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ren of the Holy Emperor RAW novel - Chapter (156)
성황의 아이들-156화(156/469)
§ 156. 탄신연 (5)
“난 그렇게 죽고 싶지 않아.”
어제저녁, 시슬레가 오랜 시간 감춰두었던 절절한 심정을 털어놓았을 때.
“흠, 그럼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성진은 그녀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그녀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던 방법이었다.
“연대기의 일들이 벌어지기 전에 네가 먼저 성녀를 때려치우는 거야. 서이서에게 성녀를 물려주고 멋지게 은퇴하는 거지. 차라리 로건처럼 성기사단에 투신하는 게 어때?”
“…뭐? 은퇴? 성기사단?”
뭐야, 그게?
시슬레는 눈을 깜박거렸다.
지금까지 자신을 겨냥한 모함들을 어떻게 타파할지 고민한 적은 많았지만, 한 번도 성녀의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려 생각한 적은 없었다.
애초에 성녀란 것이 한번 추대되면 은퇴가 가능한 직책은 아니지 않나.
“오라버니. 성녀의 자리가 위태로워졌기 때문에 나에게 위기가 찾아오는 거야. 그런데 그걸 먼저 그만둬 버리면 어떻게 해? 내 죽음을 그만큼 앞당기게 될 거라고.”
“응? 그걸 왜 그렇게 생각해?”
성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 일단 하나하나 따져보자. 네가 델크로스 연대기에서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건, 성녀의 시련을 통과하고 카드모스의 축복까지 받은 서이서가 등장했기 때문이지? 네 성녀로서의 입지가 위태로워진 거야.”
“응. 맞아.”
“그래서 서이서가 나타나기 전에 성녀로 인정받고, 먼저 성황의 관 배알을 하려고 노력했다고 했었지? 하지만 막상 알고 보니, 축복을 받으면 카드모스에게 몸을 빼앗기고 영혼마저 사라지게 된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래. 그랬어.”
시슬레는 시무룩하게 대답했다.
“그럼 넌 뭘 고민하는 거야? 만일 그 조건들을 완전히 만족하는 성녀가 되는 게 절대 불가능하다면, 일단 적이 빌미를 잡기 전에 먼저 그걸 때려치우는 것이 최선이잖아? 만일 네가 처음부터 성녀가 아니었더라도 그런 비극들이 네게 일어났을까?”
“음……?”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시슬레가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데, 성진이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한 가지만 확실하게 해두자. 넌 왜 성녀가 되었지?”
신앙심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성진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성녀라니. 봉급을 받는 것도, 딱히 권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 신성한 존재라 떠받들어질 뿐, 휴일도 없이 평생을 봉사만 하다 죽어야 하는 명예직 아닌가.
“네가 아직 어리다는 걸 빌미로, 정교회 영감들이 권력은 하나도 나눠주지 않고 일만 시키는 거잖아. 대체 왜 그 자리에 연연하면서 지키고 싶어 하는 건데?”
“그거야…….”
아마도 시작은 그녀의 몸에 성녀의 표식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정교회의 고위사제들이 자신을 그라지에의 환생이라며 호들갑 떠는 것이 좋았지. 신민들이 성녀님이라며 떠받들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
성황이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금은 오기가 생겼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성녀로서 사는 것이 즐거웠니?”
“…….”
솔직히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그 길이 옳다고 지금껏 의심 한 점 없이 믿어왔기에.
봉사는 꽤나 고되었지만, 그래도 기뻐하는 신민들의 얼굴을 보면 보람찼지. 그러다가 연대기에 대한 꿈을 꾼 뒤로는, 그 직책이 마치 자신의 생명을 보장해 주는 증표인 양 매달리게 되었고.
하지만 자신이 정말 그라지에의 환생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성녀로서 운명 지워진 것이 아니라면,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지?
“성녀가 아니어도… 별 상관없을지도…….”
시슬레의 힘없는 대답을 들은 성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으로는 네 적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해야 해. 누가 제일 먼저 네게 자격이 없다 주장했는데?”
“적?”
“그래. 연대기에 있는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마, 시슬레. 모든 일에는 다 뒷사정이 있게 마련이야. 설마 봉사 잘 하고 있는 부리기 좋은 일꾼인 너를, 사제들이 괜히 모함했다고 생각하니?”
그렇게 묻는 성진의 얼굴은 확신에 차 있었다.
