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RAW novel - Chapter (1048)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1048화(1048/1052)
화아아아–!!
허공에 거대한 꼬리가 일렁거린다. 숫자를 따지면 대략 네 개. 커다랗고 하얀 털로 가득한 꼬리가 거칠게 요동치고 있었다.
“크르르르르–!!”
짐승의 울음소리가 진득이 퍼진다. 그리 크지 않은 소리일 터인데. 고요히 울부짖은 것 치고 지면을 다 울렸다.
“크윽–!!”
사내가 자기 목을 움켜잡은 존재를 보며 연신 힘을 줬다.
벗어나야 했다.
이 괴이한 무언가에게서 벗어나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무슨 힘이-!!”
힘이 너무 강하다. 누르는 것만으로 파동이 생겨 주변을 다 압살할 지경. 이걸 느끼며 사내가 확신했다.
방금의 충격. 자신이 잠깐 기절했던 충격은 이놈이 한 짓이리라.
“대체 어디서…….”
이런 놈이 어디서 나타난 거지?
“크르르르르-!!”
울음소리를 들으며 상대를 살핀다. 생긴 건 분명 월야족이다.
그것도 한밤의 만계의 축복을 모조리 받아낸 상태.
특히 순혈 월야족의 피를 진하게 받았는지 상태도 그와 같다.
유사가 본체를 꺼내 들었을 때와 비슷한 지경인데.
“수준이……!”
유사 놈과 비교했을 때 그런 비교조차 아까운 수준.
짓누르는 힘은 물론이고.
“신격을 박살 낸다.”
쩌저적–!!
밀어내고 있는 신격의 힘을 아무렇지 않게 부수고 있었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인가.
신격은 신격이 없으면 닿을 수도 없는 일이다.
직전에 놈들이 사용한 기운은 어째서인지 이를 밀어내긴 했으나.
“이 정도는 아니었건만……!”
이건 궤가 너무 다르다.
반푼이라 한들, 주인의 격에 올라선 자신이다. 일반적인 존재는 닿거나 마주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야 하는데.
앞에 있는 놈은 아무렇지 않게 그걸 묵살을 내버렸다.
마치.
자신도 그와 다르지 않다는 듯이.
쿠가가가각–!!!
시야가 뒤바뀐다. 사내가 눈치챘을 땐 제 몸이 허공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그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이러다간 막의 끝까지 날아가 막을 부숴버릴지 모를 일.
간신히 정신을 차린 사내가 날개를 펼친다.
촤악-!
세 쌍의 날개가 펼쳐지며 날아가던 몸을 멈춰 세운다.
동시에 시야를 굴려 녀석이 있는 위치를 파악하려던 찰나.
“크르릉-!!”
“……!”
울음소리가 사내의 등 뒤에서 들렸다. 급히 고개를 돌리자 새하얀 하늘이 사내를 맞이한다.
쿠웅–!!
얼굴에 주먹이 추락했다.
충격과 함께 지면에 추락한다.
콰가가강—!!
작은 몸이 떨어지며 지면이 산산조각났다.
“큭!”
침음을 흘린다. 사내가 고통을 참으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우웅-!!
소리가 들린다. 시선을 올리니 놈이 무언가를 시도하고 있었다.
입가에 불꽃이 모여든다.
심상치 않다. 불길하고 불안하다. 본능이 말했다. 저걸 당장 막아야 한다고.
“멈춰라–!!”
즉시 명을 시전했다.
퉁-!!
놈에게 날아든 속박이 그대로 녀석의 육체를 옥죄이려 하지만.
“크르르-!!”
파악-!
“허!?”
명이 놈에게 닿자마자 바스러진다. 저 말이 뜻하는 바는 하나다.
“정말 그릇이란 말인가?”
저놈 또한 주인이 될 그릇이란 의미.
지고한 존재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품었음이다.
저런 놈이 대체 어디서 튀어나온 걸까.
“크윽……!”
침음을 흘린다. 기운을 끌어올리며 움직였다 육체가 가속한다.
날개에 담긴 신격이 발현해 속도를 끌어올렸고.
사내가 위치를 바꾸자 그가 있던 곳에 재앙이 쏟아졌다.
쿠가가가가가가가각—!!!
자색빛 섬광이 지면에 쏟아진다. 거대한 원기둥이 바닥을 다 드러내게 만들었고.
거기서 느껴지는 기운에 사내가 눈을 좁힌다.
