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ren of the Holy Emperor RAW novel - Chapter (373)
성황의 아이들-373화(373/469)
373. 모레스 탐구 일지 (1)
처음 모레스를 만났던 날을 오웬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를 싸늘한 회색 눈으로 쏘아보던, 어딘가 귀티가 흐르는 통통한 아이.
-이건 또 뭐지?
아이러니하게도, 모레스는 오웬이 만난 사람들 중 가장 황족다운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근본 없는 시골 무지렁이를, 진짜 가족처럼 허물없이 대해주는 다른 성황가 사람들이 어딘가 이상한 것일 테니까.
-오웬 록우드. 다 죽다 살아난 놈이, 용케 여기까지 기어들어 왔구나.
성황가에 완전히 입적한 이후에도, 모레스는 고집스럽게 그를 ‘록우드’라고 부르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었다.
그가 대체 자신의 본래 성을 어떻게 알았던 걸까? 오웬이 자신의 진짜 성을 언급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똑똑히 기억해 두라고, 이 멍청한 놈아! 앞으로도 내가 네 녀석을 형님이라고 부르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야. 너 같은 애송이가, 감히 이 몸에게 그런 대접을 받길 기대하는 건 아닐 테지?
그를 마주할 때마다 모레스가 내뱉는 싸늘한 말들.
이쯤 되니, 황도 귀족 문화에 문외한이었던 오웬조차도 알 수 있었다.
모레스 저 자식, 인성이 정말 개판이구나.
* * *
그랬었는데 말이지…….
‘모레스 녀석, 의외로 인간관계가 좋은 거 아냐?’
최근 들어 오웬은 그런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매일같이 본궁을 들락거리며 녀석을 관찰하고 있자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앓아누운 3황자를 걱정하며 임시 치료실을 찾아오는 것이다.
저 딱딱해 보이는 근위대 기사가 대표적인 예였다.
“저하, 오늘은 몸이 좀 어떠십니까?”
“아주 좋아, 마리아 경. 아버지가 잘 치료해 주시거든. 그나저나 매번 여기로 오지 않아도 된다니까 그러네.”
“아닙니다. 저하를 호위하는 것이 저희 상주기사들의 임무인 것을요.”
“본궁에도 근위대 기사들이 있잖아? 이참에 유급휴가다, 생각하고 연무장에서 수련들이나 해. 난 신경 쓰지 말고.”
기껏 찾아온 기사를 대하는 모레스는 언제나처럼 퉁명스러웠다. 적어도 오웬이 보기에는 그랬다.
“대체 이게 무슨 쓸데없는 인력 낭비야? 게다가 최고참인 경이 자꾸 날 찾아오니까, 다른 상주기사들도 안절부절못하면서 경을 따라 본궁을 들락거리는 거 아냐?”
한데 그런 모레스의 대꾸에, 기사가 빙긋이 미소를 보이는 게 아닌가.
“와병 중에 저희 상주기사들의 처지까지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도 저하를 많이 걱정했습니다.”
“…아니, 뭐.”
오웬은 도통 그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체 어떻게 모레스 녀석의 말을 저런 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거지?
“저하. 전에 이르신 대로 새로운 맛집 리스트를 뽑아뒀습니다.”
주근깨가 가득한 기사 또한 최근에 오웬이 자주 보는 얼굴이다. 그녀는 특히 기억에 강렬하게 남았는데, 아직은 앳된 얼굴에 3황자에 대한 숨길 수 없는 호감과 충성심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특히 얼마 전 문을 연 아나톨리아식 디저트 가게가 인기라고 하죠. 제가 어제 직접 가 봤는데, 최고급 브르타뉴 과자점과 비교해도 절대 떨어지지 않더라고요.”
“음, 디저트 가게?”
모레스가 눈썹을 슬쩍 찌푸린다. 발랄하게 말을 건네는 기사와 비교하면 확연한 온도 차였다.
“디저트류는 그다지 재미없는데. 클로디아 경. 혹시 거기에 식사가 될 만한 메뉴도 있던가?”
그런데도 기사는 뭐가 그리 좋은지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아마 있을 겁니다. 없으면 새 메뉴를 만들어 달라고 하면 되죠! 헤헤, 포장이 되는지도 한번 알아볼까요?”
그녀와 비슷한 빈도로 찾아오는 청년 기사도 하나 있었다. 이마 위에 크게 찢어진 흉터 탓일까, 어딘가 성격 더러워 보이는 청년이었다.
그런 그가, 답지 않게 어색한 표정을 하고서 쭈뼛거리며 모레스에게 물어오는 것이다.
“저하의 말씀대로… 최근에는 단장님 밑에서 매일같이 수련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이제 저의 밝기는 좀 어떻습니까? 눈에 띄는 변화가 있습니까?”
