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ren of the Holy Emperor RAW novel - Chapter (220)
성황의 아이들-220화(220/469)
220. 얼음의 심장 (1)
“크아아아악!”
베르세우스가 괴성을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휘두르는 주먹에 물병이 박살 나고, 음식물과 접시들의 잔해가 사방으로 튀어오른다.
“이런 잡종 놈이 감히, 감히 나를!”
식사 시중을 들다 졸지에 식기 파편을 얻어맞은 후작가의 사용인들이, 비명을 지르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결국 연회장이 엉망이 되고 참나무로 만든 묵직한 테이블까지 부서지고 나서야, 후작의 난동은 겨우 끝이 났다.
“꺼져라!”
그러자 공포에 질려 부들부들 떨고 있던 사용인들이 앞다투어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크르르-
홀로 남아 분을 삭이던 베르세우스는, 나직하게 목을 울리며 손으로 목덜미를 쓸어내렸다.
차가운 칼날에 목이 날아가는 선뜩한 느낌이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그 빌어먹을 것이…….”
무엇보다.
자신을 향해 똑바로 검을 겨누고 있던 그 묘한 소년의 모습이 이상하게 뇌리에 강하게 박혀 지워지지 않는다.
어쨌거나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
요란한 화풀이가 끝나자, 현실에 남은 문제들이 그의 머릿속에 밀물처럼 밀려들었다.
‘…이렇게 되면, 계획에 큰 차질이 생긴다.’
네브라스카의 혈통을 발견한 것으로 다 끝났다고 여겼다. 한데 놈을 해치우기는커녕 되레 협곡에 보내둔 라이칸슬로프들만 모조리 당하지 않았나.
무엇보다도 권속인 바즈라를 잃은 것이 가장 뼈아팠다.
‘이제 무리 전체를 통솔할 역량을 가진 권속이 없어…….’
베르세우스가 마경의 라이칸슬로프들 모두를 권속으로 부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일이 권속 관계를 맺을 수도 없거니와, 오염된 정신들과 계속 부대끼다 보면 결국에는 그의 정신 또한 영향을 받게 될 테니까.
그래서 그는 특별히 강한 개체 몇몇을 권속으로 만든 후, 그들을 통해 나머지 무리들을 조종해왔다.
바즈라는 그중에서도 가장 강한 장악력을 가진 자. 순혈 라이칸슬로프중에서는 유일한 네브라스카의 혈통이 아닌가.
그런 권속을 잃었으니, 이제 얼마나 많은 라이칸슬로프들이 멋대로 전선에서 이탈하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어쩔 수 없군. 준비는 많이 미흡하지만, 아직 통제가 가능할 때 움직이는 수밖에.’
그렇게 결심한 베르세우스는, 남아있는 권속들에게 바쁘게 지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절호의 기회다! 거슬리는 것들 모두를 한곳에 쓸어 넣고, 다 같이 공멸하게 만들 기회!’
그러니 가능한 모든 라이칸슬로프들의 목숨을 갈아 넣으리라.
인과를 어지럽히는 그 삿된 것을, 그리고 저주받을 네브라스카의 혈통을 완전히 없앨 때 까지.
* * *
지그스문트령의 북쪽.
빙하 협곡 최전방에 있는 한 작은 초소.
빙벽 기지로부터 날아온 다급한 전갈에 이제나저제나 망을 보고 있던 병사들은, 언덕에서 비틀비틀 걸어오는 소년과 개를 발견하고는 안도했다.
그러나 그를 맞이하러 나갔다가 이내 새파랗게 질리고 말았다. 소년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에 흠뻑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투두둑, 투둑.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얼어붙은 핏빛 조각들이 마치 보석인양 반짝이며 떨어져 내린다.
‘저런 양의 피를 흘리고도 어떻게 살아있을 수 있지?’
병사들의 질린 얼굴을 알아챈 소년이, 손으로 볼을 쓱 닦아내며 말간 표정으로 말했다.
“내 피가 아냐.”
네, 그러셔야죠. 아무렴요.
의원은커녕 사제 하나 없는 작은 초소에서, 그게 전부 당신의 피면 정말 큰일 납니다!
“모레스 저하… 맞으십니까?”
병사들 중 하나가 주저하며 물었다. 전갈을 받긴 했지만 이 상황이 영 믿기지가 않아서였다.
그러자 소년이 여상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
엉망인 몰골에 비해 꽤나 고상한 태도였다.
“아, 그리고 얘는 내가 기르는 개, 막스.”
어쩐지 자랑스러움이 느껴지는 소개에, 웡! 힘차게 짖는 소리가 돌아온다.
