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RAW novel - Chapter (1050)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1050화(1050/1052)
천마의 말에 좁혀진 미간이 펴지질 않는다.
싸아아.
흐르는 계곡물이 잔잔히 흘러 앞에 있는 연못에 흐르고, 노을 진 하늘은 저번과 같은 색을 풍긴다.
짹. 짹짹.
자연스러운 듯 인위적인 새소리가 귓가에 퍼진다.
한참을 침묵하다 간신히 말을 뱉었다.
“……동생이라고.”
야랑. 아니, 신검이 천마의 동생이다.
이게 뜻하는 바는 그리 많지 않았다.
말 그대로다.
두 사람이 쌍둥이란 소리다.
어쩌면 쌍둥이가 아닐 수도 있지만, 저렇게 똑같이 생겼다면 떠오르는 바는 하나뿐일 수밖에 없다.
쌍둥이다.
천마와 위설아가 쌍둥이라는 의미.
그걸 떠올리며 입술을 깨물었다.
‘……예상은 하고 있었어.’
어찌 모를까. 가려져 있던 천마의 얼굴을 파악했을 때부터.
그 얼굴 안에 내가 그토록 지키려던 여인이 있다는 걸 안 시점부터.
이미 생각하고 있던 사실이다.
어떻게 모를 수 있겠는가. 같은 얼굴이 존재한다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그리 존재한다는 이들이.
‘하필이면 천마와 신검이다?’
철천지원수라 불러도 이상할 게 없는 이들.
한 명은 중원의 재앙이었고. 또 다른 한 명은 그 재앙으로부터 세상을 구한 영웅이었다.
극과 극에 놓여 있는 관계였거늘.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을까.
누구도 티 내지 않았던 일이다.
‘천마는 그렇다 치고.’
신검도 몰랐던 일일까? 다른 이들이 보기에 천마의 얼굴은 인식이 제대로 안 된다고 했고.
그 탓에 신검과 생김새가 똑같다는 걸 알지 못한다 들었는데.
‘이걸 신검 또한 알고 있던 걸까.’
지금의 천마가 아는 것과 별개로. 당시 천마는 몰랐을까.
만약 천마의 말이 사실이라면, 내가 볼 때 신검은 알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었다.
‘하면.’
정말 천마의 말대로 신검이 천마의 쌍둥이 동생이라면.
‘그녀도 결국 혈마의 딸이 된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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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제.
혹은 혈마.
중원에서 낙원을 만들 것이라며 알 수 없는 목적을 내뱉던 놈.
그놈은 천마를 보고 제 딸이라 표했으니. 그럼.
‘위설아도 딸이라는 소리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는 걸까.
혈마는 진즉 봉인 당해 없어진 존재였다. 비록 지금은 장성연의 몸을 쓰며 모습을 감추고 있기는 하나.
‘그래봤자.’
그래봤자 실제 육체는 아니었다.
황아불영이 말하지 않았던가.
‘혈마의 육체와 기운을 따로 나누고, 오감까지 지워버렸다고.’
그걸 어떻게 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불영의 말처럼 됐다면 천마와 위설아가 혈마의 딸이 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시기가 안 맞지 않았다. 이미 수백 년 전 봉인 당한 혈마의 딸이 있을 수 있다니.
‘그렇다면, 이 두 사람은 어디서 나타났다는 건데.’
부모가 존재할 수 없는 시점이거늘, 이리되면.
‘뭐 수백 년 전부터 존재하기라도 했었다는 건가?’
하지만 위설아에겐 검존이란 존재가 있다. 조부라 불리는 검존이 존재하는 건 어찌 설명해야 하지?
‘돌겠네…….’
꼬이고 엉켜있다. 알 수 없는 사실에 머리가 복잡할 때.
“아.”
이 일의 근본적인 문제를 깨달았다. 앞에 있는 천마를 보며 물었다.
“그걸 너는 어떻게 아는 거지?”
자신들이 쌍둥이란 사실을 너는 어찌 아는 거냐. 그걸 묻는 말에 천마가 괴상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보면 몰라?”
“…….”
당당한 대답이었다. 보고도 모르냐고 무시하는 태도가 일품이다.
보면 잘 알지. 저렇게 똑같이 생겼는데 가족이 아니면 말이 안 되긴 하는데.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현 상황에서 꺼낼 말은 아니었다.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그럼, 그냥 얼굴 보고 그럴 것 같아서 했다는 말이야?”
“아니.”
천마는 부정했다. 오로지 감은 아니라는 건가 싶었으나.
