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RAW novel - Chapter (367)
습격이 벌어진 지 어느덧 두 달이 흘렀다.
초봄에 가깝던 계절은, 벌써 여름에 다가가고 있었고.
유달리 빠르게 흐른 것 같던 계절과 같이.
그동안 신룡관을 포함한 하남에는 상당히 많은 일이 벌어진 상태였다.
벌어진 일 중에 가장 큰 일이 무엇이냐 한다면.
우선 신룡관이 폐쇄당했음이 첫 번째 일이리라.
중원에는 이미 신룡관이 사파 무인으로 이루어진 집단이 습격당했음이 널리 퍼져 있었다.
맹 측에서 정보를 막아 보겠다고 한들, 겪은 이들의 입이 한둘이 아닌 이상 모두 막기엔 무리였고.
개방측이 아무리 무림맹의 눈과 귀라고 한들.
그들 역시 정보국이며 이익 관계에 놓인 이상 전부 막을 수는 없었으리라.
결과적으로 신룡관은 여러 문제를 언급당하며 문이 닫힌 상태였다.
이유는 건물 수리 및 습격 여파로 인한 잠정 휴관이라고는 하지만.
사람들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아마 이번 일로 인해 신룡관은 몇 년은 열지 않으리란 걸 말이다.
더 나아가 영영 열지 않을 수도 있다.
당장 올해 있을 용봉지회나 무투제 조차도 열릴 가능성이 희박한 상태니까.
이번 일은 그만큼의 사고였다.
두 번째는 무림맹 쪽에서 처리하기 시작한 일들인데.
이는 뒤늦게 무림맹 쪽에서 지원을 나온 다음 일이다.
당장 의원들을 끌어다 부상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함과 동시에.
우선 시신들을 모아 무림맹 지하실, 냉기가 가득한 쪽에 보관을 해두었다고 했다.
습격했던 놈들은 끌어다 고문실로 데려갔다고 하며.
습격을 버텨낸 생존자들은 맹 측에서 숙소를 동시에 준비해 주었다고 했다.
여기까진 나름대로 대처를 잘 했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다.
어떤 대처를 치뤘다고 하더라도 결국, 죽은 이들을 대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물며, 습격에 당해 사망한 이들은 대부분 경지가 낮은 후기지수였고.
그들은 대체적으로 상단 소속이었으며, 무림맹에 아주 많은 후원을 내어주던 곳이라는 뜻이다.
그런 상단의 핏줄들이 대거 사망했다는 것은.
무림맹에 오가는 금전적인 통로가 뒤틀릴 거라는 말이다.
물론, 계속해서 지원하는 상단도 충분히 많겠지만.
마냥 그렇지 못한 곳이 있을뿐더러.
이는 맹에 주어진 영향력에도 문제가 가기 마련이었다.
심지어 사망자엔 상단의 핏줄들뿐만 아니라.
대 구파일방의 문인과 명가의 혈족들까지 포함되어 있었으니.
무림맹 입장에선 수습은커녕 개판 오 분 전이라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무림맹은 우선 앞으로 기간에 있을 축제와 일정은 모두 취소시켰다.
안 그래도 중원에선 말이 많은 와중이다.
-어린 무인들이 안타깝게 죽음에 이를 동안 무림맹은 무엇을 했는가.
-본부가 있다는 하남을 습격했는데 대처가 너무 늦었다.
-맹주는 물론이고 무림맹의 무인은 대체 뭘 하길래 일이 저렇게 됐는가.
등등.
근 두 달 사이 중원에 퍼지기 시작한 건 바로 무림맹의 무능론이다.
본래였다면, 맹에 후원하던 상단들이 저런 소문 자체가 퍼지는 걸 원하지 않을 것이기에.
개방뿐만 아니라 그들조차 손을 잡고 소문을 재웠을 테지만.
일이 이렇게 됐다는 건 지금은 그들 또한 등을 어느 정도 돌렸다는 말과 같았다.
한때는 정파가 존재하기에 무림맹 또한 존재하는 것이며.
무림맹이 있기에 지금의 평화가 지속 되고 있다는 말이 있었거늘.
그 얕고 가는 말은, 흑룡검이 벌인 습격 한 번으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고작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끝난 습격으로 말이다.