병사들이 어이없는 얼굴로 시선을 교환했다. 지그스문트령의 병사라면, 변경백이 기르는 사냥개들 중 가장 크고 성깔 더러운 막스를 모르는 자가 없었으니까.
헥헥!
혀를 빼고 좋다고 꼬리를 치는 저 애교 넘치는 개가, 정말 그 제멋대로인 막스라고?
“그, 일행 분들께서는 아침 일찍 빙벽 기지를 떠나셨다고 합니다. 서두르신다면 아마 저녁 늦게는 이곳에 당도하실 겁니다.”
그들 중 가장 고참인 병사 하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이런 허름한 곳에 신성 제국 황자를 모시게 될 줄이야. 그래도 초소의 책임자로서 가능한 할 수 있는 대접은 해야 했다.
“미흡합니다만 일단 처소로 모시겠습니다.”
“그래, 고맙네.”
그렇게 해서 모레스 황자는 작은 얼음 천막으로 안내되었다.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곧 화로를 대령하겠습니다.”
병사가 그렇게 말했지만, 황자는 극구 사양했다.
“어차피 환기를 위해 천막 입구를 열어야 하지 않나? 이런 작은 초소의 물자야 빤한 것인데, 날 위해 괜히 그런 낭비를 할 필요는 없어.”
자신보다 초소 상황을 배려하는 그 사려 깊은 태도에 병사는 적이 감동했다. 물론 황자에게 손난로 버금가는 마법의 돌멩이가 있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지만.
이후에도 병사들은 한동안 황자의 천막 주변을 기웃거렸다.
그러나 대접하기 까다로울 거라고 짐작했던 황자는, 점심시간이 지나도록 별다른 요구 없이 처소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낼 뿐이었다.
‘정말 차분하고 얌전한 황자님이 아니신가!’
‘우리 집 아이가 저분의 반만 닮았어도…….’
그들은 곧 안심하고 자신의 일터로 돌아갔다.
한편, 천막 안의 상황은 병사들의 짐작과는 조금 달랐다. 성진과 마왕이 사념을 통해 쉴 새 없이 떠들어대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뭐, 어쩔 수 없지.’
얼굴과 손은 대충 눈으로 닦아냈다지만, 흥건히 피에 젖은 머리카락과 겉옷은 이미 딱딱하게 얼어붙어 있었다. 툭툭 머리를 털어내자, 붉은 얼음 조각들이 바닥에 부스스 떨어져 내린다.
성진은 그렇게 대충 얼음을 털어내고는, 모포 하나를 두른 채 손난로 돌멩이를 쥐고 앉았다.
“끄응…….”
골절이 생긴 옆구리는 물론, 온몸이 성한 데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몹시 추웠고.
그러자 낑낑, 코를 울리던 막스가 성진의 곁에 가만히 붙어 앉는다.
[왜 그걸 안 하지? 오러로 몸을 데우는 거 말이야.]‘아파, 인마.’
이곳에 오는 동안 전혀 오러 운용을 하지 못한 이유였다.
전투 중에 너무 무리하게 운용한 탓에, 이제는 오러를 슬쩍 돌리기만 해도 온 몸이 부서지듯 아팠으니까.
차라리 좀 추운 게 낫지.
‘통로에 있는 오러를 조금쯤 쓰는 게 좋았을지도…….’
가슴께에서 여전히 찰랑거리는 잔잔한 물결을 느끼며 성진이 생각했다.
그가 매번 이렇게 무리하게 되는 것은, 결국 요구되는 오러에 비해 지니고 있는 오러 총량이 절대적으로 모자라기 때문이다. 그러니 통로의 오러를 사용하기만 한다면 다 해결 될 문제인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일까.
이것을 끌어 쓰기 시작하면 언젠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매번 오러를 당기려는 성진의 발목을 잡곤 했다.
-모레스, 수로의 물을 당기면, 맞은편에 있는 것들이 함께 끌려온다는 것을 명심해라.
그래. 무엇보다도 성황 아버지가 그렇게 말했었지.
그의 경고는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걸, 그 누구보다 성진이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로건의 말대로 더 강해지면 될 일이지.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는 말자.’
손난로와 늑대개의 도움으로, 어느덧 차갑게 굳어있던 몸이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새벽잠을 설친 피로가 뒤늦게 몰려오는 것을 느끼며, 성진은 막스에게 기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상하다…….]꾸벅꾸벅.
그렇게 얼마나 졸고 있었을까.
[…분명 이 근처에서 느껴지는데?]마왕의 초조한 중얼거림에 성진이 눈을 떴다.
‘왜? 뭔데?’
[아니. 아까부터 자꾸 이상한 영혼의 기척이 느껴져서.]놈은 성진의 머릿속을 들락날락하며 부산하게 움직였다.