“이건…….”
신격이다.
기운에 계의 격이 담겨있다.
“대체.”
저놈은 뭐지?
자신은 태천께 받은 신격과 생기를 응용해 몸에 담아냈다지만, 저놈은 대체 뭐지?
혹.
“다른 세계의 그릇인가?”
자신처럼 다른 세계의 주인이 보낸 사도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스쳤다.
그럴 가능성은 없지 않다.
태천 말고도 만계를 노리고 있는 이는 있을지 모를 일이니까.
“그렇다면.”
치워야 한다. 어디서 나타난 놈인지 몰라도. 태천께서 해 보이실 계획에 방해라면.
콰드드득-!!!
“치워내야 한다.”
깃털 수십 개가 한 번에 모여들어 백색의 삼지창이 되었다. 원래 쥐던 것보다 훨씬 굳건하고 단단한 형태다.
그 안에 생기를 휘감는다. 신격이 생성되며 백색 전류가 퍼졌다.
쿠르릉.
천둥이라도 치듯 잿빛 하늘이 요동친다. 이곳은 사내의 공간. 그가 원하는 바가 기운이 되어 공간에 영향을 끼친다.
스윽.
삼지창을 높게 치켜들었다.
그 순간, 잿빛 하늘에 모여든 전류가 짙은 번개가 되어 창끝에 모여들었다.
쿠르르르릉–!!!
파지지지직.
“후우.”
빛을 품은 창을 그대로 들어 사내가 움직인다. 지난 어마어마한 세월에 모아 담은 생기의 일정량을 사용했다.
끝나지 않을 기운이라 생각했거늘, 상대가 위험하다 생각하니 즉시 대량을 써버렸다.
“아직 해야 할 것이 많은데 말이야.”
그릇이 되는 데 성공했지만, 그나마 반푼이.
아직 만계에서 얻어야 할 게 많았다. 그렇게 얻어내고 또 얻어내면.
“비로소 주인에게까지 닿으리라.”
벌어진 이변에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하고 있을 현 주인.
그녀까지 집어삼켜 태천의 뜻을 이루어야 했다.
그러니.
“너는 이곳에서 죽는다.”
그 뜻에 반하는 놈은 이곳에서 죽.
촤악-!
“……!!”
사내가 왼쪽을 쳐다본다. 겨누고 있던 창이 없었다.
팔 자체가 뜯겨 날아간다. 들고 있던 삼지창은 허공을 날고 있었다. 무슨 일이지?
“이놈……!”
“크르르르–!!!”
어느새 다가온 놈이 날카로운 손톱을 휘둘러 팔을 뜯어버렸다.
엄청난 속도였다. 더불어.
“크아아아아–!!”
쿠우웅–!!
“크윽!”
속도만이 빠른 게 아니다.
다가온 충격에 다시금 몸이 휘청인다.
주먹을 막아내니 다른 주먹이 뻗어온다. 한 번 더 막았다.
쿠웅-!
충격에 몸이 더 밀려난다.
차라리 이 반동을 이용해 거리를 벌려야 했다. 손을 뻗는다. 기운이 뿜어져 나와 날아간 손에 감겼다.
쉬이익-!!
날아온 손을 그대로 왼쪽 어깨에 붙였다. 재생하는 것보다 이게 빠르다.
붙어서 복구된 팔을 살짝 움직여 적응시키고, 그대로 거리를 벌리려 했지만.
쉬이익–!!!
놈에게 달린 꼬리가 뻗어 나와 사내의 몸을 휘감는다.
재빨리 도망치려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꼬리의 개수가 하나가 아니었고. 도망칠 공간은 없다는 듯 사내의 사방을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큭-!”
이러면 곤란해진다.
사내가 눈을 부릅떴다.
두근-!
심장이 요동치며 그 안에 있던 힘이 개방됐다.
권능.
사내는 자신에게 부여된 권능을 사용해 위기를 벗어나려 했으나.
그때 문제가 생겼다.
콰득!
“……뭣?”
갑자기 어디선가 날아든 것이 사내의 허벅지를 깨물었다.
검은 형체를 지지고 있었다. 어디서 날아든 건가 확인하니, 앞에 있던 존재에게서 날아든 것이다.
이게 뭐지? 또 무슨 공격일까 싶은데.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달았다.
“뭐야……?”
권능 발현이 안 된다. 본래라면 터졌을 것이 움직이지 않았다.