잠시 흔들리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던 시슬레는, 이내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힘겹게 연대기의 내용을 떠올렸다.
“…음, 이단 재판부의 베니투스 추기경과 외교부의 체사레 추기경이 시작했던 거 같아.”
베니투스 추기경이 그녀의 반대편에 섰던 이유는 단순했다.
문양을 잃은 것이 주신이 그녀를 버린 증거라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그 영감은 앞뒤가 꽉 막혀 도통 말이 통하지 않는 인간이니까.
반면 외교부의 체사레 추기경은 어땠었지?
꽤 사교적이고 융통성 넘치는 그는 평소 시슬레에게도 상냥했기 때문에, 제일 먼저 그런 주장을 한 것은 의외이긴 했다. 보통 그가 날을 세우는 것은 웨스커 대주교와 관련된 일이…….
‘아냐, 잠깐만……!’
어쩌면 그는 웨스커 대주교를 견제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성녀가 두 사람이 되면서 덩달아 정교회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한 것이라면?
성녀로서의 증거가 확실한 서이서보다, 시슬레 쪽이 물어뜯기 만만하다 여긴 건지도 모른다.
그 설명을 들은 성진은 단언했다.
“좋아. 이제부터는 그 두 사람이 너의 적이야.”
“적?”
“그래. 물론 찾아보면 다른 놈들도 더 있을지 모르지만, 일단은 큼직한 두 놈에게 집중하도록 하자. 너는 그놈들이 너를 먼저 공격하기 전에, 권력을 잡고 놈들을 끌어내리려 최선을 다하는 거야.”
“권력을 잡아? 그건 또 왜? 그냥 성녀를 그만두는 걸로는 안 돼?”
시슬레의 물음에 성진은 속으로 혀를 찼다.
언제나 생각하는 거지만, 정말 아버지가 애들을 너무 곱게 키웠어.
“잘 들어, 시슬레. 또 다른 성녀가 나타났고, 성녀로서의 자격이 없고, 이딴 게 놈들에게 중요한 거 같아? 네가 연대기에서 그런 결말을 맞이한 가장 큰 이유는 네 손에 권력이 없었기 때문이야. 바로 네게 힘이 없어서 놈들에게 만만해 보였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
“이번 한 번은 넘어간다고 해도, 널 해치려는 적들은 여전히 건재해. 결국 네가 권력을 가지지 않는 한 비슷한 일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는 거야.”
너에게 죄가 있어 표적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네가 물지 않기에, 적들이 안심하고 물어뜯을 뿐이라고.
충격으로 잘게 흔들리는 시슬레의 눈에 시선을 맞추며, 성진이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들어봐, 시슬레. 내가 요즘 살면서 느끼는 건데, 사람은 무조건 공권력을 쥐고 사는 게 최고더라고.”
신성제국의 가장 큰 공권력이라면 역시 성기사단이 아니겠는가.
“공권력…….”
“그래. 네가 심판받는 쪽이 아니라 심판하는 사람이 되면 되는 거야. 다른 놈이 널 누르기 전에 네가 먼저 권력으로 놈을 매장해 버리란 말이야!”
“어…….”
“그저 결백을 증명하는 것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아. 그건 너의 적들에게 다른 공격을 준비할 시간과 빌미를 제공할 뿐이지. 놈들이 널 모함한다면 선동과 날조로라도 대항해야지! 힘으로 끌어내려 한다면 먼저 다가가 뚝배기를 깨라고! 그것이 진정한 힘의 균형이고, 올바른 싸움의 방식이야!”
마왕이 탄식했다.
[그러니까 아니라고, 이 악마야!]시슬레는 마른 침을 삼켰다. 그녀의 머릿속에 연대기에서 펼쳐졌던 악몽 같은 상황들이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주신의 벌이다! 성녀가 타락하여 자격을 잃었다! 필시 악마와 내통했을 것이다!
그래. 그랬지.
연대기 속의 시슬레는 최선을 다했다.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고, 자격을 증명하기 위해.
하지만 결국 아무런 소용도 없지 않았나. 애초에 방법이 틀렸던 거였다.
“알겠냐, 시슬레? 네가 타락했다고 매도하는 놈이 있다면, 그놈을 이단이라고 비난해! 네가 악마와 내통했다고 주장하는 놈이 있다면, 그 자식을 악마 숭배자라고 우기라고!”
