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hood Friend of the Zenith RAW novel - Chapter (832)
천하제일인의 소꿉친구 832화(832/880)
분명 직전까지만 해도 반죽이 멀쩡했거늘, 이제는 다 썩어버려 쓸 수도 없게 되어버렸다.
“보시다시피 이런 상황이오.”
“…예 보니까 알겠네요.”
이렇게 되니 영단은커녕 뭘 할 수도 없지.
게다가 방에 있는 반죽의 양만 봐도 얼마나 실패했는지 알 것 같다.
‘이러면 한 번 만드는데 돈이 얼마야?’
값비싼 약초가 한두 개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이 정도면 그냥 직전에 뭉쳐서 먹는 게 이득이었을 수준이야.’
영단에 관해선 잘 모르지만, 방금 봤던 멀쩡한 반죽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비교하면 소림의 대환단은 그렇고 소환단보다는 안 좋을 정도.
그것만 해도 엄청난 영단일 테지만.
‘당연히 독왕은 만족할 수 없겠지.’
독왕은 이미 사라졌던 독천단을 직접 눈으로 본 상태다.
그 말도 안 되는 영롱함을 어찌 잊을 수 있겠나.
대환단과 비교되는 수준의 영단.
그걸 눈앞에서 봐놓고는 고작 이 정도 수준에서 만족할 수 없겠지.
심지어 마지막 과정을 코앞에 두고 있으니 더 그럴 것이다.
그런 입장에서.
“정녕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거요?”
내가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선언해 버렸다.
기대를 안 하고는 못 배길 상태였다. 여기서 문제는….
‘쓰읍….’
나도 확신을 뱉기엔 좀 애매하다는 점이다.
‘…직접 보니 더 잘 알겠어.’
문제는 파악됐다.
‘내 예상대로야.’
마석의 가루가 지닌 마기. 그게 반죽에 들어가자마자 반발을 일으킨다.
신선한 재료를 즉시 썩게 만들고 기껏 영롱해진 기운을 죄다 흩뿌려 버렸다.
마치 자신을 제외한 어떤 기운도 인정하지 못한다는 듯이 말이다.
‘봐도 봐도 진짜 무식한 기운이야.’
저런 게 들어가니 영단이 완성될 리가 있나. 제조법이랍시다 온 게 말이 되나 싶으면서도.
‘넣어야 하는 이유가 있겠지.’
마냥 무시하지는 않았다. 제조법을 알려준 게 다름 아닌 당 선배였으니까.
절대 제조법이 잘못 된 게 아니다. 이를 시행하는 이들이 잘못된 거다.
나는 그렇게 확신했고 생각한 방법을 써볼 때였다.
“확신은 아닙니다만…. 떠오르는 방법이 몇 개 있어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이미 무수한 경우의 수를 다 써봤으나 번번이 실패했소…. 이제 남은 방법을 찾는 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거요.”
“예. 그렇겠죠.”
그래도 방법이 없었겠지. 하지만.
‘나는 남들이 못하는 걸 할 수 있다.’
아무리 무수한 경우의 수를 시도해도 안 돼서 못 쓰는 방법도 필히 존재했고. 그걸 나는 가지고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마석이다. 이에 관한 것이라면 자신 있었다.
‘내가 처먹은 마석이 몇 갠데.’
전생과 현생을 포함하면 수를 셀 수조차 없다. 그만큼 많은 마석을 흡수했다.
그러니 마지막 문제가 마석이라면 모르긴 몰라도 시도해 볼 가치는 충분하겠지.
“마석은 더 있습니까?”
독왕에게 묻자 그가 한곳을 가리킨다. 방에 있는 수레였는데 그 안에 마석이 몇 개 쌓여있었다.
수는 많지 않다. 해봐야 세 개? 예상보다 적지만 실망하지 않았다.
원래 색을 지닌 마석이란 쉽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절로 색이 빠지는 탓인데. 심지어 적색 마석이다.
적색 마물의 출몰 빈도가 아무리 늘어도 마석을 얻기 위해 사냥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히려 당문이 마석을 이만큼 보유하고 실험하고 있었다는 게 대단할 정도다.
‘그래도 해볼 수 있는 건 다 할 수 있겠군.’
