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RAW novel - Chapter (1052)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1052화(1052/1052)
콰아아아아아–!!
불꽃이 둘린 몸이 허공을 가른다. 빠른 속도로 공간을 이동했다. 내가 낼 수 있는 한계 속도를 뿜어냈고, 그 결과 원래보다 훨씬 가속이 붙어 움직이고 있었지만.
지끈-!
‘제기랄.’
속도를 높일 때마다 그릇이 발작을 일으켰다. 젠장할, 이건 뭐 나아질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오히려 더 아프다. 이러다 그릇이 깨지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힘들었다.
이렇게 날다간 진짜 큰일이라도 날 것 같았지만.
“따라 올 수 있어?”
나는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뒤를 보고 물었다.
어떻게든 가야 했다. 뒤를 보며 물으니 따라오고 있던 이들.
천마와 야랑이 고개를 끄덕인다.
전속력인데 잘 따라오는 것 같다. 내가 기운을 끌어다 속도에 도움을 주고는 있다지만, 역시나.
‘천마는 원래 빠르구나.’
야랑은 모르겠고 천마는 원래도 그리 느린 건 아닌 것 같았다. 아무리 봐도 그때 업혔던 건 연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아픔을 참고 다시 이를 악물고 뛰었다.
‘무슨 일이지?’
거북이의 목소리가 들린 순간 전력으로 날았다. 화산에 일이 있다고 했는데.
목소리가 다소 조급해 보이는 걸로 보아 큰일이 아닐까 싶다.
‘대체 뭐지?’
눈을 좁혔다. 일이 생겼다면 무슨 문제일까.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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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계의 주인이 침공이라도 한 건가? 그럴 수도 있었다.
기억이 없는 어머니는 용을 없앨 생각이었고. 지금 무저갱을 막느니 마느니 하고 있다지만, 본체를 움직였을 가능성도 분명히 있었으니까.
‘그렇게 되면, 화산은 괜찮은 건가?’
주인이 직접 움직였다면 화산이 견딜 수 있는 걸까.
지금까지도 애당초 어떻게 견디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듣기로는 알면서도 넘어가 주고 있었다고 했지만.
‘지금도 그럴까?’
지금의 상황도 그럴 거란 확신은 없다.
문제는 이미 여럿 벌어졌으니까.
장군 둘을 지워내고 신목 두 개에 일을 벌였다.
신목 쪽이야 어머니가 날 위해 안배를 준비해 놨다고 해도, 장군 쪽 일은 다르다.
장군 둘에게 피해를 입히고 다른 한 명과도 마찰이 생긴 이상, 현 만계의 주인이 움직이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리라.
다만.
‘여기서 만약 주인이 움직인 게 아니라면?’
화산에 일이 생긴 게 주인이 아니라 다른 게 문제라면.
그건.
‘……더 문제인데?’
예상이 안 가는 상황인 이상. 어찌 대처해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
무엇보다, 거북이의 목소리는 처음 이후로 들리지 않고 있었다.
끄득.
이를 깨물며 속력을 높인다.
‘보다 빠르게.’
지금보다 빠르게 가야 한다. 이 속도면 하루 이틀은 족히 걸릴 것이었다.
방법이 없을까? 전력을 사용하고 있는 이상 다른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면.’
고개를 뒤로 돌렸다. 따라오고 있는 둘을 바라봤다.
저 둘에게 사용하고 있는 기운도 있었으니.
‘일단 둘을 두고 간다.’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애당초 이 상황에 천마는 둘째치고 야랑까지 끌고 가는 게 이상한 일이었다.
그걸 상기하며 기운을 살짝 풀었다. 아니, 풀려고 했다.
그 순간.
우우웅—!!!
‘뭐?’
야랑의 몸에서 덜컹거리는 감각이 느껴진다. 내 심장 안에서도 반응이 왔다. 탐이다. 탐이 갑자기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이 말인즉슨.
‘권능을 사용한다.’
야랑이 권능을 사용한다는 뜻이다. 뭘 하려는 거지? 의아한 눈으로 살펴본 찰나.
그녀가 손으로 살짝 허공을 내리그었다.
기이이이잉–!!!
그러자 앞에서 빛이 느껴진다.
다시 고개를 정면으로 돌리니.
“……!?”
앞에 허공이 찢어지며 차원이 개방된다. 마경문이었다.
천마가 보여줬던 자색 마경문과 비슷한 느낌.
실상 색만 다르지 느낌은 비슷하다. 이게 뭐지?
갑작스레 나타난 마경문에 그대로 허공에 멈췄다. 뒤를 보고 야랑에게 물었다.
“이게 뭔데. 들어가라고?”
끄덕.
내 말에 야랑이 고개를 끄덕인다.
“…….”
급해 죽겠는데 갑자기 마경문에 들어가라니 의아하기 짝이 없다만.
‘도움이 된다는 건가?’
여길 들어가면 가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뜻인가 싶었다.
“이걸 타면 좀 더 빠르게 갈 수 있어?”
끄덕.
내 말에 야랑이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였다.
마경문에 들어가면 더 빠르게 도착할 수 있다? 확신이 담긴 끄덕임이다.
“…….”
믿을까 말까. 고민할 시간조차 부족했다.
고개를 다시 돌려 마경문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금빛의 기운이 내 몸을 휘감았다.
