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ren of the Holy Emperor RAW novel - Chapter (356)
성황의 아이들-356화(356/469)
356. 신성한 바람 (7)
가슴이 후끈하다 못해 따가워지고, 피가 바싹바싹 말라가는 느낌.
이 이상한 감각은 절대 착각이 아니다.
‘뜨거워……?’
위기감을 느낀 성진이 재빨리 몸 전체를 관조해 보았다.
하지만 운용하는 오러에는 딱히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통로 자체에 뭔가 문제가 생겼다는 뜻.
[이성진!]마왕 역시 뭔가를 느꼈는지, 불안감이 가득한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일단 급한 불은 끄자!’
성진은 급히 통로의 오러 운용을 중단했다. 그러자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막스의 크기가 슈우욱 줄어드는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끼잉!
불안한 듯 코를 울리는 늑대개를 손으로 더듬어 끌어안고서, 성진은 모자라는 오러를 한껏 긁어모아 개를 감쌌다.
그러는 한편, 그의 머릿속은 문제의 원인을 찾기 위해 팽팽 돌아가고 있었다.
-모레스.
꽤 오래 전, 성황이 본궁 뒤뜰을 부숴가며 손수 통로를 막아줬던 날.
성진은 그가 강한 사념으로 전하는 주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수로의 물을 당기면, 맞은편에 있는 것들이 함께 끌려온다는 것을 명심해라.
그래, 잊지 않았다.
그날부터 아버지의 경고는 늘 가슴에 새기고 있었어.
하지만…….
‘통로를 막기 위해 밀어 넣은 엄청난 오러에 비하면, 내가 운용한 오러 따위는 고작 한 줌도 되지 않아!’
그 정도라면 황궁에 돌아갔을 때, 아버지가 딱밤 한 대 때리고 가볍게 보충해 주실 수 있는 양이잖아. 그런데 대체 왜 이런 변화가 생기는 거지?
[이, 이성진! 이거 아무래도……!]마왕 놈이 뭔가를 말하고 싶은 듯 재차 성진을 불렀다. 하지만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순간 멈칫하더니 그대로 조용히 침묵에 빠진다.
그런 성진의 주위로 점차 검은 살점들이 뒤덮이기 시작했다. 뇌리를 어지러이 메아리치는 수많은 사념과 함께.
-[나]가 되어줘!
-아니면 [나]를 [너]의 안에 받아들여라!
-[너]와 하나가 되는 순간, [너]는 분명 새로운 [나]가 될 테니까!
신경질적으로 그것들을 쳐내던 성진은, 곧 무의미한 움직임을 멈추고는 몸을 웅크렸다.
부서진 살점들은 작은 물리력에도 쉽게 밀려나는 듯했지만, 금방 빈 공간으로 다시 밀려들며 사위를 꽉꽉 채우려 들었으니까. 마치 검은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느낌이었다.
-부디 거부하지 마. 이질감 따위, 찰나의 순간에 지나지 않아!
부족한 오러로는 막스를 보호하는 것이 한계. 이내 농도 짙은 마기가 빨려들 듯 몸으로 흡수되는 것이 느껴졌다. 너무나 쉽게 녹아들어, 잠시나마 긴장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
이어서 악마종의 살점들 역시 몸속으로 파고들 듯 달라붙어와, 성진은 재빨리 막스의 털가죽에 코를 묻었다.
낑낑낑!
곁에 있는 막스의 울음소리가 어쩐지 멀게만 느껴지고, 덩달아 귓가를 파고드는 사념이 더더욱 거세졌다.
-자, 한층 강한 격을 가진, 무적의 [나]가 되는 거다!
-그건 더할 나위 없이 멋진 일이 될 테지!
-어서! 어서! 어서!
그 혼란스러운 아우성에 휩쓸리지 않으려 애쓰며, 성진은 막스를 끌어안은 팔에 더욱 힘을 주었다.
그제야 작게나마 후회가 일었다.
‘내가 너무 날뛰었나…….’
아니, 하지만 분명 괜찮을 거라는 계산이 있었는데. 최선이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거기다 풍족한 오러를 마음껏 시험할 기회는 지금뿐이라는, 그런 생각도 들었단 말이지.’
어쩌면 예감을 너무 맹신했는지도 몰랐다. 자신의 어리석은 판단으로, 이제는 애꿎은 막스까지 이 지경으로 말려들지 않았는가.
손상된 눈에는 이미 아무것도 비치지 않고, 악마종에게 뒤덮여 점점 숨이 막혀가는 상황.