물론, 하루도 지나기 전에 끝난 습격이라지만.
거기 엮인 이들과 벌어진 사태는 절대 하찮은 일이 아니었다.
습격이 끝나고 두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청해일검이 패하다니, 어찌 그럴 수 있는 건지….”
당시의 이야기는 무수히 많은 이들의 관심사였으니 말이다.
대낮부터 술을 대판 깔아놓고 시시껄렁한 수다를 떠는 이들이 대다수인데.
그런 이들이 내뱉는 얘기는 근래 들어 한 가지였다.
“당장 다른 관도생을 지켜야 하니 그랬다고 하지 않았어요?”
“아무리 그래도, 고작 사파인에게 패하다니…. 쯧쯧 곤륜도 해가 저물었구만.”
“거, 삼류도 못 돼서 칼질하는 거 접은 양반이 누구보고 저물고 떴다고 하는거람?”
“어허! 난 다리가 다쳐서 어쩔 수 없던 거라니까?”
“참도 그러시겠지요. 멧돼지 보고 놀라서 뛰다 넘어진 게 자랑이요? 심지어 며칠 뒤엔 잘만 뛰어다니더만.”
“…큼큼.”
중년인이 혀를 차던 와중 다른 이가 내뱉는 말에 속으로 말을 삼킨다.
“거참. 아무튼…! 무림맹이 옛날에나 무림맹이지! 이제는 아니라니까?”
“이 인간 또 시작이네, 찬 물 좀 가져와라!”
-예에!
점소이가 활기차게 대답하며 물을 뜨러간다.
“무림맹이 잘났으면 으이? 습격이고 뭐고 다 막아냈겠지.”
“우리 목숨을 책임져주는 분들인데 거, 불평 좀 그만해요.”
“목숨을 책임지기는 개뿔이. 자기네 새끼들도 제대로 못 챙겨서 초상을 치뤘구…끕끕!.”
중년인이 선을 넘으려 들자 청년이 다급히 손을 뻗어 입을 막았다.
“이 아저씨가 진짜 미쳤나…! 그러다 맹의 무인이 듣기라도 하면 어쩔라 그래요!”
“에퉤퉤! 들으면 뭐 어쩔 건데! 내 말이 거짓은 아니잖아!”
“끙….”
청년이 이마를 감싸쥔다.
중년인의 말은 틀린 게 없었다.
실제로 죽은 이들을 위해 맹에서 상을 치르기도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자기들도 문제라고 아니까 회합을 열겠다고 공고를 낸 거겠지.”
중년인이 씩씩거리며 말했다.
무림맹에선 앞으로 칠 주야 뒤에 정파회합이 있을 거라고 전역에 공포한 상태였고.
그래서 그런가, 지금 하남에선 유독 보이지 않던 이들이 사뭇 보이기 시작했다.
두 달 전.
맹에서 미리 보낸 공고를 받고선, 참석을 위해 도착하기 시작한 이들이다.
이름만 들어도 눈이 커질 상단의 이들도 있었으며.
명가라 불리는 세가의 사람을 비롯해.
구파일방중 한 곳으로 보이는 문파도 보이기 시작했다.
각자 사는 지역도 다르고 사용하는 무공도 제각기 다른 이들이지만.
그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으니.
“표정들이 하나같이 다 썩었구만, 그래.”
“오죽하겠습니까. 썩고도 남지.”
그건 바로 표정이 무겁고 어두웠다는 것이다.
그럴 수밖에.
신룡관에 보낸 제 자식, 혹은 사형제가 대뜸 습격으로 사망했으니 어찌 그렇지 않을 수 있을까.
그들이 쉽사리 분노를 표출하지 않는 것 자체가 상당한 인내심을 보이고 있다는 뜻이리라.
이야기를 안주 삼아 술을 기울이던 중년인이, 앞선 청년에게 묻는다.
“이번에 오는 이들이 누구누구였지.”
“모르죠. 먹고 살기 바쁜데 그걸 어떻게 다 압니까.”
청년이 픽 웃으며 말한다.
“아, 그래도 무당은 온다고 들었습니다.”
구파일방중에서 회합에 참석 의사를 표한 건 몇곳 되지 않는다.