* * *
북쪽 끝자락에 존재하는 숲. 사람들로 하여금 무성의 숲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인적이 드물기도 드무나 거친 성질을 지닌 짐승들이 많고, 만계의 규율에 어긋난 이방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라는 소문이 있기도 한 곳이다.
가장 근처에는 야월궁이 있음에도 구태여 멀리 떨어져 살며. 그들의 법을 벗어나 있는 것.
위대한 주인께서 정해준 법칙 또한 따르지 않고, 이와 동떨어져 있기에 언제든 주인의 분노를 받을 수 있는 곳이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무성의 숲으로 향하지 않았는데.
파삭.
그런 곳에 누군가의 발끝이 떨어졌다.
살랑거리는 바람에 백발이 흩날리고 등 뒤에 달린 세 쌍의 날개가 그가 범상찮은 존재임을 상기시켰다.
“…….”
지면에 착지한 이가 주변을 둘러본다.
이질적인 푸른 눈이 숲을 쳐다보는데. 그의 주변만 마치 공기가 뒤엉킨 듯 일렁거림이 느껴진다.
이후로 한참을 보던 사내가 어딘가를 보더니 이내 입꼬리를 들어 올렸다.
“찾았다.”
이치를 벗어난 눈에 무언가 잡혔다.
한없이 자연스러워 보이나 그 안에 엉켜있는 불쾌감을 사내는 잡아냈다.
“대단하구나.”
사내는 순수하게 감탄했다. 자연스러움 속에 보이는 규율을 벗어난 힘.
그걸 보며 납득했다.
“이러니 유사가 건들지 못한 것이로군.”
보기에는 잠시 단순해 보여도. 무수한 깨달음으로 이루어져 있다. 애당초 하늘께서 내려주신 눈이 아니었다면 자신 또한 이를 보지 못했을 것이고.
만일 파악했다고 하더라도.
“끼어들 생각을 하지 못했겠지.”
저 규율의 집합체를 감히 건들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의문이다.
“어째서 만계의 주인은.”
저런 것에 아량을 베푸는 것일까.
누가 봐도 법칙을 벗어났다. 세계의 주인이라 함은, 이런 이질감을 누구보다 배제하고 싫어해야 하는 것인데. 주인은 이를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아니면.
“이유가 있는 건가?”
주인이라면 눈치채지 못했을 리 없다. 비록 지금 만계의 사태가 한껏 엉망이 되어 있다고 해도. 주인이 이를 모를 리는 없었고.
“그저 넘어가 주고 있다는 건데.”
주인이 그럴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 사내는 이해할 수 없었고.
“상관없지.”
이제는 그마저 상관이 없었다.
이미 때는 자신에게 흘러왔으니까.
“자…….”
사내가 입꼬리를 비죽이며 손을 뻗었다. 앞에 있는 막은 보는 것만으로도 불쾌감을 조성하나, 이제는 그뿐이다.
압도적인 힘 앞에선 그 무엇도 상관이 없다.
서서히 뻗어낸다.
이 안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겠으나. 하늘께서 안에 있는 걸 얻으라 하셨으니,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담겨 있으리라.
그리 생각한 사내가 점점 손끝을 뻗어갈 즈음.
퉁-!
“흠?”
뻗던 손을 멈추고 사내가 뒤를 돌아봤다.
쿠웅-!!
큰 소리가 들렸다.
지면이 거칠게 울리며 진동했고. 그 감각에 사내가 미간을 찌푸렸다.
“이건.”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다. 그리고 그다지 좋아하는 느낌도 아니었다.
문제는.
“이게 왜?”
이 느낌이 왜 지금 느껴지는 걸까. 적어도 여기서 느껴저선 안 되는 느낌이거늘.
의아했다. 그런 의아함을 느끼고 있던 찰나.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쿠우웅—!!!
이제는 저 멀리, 눈에 보일 만큼의 거리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사내가 이에 고개를 까딱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까마귀—-!!!”
멀리서 고함 소리와 함께 소리의 원인이 나타났다.
한데.
“……흐음?”
나타난 존재를 보며 까마귀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예상과 달랐다.
“뭐지 저놈.”
자신이 예상했던 존재와는 다소 다른 게 튀어나왔다. 머리에 달린 뿔이나 거친 육체, 그리고 목소리는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두령이 아니잖아……?”
자신이 예상한 존재. 두령이라 보기엔 이상했다.
심지어 그놈은.
“용에게 죽었을 터이니.”
그 용. 자신을 제일 헷갈리게 만드는 존재에게 죽임을 당했으리라 판단했으니, 저건 두령이 아니어야 할 텐데.
“이상한 일이군.”
저건 대체 뭘까.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눈을 좁히고 있을 때.
화르르륵-!!
거한의 손에 무언가 나타난다. 검은 불꽃이 타오르더니, 이내 손에 거대한 도끼가 잡히는 게 보였다.
“허.”
그걸 보고 사내가 눈을 키웠다. 저 도끼는 분명, 두령의 것이다.
그렇다는 건.
“정말 두령인가?”
저놈이 장군 중 한 명인 두령이 맞다는 소리인데.
“왜……?”
왜 저놈이 여기서 나타난 거지?
“이놈–!!”
사내가 이해해 보려 노력하고 있을 즈음. 두령이 달려들어 도끼를 내리그었다.
검은 불꽃이 흉악하게 퍼지며 사내에게 파고들고.
“쯧.”
짧은 혓소리와 함께 폭발이 터져 나왔다.
쿠우우우웅—!!!
흑염이 발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