하지만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성진은 사태가 이 지경이 되어서도 크게 위기감을 느끼지 못했으니까.
술렁-
어쩐지 박동이 거세지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성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뭐, 당장 믿을 만한 구석이 하나 있긴 하지.
지원이 오면 결계에 묶인 로건도 자유로워질 거다. 그럼 녀석이 반드시 뭔가 좋은 수를 낼 터.
‘그때까지 만이라도 막스를 지키는 데 주력하는 거야!’
마기로 가득한 살점들이 피부를 파고들 듯 덕지덕지 달라붙는 것을 느끼며, 성진은 마지막으로 남은 오러를 긁어모아 막스의 주위를 한차례 더 휘감았다.
* * *
검은 살점들이 갑자기 이성진을 향해 모여들기 시작했을 때, 로건은 직감적으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깨달았다.
“오토 경.”
아르쥬나를 고쳐 쥐며, 로건이 곁에 있는 기사에게 빠르게 지시했다.
“네, 저하.”
“내가 빠지더라도 그대가 자리를 지켜주게.”
“…네?”
“악마종이 저대로 더 움직이지 않는다면, 혹여 결계가 잠시 사라지는 일이 있더라도 괜찮을 것 같군. 이참에 신성 결계를 재정비하도록.”
“저하. 그게 무슨……?”
하지만 오토 경이 채 되묻기도 전에-
후욱!
일순 막대한 신성력이 거둬지며, 신성 결계가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 흔들거렸다.
“저하?!”
오토 경은 잠시 당황했다. 하지만 그가 지금까지 로건 황자를 수행하면서, 황자의 돌발 행동에 놀란 것이 어디 한두 번이었던가.
이내 마음을 다잡은 그는, 있는 힘껏 신성력을 뿜어내며 소리쳤다.
“리, 릴리움 모두! 자리를 지켜라! 결계를 유지하라!”
결계의 가장자리에 있던 엘리 경 역시, 침착하게 뒤를 돌아보며 주의를 주었다.
“근위대는 부디 섣부른 행동을 하지 마시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뒤에서 작은 소란이 일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검을 뽑아 들고 달려들려는 클로디아 경을, 쿠르트 경이 간신히 붙잡고 있는 것이다.
“진정해, 클로디아 경!”
“쿠르트 경! 지금 이럴 때가 아니에요! 우리 모레스 저하께서……!”
“그렇다고 경이 대책 없이 뛰어들었다가는, 순식간에 침식이 일어나 그대로 죽게 될 뿐이라고!”
“목숨을 바쳐서라도 저하를 지키는 것이 우리의 임무잖아요!”
“지금은 릴리움의 지시를 따라야 해! 로건 저하께서 움직이셨어. 그러니 잠시만 상황을 지켜보자고!”
그러는 사이, 로건은 벌써 악마종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이미 두어 차례의 오러 폭사까지 날린 뒤였다.
“이성진! 정신 차리고 어서 거기서 빠져 나와!”
하지만 폭발로 밀려나는 것도 잠시.
이성진을 중심으로 모여든 살점들은 순식간에 그를 파묻어 버리곤 점차 부피를 늘려간다.
그렇게 악마종은 어느새 거대한 구체가 되어, 죽음의 대지 위해 홀로 덩그러니 놓이게 되었다.
“이성진!”
아르쥬나가 새파란 오러를 뿜어냈다. 신성력이 거의 바닥나며 드러난 로건 본연의 오러였다.
쇄액! 쇄애액!
소드 마스터의 매서운 검격이 거대한 구체의 가장자리를 잘게 가른다. 저 중심부 어딘가에 이성진이 있기에, 무턱대고 중앙을 꿰뚫을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다.
‘괜찮아. 이대로 가장자리부터 서서히 깎아 나간다면……!’
파스스…….
하지만 그런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살점들은 잠시 베여서 흩어지나 싶더니 이내 모여들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버렸다.
퍼억! 퍼어억!
재차 오라 폭사를 날려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자잘하게 부서져 마치 액체처럼 출렁이는 살점들은, 아르쥬나로 베고 또 베어도 금방 멀쩡한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역시 신성력으로 모조리 정화하는 수밖에 방법이 없나.’
로건은 난감한 심정으로 거대한 검은 구체를 올려다보았다.
혼자서 저 거대한 악마종을 정화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 그러니 지금까지 놈을 이곳에 묶어두기만 한 채, 다른 성기사단이 오길 기다리지 않았던가.
거기다 지금 그의 상태가 썩 좋지 않다는 점도 문제였다. 수십 명이 지탱해야 할 거대 결계를 오랜 시간 홀로 감당하고 있었기에, 이미 신성력이 거의 바닥난 상태에 가까웠던 것.
