빛 극광 너머로 해가 떠오르는 게 보인다.
그걸 보며 들고 있던 도끼를 내려놓았다.
태양을 보자마자 졸음이 몰려온다.
두령이 그 자리에 천천히 주저앉아 그대로 눈을 감았다.
우선은.
잠을 자야 했다.
다시금 밤이 올 때까지.
두령은 우선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