사내가 당황한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일까. 우스운 상태에 몸이 잠깐 굳은 찰나.
“크르르르–!!”
존재는 때를 놓치지 않고 송곳니를 들이밀었다.
“이런-!”
공간은 제약됐고 거리는 좁다.
못 피한다.
그대로 목이 이빨에 짓눌려 잡아 뜯기려던 순간.
퉁-!
“……?”
송곳니가 피부를 뚫어내기 직전. 갑자기 놈의 육신이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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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체격이 줄어들고 곤두선 털들이 모조리 빠져나간다.
어마어마한 존재감과 그릇의 크기가 무너지더니, 사내의 앞에서 그대로 쓰러졌다.
“허……?”
쓰러진 이를 보며 사내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방금까지 자신을 압도하던 괴이한 존재의 정체를 알게 된 것이다.
“용이로구나.”
용이다. 자신을 찾아 공간에 들어왔던 그 방해꾼.
그놈이 방금의 그 존재였단 말인가?
“어떻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어찌 그런 힘을 보일 수 있었단 말인가.
이에 관해 의문이 떠오르지만.
“뭐든 되었다.”
지금은 그게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자신이 살았다는 것과.
“죽인다.”
그 녀석이 제 몫을 행하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는 점이었다.
위험하다.
용도 아닌 것이 방금의 모습과 존재감은 무어란 말인가.
이놈은 실로 위험했다.
“다행이구나. 지금이라도 처리할 수 있게 됐으니.”
앞으로 방해가 될 놈을 이 자리에서 처리한다. 그리 생각한 사내가 삼지창을 들어 그대로 놈의 목에 박아 넣으려는데.
콰드득-!!
깡-!
“큭!?”
바닥에서 치솟은 가시에 사내가 급히 창을 회전했다.
몸이 밀린다. 찰나였다.
바닥을 지탱하고 그대로 삼지창을 내던지려는데.
“이런.”
방금까지 바닥에 쓰러져 있던 놈이 없었다. 급히 고개를 틀었다.
바라본 위치는 야랑이 누워있을 곳.
그곳을 바라보니.
“너는……!!”
사내가 익히 알고 있는 존재가 그 자리에 있었다.
흑발에 장발. 흰 피부와 왜소한 체격을 지닌 여인.
눈을 마주하니 어쩐지 섬뜩한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존재.
“너도 이곳에 이었던 건가.”
“…….”
지난 마령산에서 사내를 벼랑 끝까지 몰아내던 여인이었다.
그녀는 한 손에 쓰러진 용을 들고 다른 손으로 야랑을 들어 올렸다.
누가 봐도 도망치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놓칠 것 같더냐!”
사내는 이를 놓아줄 생각이 없었기에, 곧바로 창을 던졌지만.
“…….”
여인은 날아드는 창을 보며 가볍게 손을 움직였고. 손에는 어느새 검이 쥐어져 있었다.
콰가각—!!!!
검날이 창을 흘려 튕겨낸다. 온전히 막지 못하고 경로만 틀어냈고.
그대로 날아간 창이 허공에 치솟았다.
투우우웅—!!!
잿빛 하늘로 올라간 창이 폭발한다.
엄청난 기운이 하늘 넓게 퍼져나가고.
기이이이-!!
공격을 막아낸 여인의 뒤로 차원이 뜯겨 열린다.
“이것이–?”
사내가 속력을 높여 달려들려 하지만. 그의 손에 받기 전, 여인이 차원의 틈으로 몸을 숨겨 달아났다.
툭-!
닫힌 공간에 뒤늦게 사내의 손이 스친다.
“……이런.”
놓쳤다.
빠드득.
사내가 이를 갈았다. 그릇에 올라 놓고도 죽였어야 할 것들을 놓쳤다.
“주인께서 아시면 공노하시겠구나.”
주먹을 말아쥐었다.
어떻게든 찾으러 가야 하나? 찾아서 처리하는 게 맞는 것 같다만은.
“……아니.”
사내가 고개를 저었다. 어디 있는지 모를 놈들을 찾으려 하기보다 더 우선인 일이 있었다.
“……우선. 화산으로 향한다.”
태천께서 이르신 말이 있었다.
그릇에 도달하게 되면, 그곳에서 화산이라 부르는 곳으로 가라.
그리하여.
“만계가 숨겨둔 비보를 삼켜라.”
그곳에 있을 주인의 뜻을 얻어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