그 증거로, 마기를 여러 차례 접촉한 몸에서 조금씩 침식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었다.
‘…하지만, 해야 한다.’
아르쥬나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언제 올지도 모를 증원을 기다리는 동안, 이성진이 저 속에서 무사할 거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낙관이야.’
로건은 남은 신성력을 억지로 쥐어짜내, 검날에 다시 은청의 성화를 피워 올렸다.
‘그러니 지금, 내가 이성진을 구해내야 해!’
화아악!
그의 의지에 반응하듯, 희미해지던 신성력이 다시 희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은청의 성화를 몸에 두른 로건은, 천천히 악마종의 중심부를 향해 검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치지지직!
신성력이 닿아오자, 그제야 검은 살점들이 희게 타오르며 조금씩 바깥으로 밀려나가기 시작한다.
로건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서 파고들어, 다시금 중앙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쿠르르르르…….
침입자의 존재가 불쾌한 듯, 검은 구체가 거세게 출렁거린다.
‘…돌파할 수 있나?’
반복되는 검격.
문득 영혼이 비틀리는 듯한 현기증을 느끼며 로건이 생각했다.
‘내가 끝까지 버틸 수 있을까?’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야 했다.
무거운 짐을 홀로 짊어지는 것. 그리고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며 죽을 때까지 버텨내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미련한 짓이야말로, 불세출의 천재라 불렸던 가엘 장군이 가장 잘하는 일이 아니었던가.
“주신이시여, 당신의 아이들을 지켜주소서.”
검을 휘두르며 나직하게 읊조리자, 은청의 성화는 이에 화답하듯 점점 빛을 더해가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 * *
오라가 사람의 성정을 어느 정도 반영하듯, 마기 역시 본래 주인이 가진 성질을 고스란히 닮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성진을 뒤덮고 있는 마기들은 대단히 성가신 성질을 가졌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온 세상에 뿌리자…….
-씨앗을 뿌리고, 일구자. 그리고 수확을 해야지…….
-더 멀리 가려면, 더욱 더 작은 씨앗으로 나뉘는 것이…….
악마종은 이제 [나]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다. 그저 잘게 나눠지고 분열하기만 할 뿐, 더는 의식이라 불릴 만한 사념을 발하지도 못한다.
놈은 개체로서의 성질을 완전히 잃고, 마기 그 자체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저 먼 우주에도 나의 씨앗을…….
물론 시끄럽다는 데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지만.
성진은 마기가 전해오는 강한 의지에 두통이 이는 것을 느꼈다.
‘…전 차원은 물론 온 우주에, 빈틈없이 자신의 씨앗을 뿌리고자 하는 성가신 자의 마기다.’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리 일러준다.
어, 그런 모양이네. 대체 머리가 어떻게 돌아있으면, 온 우주에 자신의 씨앗을 뿌리고 싶다는 허황된 욕망을 가질 수가 있지?
그런 쓸데없는 짓 그만하고, 그냥 죽은 듯 잠이나 쳐 자면 서로가 오죽이나 좋을까.
‘…….’
여기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성진은 그렇게 생각하며, 손에 쥔 막스의 감촉을 놓치지 않으려 애를 썼다.
아니, 버티는 게 문제가 아니지. 정확히는 버티고자 하는 의지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아아, 그래. 지금까지는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애썼지. 하지만 이 ‘마기’들이 왠지 친숙하게 느껴진다는 것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어.
그렇다면 결과적으로는 아무 문제 없는 거 아닐까? 이게 과연 의미 있는 저항이기는 한 걸까?
두근-
조금씩 의식이 확장되어가며, 시야가 다시 환하게 열리기 시작했다.
아니, 시야라는 말은 적절하지 않았다. 그의 멀어있는 양 눈은 여전히 굳게 닫힌 채, 막스의 부드러운 털가죽에 맞닿아있을 뿐이니까.
그럼에도 성진의 정신은 뚜렷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의 가슴에 열려있는 작은 통로와, 그곳을 스멀스멀 잠식하며 들어오는 검붉은 불꽃의 움직임을.
그것의 정체를 깨달은 성진은 잠시 숨을 들이켰다.
‘…게헤나의 불!’
영혼은 물론 세상의 모든 것을 불태우는, 심지어 다른 차원의 여신까지도 지극히 두려워하는 지옥의 겁화.
‘저게 어떻게 여기까지?’
하지만 신기하게도, 의문을 가짐과 동시에 머릿속에서 자동적으로 답이 튀어나왔다.
