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ren of the Holy Emperor RAW novel - Chapter (213)
성황의 아이들-213화(213/469)
213. 라이칸슬로프 로드 (7)
난데없이 채널이 열리는 바람에 성황이 만든 염상차원에 한동안 머물렀을 때.
성진은 성황으로부터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고, 그중에는 델크로스 차원을 지키는 ‘6인의 회의’에 관한 것도 있었다.
그들은 또 다른 말로는 ‘경계의 수호자들’이라고 불렸다. 그 말대로, 예로부터 차원의 경계에 터전을 잡고 있던 ‘경계의 종족’의 대표들이었다.
[경계의 종족이요?] [그래. 이오니아로부터 이따금 델크로스 차원을 오가던 고위 종족들이지.]본래 델크로스는 짝이 되는 또 다른 본상 세계와 공명하며, 완전한 고리를 이루고 있는 단단한 차원이었다고 한다.
그 세계의 이름은 이오니아.
수년 전 [재앙]의 범람으로 인해 멸망해버린, 지금은 완전히 사라져버린 아름다운 세계.
당시 이오니아의 경계를 지키고 있던 다섯 종족은, 각 종족의 대표가 대대로 경계의 수호자 역할을 역임해왔다.
그리고 그들은 전대 ‘델크로스의 수호자’의 주도하에, 그대로 두 차원의 경계를 지키는 ‘6인의 회의’를 구성하기에 이른 것이다.
[전대 수호자는 또 누굽니까?] [지난 천 년간 이 델크로스를 수호해온 현명한 고룡이다. 진명을 말할 수는 없으나, 나는 그를 ‘어르신’이라고 부르고 있단다.]이럴 수가! 이 세계에는 정말 드래곤이 존재하고 있었던 거다!
할 수만 있다면 아멜리아 누님에게 꼭 알려주고 싶었다.
‘근데 델크로스의 대표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 신기하네.’
정작 델크로스 전역을 지배하고 있는 종족은 인간인데 말이지.
뭐, 초대 성황이었던 카드모스가 제국의 기틀을 잡기 전까지만 해도, 이오니아의 종족들에게 인간들은 미개한 하등 종족으로 여겨졌다고 한다. 그러니 인간이 뭔가를 주도해봤자, 그들이 이에 따라올 일은 없었으리라.
[이오니아의 종족들은 인간과 다른 독특한 특징이 있었단다. 대개의 종족이 일족의 정신을 보호하고 지지하는 [정수]라는 것을 가지고 있었지. 개체와 연결된 정신이 [정수]와 끊임없이 소통하여 이성을 유지하고, 그들의 고차원적인 정신세계를 손실 없이 보존하고 있었다.]그들은 그 [정수]를 통해 손쉽게 문명을 가꾸어갔다고 한다.
딱히 특별한 수양을 하지 않아도, 정신은 극도로 고양되어 있었고 마음은 늘 평온을 유지했다.
또한 애써서 뭔가를 배우지 않아도, 선조의 지식들은 고스란히 자손들에게 대물림 되었다.
[그들 모두가 과학자이자 철학자였으며, 예술가인 동시에 전사이기도 했느니라.]그런 그들이 고도의 문명을 이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으리라. 그저 개인이 발견하고 즐긴 작은 기쁨을 [정수]에 공유하기만 하는 것으로, 종족은 빠르게 발전을 거듭했으니까.
그러나 이오니아가 멸망하며, 그 찬란하던 문명들도 끝을 고하고 말았다.
경계의 종족들은 델크로스 차원에 닿아 있었기에, 세계가 소멸할 당시 일부나마 이곳으로 피신하는 것이 가능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 긴박한 상황에서 종족 전체의 정신을 지탱하는 [정수]를 델크로스로 고스란히 옮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다섯 종족 중 두 개의 종족이 정수의 일부를, 또 다른 두 개의 종족이 정수를 완전히 잃고 말았다고.
[그중 한 종족이 바로 라이칸슬로프란다, 모레스.]한때는 지성과 무력을 겸비하고, 거대한 늑대들을 권속으로 부리던 우아한 종족.
그러나 이제는 정수와의 연결이 끊어져 이성이 흐려지고, 마경의 마기에 완전히 오염되어 한낱 짐승으로 전락해버린.
오직 라이칸슬로프 로드의 뜻에 반응하여 군집 마물처럼 의지 없이 움직이는 마수들.
그쯤 되자 성진에게 당연한 의문이 생겼다.