“하지만 오라버니, 그건 사람을 속이는 거잖아?”
“그게 중요해? 그놈들은 다 하는데 왜 너는 못 해?”
순간, 벼락같은 깨달음이 시슬레의 머리를 관통했다.
맞아. 왜 나는 안 되는가?
그들이 나더러 성녀 그라지에의 환생이라 했지만 사실이 아니잖아. 그들이 나더러 악마와 내통했다 했지만 그렇지 않았잖아!
영감들은 내가 하는 행동 하나하나를 멋대로 곡해하고 매도했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그들이 하는 주장에는 맞는 것이 없었어.
고위 성직자라고 하면서, 그들의 행동 그 어디에도 주신의 뜻은 보이지 않았지.
그런데 왜 내가 그들에게 결백을 증명해야 하지?
주신의 뜻을 따르지 않는 자들에게, 왜 굳이 주신의 교리를 따라 대항해야 하는 거야?
“사실은 아무런 무기가 될 수 없어. 오직 선동과 날조가 힘이 될 거다.”
“선동, 날조!”
“광신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더 큰 광신도가 되어야 하는 거야.”
“광신!”
시슬레가 주먹을 불끈 쥐자, 성진이 슬며시 덧붙였다.
“그리고 그걸로 부족하다면 장소의 힘을 좀 빌릴 수도 있지.”
“장소?”
“그래. 마침 탄신연이니까 예를 드는 건데, 만일 이번처럼 외국 귀빈들이 잔뜩 있는 자리에서 은퇴 선언이라도 해봐라. 아마 제국의 체면이 있어서라도 네 적들이 그걸 크게 문제 삼기 힘들 거 아냐?”
“그건 그렇겠다.”
시슬레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은퇴 선언이라니, 뭐라고 해야 할지 감이 잘 오지 않네.”
“음? 대충 아름다운 밤이에요! 이러면서 적당히 서이서에게 넘겨주면 되는 거 아닐까?”
시상식 같은 데서는 다 그렇게들 하더라. 일단 ‘아름다운 밤이에요!’ 하고 운을 떼면 좌중이 알아서 다 호응해 주더라고.
“그러니까 탄신연이 끝나고 차차 방법을 생각해 보자고. 얼른 성녀 때려치우고 성기사단에 가서 검술이나 배우자.”
“검술?”
“그래. 성 바스티안은 어차피 정교회 소속이니까 좀 그렇고, 뭣하면 성 아우렐리온 기사단에라도 들어가는 게 어때?”
성진은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성진은, 시슬레가 다음날 당장 그 아이디어를 써먹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 * *
모레스 오라버니는 성녀를 물려주라고 쉽게 말했지만, 사실 그것은 정교회의 생리나 경전의 교리를 잘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일 것이다.
성녀를 서이서 씨에게 물려준다는 것은 곧 그라지에의 영혼을 그녀에게 물려준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극히 위험한 주장이었다. 영혼을 함부로 다른 몸으로 옮긴다는 것은 악마 숭배자의 짓거리로 여겨지는 행위니까.
수년 전 코른시임 일족이 대부분 멸족된 이유도 그것이 아닌가.
또한 자신이 그라지에의 영혼임을 부정해도, 정교회가 자신을 성인으로 추대한 것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려면 스스로가 또 다른 고귀한 성인의 영혼이라고 주장하는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오라버니의 말이 하나는 맞아. 선동과 날조. 즉, 뭐든 적당히 끼워 맞추기 나름이라는 것.’
시슬레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러려면 적어도 모든 내용이 경전 안의 이야기들과 유사해야 했고, 경전 내에서 설명 가능해야 했다. 그래서 그날 시슬레는 밤새 경전을 뒤지며 쓸 만한 구절을 탐구했다.
의외로 카드모스가 무척 재미있어하며 옆에서 도와주었지.
-이런 일화도 있었는데, 그게 나와 있는지도 찾아봐라.
그리고 몇 가지 일화를 찾을 수 있었다.
고대의 성인이 신탁을 받았을 때 오색의 빛이 사방에 서렸다는 사례.
성 바스티안이 이교도의 손에 박해당하고 살해된 아이의 영혼을 보호하여 부모에게 전해주었다는 일화.
-엄마, 아빠. 이제 두 분을 만났으니 전 안심하고 주신의 품에 안깁니다.