애초에 친 무림맹에 가까운 구파일방이 많지 않을뿐더러.
당장 신룡관에 문인을 보낸 구파일방 소속 문파는.
무당과 화산뿐이었다.
무당파는 애당초 친 무림맹에 가까웠으니 열릴 때마다 보내는 편이었고.
화산파는 다소 이례적인 일이었다.
세간의 소문으로는 관주가 곤륜의 청해일검이었기에 허락한 게 아닌가 하는 얘기가 오가는 편이다.
“그럼 화산파는 안 온다고?”
“모르겠네요. 거기까진.”
무당파야 당장 사상자에 자신들의 문인이 있기도 했고.
친 무림맹인 만큼 회합이 벌어진다면 참석하는 게 당연하지만.
화산파는 잘 모를 일이었다.
“하여튼…. 이번엔 정말 큰일이구만. 한동안 곡소리는 물론이고 피바람이나 안 불었으면 좋겠구먼.”
“저희야 못 보던 거 구경하고 좋지 않습니까.”
“그야 뭐….”
조금 있으면 흔히 말하는 사대세가의 가주들도 나타날 것이다.
평범한 인간들에겐 사대세가의 가주는 물론이고 그 혈족들조차 마치 하늘 위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어디가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이 아니라는 말이다.
“하필이면, 그 사대세가의 귀한 핏줄들이 다 있는 상태에서 사고가 터졌으니….”
이번이 역대급 기수라며 말이 많던 상황이다. 유성의 세대라 불릴 만큼 천재며 범재며 득실 거리는 와중에 유달리 뛰어난 이들이 모두 신룡관에 모여든 시점이었으니까.
“에휴 쯧쯧….”
“그래도 아무것도 얻은 게 없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청년의 말에 중년인은 그게 무얼 뜻하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또 그 얘기 하려고?”
“추 아저씨도 매일 같은 얘기 또 하면서.”
“너는 매일 그 얘기뿐이니 그런 거지. 나는 다른 얘길 그래도 섞는다고.”
“해도 해도 안 질려서 그런 거죠.”
아무것도 얻은 게 없는 건 아니다.
이 말의 뜻은.
습격으로 하여금 싸늘히 죽어간 후기지수들과 그들을 지키기 위해 애쓰던 무인들 틈에서.
유독 빛이 나는 인물이 나타나 알려졌기 때문이다.
영웅은 난세와 함께 나타난다고 했던가.
그 말이 딱이었다.
“그놈의 진룡…. 질리지도 않더냐?”
“추 아저씨가 매일 하는 무림맹 욕보단 재밌어요.”
“허허 이 썩을 놈.”
진룡(眞龍).
신룡관이 습격당했다는 이야기와 함께.
세간에 널리 퍼지기 시작한 건 다름 아닌 그에 대한 이야기였다.
원래도 유명하던 인물이다.
유성의 세대의 상징이라 불리는 육룡삼봉의 마지막 인물이자.
어린 나이에 절정에 오른 것과 더불어.
후기지수들 사이에서도 압도적인 무력으로 유명하던 어린 후기지수.
그가 이번 소문의 주인공이었다.
“대단하지 않습니까? 아직 약관도 안 넘었다는데.”
“…뭐 대단하기야 하다만.”
소문에는 신룡관을 습격한 사파무인의 절반을 홀로 막아내고.
청해일검을 쓰러트린 대마두를 잡아 무릎 꿇게 했다고 한다.
그걸 들은 중년인은 쯧쯧 혀를 차고는 마치 어이가 없다는 듯 청년에게 말한다.
“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런 일을 믿어 믿기를.”
“또 헛소문이라고 하시게요?”
“아무리 들어도 현실성이라곤 쥐뿔도 없는 소문이지 않더냐.”
중년인은 술을 입에 한 잔 더 털어 넣고는 계속 말을 이어간다.
“청해일검이 패했다는 건, 대마두 또한 화경에 이른 무인이란 말인데. 그럼 진룡이라는 그 후기지수가 화경에라도 올랐다는 말이냐?”
“…”
“말 같은 소리를 해야지 에잉 쯧쯧! 설령 정말 무릎 꿇렸다고 하더라도. 다 지친 놈에게 다가가 마지막 일격을 넣은 것이겠지.”