[이렇게 가까이 있으면 내가 모를 수가 없는데? 그런데 왜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그게 어디서 느껴지는데?’
[아까 네가 챙긴 물건들 쪽에서.]‘흠, 그래?’
그럼 좀 살펴볼까?
성진이 몸을 일으키자, 눈을 뜨고 그를 한번 쳐다본 막스가 쩌억 하품을 하고는 다시 고개를 누인다.
성진은 한쪽 구석에 처박아 놓은 방한복을 들어, 꽁꽁 얼어붙은 주머니를 뒤졌다. 그러자 작은 잡동사니들이 천막 바닥에 우르르 쏟아져 내린다.
로건에게서 받은 마법의 돌멩이.
미궁에서 얻은 아뮬렛과 팬던트.
바즈라의 가슴에 걸려있던 작은 장신구.
그리고 옅은 빛이 점멸하는 작은 얼음 조각. 절대 녹지 않는 그 규상 세계의 산물이.
마왕이 헛웃음 소리를 냈다.
[참, 다시 봐도 황당하네. 그 와중에 이것들을 챙길 정신이 다 있었다니.]얼음 조각과 바즈라의 장신구.
그것들은 전투 중에 틈을 봐서 성진이 하나씩 슬쩍한 물건들이었다. 아마 루이제도 전혀 모르고 있을 터.
‘특히 이건 꼭 챙겨야지.’
성진은 빛나는 얼음 조각을 손으로 굴리며 대답했다.
애초에 이 얼음 조각이야말로, 라이칸슬로프들과 전투를 시작한 이유가 아니었던가.
‘왜? 너도 자세히 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냐?’
[그랬지만…….]네가 이렇게 처참한 꼴이 될 줄은 몰랐다고.
마왕 놈은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찬찬히 잡동사니들을 살펴보는 눈치였다.
[아무래도 이게 의심스러운데.]이윽고 마왕 놈이 골라낸 것은 바즈라의 장신구였다. 납작한 금속판 위에 영롱한 구슬들이 붙어 있는 섬세한 세공품.
아, 이거.
‘그러고 보니 나, 이거 때문에 아까 죽을 뻔했지.’
[그럼 설마, 아까 네가 주춤거렸던 게…….]‘어, 맞아.’
로드 놈이 정면에서 달려들 때 순간적으로 이것이 성진의 눈에 들어왔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려다가, 엉겁결에 놈에게 일격을 허용하게 된 것이다.
‘어쩐지 이거랑 좀 비슷하지 않냐?’
성진이 아뮬렛과 장신구를 나란히 놓으며 물었다.
네브라스카의 소환 아뮬렛. 미궁에서 보스몹을 잡고 얻은 그 물건 말이다.
[오, 그러네?]둘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 보니 더욱 확실하게 보였다. 납작한 판의 크기도 비슷하고, 세밀하게 조각된 부조들 역시 어딘가 유사한 데가 있었던 것이다.
오직 바즈라의 장신구에는 구슬이 제대로 붙어있고, 아뮬렛은 텅 비어있다는 점만이 달랐다.
[신기하네? 이것 역시 규상세계의 물건이야. 그것도 상당히 고등급인. 대체 어디서 이런 게 자꾸 튀어나오는 거지?]그렇게 중얼거리던 마왕은, 바즈라의 장신구에 달린 구슬 하나를 지목했다.
[아무래도 이게 좀 이상해. 이 뻘건 구슬 말이야.]‘흠.’
사실 성진 역시 이 구슬을 의아하게 생각하던 차였다.
물론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처음 장신구를 뜯어냈을 때는 분명 투명한 구슬들이 붙어있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 중 하나가 선명한 적갈색을 띄며 반짝이고 있는 거다.
[잘 보면 이거, 규상세계의 영혼 같기도 한데. 글자가 너무 겹쳐서 판단이 어렵네.]규상세계의 영혼? 글자?
[응. 내가 전에 한번 설명해준 적이 있잖아? 규상세계의 영혼은 염상세계나 본상세계와는 달리 대단히 독특하다고.]성진은 어렴풋한 기억을 더듬어 마왕이 해준 설명을 떠올렸다.
그랬었지. 규상세계의 영혼은 사람의 형태가 아니라, 구체나 결정 모양이라고 했었던가?
‘그런데 영혼이라기에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실체가 있잖아.’
[엄밀히 말하면 영혼이 깃든 구슬이지.]‘영혼이 깃든 구슬…….’
[왜, 영혼이나 사념이 사물에 깃드는 경우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잖아? 단지 규상세계의 영혼이다 보니, 깃들어도 표시가 나지 않을 뿐이야. 동그란 구슬 같은 거니까.]즉, 귀신 들린 물건이라도 귀신이 나타나지는 않는다는 의미인가?