아이의 영혼은 그렇게 천국으로 갔다는 훈훈한 마무리였지만, 아마 다른 자가 타인의 영혼을 좌지우지했다면 순리를 저버린 이단이라는 말을 들었으리라.
그렇게 밤새 준비를 마친 시슬레는, 굳은 결심을 하고 지금 이 자리에 서 있는 것이다.
그녀는 문득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자신을 바라보는 모레스 오라버니를 발견했다.
‘야! 너 뭐 하려고 그래? 어?’
설마? 하는 의혹이 실린 그 눈을 바라보던 시슬레는 피식 웃고 말았다.
‘걱정하지 마, 오라버니. 난 잘할 수 있어. 오라버니의 말대로 제대로 날조해 줄 테니까.’
그리고 시슬레는 좌중을 향해 당당하게 선언했다.
“오늘 같은 날, 여러분 앞에서 진실을 밝힐 수 있어서 기쁩니다. 나는 사실 성녀 그리지에의 환생이 아니에요.”
“시슬레 님! 그게 대체 무슨!?”
사색이 된 웨스커 대주교가 자리를 박차고 나왔지만, 이내 소녀로부터 터져 나온 환한 빛에 입을 다물고 말았다.
소녀의 몸에서는 거대한 신성력이 맥동하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연회장 곳곳에 오색의 빛이 서리기 시작한다. 재미있겠다며 동조를 시작한 카드모스의 재주였다.
“지금까지 나는 삿된 것들로부터 성녀 그라지에의 영혼을 보호하기 위해 잠시 맡아두고 있었을 뿐입니다.”
시슬레의 목소리는 성스러운 울림을 담고 있었다.
그녀의 의지에 따라 무의식중에 오러가 실려 일어나는 결과였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멍하니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다행히 이제 진정한 영혼의 주인을 찾았으니 나의 임무를 다하였습니다. 하여, 이제 성녀에게 그라지에의 영혼을 돌려줄 것입니다!”
영혼을 맡아 둬? 또 그걸 돌려줘?
참으로 이단 논란에 휩싸이기 딱 좋은 언사였으나, 대부분은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 소녀를 감싸고 있는 오색의 황홀한 빛이 너무나 숭고해 보였으니까.
그리고 시슬레가 서이서의 손을 맞잡는 순간.
좌중은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성녀 서이서의 손등에 뚜렷한 그라지에의 낙인이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물론 이 또한 카드모스의 장난이었다.
충격적인 선언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나 시슬레는, 실은 성 마르시아스의 뜻을 이어받은 그의 환생입니다!”
“……!?”
“이제 때가 되어 이를 밝히나니, 주신께서는 내게 친히 이단 재판부를 이끌며 이단과 싸우라 명하셨습니다! 그를 위해 나는 성기사단에 입단할 생각입니다!”
연이어 시슬레의 손에 나타난 문양은 의심할 여지 없는 성 마르시아스 기사단의 문양!
고위 사제들은 몰론이거니와, 연회장의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베니투스 추기경은 그야말로 눈알이 휘둥그레지다 못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찬찬히 살피던 시슬레는, 담담한 목소리로 선언했다.
“한 손에는 경전을! 또 다른 손에는 철퇴를! 그리하여 나는 앞으로도 주신의 왕국을 위해 이단과 싸울 것입니다!”
그러곤 시슬레는 미소 지었다. 티 없이 투명하면서도 어딘가 스산한 미소였다.
자, 이 손에 인퀴지터들을 이끌 수 있는 권력을. 그리하여 나는 당신들과도 끝까지 싸울 겁니다.
베니투스 추기경. 체사레 추기경.
* * *
그날 밤.
늦은 시각, 기도실에서 막 나온 네이트는 놀라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시슬레가, 성 마르시…….”
…뭐라고?
일순 그가 휘청거린 것은 결코 피로 때문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시슬레가 성녀의 자리를 내려놓았다. 그건 그것대로 좋은 소식이었다.
네이트가 서이서를 끌어들인 데는, 카드모스를 통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아이에게 지워진 무거운 의무들을 덜어주기 위한 목적이 더 컸으니까.
그렇게 딸이 좀 더 자신을 위한, 자유로운 삶을 살길 원했건만.
“…갑자기 성기사단은 또 왜?”
잠시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던 네이트는 이내 천천히 이마를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