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RAW novel - Chapter (1047)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1047화(1047/1052)
태천이 이르시길.
‘만계를 얻어낼 것이다.’
모시는 존재께서 그리 말씀하셨다.
지고한 하늘이나 뜻이 그러하다 하셨기에. 그는 뜻을 따를 뿐이니라.
날개를 한쌍 주신 것 또한. 자신의 뜻을 담아 높이 날으라 칭하셨으니.
사내는 그분의 뜻을 입어 창공을 헤맸고.
‘네가 만계를 얻어내라.’
주인께선 그리 말하셨다.
만계를 어찌 얻어내는가. 사내는 의문이 떠올랐으나 이를 내뱉지는 않았다.
의문을 지녔다고 한들, 상관없다. 그의 뜻이 곳 자신의 뜻이 됐으니까.
하물며 자신이 걱정하니, 주인께선 또한 말씀하셨다.
‘걱정하지 말라 나의 종이여.’
‘모든 것은 하늘의 뜻 따라 이어질 터이니.’
태천(太天)께서 그리 말씀하셨으니 이루어지리라.
사내는 그리 믿었다.
* * *
구우우우우우—!!!
고요하지 못한 잿빛 하늘. 그 아래 빛을 내며 펼쳐진 얕은 막. 푸르디푸른 막이 주변을 감싸고 있다.
감히 다 얻지 못해 흩어진 생기의 흐름이다. 그렇게 흔들리는 생기가 마치 구름처럼 펼쳐져 하늘을 가리고 있을 즈음.
“흐음.”
사내는 나직하게 호흡을 내뱉으며 앞을 바라봤다.
쓰러진 야랑과 그 앞에 주저앉아 있는 놈의 등이 보인다.
미동이 없다. 쓰러진 건 자신에게 공격당한 야랑이었으나, 정작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 건 앞에 존재였다.
용.
진즉 만계의 주인에 의해 사그라졌을 오만한 종족.
한때는 만계를 비롯해 태천과 창천에도 영향을 끼치려던 종족이었다.
규율을 어기고 스스로 세상이 되려고 했던 용제.
그는 세상의 분노를 받아 만계에게 봉인을 당했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어찌.”
주인이 사라진 생명이 이리 앞에 있는 것인가.
사내는 의문을 표했지만.
“상관없나.”
이제는 그마저 상관없었다. 사내가 슬쩍 제 손바닥을 펼쳐 바라봤다.
새하얀 손바닥이 눈에 들어온다. 원래였으면 단순히 그것만 보였을 테지만, 지금 사내의 눈빛에는 그보다 많은 게 보였다.
“찬란하구나.”
아름답고 생기롭다.
태천의 자비에 힘입어 어마어마한 생기를 온몸에 담았다.
두령에게 주인의 뜻이라 말하며 일을 시켜 미리 그릇을 넓혀 놓은 덕이다.
격이 한껏 높아진 육체.
본래 모습일 때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몸뚱이.
‘이것이.’
이것이 신격인가.
주인이 될 수 있는 지고하고 위대한 존재.
한 세계의 힘을 온전히 받아낼 수 있는 만물의 몸.
세상이 허락해야 얻어낼 수 있다는 그릇이었다. 단순한 생명체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아득한 격이 느껴졌다.
“좋구나…….”
만계의 주인이 되어라.
그 말을 듣고 품던 의문이 다 무의해졌다.
태천께선 항시 뜻이 있으셨다.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본래라면 이보다 훨씬 완벽한 그릇이 될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했음이 실로 한이다.
처음부터 문제였다면, 두령 놈이 예상보다 훨씬 멍청했음이 처음 문제였고.
두 번째는 이곳의 존재를 일찍 들켰음이 문제였다.
시간으로 따지면 대략 오십에서 백여 년.
그만큼의 시간만 더 벌었다면 충분했을 터.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세 번째는.
“바로 네놈 때문이다.”
