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ren of the Holy Emperor RAW novel - Chapter (370)
성황의 아이들-370화(370/469)
370. 돌아온 탕아 (5)
1황자 오웬이 돌아온다는 소식은, 대형 악마종의 출현으로 어수선했던 황도 분위기를 쇄신하기에 충분했다.
그만큼 그가 세운 공로는 대단한 것이었다.
지난 수년간 남부 전선을 성공적으로 안정화한 데다, 델크로스 건국 이래 이교도들과 처음으로 공식적인 휴전 협정을 성사시켰으니까.
물론 이 모든 일이 그저 갑작스럽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수년째 전선이 고착화되어감에 따라, 무력 충돌이 현저히 잦아들고 일부 온건한 부족들과는 알음알음 교역까지 이뤄지던 실정.
그런 분위기 속에서, 대부족회의에 참석한 오웬이 호전적인 와카나 투사이를 효과적으로 압박한 것이 주요하게 작용했으리라.
물론 거기에는 상태창 씨의 자잘한 지시도 큰 도움이 되었다.
[돌발 퀘스트 ?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퀘스트 등급 : F] [소지하고 있는 독침 통을 모두가 보는 앞에서 실수인 듯 흘리고, 재빨리 도로 회수하십시오. 물론 이것의 출처에 대해 섣불리 언급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으리라 믿습니다. 중요한 자리에 시답잖은 장난감을 가져 온 당신에게 일부 부족장들이 불만을 가질지도 모릅니다. 하나 그게 무슨 상관일까요? 그것을 보아야 할 단 한 사람의 시선만큼은 확실하게 잡아끌 수 있을 텐데요.] [보상 : 1P 캐시] [*본 상품은 판게아 클로니클 상점 창에서 사용 가능합니다.]퀘스트 보상이 유례없이 짠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매번 귀찮은 듯 틱틱거리는 상태창 씨지만, 이번만큼은 순전히 오웬을 돕기 위해 친절하게 지시를 내려주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대부족회의의 분위기를 주도하기 위한 자잘한 퀘스트는 계속되었다.
[깜짝 퀘스트 ? 칭찬은 마주리도 춤추게 한다!] [전투 중 만났던 마주리 부족 전사들의 활 솜씨가 인상적이었음을 언급하고, 전사한 이들의 명예를 드높여 주십시오.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부족장의 마음이 당신에게로 크게 기울 것입니다.] [돌발 퀘스트 ? 새로 사귄 친구를 소개하라!] [당신과 볼란타 부족의 친분은 이미 유명합니다. 하지만 부족장들은 당신의 호의가 그저 볼란타 부족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닌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에 새로 사귄 푸르마 부족의 친구가 있음을 강조하십시오. 다른 부족장들에게는 호감을, 그리고 늙은 여우에게는 확신을 심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본래라면 오웬은 독침을 와카나 투사이 앞에 내밀며, 정정당당하지 못한 암살 시도에 대해 따져 물을 생각이었다. 필요하다면 푸르마의 바르토자를 증인으로 내새워 그녀를 거세게 몰아붙이려 했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상태창 씨의 방법이 옳아. 자칫하면 바르샤 부족 전체가, 자신들을 모욕하고 있다고 여기며 반발할지도 모른다.’
조금만 영역을 침범해도 서로 피 터지게 싸우는 부족들이었지만, 외부의 적 앞에서는 아무래도 강하게 단합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오웬은 충실하게 상태창 씨의 퀘스트를 따르며, 마침내 온건한 방법으로 휴전 협정을 끌어내기에 이른 것이다.
“호오…….”
다행히도 와카나 투사이는 다 되어가는 휴전 협정에 어깃장을 놓는 만행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카라잔의 늙은 여우가 독침이나 바르토자의 고발을 두려워했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부족장들을 열심히 설득하는 동안, 그녀는 대단히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오웬을 지켜보고 있었으니까.
지금에 와서 오웬의 추측하기에, 와카나 투사이는 당분간 힘의 소모를 피하고 내실을 다지기로 결심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최근 오웬과 친분을 맺으며 이런저런 교역의 이점을 차지하던 볼란타가, 근방의 해수들까지 성공적으로 소탕하며 어느새 카라잔에 버금가는 세력으로 급부상하는 중이었으니까.
어쨌든, 성공적인 휴전협정 후 이런저런 뒤처리까지 끝낸 오웬은, 추수감사절로부터 정확히 1주일이 지나서야 겨우 남부 전선을 떠날 수 있었다.
* * *
히히힝!
“워워,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가지.”