척 보기에도 그리 사회성 좋아 보이지 않는 친구였는데, 나름대로 꽤나 용기를 내서 물어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모레스가 대놓고 그에게 면박을 주는 게 아닌가.
“그게 무슨 엉뚱한 소리지, 칼멘 경? 오러 연공과 밝기가 대체 무슨 상관인데? 최근에 자네가 수련이 너무 과했나 보군. 그런 헛소리를 다 하다니.”
“네? 우씨! 하지만 분명 저하께서……!”
“뭐? 우씨? 우씨이? 자네, 거기 잠시만 있어봐. 에디스가 어디 갔지? 분명 아까까지 여기 있었는데…….”
“흡! 아닙니다! 이만 수련하러 가보겠습니다, 저하!”
“왜? 차 한 잔 줄 테니 천천히 마시고 가지?”
“괜찮습니다! 제가 실언했습니다!”
바짝 군기가 든 청년이 정 자세를 잡으며 식은땀을 흘린다.
그런 그에게 모레스가 꼰대 선배 기사라도 된 것처럼 잔소리를 덧붙였다.
“그래, 더 열심히 정진하라고. 나와 오러의 밝기에 관해 논하려면, 적어도 경이 안정적으로 외기를 뿜어내는 수준은 되어야 하지 않겠냔 말이야.”
“하지만 전에는…….”
“전에는 뭐?”
“…….”
“뭐? 왜? 뭐?”
“…아무것도 아닙니다.”
청년 기사는 대단히 당황한 얼굴로 임시 치료실을 떠났다.
저렇게 얼굴을 붉혀가면서도 줄기차게 이곳을 드나들다니, 정말 성격 한번 이상한 친구였다.
“그런데 너 말이야.”
갑자기 모레스가 오웬을 향해 시선을 돌리자, 그때까지도 멍청히 턱을 괴고 있던 그가 움찔 놀라며 고개를 들었다.
“응?”
“너는 그렇게 할 일이 없냐? 오랜만에 돌아왔으면 이런 저런 사교 모임도 나가고, 좀 더 황도에서의 네 입지를 공고히 할 생각을 해야지. 왜 허구한 날 여기서 뒹굴거리고 있어?”
그때서야 문득 오웬은 깨달았다.
생각해 보면 자신 역시, 좋은 소리 못 들으면서 매일같이 임시 치료실에 드나드는 사람 중 하나였던 거다!
“아…….”
오웬은 잠시 충격에 휩싸였지만, 곧 자신의 목적을 상기하고는 주머니에서 금빛 엘릭서를 꺼내 들었다.
최근 그가 매일같이 본궁을 드나드는 이유. 그것은 어디까지나 모레스에게 궁극의 엘릭서를 먹이겠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자, 모레스. 이걸 봐봐. 금빛으로 빛나는 이 찬란한 약을. 마치 꿀처럼 달콤해 보이지 않냐?”
“…또 그 얘기냐.”
소년이 완전히 질린 얼굴을 했다.
“싫어. 내가 안 먹는다고 했잖아.”
“이거 정말 좋은 거라니까? 내가 어렵게 구한 거야. 한입, 그냥 한입만… 아니, 맛만 보면 안 돼?”
“그렇게 좋은 거면 네가 다 먹든지.”
“아, 진짜……!”
벌써 며칠째 허탕인지 모른다.
이쯤 되면 그의 성의를 봐서라도 한 번쯤 귀 기울여 볼 법 하건만, 고집불통인 모레스 녀석은 도통 요지부동이었다.
‘이대로는 정말로 기약이 없어!’
차라리 몰래 먹여볼까? 오웬은 잠시 그렇게 갈등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약이라고 해도 상대방의 동의 없이 무작정 먹인다면, 그게 독살 시도와 무엇이 다른가.
거기다 모레스의 곁을 절대 떠나지 않는 마사인 경도 문제였다. 조만간 데카론 나이트가 될 거라는 소문이 파다한, 전직 기사단장.
비록 오웬이 현재 남부 전선의 영웅이라는 찬사를 듣고 있더라도, 저 인간 몰래 모레스의 식사에 엘릭서를 섞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
지금도 보라고.
마사인 경은 어쩐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오웬의 손에 들린 엘릭서를 빤히 바라보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엘릭서의 출처를 의심하는 모양인데.
‘결국은 모레스 본인을 직접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는 뜻이지.’
그나저나 이게 왜 그렇게까지 싫다는 거지? 이건 궁극의 엘릭서란 말이야. 모든 상태이상은 물론, 사망 페널티까지도 날려버리는, 무적의 회복 아이템이라고!
“아, 이거 정말 좋은데!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네!”
답답해진 오웬이 가슴을 쾅쾅 두드리자, 모레스가 어이없어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멍청이냐.”
그렇게 그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본궁 사용인 하나가 모레스의 늦은 점심 식사를 가져왔다.