“그런 느낌이 들었어.”
“…….”
들려온 건 결국 감이었다는 대답이었다.
“……장난하냐고.”
“진짠데. 장난 아닌데.”
장난이 아니면 이게 뭔데. 감이 아니라 해 놓고 감이라는 데 어찌 장난이 아닐 수 있을까.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천마를 보는 한편.
그녀에게 보내던 시선을 돌려 옆에 있는 야랑을 쳐다봤다.
야랑은 아까부터 날 빤히 보고 있을 뿐, 어떤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둘이 같은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으니 더 똑같다. 정말 다른 게 하나도 없을 지경.
‘아무래도.’
천마는 감이라 한 걸 떠나.
‘관계는 맞는 것 같다.’
둘이 밀접한 관계, 천마가 말했듯 자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긴 했다.
혈마가 어떻게 두 사람의 아비가 되는진 모르겠지만. 혈마와 연관이 있는 것도, 둘이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것도 이제는 인정해야 했다.
‘전생의 사태가 어떻게 되어 먹었는진 모르겠지만.’
인정하는 걸 떠나 그때의 상황은 여전히 의문이다.
하나.
‘지금은 이것 말고.’
다른 걸 봐야 했다. 천마와 위설아가 자매라는 건 중요한 일이었지만.
“……그래서, 어떻게 된 건데.”
이제는 내가 왜 여기에 있는가.
“얘는 왜 이렇게 멀쩡한 거고.”
어째서 공격을 당했던 야랑이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건지. 그런 걸 물을 때였다.
천마는 물음을 듣고 잠깐 야랑 쪽을 쳐다보고선 다시 내 쪽을 보며 말했다.
“고쳤고.”
손이 야랑에게 향했다.
“구했어.”
이번엔 움직여 내게 향한다.
참 단순하고 간편한 설명이 아닐 수 없었다.
“……고쳐? 쟤를 네가?”
“응.”
“어떻게?”
“그냥 고쳤는데?”
“진짜 때릴까.”
말을 나누면 나눌수록 왜 이렇게 되는 건지 모르겠다.
그냥 대화하기 싫다는 건가?
어이가 없어 쳐다보니, 천마는 되레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진짜야.”
“……그러니까.”
진짠 건 알겠는데. 어떻게 했냐고. 이해를 못 하겠으니 묻는 거였다.
그런 물음에 천마가 곰곰이 생각해 보더니.
슥.
손가락을 움직여 옆에 야랑에게 휘둘렀다.
픽-!
“무슨……!”
야랑의 손등에 핏물이 튄다. 천마가 마기를 이용해 손등에 상처를 만든 것이다.
그때도 야랑은 얌전히 가만히 있었고. 반응한 건 나 혼자였다.
당황하던 순간, 천마가 다시 움직인다.
날카롭던 마기가 변형해 야랑의 손등으로 파고들었고. 검은 장갑처럼 휘감더니.
스르륵.
다시 흩어져 사라질 때는 야랑의 손등에 나 있던 상처를 다 지워낸 다음이었다.
“허?”
그걸 보며 기함을 토했다. 저건 재생이 아니다. 정말 말 그대로 치료의 영역이었는데.
‘마기로 상처를 치료해?’
듣도 보도 못한 기술이다 천마가 저런 걸 할 줄 알았다고? 마기처럼 포악하고 잔인한 기운을 저런 식으로 쓸 수 있다는 건 전생에도 몰랐던 사실이다.
천마는 그런 걸 보여준 적이 없었다.
그녀가 사용하던 마기는 말 그대로 재앙이자 재해.
하늘에 검은 바다를 만들고 그 안에서 무수한 벌이 쏟아지는 형태는 아직도 오금이 저릴 지경인데.
‘저렇게도 쓸 수 있다니.’
천마는 대체 저런 힘까지 지녀놓고선.
‘왜 패한 거지?’
어째서 신검에게 패했던 걸까.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다.
그때는 당연히 신검이 더 강하니 천마가 패한 것이라 판단했거늘.
‘지금 보면 이상한 일이야.’
신검은 강했다.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천마보다 강했냐고 하면 의문이다. 정말 그랬을까?
‘아무리 파마의 힘을 지녔다고 한들.’
모든 마를 멸하는 파마의 백기.
그걸 지니고 마인들과의 전쟁에서 크나큰 활약을 이뤄냈다고 하나, 결과적으로 말하면 이상한 건 마찬가지.
‘천마는 강해.’