[그들이 정수를 잃어 짐승으로 영락했다면, 라이칸슬로프 로드는 어떻게 이성을 유지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어째서 그들이 아직까지 ‘6인의 회의’에 남아있을 수 있죠?]그러자 성황이 성진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꽤 좋은 질문이라고 여긴 모양이었다.
그 모습이 마치 잘 자란 어린 아들을 대견해 하는 듯도 보여, 성진은 어쩐지 묘한 기분이 되었다.
[지금의 로드인 베르세우스는 순혈 라이칸슬로프가 아니란다. 그는 오래전 다시아노 후작가의 선조가 되었던 라이칸슬로프, 다키아누스의 먼 후손이다.]그리고 이어진 성황의 설명은 놀라운 것이었다.
예로부터 델크로스를 오가던 일부 라이칸슬로프가, 드물게도 인간과 결합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그들로부터 희박한 확률로 혼혈의 자손이 탄생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 자손들은 부모의 강한 힘과 권속을 다스리는 정신 능력을 고스란히 계승했다고 한다. 간혹 운 좋게 선조의 ‘지식’ 일부를 물려받는 경우도 있었다나.
하지만 그런 후손들에게도 혈통의 한계는 명확했다. 아무리 애를 쓰고 노력해도, 순혈 라이칸슬로프처럼 온전히 [정수]에 연결될 수는 없었다고.
그 차이점은 그대로 혼혈 자손들에 대한 차별과 박해로 이어졌다.
[그럼……!] [그래. 미개하다고 여기던 인간의 혈통이, 설마 자신들의 이성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가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겠지.]정수와 단절된 반쪽짜리기에, 오히려 정수에 의존하지 않고 이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에 와서 순수 라이칸슬로프와 혼혈 후손의 관계 역전을 만들어 낸 것이다.
성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문의 선조라니, 그럼 지금의 후작은 그와는 엄청 먼 후손이 아닙니까? 라이칸슬로프의 형질을 유지하기에는 너무 먼 혈통인 것 같은데요.] [그래. 지금에 와서 대부분의 후손들은 선조의 형질을 거의 잃어버렸다.]성황은 고개를 끄덕인 후, 조금 깊어진 눈으로 성진을 응시했다.
[그런데, 모레스. 혹시 ‘격세 유전’에 대해 아느냐?]* * *
“그렇지, 루이제?”
성진은 그렇게 물으며 눈앞에 있는 거대한 늑대개를, 그리고 그 늑대개를 권속으로 부리는, 라이칸슬로프의 먼 후손이 분명한 누군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늘 침착하다 못해 건조한 느낌까지 주던 검은 눈동자가,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을 띤 채 정처 없이 흔들린다.
‘막스’는 주춤거리며 성진으로부터 한걸음 뒤로 물러섰다.
[대체 어떻게…….]순간 늑대개의 몸에서 엄청난 양의 오러가 솟구쳤다. 감정의 동요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며, 철저하게 갈무리하고 있던 오러의 일부가 표면에 드러난 것이다.
[헉! 꽤 강한 마기야, 이성진! 지금까지 저걸 어떻게 감쪽같이 숨기고 있었지?]마왕 놈이 숨을 들이켜며 외쳤다.
아마도 성진이 느끼고 있는 오러의 강도가 강해지는 것과 관련이 있으리라. 남들과 많이 다른 오러라고는 생각했지만, 정말 오러 자체가 마기에 결합되어 있을 줄이야.
그러나 성진은 더 이상 생각을 이어나갈 수가 없었다. 정체가 발각된 것을 깨달은 루이제의 동요가 예상외로 거세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그걸 알게 된 겁니까? 추측할 만한 단서도, 확신할 증거도 없었을 텐데! 심지어 이 시대에 라이칸슬로프의 진실에 대해 아는 이가 남아있을 리가 없는데!]사념으로 전해지는 말임에도, 마치 그녀의 목소리가 숨이 차 헐떡거리는 듯 느껴졌다.
[누구에게 들었습니까? 저하 외에 또 누가 그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진정해! 나도 어쩌다 보니 우연에 우연이 겹치며 알게 된 것뿐이야! 라이칸슬로프의 형질이 이따금 후손에게 격세 유전으로 나타난다는 걸 말이야!”
성진도 처음부터 루이제를 ‘막스’로 의심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 생각하면 ‘막스’의 그 점잖던 태도와, 까맣게 가라앉은 그 독특한 눈을 왜 진작 못 알아봤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설마 거대한 늑대를 멀쩡한 사람과 연관 지어 생각할 자가 어디 있을까.