‘그럼 글자는 또 무슨 얘기야?’
[너도 이미 알고 있잖아? 규상세계의 물건들은 정형화된 설명이 늘 붙어 다닌다고. 내가 보자마자 규상세계에 속한 것을 알아볼 수 있는 것도 다 그런 이유야.]문득 미궁에서의 경험이 스쳐 지나간다.
건드릴 때마다 게임처럼 일일이 안내문 같은 것이 뜨던 기이한 세상.
[물론 규상세계에서 보는 것처럼 또렷한 안내문은 아니지. 하지만 본상세계에서도 그 잔존하는 특유의 느낌을 감지할 수 있어. 다 읽을 수는 없어도, 글자들이 있었던 흔적만은 영안에 보이거든.]그런데 여기는 규상세계의 물건들이 잔뜩 모여 있으니까 잘 모르겠어. 글자들이 죄다 겹친다고.
마왕이 그렇게 주억거린다.
결국 성진은 마왕으로부터 영안을 빌려 직접 확인하기로 했다.
동공에서 붉은 빛이 점멸하기 시작하자, 이제는 익숙해진 오색의 세상이 펼쳐진다.
‘안내문이란 말이지…….’
그 눈으로 규상세계의 물건들을 자세히 살폈다.
그러자 곧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작긴 하지만 물건들 위로 희미한 글자 같은 것이 아른거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영혼석〛
〚네브라스카의 증표〛
바즈라의 장신구를 한참을 살펴서 겨우 알아본 글자는 그랬다. 특히나 그 투명한 구슬들의 경우는.
〚영혼석〛
정말로 영혼이 들어가는 물건이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신경 쓰이던 적갈색의 돌은.
〚바즈라의 영혼석〛
‘…바즈라?’
정말 영혼이 들어 있다고? 그것도 바즈라의 영혼이?
당황한 성진이 바즈라에게서 빼앗은 얼음 조각으로 시선을 돌리자, 이번에는 그 위에 이런 글자가 떠오르는 것이 아닌가.
〚글래쳐 트롤의 얼음 심장〛
…뭐?
* * *
해가 지기 전, 마사인을 비롯한 성진의 일행이 협곡 최전방에 도착했다.
이곳에 오는 동안에도 마사인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난데없이 북쪽 협곡에 떨어진 황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상상하면 상상할수록 점점 근심이 더해갔으니까.
하지만 무엇을 상상하든, 현실은 그 이상이었다.
“……!”
얼음초소에 안내된 그들이 맞닥뜨린 것은, 온몸이 피 칠갑이 되어 있는 모레스 황자였던 것이다.
셔츠며 방한복은 물론이거니와, 옅은 금발까지 모조리 피에 젖어 있다. 순간 마사인은 눈앞이 새하얘지며 그 자리에서 잠시 휘청거렸다.
그런데 마사인을 발견한 황자는 더없이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마사인 경!”
그러다 끄응, 신음을 흘리며 옆구리를 부여잡는다.
“어디가 불편하신 겁니까, 저하!”
마사인이 기겁하며 달려가자, 황자는 가볍게 손을 휘저었다.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냐. 내가 뭘 찾아냈는지 알아? 이것 좀 봐!”
“중요한 게 아니라니……!”
“글쎄 이게 뭐냐 하면, 글래쳐 트롤의 심장이라는 거야. 내가 이걸로 저놈들이 뭘 꾸미고 있는지 알아냈다고!”
그러니까 라이칸슬로프들이…….
로드가 협곡의 얼음에서…….
조잘거리는 황자의 목소리가 멀어지며, 머릿속이 점차 아득해진다.
-저하께서도 불의의 사고에 말려든 것뿐이니, 만나거든 너무 야단치지 말라고 하시는군요.
샤론 경이 그렇게 말했지.
그러나 마사인은 단언할 수 있었다.
절대 아닙니다, 폐하.
저하의 저 모습은 사고에 말려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고를 찾아다닌 모습이라 감히 확신할 수 있습니다!
“아, 참! 그리고 있잖아? 나 오늘부터 개를 기를 거야.”
“개…….”
“변경백한테 제대로 뜯어낼 거니까, 얜 이미 내 소유나 다름없다고. 아, 관리는 걱정 마! 밥이랑 목욕은 에디스가 챙겨줄 거고, 용변은 하벤 경이랑 칼멘 경이 치워 줄 거니까.”
결국 참다못한 마사인은, 온 단전의 오러를 모아 초소가 떠나가라 크게 호통을 쳤다.
떼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