주저앉아 미동도 보이지 않는 놈.
용으로 보이며 만계에 나타나 자신의 계획에 훼방을 놓던 저놈.
바로 저놈이 문제였다.
어쩌면 앞서 말한 모든 게 쓸데없는 생각일지 모른다.
저놈만 없었다면 애당초 문제없었을 것 투성이었으니까.
그것도 아닌가?
어쩌면. 어쩌면…….
“애당초 그놈 때문이었을 수도 있지.”
지금부터 얼마나 전이었을까. 사내에겐 찰나에 가까운 시간 전에.
주인께서 새로운 장군이라며 데려왔던 외지인.
두령이 극도로 분노하며 거부했었고, 유사는 놈이 마음에 들었는지 쫓아다니긴 했으나.
결국 배신당했다.
놈이 신목의 씨앗을 가지고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리 사라져 화산이라는 뭣도 모르는 단체를 세워냈다고 하던데.
여기서 이상한 것은.
“주인은 그런 놈을 내버려 뒀지.”
만계의 주인은 신목의 씨앗을 들고 사라졌거늘 이걸 아무렇지 않게 방목하는 게 말이 되질 않았다.
이는 아무래도 태천께서 말씀하시는 게 맞았던 듯하다.
‘만계의 주인에게 문제가 생겼다.’
그렇게 말씀이 내렸던 걸 떠올린다. 맞는 것 같다. 무저갱의 얘기도 그렇고 그로 인해 주인의 움직임도 그렇고.
무언가 만계는 뒤틀렸다. 그리고.
“그걸 놓치지 않는다.”
사내는 이걸 놓칠 생각이 없었다.
후두둑,
생기가 뭉치고 모여든 육신에 가능성이 담긴다.
허공에 있는 공기 그 자체가 기운의 원천이 되는 감각이다.
힘이 끓어 넘친다.
“이것이 주인이란 건가?”
반쪽짜리 주인.
아직은 세상의 주인이 되지 못했으나, 그리될 가능성이 됐을 몸.
그것만으로도 격이 차원이 다르다.
감히 하찮은 것은 올려다볼 수도 없는 격의 차이.
사내는 그걸 느끼며 한 걸음을 옮겼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지면조차 그의 존재에 고개를 숙이는 것 같았다.
“포기한 건가.”
말을 물었다.
나직이 호흡을 내쉬는 야랑의 연약한 몸.
거의 반이 뜯어진 느낌인지라 재생하지 못한다면 그대로 죽음에 이를 것 같았고.
재생은 하지 않을 것이다.
사내가 그걸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서히 죽어가기 시작한 야랑.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놀랍다.”
솔직히 놀라웠다.
야랑이란 이가 지닌 것이라 해봐야 빠른 이동과 정보량뿐인데.
이 정도의 힘을 숨기고 있을 줄이야.
심지어, 격을 뚫어내고 공격을 넣을 수 있을 줄이야.
그건 뭘까. 처음 보는 힘이다.
“신격에 타격을 준다니.”
낮은 격의 힘 따위 닿지 말아야 할 텐데.
그걸 뚫고 들어오는 힘.
권능인가? 아니다.
그것과는 다른 무언가였다.
무엇일까. 잠시 의문은 떠올리나, 지금에 이르러선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없앨 힘이었고.
“이제는 없어질 테니.”
달라진 격을 선보였다.
쿠르르릉–!!
하늘이 울었다. 그의 감정에 동화된 잿빛 하늘이 점차 변형된다.
구름이 뭉쳐 든다. 이곳은 태천께서 내어주신 사내만의 공간이나. 사내가 격이 오른 이상 얼마 지나지 않아 만계 전역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비록 아직 만계의 주인에게 대항할 수는 없을 테지만.
“어차피 그녀는 움직이지 못할 테니.”
지금이야말로 적기.
부족한 그릇조차 상황으로 무마가 가능하단 의미였다.