갑자기 말을 세우며 오웬이 지시하자, 뒤따라오던 병사가 의아한 듯 물었다.
“네? 하지만 저하. 아까 점심 식사를 하며 이미 한차례 쉬지 않았습니까? 황도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까마득합니다.”
“우리 같이 힘만 센 무식쟁이들 사정만 생각하면 안 되지. 병약하신 바트 사제님도 함께 계시지 않나?”
오웬의 지적에, 병사가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아, 그건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사제님은 긴 여행길이 무척 힘드실 겁니다.”
오웬은 현재 열댓 명의 병사들과 포교단 일부를 데리고 황도로 귀환하는 중이었다.
신성제국 1황자의 행렬치고는 대단히 초라했지만, 전선에서 함부로 병력을 빼돌릴 수는 없는 일.
거기다 오웬 자신이 전선에서 가장 강한 전력에 속하다 보니, 따로 많은 호위 인력을 둘 필요도 없었다.
그런 그들의 뒤를 작은 마차 하나가 따라오고 있었다. 남부 전선의 살아 있는 성인이라 알려진 바트 사제의 마차였다.
언제는 돌아가라 돌아가라, 노래를 불러도 꿋꿋하게 전선에 눌러앉아 있더니만, 이번에는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오웬과 함께 황도로 돌아가기로 한 것이다.
“바트 사제님은 간혹 뵐 때마다 늘 불안해 보이지 말입니다. 그냥 전선에 남아 계시는 쪽이 좋지 않았겠습니까?”
“모르는 소리. 남부의 환경이 사제님의 건강에 무척 해롭다지 않나. 이참에 우리를 따라 올라가시는 쪽이 사제님의 건강에도 훨씬 좋을 거야.”
오웬은 말에서 내리며 느긋하게 대꾸했다.
“그러니 서두르지 말지. 이미 휴전 협정도 끝났겠다, 시간적 여유는 충분하다고.”
오웬은 이미 시슬레로부터 로건과 함께 키프로스로 떠난다는 서신을 받은 뒤였다. 아무리 서둘러 봐야 결국 그들과 엇갈리게 될 테니, 굳이 무리해서 길을 재촉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 막내의 얼굴을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지만…….’
지난 몇 년간 힘들게 인내해 왔으니, 그리움을 조금 더 달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어차피 황궁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만나게 되겠지. 두 사람이 키프로스에서 돌아올 때까지 충분이 오랜 시간 머물 예정이니까.
‘황도에 도착하면 바로 원숭이 망루에 들러 뉴비의 행방부터 수소문해 볼까?’
오웬의 뇌리에 작은 아기 산양의 뚱한 표정이 스쳐 지나간다.
뉴비 녀석, 우리에게 제대로 말은 안 했지만 뭔가 팍팍하게 사는 눈치였단 말이지. 오웬이 그를 찾아내면 분명 어떻게든 도와줄 방법이 있을 터.
‘아, 하지만 일단은 가족들 얼굴을 먼저 봐야지!’
아버님과 아멜리아, 그리고 쌍둥이들을 만나서 실컷 회포부터 풀자! 기회가 되면 겸사겸사 망나니 모레스 녀석도 들여다보고.
‘흠. 이렇게 생각해 보니, 역시 모레스도 조금은 그리운 것 같단 말이야.’
그렇게 얄미운 놈이라도, 막상 얼굴을 마주한다고 생각하니 무척 기대가 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이토록 설레고도 즐겁기만 한 것이다.
그렇게 혼자서 싱글싱글 웃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마침 옆으로 바트 사제를 전담하는 수행원이 지나가기에, 오웬은 그를 재빨리 불러 세웠다.
“이봐. 바트 사제님은 좀 괜찮으신가? 왜 휴식 중에도 좀처럼 마차 밖으로 나오지 않으시지?”
“헉! 저하?”
그러자 수행원은 왠지 과하게 놀라며 부산스럽게 눈동자를 굴렸다.
“식사는 제때 잘 가져다 드리고 있는 거겠지?”
“여, 염려 마십시오. 제가 잘 챙기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이왕 휴식하고 있으니 잠시 바람이라도 쐬시자 전해드려 주겠나?”
“그것이, 저, 폐… 사제님께서는 지금… 주, 주무시고 계십니다!”
“뭐?”
오웬의 눈썹이 꿈틀 솟아올랐다.
“지금 사흘 내내 주무신다는 답뿐이군. 그게 말이 되나? 어떻게 사람이 매시간 잠만 잘 수 있단 말이야?”
“하지만 저, 정말로 주무시고 계신 것을 어찌합니까?”