천마는 단 한 번의 싸움에서도 전력을 내보인 적이 없다.
화산파의 장문인인 매화선을 죽일 때도.
삼존자와의 싸움에서 그들의 목을 모조리 벨 때도 그랬다.
‘아.’
그나마 아버지와의 싸움에선 좀 달랐을지 모르겠다.
그땐 천마조차 중상을 입었을 지경이었으니까.
그때를 제외한다면 천마가 전력을 내보인 일 따윈 없었고.
그에 비해 신검은.
‘모든 싸움에서 전력이었지.’
압도적인 무력을 지닌 신검의 힘은 인정하나. 천마와 비교하면 그 수치가 다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신검이 천마를 이긴 이유는 힘도 힘이지만, 그녀가 가진 파마의 힘이 전부였다고 봤으니까.
압도적인 절대방어.
마기로 이루어진 강기의 상위호환을 뚫어낸 건 파마의 기운뿐이다.
‘그래서 천마를 이겼다고 생각했어.’
기운이 상극이라.
천마의 공격이 끝내 통하지 않을 테니, 신검이 천마조차 이겨냈으리라 봤는데.
‘……과연.’
과연 그랬을까?
이 또한 무시하고 있던 의문이지만.
혈마와 천마. 그리고 위설아가 엮여있다고 생각하니.
더불어.
‘내가 회귀한 것조차 운명이라 칭했고. 그 원인 천마라는 걸 알고 보니.’
다소 이상하게 보인다.
‘그저 의심이면 좋으련만.’
그냥 내가 예민해서 떠올리는 생각. 딱 그 정도면 좋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불길한 예감은 빌어먹게 잘 들어맞기 마련이다.
“쓰읍.”
입맛을 다시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을 즈음.
지이이이잉—!!
공기가 일렁였다. 갑작스러운 진동에 고개를 돌리자, 천마가 허공을 찢어 마경문을 열고 있더라.
“……뭐 하는 거냐?”
“깨어났으니 이제 가야 해.”
“뭐?”
“혼나.”
“뭔 말이야. 누구한테 혼난다는 건데.”
“일어나.”
내 말을 무시한 천마가 야랑에게 말했고. 그녀는 천마의 말에 군말 없이 몸을 일으킨다.
“야. 내가 물어보잖아.”
“대답 안 할 거야. 들어가.”
“허.”
단호했다. 멍한 표정을 짓고선 말은 더없이 단호하다.
“들어가. 이제 가야 해.”
“아니…….”
“어서.”
변명은 듣지 않겠다는 듯 손으로 계속 마경문을 가리킨다.
뭐라 더 말을 해보려 하지만, 그때 야랑이 움직여 마경문으로 몸을 집어넣는다.
그걸 따라 천마도 움직였다.
“어? 야.”
같이 가는 건가? 안 갈 줄 알았는데 먼저 들어갈 줄이야.
의아한 눈으로 보고 있을 때, 천마가 내 손목을 움켜잡고 끌고 간다.
저항하지 못하고 마경문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후우웅-!
기운의 막을 몸이 자연스레 통과하고.
눈치챘을 땐 배경이 또 바뀌어 있었다.
“이건…….”
바뀐 배경이 미묘했다.
잿빛 하늘과 황폐한 땅이 있던 곳은 어디 가고.
여전히 엉망진창이 되어있긴 했지만, 잿빛 하늘은 사라지고 푸른 하늘과 생기로운 들판이 보였다.
다른 곳으로 돌아온 건가 싶었지만.
‘아니야.’
여긴 내가 정신을 잃기 전에 봤던 그곳과 같다.
내가 무공을 사용해 만든 구덩이도 존재했고. 놈과 싸운 여파가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그걸 볼 때 분명 그곳인 것 같기는 한데.
“대체…….”
무언가 같은 듯 다르다.
어여쁜 들판 위 무너진 건물 잔해에는 시간의 흔적을 알려주듯 꽃이나 풀들이 자라나 있었고.
저 멀찍이 보이는 곳엔 이전에 없던 거대한 나무가 솟아 있었다.
고목이자 대목.
누가 봐도 신목으로 보이는 것이 대뜸 솟아나 있다.
그리고.
“이건 또 뭐야…….”
본디 목적이었던 신목을 뒤로하고.
나는 망가진 들판 위에 가득한 무언가를 보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푸르른 들판과 그 위 꽃과 어울리지 않은 것.
본디 생명체였을 무언가의 유골들.
그게 들판 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빈틈없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