고개를 끄덕이며 마석을 하나 가져온다. 이후 확인을 위해 마련된 반죽으로 가져가던 와중.
“당 가주님.”
나는 독왕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한 가지만 약속해 주세요.”
“뭘 말이오.”
“지금 보게 될 일은,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
독왕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스친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라. 딱 들어도 위험한 말인 탓일 터.
보통이면 절대 들어주지 않았을 일이지만.
“…알겠소. 내. 이름과 세가를 걸고 약속하겠소.”
독왕은 지금이 더 중요하다는 듯 이 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그걸로는 안 됩니다. 당 소저까지 걸어주십시오.”
내겐 저 말로도 부족하다. 더 큰 게 필요했다.
“…!”
말을 듣고 독왕이 인상을 일그린다. 자신을 못 믿은 것도 그렇고 당소열이 언급됐다는 게 어지간히 화나는 것 같은데.
“해주세요.”
나는 물러설 생각이 없었기에 밀고 나갔고. 어차피 독왕이 택할 수 있는 수단은 하나뿐이었다.
“…알겠소.”
“확인했습니다. 아, 그리구요.”
마석을 잡은 채 독왕에게 덧붙인다.
“그 존댓말도 좀 그만해 주세요.”
예전에 분명 말을 놓은 걸로 기억하는데. 저번에 ‘사건’ 때문에 삐진게 남았는지 저리 유치하게 티를 내더라.
“…그건.”
이를 듣고 독왕이 뭐라 언급하려던 순간.
우우우웅—!!!
“…허?”
그는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내가 더 말하지 못하게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걸 본 독왕이 입을 쩍 벌린다.
움켜잡은 마석이 점차 빛을 잃어가고 있었다.
마도천흡공이 발동한 덕이다.
심장에는 차곡차곡 마기가 들어오고.
담긴 마기는 양이 많은 편이긴 하나, 다 흡수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찰나가 흘러 색이 전부 빠져나갔다. 이내 투명해진 마석. 그걸 잡은 손에 힘을 줬다.
파사삭-!
즉시 마석이 부서진다. 투명한 마석은 내구성이 현저히 적은 편이었다.
그렇게 가루를 넣은 반죽은 손으로 몇 번 휘저었다.
“음.”
아까처럼 만져보는데 반응은 딱히 보이질 않는다.
상태를 확인하며 독왕에게 말했다.
“일단 첫 번째는 실패했…가주님?”
담담하게 말하는데 독왕의 표정이 가관이다. 마치 말도 안 되는 걸 봤다는 듯 잔뜩 커진 눈과 입.
독왕은 날 보며 생전 처음 보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예상하긴 했지만 생각보다 더 큰 반응이었다.
하기야, 마석에서 색을 즉시 뺄 수 있다니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지, 지금 뭘 한 거요?”
“별거 아닙니다. 아까 약속하신 거 잊지 마세요.”
“별거 아닐 리가 없….”
“다음.”
독왕의 반응은 무시한 채 계속 진행했다. 저걸 하나하나 반응해 줄 시간은 없었다.
‘첫 번째는 꽝.’
독왕이 이미 색 없는 걸로 시도해 봤다고는 했으나, 혹시 몰라 해봤다. 결과는 역시나 실패.
차이가 있다면 반죽이 썩지는 않는다는 것인데…그래봤자 처음과 같으면 실패였다.
‘그럼 이제….’
다음 방법으로 넘어간다.
실상 지금부터가 진짜였다. 이제는 해본 적 없는 일을 해야 했다.
스으으-!
심장에 힘을 주며 떠올렸다.
‘마기가 들어가면 반발을 일으킨다.’
더 이상 쓸 수 없게 완전히 재료를 망가뜨렸다.
‘한데, 마석은 재료로 들어가야 하고….’
그렇다고 기운이 없는 걸 넣으면 반응이 없다.
‘이렇게 되면, 마석이 어떻게든 중요한 역할이라는 뜻인데.’
그것도 이해가 안 가는 상황 속. 함께 이질감을 떠올렸다.
‘왜 하필 적색 마석일까.’
어째서 당 선배는 적색 마석을 언급했는가.
거기에 녹색도 청색도 존재하는 데 하필이면 적색일까.
도대체 독천단을 만들기 위해 마석이 차지 하는 위치가 무엇이기에?