경비대장 세바스티안 경을 만났을 때 어딘가 분위기가 낯이 익다 느꼈던 것도, 루이제를 처음 보고 그런 인상을 한층 더 강하게 받은 것도 단순한 기시감인가 했지.
물론 중간중간 루이제가 남다른 면모를 보이긴 했다. 하지만 코가 보통 사람들보다 비상하게 좋아도 그런가보다 생각했다고.
본격적으로 성진이 그녀를 의심하기 시작한 것은, 브루노 단장의 조심스러운 언질이 있은 뒤였다.
-새벽같이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백작저에서 일을 하는데, 대체 루이제는 언제 저렇게 검술 수련을 하고 있는 걸까. 참 부지런하기도 하지.
성진이 지나가듯 그렇게 중얼거렸더니, 단장의 얼굴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털어놓은 것이다. 루이제는 오러 입문에 들지 못해 검사의 길을 포기했다고.
-일마 경과 세바스티안 경의 딸로서, 그 기대를 한 몸에 받았는데 말입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요. 어린 시절 오러 입문이 늦어 마음고생을 하셨던 저하시라면, 아마도 그녀의 고충을 헤아려 주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때 처음으로 성진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 단장. 설마 단장도 모르겠나? 쟤 엄청 강한 애라고!
감쪽같이 오러 은폐를 하고 있는 걸 보면, 오러 숙련도도 장난이 아닌 게 분명한데. 그런데 아직 입문조차 못했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그러다 확신을 하게 된 것은 마왕 놈의 영안을 본격적으로 사용하고 나서부터다.
보통 사람과는 확연히 다른 그녀의 오러를 눈으로 본 이후.
‘…분명 보라색이었어.’
노란 색부터 파란 색의 스펙트럼 속에서 빛나는 보통 사람들의 오러와 달리, 루이제의 것은 선명한 보랏빛을 띠고 있었다. 마치 오러에 뭔가가 잔뜩 뒤섞인 것처럼.
그리고 어제 3차 빙벽에 도착해서 확인했지. 보랏빛으로 빛나는 오염된 오러는 그야말로 라이칸슬로프들의 특징이라는 것을.
거기에 이르자, 그제야 성진의 머릿속에서 지금까지 따로 놀고 있던 여러 가지 단서들이 조합되기 시작했다.
권속을 부리는 라이칸슬로프의 후손과 거대한 늑대개.
격세 유전으로 뜬금없이 발현되곤 한다는 라이칸슬로프의 형질.
그리고 남들에게 본 실력을 숨길 수밖에 없는 루이제.
“거기다가 너, 아까부터 나를 ‘저하’라고 불렀잖아. 전에 설산에서 만났을 때는 ‘당신’이라고 했으면서.”
“날 부르는 호칭이 입에 익어버린 거지. 거기다 알고 있어? 네 말투는 제법 독특하다고. 너랑 지낸 지가 벌써 며칠인데, 설마 내가 네 말투를 못 알아듣겠냐.”
그러자 늑대개가 당황한 듯 눈을 깜박거린다.
다행히 성진의 해명이 조금은 먹힌 모양이었다. 사방으로 폭주하던 오러들이 서서히 몸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왜 평소에 오러를 못 쓰는 척하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너, 본래 강하잖아? 이곳으로 달려올 때도 난 분명히 봤어, 루이제. 너 ‘슈니슈헤’를 정말 완벽하게 다루던데? 눈밭에서건 얼음 위에서건, 어디서든 속도가 조금도 줄지 않고 가볍게만 달리더라.”
[…….]스르르륵.
늑대개의 몸으로 오러가 스며들 듯 완전히 갈무리된다. 어느새 완전히 평온을 되찾은 검은 눈동자가, 그의 의중을 살피듯 신중한 빛을 띄고 성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와, 그 강한 마기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 정말 신기하네.]마왕 놈이 감탄하여 주억거린다.
확실히 엄청난 오러 은폐이긴 했다. 마사인 경은 물론이거니와 브루노 단장까지 감쪽같이 속일 정도니까.
그들 몰래 천막에 숨어들어 성진만 살짝 빼내오기까지 하지 않았나. 다샤가 이걸 알았으면 하다 하다 늑대개에게도 밀린다며 자괴감에 몸부림쳤을 거라고.
[…부모님은 이 사실을 모르십니다, 저하.]이윽고 입을 연 루이제가 한 것은, 뜻밖에도 부모에 대한 변명이었다.
