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ren of the Holy Emperor RAW novel - Chapter (333)
성황의 아이들-333화(333/469)
333. 살롱 (3)
다행히도 마사인이 잔뜩 삐친 쌍둥이들의 기분을 금방 풀어주었다.
식사가 끝나고 오랜만에 돌아온 수예 시간, 그가 예쁜 무늬가 수놓인 주머니 두 개를 헤르나와 가데스에게 슬그머니 건네주었던 것이다.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만들었다나?
“이거 정말 우리 주는 거야?”
“형님 쓰려고 만든 거 아냐?”
“제 것은 있습니다. 이제껏 ‘영감님 주머니’가 없는 건 두 분뿐이니까 말입니다.”
…영감님 주머니라는 게 고유명사화 되고 있어.
어쨌든 쌍둥이는 그 선물이 제법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둘은 마치 찍어낸 것처럼 똑같은 동작으로 주머니에 새겨진 자수들을 쓸어보았다.
“꽃잎이 너무 예뻐! 이게 다 마사인 오라버니가 새긴 거야?”
“자수가 섬세한데? 마사인 형님은 이런 것도 잘하는구나?”
그랬다. 놀랍게도 마사인 경은 대단이 손재주가 좋았다.
어찌나 배우는 속도가 빨랐던지, 그에게 직접 자수를 가르친 미라벨이 다 놀랄 정도.
더욱 신기한 것은, 그가 취미로 자수를 시작하고부터 한층 마음의 여유가 생긴 듯하다는 점이다.
“한 땀 한 땀 열중하다 보면 어쩐지 정신 수양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절로 마음이 가라앉으며, 스스로를 차분히 관조하게 되더군요.”
평온한 마사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성진이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지그스문트령에서 돌아온 직후만 해도, 그가 얼마나 조바심을 내며 수련에 박차를 가했는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한데 자수로나마 마음의 평화를 찾았다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지.
[저놈이 왜 그렇게 조바심을 냈는지 이유는 생각해 봤어? 그게 다 네가 거하게 사고 치고 다녀서잖아.]어허! 모함하지 마라, 마왕 놈아!
‘요즘은 사고를 쳐도 마사인 경이 전보다 화를 덜 낸단 말이야. 절대 그럴 리 없어!’
[그건 그냥 널 포기했으니까 그런 거고.]‘…닥쳐!’
한창 나뭇잎 자수에 열중하고 있던 비공식 소드 마스터, 로건도 마사인의 의견에 동의했다.
“정교한 손놀림에 열중하며 서서히 피아를 잊어간다. 검사들이 벽을 넘기 위해 하는 수련과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역시 그럴까요?”
“네, 자수는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좋은 수련입니다. 작은 잎사귀 두 개를 수놓는데, 벌써부터 해수 토벌을 마친 것 같은 고단함이 느껴지는군요. 아마 형님의 오러 연공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그거야 로건 네가 소드 마스터의 오감을 극대화해서, 서툰 솜씨를 어떻게든 만회해 보려고 발버둥치기 때문이 아닐까.’
로건은 평소 이런저런 업무가 많은 터라 자수 놓을 시간이 없었지만, 그래도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수예 시간 만큼은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덕분에 그의 영감님 주머니에는 어느새 삐뚤빼뚤한 잎사귀들이 하나둘 늘어가는 중이다.
로건은 파랗게 피어나고 있는 나뭇가지를 매만지며 뿌듯하게 웃었다.
“정신 수양의 과정뿐만 아니라, 멋진 결과물을 보는 보람도 크군요. 이참에 릴리움 기사들에게도 자수를 적극적으로 권해봐야겠습니다.”
…이 사람들, 자수에 진심이구나.
이대로 간다면 마사인 경은 어쩌면, 자수를 통해 데카론 나이트의 벽을 넘는 최초의 상급기사가 될지도 모른다.
반면, 들이는 노력에 비해 실력이 하나도 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앗!”
아멜리아가 나직하게 비명을 지르자,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시슬레가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손가락에 신성력을 흘려준다.
“이게 대체 몇 번째야? 이러다가 손가락이 바늘꽂이가 되겠어. 아멜리아 언니. 그냥 미라벨에게 맡기는 게 어때?”
“아니야, 시슬레. 내가 재미있어서 하는 거란다.”