그걸 떠올리며 사내가 주저앉은 이에게 다가간다.
“이미 포기한 모양이구나.”
숨이 옅어지는 야랑 뒤로 아무런 기척도 내지 않고 있는 놈.
어린 용에게 다가갔다.
장군과 비교해도 말이 안 되는 강함을 가졌다.
어쩌면 용제가 죽고 다음 용제가 된 존재가 아닐까 싶지만.
“그건 아니겠지.”
용제의 강함을 어렴풋이라도 봤던바.
고작 저 정도 힘은 용제에 닿기 힘들다. 아마 살아남은 용 중에 가장 축이리라.
그리 생각하며 손을 움직였다.
“자. 이만 죽어라.”
이제 이변은 더 이상 없다.
모든 건 태천의 뜻대로 흐르리라.
그렇게 생각하며 사내가 손을 움직였다.
슥-!
가볍게 내리그은 손.
한데.
“음?”
무언가 이상했다.
“뭐지?”
왜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지? 진득 기운이 쏟아져 놈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야 했거늘,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뭐지?”
이상한 눈으로 상황을 살피던 찰나.
“어?”
뒤늦게 눈치챘다.
“무슨…….”
내리그은 사내의 팔이 사라져 있었다. 잡아 뜯기 흔적이 그대로 보인다.
이게 무슨 일이지? 사내가 이해를 못 해 눈을 키우고 있을 때.
툭.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사내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바닥에 사내의 팔이 떨어져 있었다.
동시에 앉아 있던 이가 몸을 일으킨다.
사내가 어린 용이라 말한 존재였다. 그걸 보며 인상을 찌푸리려던 찰나.
“네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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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쿵-!
사내의 시야가 점멸했다.
파스스스!
무언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하늘에서 잔해물이 사내의 얼굴을 때린다.
“……?”
여긴 어디지? 건물의 내부다.
자신이 뚫고 들어와 무너지고 있는 건물. 사내가 즉시 빠져나왔다.
쿠구궁.
건물을 치우며 빠져나오니 거리가 이상했다.
끝이다.
태천이 내어준 공간의 끝자락.
원래 있던 곳은 중심부였는데 이상하리만큼 멀다.
설마.
“……정신을 잃은 건가?”
자신이 정신을 잃었던 건가?
충격에 이 멀리 날아오면서 잠시 정신을 잃었다고?
“그럴 리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인상을 일그러뜨리며 날개를 펼쳤다.
화아악–!!!
세쌍의 하얀 날개가 펼쳐지며 가속한다. 몸이 떠오르며 중심부로 날아갔다.
순식간에 시야가 변한다. 어느새 사내의 몸이 중심부에 도착해 있었다.
“……음?”
그렇게 도착하고 사내가 눈을 좁힌다.
없다.
“어디 간 거지?”
원래 있어야 할 두 녀석이 없다.
그걸 보자마자 사내가 대지의 기운을 살폈다. 어디론가 숨었다며 찾아야 하는데.
이걸 뒤져도 느껴지지 않았다.
혹시 대지가 아니면 하늘인가?
거기까지 파악하려 기운을 끌어올리자마자.
“……!”
느껴졌다.
바로 등 뒤-.
콰악-!
“컥!”
쿵–!!!
사내가 충격을 받고 지면에 추락했다.
엄청난 충격이 터지며 지면이 박살 난다.
콰드드득-!!
“크으윽–!!”
위에서 짓누르는 힘에 사내가 발버둥을 친다. 힘을 끄집어내지만 밀어내지 못했다.
눈알을 돌려 자신을 누르고 있는 이를 확인했다.
그곳에는.
“크르르르르르—.”
하얀 털로 무장한 짐승이 있었다.
거대한 육체에 자색 눈동자를 품고 있는. 아주 하얗고 거대한 여러 개수의 꼬리를 지닌 짐승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