오웬이 호기심에 트레이를 들여다보니, 그곳에는 어쩐지 묘한 향을 풍기는 묽은 수프가 올려져 있었다.
”이거 맛있냐? 환자식치고는 좀 자극적인 냄샌데?”
썩 먹음직스러워 보이지 않기에 물었더니, 의외로 순순한 대답이 돌아온다.
“곰 고기가 들어가서 그래. 익숙해지면 먹을 만해.”
“아, 그렇구나.”
오웬은 조금 신기한 얼굴로 모레스를 바라보았다.
귀찮은 기색이 역력한데도 자신의 질문에 어떻게든 반응해 주는 걸 보면, 확실히 어딘가 변한 것 같기도 하고.
‘신기하네. 이 녀석과 이렇게 평화롭게 지낼 수도 있다니.’
그러니까 아마도 계속 옆에서 말을 붙이게 되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곰 고기? 모레스, 너 그런 거 좋아하냐? 전에는 매일 단것만 달고 살더니만.”
“무슨 실없는 소리야? 당연히 좋아하니까 먹는 거지.”
“그래? 근데 너, 왜 먹으면서 그렇게 인상을 쓰냐?”
오웬이 긴가민가하며 되물었다.
정말 좋아하는 거 맞나? 억지로 삼키고는 있지만, 어쩐지 속이 많이 불편해 보이는데.
‘게다가 어째 아까보다 기운이 없는 것 같은…….’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였다.
챙그랑!
요란한 소리와 함께 스푼이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모레스가 집어던진 게 아니라, 순전히 힘 빠진 손에서 식기가 미끄러져 떨어진 것이다.
“저하!”
“모레스!?”
앉은 채 비틀거리는 모레스를 보며 두 사람이 기겁하는데, 집무실에서 바로 달려온 성황이 소년에게 곧장 강대한 신성력을 쏟아부었다.
파아아아-
임시 치료실이 순식간에 환한 빛에 휩싸인다.
“모레스, 괜찮으냐?”
잠시 후.
성황의 걱정스러운 물음에, 방금까지도 숨이 넘어가던 녀석이 반짝 눈을 뜨더니 반갑게 알은척을 했다.
“…어, 아버지. 오셨습니까?”
그러고는 이내 멀쩡한 얼굴이 되어, 엉망이 된 바닥을 보며 혀를 차는 것이다.
“아, 아까운 곰 고기 수프…….”
그 태평한 꼴을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울컥! 속이 뒤집어졌다.
“모레스, 너 인마!”
오웬은 저도 모르게 소년에게 버럭 소리를 치고 있었다. 예전의 그였다면 절대 상상하지도 못했을 일이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수프가 문제냐? 괜찮은 척 꾸역꾸역 먹을 생각만 하지 말고, 아프면 아프다고 미리 말을 좀 하란 말이야! 네가 그러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뭐가 되냐! 어엉?”
“음? 하지만 아까는 별로 안 아팠는데.”
“아, 이놈 자식이 그래도……!”
끄아아아-!
오웬이 급격히 상승하는 혈압을 느끼며 뒷목을 감싸 쥐자, 어떻게 알았는지 성황이 그에게 다가와 슬그머니 신성력을 쏟아주었다. 마치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듯 침착한 태도였다.
화아아-
어쩐지 익숙한 느낌을 주는 신성력에 묘한 기분이 되어 있는데, 성황은 연이여 곁에 있는 마사인 경을 향해서도 신성력을 쏟아냈다.
그러자 마사인 경이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사의를 표했다.
“감사합니다, 폐하. 덕분에 최근에는 만성위염이 한결 좋아졌습니다.”
오웬은 어쩐지 알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체 그간 모레스가 얼마나 마음고생을 시켰으면, 상급 기사 정도 되는 강력한 오러 유저에게 만성위염이 다 생기는 거지?
* * *
결국 오늘도 모레스에게 엘릭서 먹이기에 실패한 오웬은, 조금 착잡한 심정으로 임시 치료실을 나섰다.
한데 그가 본궁 로비를 막 벗어나려 할 때였다.
“으아아악! 살려주시오!”
저 멀리서 제법 익숙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황도에서 여간해서는 들을 일 없는, 바르샤 소수 부족의 비명이었다.
“대체 언제 돌아오는 거요, 오웬이여어어!”
아, 바르토자. 저 녀석을 잊고 있었군.
오웬은 혀를 차며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발길을 돌렸다.
결국 와카나 투사이의 눈에 띄고 만 겁쟁이 바르토자는, 대부족회의가 끝나자마자 극심한 공포에 시달렸다.