이런저런 수업과 업무에 시간을 할애하느라, 그 좋아하는 검술 수련도 마음껏 하지 못하는 아멜리아다. 한데도 굳이 늘지도 않는 자수에 매진하는 걸 보면, 재미있다는 그녀의 말은 진심인 듯했다.
문제는 지나치게 성과가 없다는 점이겠지.
“다들 실력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는데, 왜 나만 매번 이런 걸까?”
조금 시무룩해진 아멜리아를 바라보며, 성진이 무심코 생각했다.
‘글쎄. 실력이 는다고 하기에는 조금 어폐가 있지 않나?’
이 수예반 멤버 중에서 월등한 재능을 보이는 것은 오직 마사인 경뿐이었다. 로건도 초인적인 감각을 집중하는 것치고는 결과물이 영 시원찮지.
성진은 아예 흥미가 없어서 옆에서 구경이나 하는 중이고, 쌍둥이들도 수실을 잔뜩 어지럽히거나 천 조각들을 가지고 종이접기나 하고 있다.
‘형제자매들 중 평범하게나마 손재주가 있는 건 시슬레 정도일까.’
하면 마사인 경과 다른 이들의 차이는 무엇인가.
결론은 빨랐다.
“다들 아버지를 닮은 거겠죠.”
꼼꼼하게 바느질을 하는 아버지라니, 전혀 상상도 가지 않거든.
한데 성진의 대답에 아멜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그렇지 않단다, 모레스. 내가 어릴 적에는 아버님 폐하께서 곧잘 벨의 새 옷을 만들어 주시곤 했…….”
그러다가 움찔 놀란 아멜리아가, 말을 멈추고 슬쩍 성진의 눈치를 본다.
성진은 대충 그녀의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 아멜리아가 이정표를 통해 곧잘 보곤 했다던 꿈. 아마도 그 꿈과 진짜 과거를 잠시 헷갈린 모양이지.
“이정표… 아니, 그 ‘꿈 목걸이’에 대해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눠보셨어요?”
그러자 아멜리아가 잠시 눈을 깜박거리더니, 이내 안도한 듯 사르륵 미소를 지었다.
“후후, 넌 말하지 않아도 뭐든 아는 것 같구나, 모레스.”
“…….”
“그래. 그때 네 권유를 듣고, 나는 곧바로 아버님 폐하를 찾으려 했었어. 그런데 집무실 앞에 거의 당도했을 때, 내게 정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단다.”
“이상한 일이요?”
“그래.”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기듯, 아멜리아의 회색 눈이 깊게 침잠했다.
“모레스. 일전에 이 ‘꿈 목걸이’가 분명 조모님께서 남기신 물건이라고 했었지?”
“네 그렇습니다.”
“그러면 조모님은 대체 무슨 목적으로 내게 이것을 주셨다고 생각하니?”
글쎄.
성진도 그것이 의문이었다. 전대의 오라클들이 무슨 생각을 했는지까지는, 아버지도 확실히는 알 수 없다고 했었지.
언뜻 보기에는, 마치 아름다운 꿈을 보여줌으로써 누님의 불행했던 어린 시절을 지켜준 듯 했지만.
‘그게 다일 리가 없어.’
한 사람의 오라클이 만들 수 있는 이정표는 한정되어 있다. 조모님만 해도 일생 동안 고작 세 개를 남긴 것이 다였으니.
이정표는 미래를 바꾸기 위해 만드는 일종의 기회. 무려 게임 속 아이템을 멀쩡히 현실 세계에 구현할 정도로, 거의 신의 권능에 닿아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
그런 엄청난 물건을, 고작 누님에게 꿈을 보여주기 위해 사용했다고?
-코른시임 일족이 누군가에게 하는 말은 모두가, 미래를 예측하고 그 결과를 바꾸고자 하는 의지의 발로인 것이라. 따라서 그들이 하는 모든 말에는 명확한 의도가 담겨 있고, 하나도 남김없이 거짓인 것이다.
언젠가 아버지도 주의를 주지 않았던가.
설령 누군가가 그들의 의도를 미루어 짐작하고 움직인다 해도, 그 판단을 한 번 더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는 것이 코른시임의 오라클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또 이런 말도 해 주었지.
-만일 그 이정표들이 사후에도 남아 있다면, 이를 만든 오라클이 내다보고 또 대비하고자 한 미래가 아직 다가오지 않았음이라.