“이 사람 좀 보게. 안 그래도 몸이 약하신 분인데, 사람이 계속 깨어나질 못하면 이상하다고 생각해야지! 지금은 괜찮으신 건가? 잠시 내가 보러 가…….”
오웬이 마차를 향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자, 혼비백산한 수행원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아아아, 아닙니다! 갑작스러운 여행으로 무척 피곤하니 휴식을 방해하지 말라고 폐, 사제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음?”
“감히 저하의 앞길을 막아 송구하옵니다! 하나 바트 사제님께서! 절대! 절대! 깨우지 말라고 하신 터라……!”
수행원은 필사적이었다.
만일 지금 1황자가 마차 문을 열게 되면 어찌 되는가. 성황의 영혼이 임하지 않아 맥이 완전히 멎어 있는 호문클루스를 마주하게 되리라.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래?”
한데 완강하게 마차로 향할 것만 같았던 1황자가, 우뚝 발걸음을 멈추고는 고개를 끄덕이는 게 아닌가!
“뭐, 알았네. 사제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셨다면야. 뭐든 본인의 의사가 제일 중요한 거지.”
“그… 네?”
“생각해 보니 예전에 한창 전선의 상황이 다급할 때도, 사제님은 늘 한나절 이상을 죽은 듯이 잠만 주무시곤 했었어. 그리 이상할 것도 없군.”
툭툭.
오웬은 당황한 수행원의 어깨를 두드리며 나직하게 덧붙였다.
“그나저나 자네 말이야. 요 며칠간 점점 살이 찌고 있지 않나? 꼭 한 끼에 두 사람 분을 먹어치우는 사람처럼 말이지.”
“……!”
“자네만 챙겨 먹지 말고, 사제님의 식사도 제대로 챙겨 드리게. 알겠나?”
바짝 얼어붙은 수행원은 그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1황자는 사람이 예리한 건지 둔한 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하며.
* * *
그렇게 해서 전선을 떠난 지 대략 보름이 경과한 후, 오웬은 보무당당하게 황도로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그런 오웬을 맞이한 것은, 화려하게 준비된 개선식과 황도 신민들의 거대한 함성이었다.
“와아아아!”
“남부 전선을 지키는 불패의 영웅!”
“오웬 저하 만세!”
오웬은 순간 완전히 압도당하고 말았다.
얼핏 개선식이 있을 거라는 소식은 들었지. 하지만 이런 풍성한 환대를 생각지도 못했던 오웬은 조금 당황하며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알록달록한 꽃과 리본으로 장식된 건물들. 대로를 따라 길게 도열하며 예를 갖추는 근엄한 황도 수비대의 모습.
그리고 손수건을 흔들며 소리 높여 외치는 신민들의 물결.
“이건…….”
알 수 없는 감정이 울컥 치솟아 오른다.
오웬은 지금껏 성황을 아버님이라고 친근하게 불러왔다. 다른 황자?황녀들과도 친형제처럼 허물없이 지내곤 했지.
어디 그뿐인가. 오랜 시간 부대껴 온 남부 전선의 병사들은 어느새 진심으로 그를 따르고 있다.
그럼에도 오웬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이 성황가의 황자로서 떳떳하게 대우받을 수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황도의 모든 이들이 그를 자랑스러운 성황가의 1황자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나는 어느 샌가… 정말로 성황가의 일원이 된 거야!’
바로 그때, 오웬의 눈앞에 뾰롱 하고 새로운 퀘스트 창이 떠올랐다.
[깜짝 퀘스트 ? 신성제국 1황자로서 부끄러움 없는 모습을 보여라!] [신민들은 당신에 대해 무척 궁금해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타지에서 명성을 떨쳐왔으나, 정작 신민들의 앞에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수수께끼의 황자였으니까요. 자, 바로 지금입니다! 어깨를 쭉 펴고 이 자리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지위와 명성을 과시하십시오. 비록 당신의 너저분한 차림새는 아무리 좋게 봐줘도 황자의 그것과는 거리가 있습니다만, 당당하게 뿜어내는 강한 자신감은 이 모든 흠을 덮고도 남음이 있을 테지요.] [보상 : 2P 캐시] [*본 상품은 판게아 클로니클 상점 창에서 사용 가능합니다.]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아, 이런 솔직하지 못한 상태창 씨 같으니. 그냥 자신감을 가지라고 간단하게 격려해 줘도 될 텐데.
척척척.
오웬이 상태창의 지시대로 어깨를 펴고 말을 몰자, 대기하고 있던 황도 수비대가 일제히 그의 뒤로 따라붙으며 초라한 규모의 행렬을 감춰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