이제 약관도 넘지 않았다는 후기지수가 화경?
그야말로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었다.
“심지어 혼자 사파무인들 다 죽여? 아주 올려치기도 이런 올려치기가 없구만.”
“거, 맞을 수도 있지 왜 다 부정적으로만 보세요.”
“뭘 믿을 수 있게 해줘야 믿지 이놈아! 구가도 그렇게 안 봤는데 생각보다 심하구만.”
중년인은 당연하게도 진룡의 세가라는 산서구가에서 소문을 퍼트린 거라고 생각했다.
진룡이란 무인이 뛰어난 건 알겠으나, 절대 소문만큼 대단한 인물은 아닐 거라는 것이 소문을 접한 대부분의 생각이었다.
아무리 들어도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청년은 중년인의 말이 마음에 안 드는지 연신 미간을 구긴다.
“어어? 표정 봐라?”
“아무리 그래도 언제적 진룡입니까 진룡은.”
“이제는 그걸로 걸고넘어지게?”
“할 건 제대로 해야지요.”
청년의 말에 중년인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별호가 바뀐 지 얼마나 됐는데 참나.”
“대체 왜 네가 성을 내냐니까? 이거 어이가 없는 놈이로고.”
확실히 그 사건이 알려진 이후 진룡은 새로운 별호를 받게 됐다.
홀로 해낸 일들이 너무나 크고 강렬했기에.
소문을 접한 이들이 자연스레 바꾼 것이다.
이는 진룡은 더이상 후기지수가 아니라는 뜻과 같았다.
“별호가 뭐였더라…? 저번에 들었는데.”
중년인이 버벅이는 틈에 청년이 못 참겠다는 듯 말을 내뱉는다.
“그것도 기억을 못 하십니까? 당연히 소….”
달깍.
청년이 중년인에게 말을 뱉으려던 찰나.
객잔 안으로 누군가 들어온다.
자연스럽게 식당 안에 있던 이들이 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옮긴다.
본래였으면 신경 쓰지 않았을 일이나.
어쩐 일인지 객잔의 문이 열림과 동시에 찬바람이 같이 들이쳤기 때문이다.
“허어….”
말을 뱉으려던 청년은, 문을 열고 들어온 인물을 보며 말을 삼켜야 했다.
청년뿐이 아니다. 시끄럽게 떠들던 이들조차도 방금 들어온 여인의 얼굴을 보며 숨을 참아야했다.
“…쯧.”
여인은 객잔에 들어서며 자신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느끼곤 혀를 찼다.
본래라면 면사를 쓰고 왔을 터인데.
이번엔 깜빡하고 가지고 나오지 않은 탓이었다.
여인이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던 틈에, 점소이가 후다닥 뛰어온다.
“어, 어서 오세요.”
“미리 말해놨던 거 좀 줄래요?”
“아…! 네, 지금 바로 드릴게요!”
여인의 말에 점소이가 다시금 주방으로 뛰어가더니.
김이 나는 무언가를 가져다 여인에게 건네준다.
무엇인가 했더니 만두였다.
여인은 음식을 확인한 다음 점소이에게 은자 한 개를 주고는 걸음을 옮긴다.
만두 몇 개에 은자라고? 저게 무슨…?
의문이 가득한 가운데, 여인은 그저 사뿐히 걸어갈 뿐이다.
여인이 걸음을 옮겨 객잔의 문을 닫는 순간까지도.
객잔의 있는 이들은 모두 여인의 등만을 보고 있었다.
탁.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린 순간.
곳곳에서 참았던 숨을 터트린다.
“와 억수로 예쁘구만. 뭐 저런 처자가 다 있지?”
“…딱 봐도 귀한 집 자식 같은데, 여긴 뭐하러 왔을까요?”
청년이 하던 말도 잊은 채 의문을 가지니.
다른 안주를 주러 온 점소이가 말을 전해준다.
“아, 종종 오시는 분이에요.”
“음? 나는 처음 보는데? 내가 낮에 여기 매일같이 있는데 본 적이 없어.”
“추 아저씨는 낮에만 계시잖아요. 저분은 밤에 오세요.”
