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RAW novel - Chapter (1049)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1049화(1049/1052)
“언젠가 말이야.”
어느날 으레 그렇듯.
“밤이 오지 않는 날도 있을까?”
쓸데없는 잡담에 무의미한 물음이 쏟아진 날이다.
떠오른 밤에 펼쳐진 별을 새다가.
그러다 문득 꺼내 드는 말은 스스로 이해하기 버거워 무릇 인상을 찌푸릴 만한 것들.
그걸 들을 때마다 드는 생각은 하나였다.
“또 이상한 말이군.”
얘가 이상한 말을 하는구나.
그 정도로 생각했다. 언제나 그랬으니까.
별이 사라진 밤.
태양이 사라진 하늘.
숲이 사라진 땅.
바다가 사라진 곳에 남은 것들.
의미 없고 무엇을 뜻하는지 모를 말들을 가끔씩 묻고는 했고.
그저 오늘도 그랬을 따름이라 생각했다.
“밤이 오지 않는 날이라.”
낮이 사라지면 밤은 찾아온다.
이따금 별이 보이지 않을 날은 있으나.
“글쎄. 없을 것 같은데.”
밤이 없는 날 따윈 없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여 말했다.
“그래?”
“그래.”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웃는다.
웃음을 참는 모습이 싱그러워 나도 모르게 손끝을 구부려 볼을 쓰다듬었다.
말랑이는 감촉을 느끼고 있으니, 그녀가 날 바라본다.
“당신 대답은 그렇구나.”
“아니라고 생각하나?”
내 물음에 고개를 젓는다.
“모르겠어.”
애매한 대답이었다. 아니면 아닌거지 모르겠다는 또 뭘까.
밤이 오지 않는 날이란 게 말이 되질 않거늘, 그녀는 그런 애매한 말을 꺼냈다.
하나, 나는 이에 관해 왜냐는 말은 하지 않았다.
예전에도 종종 이런 대답을 한 적이 있었고. 그때마다 말을 묻는 들 제대로 된 대답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가.”
지금은 그러니, 딱 이 정도 대답으로 넘어가는 게 맞다.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과 달이 빼곡한 밤이다.
보름이 찬 달은 만월에 이르렀고. 구름이 없고 맑은 하늘은 모여든 별과 달을 더 부각시킨다.
어여쁜 밤이라는 소리다.
그런 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
“그럼.”
여인이 말을 다른 말을 꺼내 든다. 소리에 시선을 보냈다. 이번엔 또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궁금해하듯 쳐다봤다.
아마 그리 다르진 않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여인을 바라보는데.
“만약. 내가 사라진다면 어떨 것 같아?”
“…….”
말을 들은 순간 입이 닫혔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물음이었다.
태양이니 하늘이니 달이니 별이니 숲이니.
그것도 아니면 바다니.
그 많은 게 사라지면 어떨 거냐는 말은 한 번씩 들어봤어도.
자신이 사라지면 어떨 것 같냐니.
지금까지 여인에게선 들어본 적 없는 물음이었고.
그 말이 만든 여파는 침묵으로 이어졌다.
“…….”
말없이 여인을 바라봤다. 무슨 의도로 뱉은 것일까. 그걸 찾고자 노력해 보지만, 떠오르는 건 없다.
그러니 더 문제다. 대체 무슨 의도로 했는지 알 수 없으니까.
하여, 가만히 바라보다 끝내 입을 열었다.
“무슨 의미지?”
도대체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뱉은 거냐. 덤덤한 척하는 얼굴과 달리, 볼을 매만지던 손을 내려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차갑다.
천천히 손목을 만지며 물으니 여인이 웃었다.
“반응 뭐지? 그냥 물어본 말이야.”
“그냥이라면 하지 마라. 그다지 듣고 싶은 말은 아니니까.”
“그래? 알겠어.”