아직까지도 조모님의 꿈 목걸이가 멀쩡히 남아있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것. 그것은 그녀가 내다본 미래가 아직 다가오지 않았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이어진 아멜리아의 말이, 생각에 잠겨 있던 성진의 정신을 단숨에 현실로 끌어당겼다.
“모레스. 순전히 내 착각일 수도 있지만, 어쩐지 나는 그날 황궁에서 조모님을 본 것 같아.”
…네?
* * *
언제였던가.
오늘처럼 진주궁에서 화기애애한 점심 식사를 가졌던 날. 아멜리아는 모레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이 보석은 이정표라 불린다고 들었습니다, 누님.
-이정표?
-네. 조모님이 남기신 유품일 겁니다. 이것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은 아버지일 테니까, 시간 되시면 아버지와 조금 이야기를 나눠보시는 게 어떠십니까?
당시에 아멜리아는 동생의 말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심지어 회귀한 사실까지도 성황에게 숨기지 않고 털어놓았던 그녀가 아닌가.
그러니 어린 시절의 소소한 추억에 대해 말하는 게 무엇이 어려울까.
아멜리아는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서 본궁으로 향했다.
‘맞아. 그 아름다웠던 꿈속 세상은 오직 나와 아버님 폐하만을 위한 것. 그러니 당신께는 반드시 이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본궁의 계단을 오를 때만 해도, 아멜리아는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가 막 집무실이 있는 2층 복도에 도달했을 때였다. 갑자기 엄습해오는 강한 한기를 느끼며, 아멜리아는 순간 그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
바로 거기에 검은 여인이 서 있었다. 어린 시절, 아멜리아를 찾아왔던 때와 한 치도 변하지 않은 모습을 하고서.
‘누구? 본궁의 사용인 같지는 않은데, 왜 저기서 저러고 있는 거지?’
예상치 못한 조우였던지라, 처음에는 바로 깨닫지 못했다.
그러나 그 독특한 모습. 길고 검은 드레스와 검은 머리카락, 심지어 얼굴까지도 완전히 뒤덮는 시커먼 베일. 이른 가을의 온화한 날씨에 어울리지 않는 그 기괴한 차림새를, 아멜리아가 대번에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설마… 예전에 만났던 검은 베일의 언니?’
기분 탓일까. 베일에 가려진 형형한 시선이 어쩐지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다고 느끼며, 아멜리아는 조용히 식은땀을 흘렸다.
“왜 그러십니까, 저하?”
갑자기 황녀가 걸음을 멈추고 얼어붙어있자, 놀란 호위기사가 뒤에서 조심스레 물어왔다.
“저기…….”
아멜리아는 천천히 손을 들어 여인을 가리켰다.
“저 여인이 아버님 폐하의 집무실 앞을 가로막고 있구나. 필시 내게 무슨 볼일이 있는 모양인데, 도통 자리에서 움직이질 않아. 대체 무슨 일일까?”
한데 그 손을 따라 고개를 돌린 기사가, 곧 의아한 듯 이리 되묻는 것이 아닌가.
“예? 저하. 여인이라니요? 방금 스쳐 지나간 시종을 제외하면, 복도에는 인기척이 전혀 없습니다만.”
‘…뭐?’
하지만 놀람도 잠시, 아멜리아 역시 뚜렷하게 느낄 수 있었다.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응당 느껴져야 마땅한 오러. 그러나 저 검은 여인에게는 그런 오러 활성도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으니까.
‘…뭐지?’
그녀의 정체에 관한 섬뜩한 짐작이 고개를 들려는 차, 검은 여인이 갑자기 몸을 움직였다.
한 손을 들어 입을 가리키며-
‘입?’
천천히 고개를 가로젓는다.
‘안 돼? 뭐가?’
하지만 아멜리아는 곧 그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가 바로 무엇이었던가.
-절대 말하지 마라.
등줄기로 차가운 전율이 흘렀다.
‘아버님 폐하께, 그 꿈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오직 아멜리아에게만 전해져 온 비밀스러운 메시지.
그런데 놀라운 일은 연이어 일어났다.
아멜리아가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서 있는데, 잠시 눈을 깜박이는 사이 그 여인이 거짓말처럼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
그리고 잠시 후, 떨리는 발걸음으로 집무실로 향했을 때-
“아멜리아. 어찌 바로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그리 서 있었더냐?”
“…….”
“왜 그리 떨고 있느냐? 혹여 오는 길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
신의 대리자. 대륙에서 가장 지고하시고 강하신 아버님 폐하.