“응? 밤에?”
“네. 오셔서 만두만 사고 가시는 분이에요.”
“만두…?”
청년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예상보다 입이 싼 편인가? 밤중에 뭐하러 만두를 사러 오는 거지.
사용인 시키면 될 것을 구태여 직접 오는 것도 그렇고 말이다.
청년의 의문을 눈치 빠르게 확인했는지 점소이가 뒷말을 잇는다.
“남편분이 저희 만두를 좋아하신다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사러 오신대요.”
점소이의 말에 주변이 기다렸다는 듯 탄식을 뱉어냈다.
“임자가 있구만….”
“부럽다 부러워….”
남정네들이 슬픔을 안주삼아 술을 다시금 먹기 시작한 가운데. 얘기를 열심히 하던 청년은 고민에 빠진다.
“뭐 해. 술 안 마실 거야?”
“아까 그 여인…. 어디서 본 느낌이라서요.”
“지랄하지 말고 안주나 먹거라. 그런 여인을 우리가 어디서 봐 보기는.”
“아니…얼굴을 봤다기 보단…옷이 익숙하다고 해야 하나?”
하늘색 무복에 땋아진 자수가 인상적이었다.
그 자수를 분명 그걸 어디서 봤던 거 같은데….
“아…?”
청년은 기억해냈다. 그건 분명.
“…모용세가?”
하남에서 운영되고 있는 모용세가 상단에 박힌 문양이었고.
보통 그런 문양을 옷에 자수로 입혀 입고 다니는 이들은 혈족이 대부분이었다.
‘그렇다는 말은….’
방금 만두를 사간 아름다운 여인이.
모용세가의 혈족이라는 의미일까?
잠깐 청년은 생각을 떠올리지만.
“에이, 그건 아니겠지.”
청년은 금방 고개를 저어 생각을 지워냈다.
방금까지 얘기하던 진룡에 관한 것조차 아무도 믿지 못하는 얘기거늘.
대 모용세가의 혈족이 대낮부터 남편을 위해 만두를 사러 왔다는 건 어떻게 믿겠는가.
청년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금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직전에 만두를 사 들고 나간 여인은, 어느덧 목적지에 도달해 있었다.
위치는 산 중턱.
보기에 다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동굴이었다.
마치 누군가 때려서 부순 것 같은 동굴로 여인은…. 아니 모용희아는 자연스럽게 걸음을 내디딘다.
동굴은 그다지 깊지 않았고.
여기저기 박아둔 횃불로 빛이 밝혀져 있었다.
몇 걸음을 옮겼을 즈음.
모용희아는 어떠한 냄새를 맡게 됐다.
무슨 냄샌지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이건 분명 땀 냄새였으니 말이다.
그걸 느낀 모용희아는 코를 가리기보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좀 쉬라고 말했는데 그새를 못 참고 몸을 움직인 모양이었다.
“그러다 쓰러진다고 내가 말했는데….”
그렇게 말해도 이 말은 죽어도 안 듣는 모양이다.
다시금 모용희아는 걷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끝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쿵-! 쿵쿵-!
안에선 거대한 굉음이 연신 터지고 있었다.
그때마다 동굴이 울리고 있었으며.
위쪽에선 진동에 따라 돌조각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걸 느끼며 모용희아가 말한다.
“밥 가져왔어요.”
쿵-! 쿵!
작은 목소리가 아니었지만 아무래도 듣지 못한 모양이다.
모용희아는 알고 있었다.
이 상황이 되면 소리친다고 들어먹지 않을 거라는 걸 말이다.
모용희아는 이런 상황에 익숙한 듯 음식을 싸둔 천을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은 뒤.
양손을 입가에 가져다 댄다.
소리를 더 크게 내기 위한 동작이었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저 인간에게 바로 먹히는 말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소염라(小閻羅) 대협. 식사하셔야죠.”
뚝….
모용희아의 말에 진동을 비롯해 굉음은 순식간에 멈췄고.
직후.
저 안쪽에서 누군가 씩씩거리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상당히 빠른 속도에 귀가 붉어진게 눈에 들어온다.
“야! 내가 그걸로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짙은 흑발에 사나운 눈매를 가진 청년.
구양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