내 말을 들은 여인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그로부터 더 이상. 단 한 번도 여인은 이와 같은 물음을 건네지 않았다.
그걸로 충분하다.
그렇게 생각했지만, 과연 그걸로 충분했을까.
너는 왜 그런 말을 내게 한 것일까.
이에 관해 알아차리게 된 건 시간이 다소 흐른 뒤였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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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그마저 잊어버렸으니.
무엇도 내겐 남지 않았으리라.
* * *
무거운 눈두덩이를 들어 올렸다. 흐릿한 시야가 천천히 돌아오며 낯선 천장이 보였다.
“……쿨럭.”
헛기침을 뱉으며 상체를 일으킨다. 삐그덕거리는 몸뚱이를 억지로 움직였다.
간신히 일으킨 몸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어딘가 마른 냄새가 나는 작은 방이었다.
“뭐야.”
여긴 어디지? 좀 더 제대로 확인하려 몸을 일으키는데.
지끈-!
“……!”
일어나다 말고 심장을 움켜잡고 쓰러졌다.
“컥…….”
더럽게 아프다. 내부에서 오는 격통이 심상치 않았다.
“끄으…….”
쿵-! 쿵-! 쿵-!
두근거리는 걸 넘어 부술 듯이 날뛰는 심장. 몸을 일으키니 근육도 멋대로 고통을 호소했다.
‘이거 왜 이래?’
찢어질 것 같다. 재생력이 극도로 올라간 상황일 텐데 몸이 재생하는 게 더뎠고.
그걸 떠나 심장 자체가 문제다. 안에 있는 그릇에 금이라도 갔는지 제대로 된 움직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끄으…….”
우선 고통을 참고 억지로 움직였다. 상황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왜 이런 곳에서 정신을 차렸을까. 직전의 일을 상기하려는데.
“아.”
즉시 떠올랐다. 맞다.
“그놈…… 까마귀.”
까마귀와 싸우고 있었지. 놈에게 갑자기 온갖 생기가 모여들더니만, 모습을 뒤바꿨고. 놈과 싸우다가.
“……야랑이.”
날 구해주려 나타난 건지, 차원을 뚫고 야랑이 나타나 까마귀와 싸웠고.
그러다가.
“…….”
야랑이 당했다. 그러고 기억이 나질 않았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고통을 참으며 방 밖으로 나왔다. 그러자, 내가 지금까지 어디에 누워 있었는지 알게 됐다.
“여긴…….”
낯설지만 익숙하다. 익숙한 이유는 한 번 와본 곳이라 그럴 것이다.
여긴 저번에 봤던 천마가 연 마경문. 그 안에 있던 공간이었다.
그렇다는 말은.
“큭.”
아픔을 견디며 마루로 나왔다. 그러자 더 확신이 선다. 그때 봤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연못. 살짝 미숙한 듯 예쁘게 꾸며진 정원. 처소 밖에 보이는 들판까지.
그때 봤던 것들 그대로 있었다. 하여 들판을 보며 그쪽으로 나갔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길 잠깐이 흐르고, 들판에 완전히 나와 계곡 쪽을 바라보니 내가 찾던 이가 보인다.
작은 등 둘이 모여 계곡 쪽에 쪼그려 앉아 있다.
“…….”
그쪽으로 다가갔다. 인기척을 구태여 내며 다가가니, 앉아 있던 이들 중 밝은 갈색 머리카락이 슬쩍 이쪽을 바라본다.
눈을 마주치자 멈칫했다.
‘역시.’
가면을 벗은 얼굴은 내가 아는 그녀와 같았다. 하물며 금빛 눈동자까지 동일하니 어찌 모를까.
“……신검.”
조용히 말을 뱉지만, 여인. 야랑의 표정은 변화가 없다. 어머니는 내게 말했다. 그녀는 신검의 영혼을 토대로 만든 게 맞다고.
하나. 그녀의 눈에는 내게 보이는 감정이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너.”