[어린 시절, 처음 오러를 발출했을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제 오러는 어쩐지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고요. 그리고 어린 마음에도 이것을 남의 눈으로부터 철저히 감춰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순전히 저 혼자 내린 결정이기에, 부모님은 아직 제가 입문조차 하지 못했다고 철석같이 믿고 계시죠.]그래? 어쩌면 세바스티안 경은 알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정말 딸과 비슷한 기척을 가지고 있으니까.
“네가 물려받은 건 아버지 쪽의 혈통 아닌가?”
[네, 맞습니다, 저하. 하지만 저는 기나긴 세대를 넘어 우연히 형질이 발현된 경우입니다. 아버지는 이 혈통에 대해 전혀 아시는 바가 없습니다.]간혹 선조들의 ‘지식’ 자체를 물려받기도 하는 라이칸슬로프의 후손.
그렇게 루이제는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던 지식을 통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파악하고 대처해 나갔다.
늑대개를 권속으로 부리는 것도, 그들에게 오러를 부여하고 갈무리 하는 것도. 누군가에게 배우지 않아도, 혼자서 마치 숨 쉬듯 자연스럽게 터득할 수 있었다.
[그럼 이제 어쩌면 좋겠습니까, 저하.]설명을 마친 루이제는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쩌다니?”
[저는 라이칸슬로프입니다. 마경에서 영지를 위협하는 마수들의 동족이며, 제국이 악마의 족속으로 분류하는 이종족입니다.]“그게 무슨 상관이야? 루이제가 딱히 영지에 해를 끼친 적은 없잖아? 그냥 그대로 지내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저하께서는 신성제국의 황자가 아닙니까?]그렇게 묻는 루이제의 눈은 결연하기까지 했다.
진실을 알고도 가만히 내버려 둔다는 선택지를 쉽게 믿을 수는 없겠지. 어쩌면 제국의 황자를 몰래 묻어 증거를 인멸하는 상황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것이 빤히 보였다.
자신은 물론, 영지에 있는 부모의 안전까지 고려하면 그녀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일전에도 그녀는 성진에게 이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당신이 성황가의 사람이라면, 더더욱 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를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니, 부대 양해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뭐,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호락호락 당할 수만은 없지만.
슬쩍 호두까기의 손잡이를 더듬으며 성진이 경고했다.
“부디 신중하게 판단하는 게 좋을 거야.”
[저하는 좋은 분입니다. 해치고 싶지 않습니다.]한동안 복잡한 감정으로 얼룩져있던 루이제의 눈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마음속으로 뭔가를 선택한 것이 분명했지만, 그것이 성진에게 있어 그리 좋은 방향은 아닌 듯싶었다.
크르르르.
목에서 울리는 깊은 저주파는 명백한 위협의 신호였으니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다른 방법이 없군요. 부디 순순히 협조해 주실 수는 없겠습니까?]“뭘 하려고?”
[저하를 제 권속으로 만들어야겠습니다.]뭐 인마?
“야! 웃기지 마! 네 입장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나에게도 너처럼 날 걱정하는 가족들이 있다. 네 사정을 무조건 봐줄 수는 없는 노릇이야.”
[이게 모두를 위한 최선의 길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금방 끝날 겁니다.]늑대개의 입이 벌어지며 날카로운 이빨들이 섬뜩한 빛을 발했다.
바로 그때.
붕붕!
축 처져 있던 늑대개의 꼬리가 갑자기 세차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앗? 막스? 잠깐만……!]그리고 푸쉬쉬쉬. 마치 풍선에서 바람이 꺼지듯, 늑대개의 크기가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했다.
어라?
갑작스러운 사태에 의아해하고 있는데, 그런 어중간한 모습의 늑대개가 신나게 꼬리를 흔들며 성진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와그작.
작게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늑대개의 날카로운 송곳니가 성진의 손을 가볍게 물어뜯었다.
“……?!”
[……!]성진은 당황했다.
그것은 그가 읽고 있던 루이제의 의도도 아니었을 뿐더러, 전혀 살기가 느껴지지 않는 장난질 같은 입질이었다. 덕분에 전혀 방어할 생각도 못 하고 있었는데.
손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동시에 마치 비명과도 같은 루이제의 외침이 울려왔다.
[이런, 막스! 지금 연결을 끊어버리면……!]그래고 사념은 그대로 뚝 끊어져 버리고 말았다.
“…막스?”
긴가민가 하고 부르자.
웡!
늑대개는 그의 손을 놓고는 대답하듯 크게 짖었다.
신실한 빛을 띤 맑은 호박색의 눈동자.
어느새 본래의 크기로 돌아온 늑대개 막스가, 성진의 상처를 핥으며 좋다고 붕붕 꼬리를 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