그래서 오웬의 바짓가랑이를 잡고서 절절하게 매달려 온 것이다. 부디 황도로 돌아가는 길에 자신을 데려가 달라고.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매일같이 안절부절못하며 오웬의 뒤를 따라다니던 그는, 지금 황궁 안뜰에서 거대한 늑대에게 깔려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이것 좀 보시오, 오웬! 델크로스의 부족장이 이렇게 무지막지한 괴물을 기르고 있소오오오!”
괴물이라니. 조금 덩치가 크긴 하지만, 평범한 늑대가 아닌가.
오웬이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자, 바르토자를 신나게 가지고 놀던 늑대가 고개를 들어 오웬의 냄새를 맡았다.
킁킁!
그러더니 곧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늑대가 갑자기 주둥이를 젖히며 허공을 향해 구슬프게 울어대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우우우우-!
도통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오! 오웬이여! 푸르마의 오랜 친구여!”
그사이에 바르토자는 허겁지겁 도망쳐 오웬의 뒤로 숨었다. 푸르마 부족의 원수를 갚겠노라 찾아온 게 엊그제 같은데, 볼수록 태세 전환이 빠른 놈이었다.
아우우우-! 끼잉! 끼이잉!
“오웬이여! 제, 제발 저 괴물을 어떻게 좀 해 주시오!”
앞에서는 늑대가 시끄럽게 울어대고, 뒤에서는 성가신 바르토자가 벌벌 떨며 달라붙어 있는 상황.
오웬은 난감하게 머리를 긁적였다.
“황궁 안뜰에 왜 늑대가 멀쩡히 돌아다니는 거지? 위험하지 않나?”
본궁 근위대 기사들이 가만히 두는 걸 보면, 혹시 황궁의 누군가가 기르는 놈인가 싶기도 하고.
긴가민가하고 손을 내밀었더니, 늑대가 거짓말같이 울음을 멈추고서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곤 오웬의 손에 코를 들이밀며 또다시 킁킁 냄새를 맡는다. 살벌한 외양과는 달리, 사람에게 공격적인 녀석은 아닌 모양.
“어? 신기하네요? 막스가 처음 보는 사람에게 그렇게 살갑게 구는 놈이 아닌데?”
그때, 커다란 개 밥그릇을 든 시녀 하나가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오웬에게도 안면이 있는 모레스의 전담 시녀였다.
“아마도 저하로부터 모레스 황자님의 냄새를 맡았나 봅니다.”
“모레스의 냄새?”
“네, 저하. 이 늑대개는 모레스 저하께서 기르시는 개입니다.”
“그래?”
목덜미를 쓱쓱 쓰다듬어 주자, 늑대개는 그의 손길을 피하지 않고 호박색 눈으로 빤히 오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꼬리를 치거나 살갑게 치대는 기미는 없었다. 그저 주인과의 친분을 생각해 이 정도는 참아 주겠다는 듯한, 고고한 태도에 가까웠다.
‘그렇게 생각하니, 어쩐지 모레스 녀석이랑 닮은 것 같기도 하고…….’
달칵.
에디스가 밥그릇을 바닥에 내려놓자, 늑대개는 툭 하고 오웬의 손을 떼어버린 후 느긋하게 식사를 시작했다. 개치고는 정말로 희한한 놈이었다.
“거, 쉽지 않는 녀석이군.”
“네, 막스는 사람을 정말로 우습게 압니다. 저 바르샤인만 해도 그렇잖습니까? 조금이라도 어설픈 모습을 보이면, 단숨에 막스의 장난감 취급을 받죠.”
???.
개의 식사가 끝나길 기다리는 동안, 에디스는 오웬에게 이런저런 사정을 들려주었다.
“모레스 저하께서 한동안 자신으로부터 막스를 멀리 떼어놓으라고 지시하였습니다. 그때부터 막스가 본궁 안뜰로 와서는 저하를 찾으며 울고 있어요.”
그 모레스가 개를 키우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 했다. 주인을 애타게 찾는 걸 보면, 무척이나 귀여워한 것 같기는 한데.
“그런데 왜 개만 떼어놓나? 병상에 있다고는 해도, 다들 잘만 모레스를 찾아오던데.”
“듣기로는 막스가 저하의 오러에 대단히 민감하기 때문이라는 모양입니다. 그러니 덩달아 영향을 받아 아프게 될까 걱정하시는 거겠죠.”
“오러에 민감해?”
의외의 대답에, 오웬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그런데 이어지는 시녀의 설명은 더더욱 황당한 것이었다.
“네, 저하. 막스는 모레스 저하의 오러를 빌어 커다랗게 변신한다고 하거든요?”
“변신… 뭐라고……?”
도무지 듣고도 무슨 소린지 이해할 수가 없다.
오웬이 어안이 벙벙해져 있는데, 에디스가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설명을 덧붙였다.
“예, 저하. 변신합니다. 바로 이 개야말로, 세간에서 칭송하는 주신의 신수, [바람]이랍니다.”
…어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