몸은 괜찮은 건가? 그때 분명, 날 대신해 공격을 받아냈던 거 같은데. 야랑의 모습에는 상처가 보이지 않았다.
그걸 다행이라 여기며 호흡을 내뱉으려던 찰나.
그 옆에 있던 이도 내게 시선을 보낸다.
천마였다.
특유의 자색 눈동자로 날 쳐다보는데. 두 사람의 얼굴은 조금도 다르지 않고 동일하다.
눈동자와 머리카락 색이 다를 뿐, 그 외에는 전부 똑같은 모습이었다.
그걸 보며 잠깐 당황했다. 알고 있던 사실인데도 그렇다.
이렇게 앞에 두고 보니 더 확연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봐도.’
그냥 닮았다고 하는 걸로 끝날 게 아니다.
둘은 무조건 연관이 있을 것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되면 혈마는?’
혈마는 천마를 보며 제 딸이라고 했는데. 만일 신검과 천마가 연관이 있다고 한다면.
‘위설아도.’
그녀도 혈마와 연관이 있다고 보는 게 옳지 않은가.
이에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신검은 전생에 천마를 죽였잖아.’
혈마와 연관이 있다고 하나, 끝내 천마를 죽이고 세상을 구한 영웅은 신검이 맞는데.
그 안에 혈마와의 연관성이 존재했다는 건가.
이에 관해 떠올리며 천마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일이지?”
왜 나와 야랑이 이곳에 있는가. 그걸 물었다.
내 물음에 천마가 빤히 날 쳐다보며 말한다.
“데려왔어.”
“……어쩌다가?”
“위험했으니까.”
“…….”
누가 위험했었냐는 말은 묻지 않았다. 뻔한 일이었다. 상황을 끝까지는 아니어도 기억은 하는 시점이면 더 그랬다.
‘구했다는 말이구나.’
천마가 나와 야랑을 구해 이곳으로 데려왔다. 천마의 말은 그걸 뜻하겠지.
하면.
“여긴 대체 뭐 하는 곳인…….”
저번에 물었던 걸 다시 말하려던 찰나.
“그거 아니야.”
천마가 내 말을 끊어낸다. 뭐?
“뭐가……?”
갑자기 아니라니? 뜬금없는 말에 고개를 까딱이니 천마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구겨진다.
“할 말. 그거 아니잖아.”
“뭔 개똥 같은-.”
“고마워.”
“……!”
“그렇게 말해야지.”
“……허.”
헛숨을 터뜨렸다. 고맙다고 하라고?
내가 천마에게?
구해줘서 고맙다. 그리 말하라는 건가? 어이가 없어서 천마를 노려보나, 그녀의 눈은 진중했다.
“…….”
그걸 빤히 보다 눈을 살짝 피한 채 말했다.
“……고맙다.”
“응.”
말을 들은 천마가 고개를 끄덕인다. 한숨을 참았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싶더라.
뒷목을 긁적인다. 여전히 심장은 아팠다.
고통이 줄지 않는다. 이를 참아내며 천마를 다시 바라봤다.
뭘 물어야 할까.
방금처럼 여기가 뭐 하는 곳인지를 물어야 할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를 물어야 할까.
흐름이 끊기는 바람에 질문도 애매해졌다.
고민하며 옆에 있던 야랑과 천마가 눈에 들어온다.
그걸 보며 생각했다. 어쩌면 물을 건 진즉 정해져 있던 게 아닐까.
“야.”
“응?”
천마에게 물었다.
“……너희. 무슨 사이야?”
둘은 무슨 관계냐.
돌리지 않고 곧바로 물어본 말에.
“동생.”
천마 또한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하얀 손가락이 자신을 가리킨다.
“내가 언니. 얘가 동생.”
“…….”
말을 듣고 손으로 얼굴을 쓸어올렸다.
빌어먹을.
아니길 바랐던 사실이 현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