‘아버지가 만들어 둔 경계를 내가 무너뜨렸기 때문이구나!’
성황의 오러가 물처럼 출렁거렸던 것은, 그 무형의 기운이 결계 같은 묘한 막에 싸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성진이 그것을 계속해서 끌어당기는 통에 경계가 완전히 망가지고 만 것이다.
덕분에 막을 넘어온 게헤나의 겁화가, 그때부터 오러를 모조리 불사르며 통로를 순식간에 잠식해가는 것일 테고!
성진은 문득 깨달았다.
‘어차피 이 모든 것이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구나. 게헤나의 불을 완전히 막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거였어.’
아버지의 결계가 아무리 강한들 무슨 소용일까. 아마도 가까운 미래에, 궁지에 몰린 성진은 분명 이 통로의 오러를 한 번 정도는 억지로 끌어 써야 했을 텐데.
‘이대로라면 곧, 이 몸은 불타서 없어지겠구나.’
성진은 지독한 불꽃이 통로에 번져나가는 광경을 별 감흥 없이 바라보았다.
[이성진…….]그때 마왕이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뭔가를 치열하게 갈등하는 듯, 깊은 고뇌가 느껴지는 목소리였다.
[아마 아직 늦지는 않았어. 지금이라면 남은 오러로 게헤나의 불을 저지할 수 있어.]‘음, 뭐…….’
성진이 미지근하게 대꾸하자, 마왕이 재차 그를 구슬렸다.
[어서. 지금이라면 아마, 네 아버지가 다시 손을 쓸 때까지 버텨낼 수 있을 거야.]…아버지.
그에게로 생각이 이르자, 성진은 어쩐지 식어가던 가슴이 빠르게 술렁이는 것을 느꼈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넌 이곳을 꽤 좋아하잖아?]그래서일까, 마왕의 제안이 제법 솔깃하게 들려왔다.
그래, 어차피 언젠가는 도달할 결말이라고 해도.
‘굳이 지금 끝낼 필요는 없을지도 몰라. 어떻게 해도 바뀌는 것이 없는 걸 알지만, 그저 조금만 더 그것을 늦출 수 있다면…….’
마음을 정한 성진이 바로 의지를 일으켰다. 남은 성황의 오러를 의욕적으로 움직이며 조금씩 게헤나의 불을 통로로부터 밀어내기 시작한 것이다.
파르르륵!
그러자 갑작스레 방해를 받은 겁화가, 이에 항의라도 하듯 거세게 몸부림친다.
[…….]하지만 성진의 강한 의지를 이기지는 못하고, 결국은 속절없이 반대편으로 천천히 밀려나는 수밖에 없었다.
‘됐다!’
하지만 성진의 기세는 그리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언제부터였을까. 그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서, 갑자기 환하게 빛나기 시작하는 영혼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로건?’
빛으로 감싸인 희끄무레한 형상. 하지만 성진은 어쩐지 그 영혼의 주인을 곧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근데 저놈이 지금 뭘 하는 거지?’
본래부터 신성력으로 환하게 빛나고 있을 것이 분명한 로건의 영혼. 하지만 지금은 어쩐지 그 빛의 양상이 조금 다른 듯 여겨졌다.
그의 주위로 활활 타오르는 성화가, 주변을 밝히는 것과 동시에 영혼 속을 천천히 잠식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
신성력을 방출하다 못해 영혼을 쥐어짜내는, 그래서 종국에는 자신의 영혼까지 성화와 함께 불사르는 모습.
지금의 성진은, 로건의 행동이 얼마나 무모한 짓인지를 잘 알 수 있었다. 멍해져 있던 머리에 갑자기 찬물이 끼얹어지듯, 순식간에 정신이 현실로 돌아왔다.
‘저 미친놈이!’
기겁한 성진이 온 힘을 다해 통로의 오러를 도로 이쪽으로 끌어올렸다.
더는 앞뒤 잴 것도 없었다.
어서 로건의 바보 짓을 막아야 한다!
화르르륵!
오러가 통로를 빠져나가자, 게헤나의 불꽃이 이쪽으로 달려오는 속도가 더더욱 가속화되었다.
하지만 성진은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
게헤나의 겁화 따위, 여기로 따라오면 어떤가! 이대로 내 몸을 넘어서, 이 빌어먹을 악마종까지 모조리 활활 불살라 버리라지!
[…아아, 넌 이렇게 하는구나. 결국은 이런 식이 되어버리는 거야.]잠시 침묵하며 바라보던 마왕 놈이, 어쩐지 슬픈 목소리로 탄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