‘당신께서도 집무실 바로 바깥에 있던 그녀의 존재를 전혀 모르셨다고?’
아멜리아는 마음 한편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스산한 예감을 느꼈다.
검은 베일의 여인은 대체 누구였을까. 단지 자신이 헛것을 본 것인가, 아니면 정말로 돌아가신 조모님의 혼령인가.
어린 시절, 아멜리아가 훗날 많은 가족을 가지게 되리라던 그녀의 말은, 결국 현실로 이루어졌다.
그렇다면 다시금 눈앞에 나타난 그녀의 경고를, 아멜리아는 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그날.
복잡한 상념에 잠겨있던 아멜리아는, 결국 성황에게 꿈에 대해 한마디도 뱉어낼 수 없었다.
* * *
“그 여인이 조모님이라고 생각하신다고요?”
“그래. 조모님은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왠지 그럴 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구나. 내게 꿈 목걸이를 맡긴 것도 그녀였으니까.”
“흠…….”
“얼굴을 가리는 검은 베일. 그 고풍스러운 드레스의 자태. 분명 어릴 때 본 여인이 분명하단다.”
성진은 잠시 턱을 괴고, 정말로 조모 베스세바 황비의 혼령이 나타났을 가능성을 생각해 보았다.
미래를 위해 이정표를 남긴 조모님. 그것을 맡기러 찾아온, 오러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여인.
그리고, 영혼을 보는 아버지의 딸, 아멜리아 누님.
‘뭐야? 가능성이 그리 없지도 않은데?’
결론을 내린 성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다면 대체 조모님의 목적은 뭘까요?”
“후후.”
그러자 아멜리아는 이에 대답하지 않고 성진에게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너는 정말로 조모님의 혼령이 나타났다고 믿어? 단지 내가 헛것을 봤다고 생각하지는 않니, 모레스?”
“네?”
성진은 아멜리아의 질문에 멀뚱히 그녀를 마주 보았다.
영혼을 믿느냐 묻는다면, 그야 당연히 믿는다 답할 것이다. 성진 스스로가 영혼만으로 돌아다닌 적도 있지 않은가.
게다가 나는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검은 눈물을 줄줄 흘리는 광신도 악령을 소환할 수 있다고.
“누님은 분명히 보신 거잖아요? 전 믿습니다. 누님은 기억력이 대단히 좋으니까요.”
“모레스…….”
그러자 아멜리아는 대단히 감동한 얼굴을 했다.
물론 그리 오래 가지는 못했지만.
따끔!
또다시 손가락을 찔려 움찔하는 아멜리아를 보다 못한 성진이, 그녀에게서 바느질 도구를 빼앗았다.
“잠깐만 쉬세요, 마무리는 제가 해 보겠습니다. 누님.”
“모레스 네가? 바느질해 본 적은 있어?”
“대충은요.”
뭐, 자수 따위는 둔 적 없지만, 이래 봬도 계급장은 제법 달아봤습니다. 제가 군대 있을 때만 해도 벨크로 계급장이 없었거든요?
성진이 조심스럽게 노란 수실이 꿰인 바늘을 움직이기 시작하자, 아멜리아는 양손으로 턱을 괴고는 잠자코 그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그래서, 당분간 꿈에 대해서는 아버지께 말씀드리지 않으실 거군요?”
“그래. 그게 좋을 것 같아.”
아멜리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야. 그저, 그때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단다. 검은 베일의 여인이 정말로 돌아가신 조모님이라면, 그녀는 아마도 분명 아버님 폐하를 위하실 거라고 믿으니까.”
“…….”
“아버님 폐하께서 그러하신 것처럼, 조모님도 분명 당신을 마음 깊이 사랑하실 테니까.”
성진은 그 말에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아멜리아 누님은 아마도 조모님을 굳게 믿고 있겠지만, 정작 아버지는 아닐지도 몰랐으니까.
-이를 잘 기억해 두거라, 아들아. 코른시임 일족은 이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없는 자들이다.
그렇게 당부하던 그의 굳은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
“그런데 모레스…….”
꾸물꾸물 완성되어 가는 나비를 바라보던 아멜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도 자수에 썩 재능이 있는 것 같지는 않구나. 역시 네 말대로 우리는 모두 아버님 폐하를 닮은 걸까?”
아니, 이 정도면 처음 치고 썩 훌륭하지 않나?
그런데 누님께서 저한테 그런 말씀 하시기 있습니까?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