끊임없이 의문이 떠오른다. 그러면서도 동작을 멈추지는 않았다.
사아아아!
마석의 기운이 몸에 들어온다. 아까와 같다. 마석의 색을 빼는 작업이었다.
아까와 같은 방식이다. 그걸 본 독왕의 눈에도 의구심이 핀다. 안 됐던 걸 또 하고 있으니 이상하게 보는 거겠지.
하지만.
내가 시도하려는 건 마석에서 기운이 다 빠진 순간부터였다.
기운이 사라지고 마석의 내부가 텅텅 빈 걸 확인했다.
지금이다.
“…스으으.”
호홉을 내쉬며 방식을 바꿨다.
마기를 빼 오던 것에서 이번엔 반대로.
“흡.”
기운을 흘려 넣었다. 심장을 타고 기운이 마석으로 스며든다.
텅 비어있던 마석에 내 기운이 들어가는 것이다.
차이는 마기가 아니라 구염화륜공의 기운을 넣는다는 거겠지.
그렇게 투명해진 마석에 다시 기운이 차오르고, 이후 다시 색을 찾은 마석은 원래의 모습과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적색 마석을 증명하듯 붉은색이었던 돌은 지금에 이르러선 연청색을 띠고 있었다. 얼핏 보면 청색 마석과 착각할 법했다.
내 기운의 색이 들어간 걸까? 잠시 눈길이 가지만, 시선을 오래 두지는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색 따위가 아니다.’
마석의 색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그런 건 나중에 알아보고, 지금은 독천단이 먼저다.
그리 판단하며 독왕에게 손을 뻗었다.
상황을 이해 못 했는지 여전히 어안이 벙벙한 독왕. 나는 그가 들고 있는 걸 보며 말했다.
“지금 들고 있는 것 좀 주십시오.”
“아….”
홀린 듯 독왕이 도구를 건네준다. 아까 마석을 갈 때 쓰던 물건이었다.
이를 움켜잡고 망설임 없이 마석을 갈았다.
끼기기기긱—!!!
힘을 줘서 갈리니 아까보다 빠른 속도로 갈린다. 모양은 다르지 않다.
마석에서 가루가 떨어지고 그게 반죽에 섞인다.
어느 정도 양이 들어갔을 때 도구와 마석을 내려놓았다. 반죽을 섞기 위함이었다.
한데.
콰직-!!
“음?”
눈을 돌리니 방금 색을 채운 마석이 산산이 부서지는 게 아닌가.
“저건 또 뭔…에라이.”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반죽이 먼저였다.
힘을 줘서 반죽을 주무른다. 가루와 잘 섞이게끔 꼼꼼히 만져줬다.
그러자 곧장 반죽에서 변화가 느껴졌다.
스으으으–!!
‘기운이 움직인다.’
반죽 안에 있는 기운이 요동쳤다. 다만, 아까 재료들이 썩을 때에도 일어난 변화인 만큼 방심은 하지 않았다.
집중해서 천천히. 상태를 확인하며 반죽을 더 주물렀다.
사아아아–!!
기운은 계속해서 이동한다. 이후 실패 때와는 다르게 악취가 안 나는 걸 확인한 순간.
화아아아악—!!!
“오?”
뜬금없이 반죽이 빛을 뿜어냈다.
그것도 연청색의 익숙한 빛을 말이다.
“허…!! 서, 설마!”
그걸 본 독왕도 화들짝 놀라 다가오고. 나 또한 빛을 보며 입가에 웃음을 내지었다.
“됐네.”
휘저을수록 점차 커지는 빛. 이건 누가 봐도 실패는 아니었고.
실패가 아니면 답은 하나였다.
‘성공이다.’
지금, 이 순간.
당문이 과거에 잃어버린 가장 큰 보물.
대환단과 맞먹는다는 희대의 영단. 독천단을 부활시키는데 성공했다.
“이럴 수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다가오는 독왕. 그를 보며 말했다.
“거, 보십시오. 당 가주님. 제가 방법이 다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 정도면 칭찬 정도는 받아도 되지 않을까. 호흡을 고르며 독왕에게 말하자.
“사위…자네가 정말 해낸 것인가?”
“보면 모르시겠…뭐요?”
뭔가 상당히 이상한 말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