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ren of the Holy Emperor RAW novel - Chapter (390)
성황의 아이들-390화(390/469)
390. 충돌 (7)
“저 망둥이 녀석! 감흥 없는 저 표정 좀 보십시오!”
한편, 복도로 끌려나온 오웬은 쉽게 진정하지 못하며 씨근덕거렸다.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해야 할 황궁에서, 하필이면 화재 사고에 휘말릴 뻔하다니!
일전에 꿨던 악몽이 갑자기 떠오른 탓도 있었다. 검붉은 불꽃같은 오러를 온몸에 휘감은 채, 화마로 뒤덮인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던 한 소년의 모습.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러 흐릿한 인상만이 남았지만, 당시는 어쩐지 그 소년을 뉴비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그 꿈속의 광경에 지금의 모레스가 겹쳐 보이는 듯 느껴져, 치밀어 오르는 불안감을 주체할 수 없어진 거다.
“이참에 단단히 주의를 줍시다, 형님! 저 사고뭉치 녀석이 다시는 불장난을 시도할 엄두도 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해요!”
“하하.”
펄펄 뛰는 오웬을 복도 끝으로 인도한 마사인이 작게 웃음을 흘렸다.
“그쯤 했으면 모레스 황자님도 잘 알아들었을 겁니다. 그러니 그만 진정하십시오.”
“하지만!”
“다 이해합니다, 저하. 저하께서 화재 사고를 어찌 느끼시는지 저도 모르지 않습니다.”
“윽……!”
마사인이 인내심을 가지고 거듭 달래자, 오웬은 마지못해 입을 다물게 되었다.
따지고 보면 마사인 경이야 말로 어젯밤의 사건을 수습하느라 고생한 장본인이 아닌가. 뒤늦게 달려와 그에게 성질을 내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형님 앞에서 제가 추태를 보였군요. 면목 없습니다.”
“아닙니다. 다 한 식구가 아닙니까? 화내는 것이 당연합니다.”
생각보다 부드러운 대답이 돌아오자, 오웬이 멍청히 그를 바라보았다.
기분 탓인가? 어쩐지 마사인의 태도가 전과 달리 묘하게 풀어진 느낌이 든다.
“제가… 조금 주제넘게 화를 내긴 했죠.”
급격히 풀이 죽은 오웬이 자신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럭저럭 친근하게 부대끼고는 있지만, 자신이 정말로 성황가의 핏줄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은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유독 혼자서 길길이 뛰는 꼴이 남들 눈에는 어찌 보였을까.
‘특히나 마사인 형님은 유난히 모레스를 아끼고 있으니까.’
그러자 마사인이 정색을 하며 고개를 젓는다.
“주제넘다니, 전혀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하께서 그리 역정을 내신 것도 모두가 모레스 황자님의 안전을 위해서가 아닙니까?”
“그…….”
의외의 반응이었다. 안 그래도 아이러니하게 뒤바뀐 입장 탓에, 지금까지 미약한 거리감을 가지고 있던 두 사람이 아니었던가.
며칠 전만 해도 엘릭서를 두고서 오웬에게 미심쩍은 눈초리를 보내오기도 했고.
그런데 지금 그를 바라보는 마사인 경의 표정은 어떠한가. 경계심은 온데간데없고, 어딘가 후련해 보이기까지 하다.
아마도 하고 싶었던 말을 누군가가 대신 시원하게 쏟아내 준 덕분이겠지만, 오웬이 미처 그런 사실을 알 도리가 없었다.
“이곳에서 오래 지내다 보면, 오히려 쓴소리를 아끼지 않는 이의 존재가 더욱 소중해지는 법입니다, 저하.”
마사인은 만면에 평온한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
“모레스 저하께서도 내심은 그리 생각하실 겁니다. 저리 철없어 보여도 의외로 날카로운 구석이 있으시거든요.”
“…모레스가 말입니까?”
“네. 황궁의 생리를 본능적으로 아는 분입니다. 이곳에서는 여상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자가 가장 무서운 법이니까요.”
“그렇…군요.”
오웬은 떨떠름하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웃는 사람이 무섭다니. 형님이 어린 시절에 겪은 황궁은, 대체 어느 정도로 무시무시한 복마전이었단 말이지?
한데 공교롭게도 잠시 후, 오웬은 그 ‘여상하게 웃으며 다가오는 자’의 표본를 만날 수 있었다. 점잖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는 초로의 남자 하나가 그들을 찾아왔기 때문.
바로 로건의 외조부인 카프란 추기경이었다.
“모레스 황자님을 뵙습니다.”
고위 사제임에도 어린 황자에게 과하게 정중한 예를 보인 남자는, 연이어 마사인과 오웬을 향해서도 고개를 숙여 보였다.
“마사인 님, 그리고 오웬 황자님을 뵙습니다. 두 분께서 이렇게 함께 계신 모습을 보게 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어딘가 묘한 뉘앙스를 풍기는 인사다.
적장자지만 황위 계승권을 잃은 마사인과, 표면적으로는 계승권을 가지고 있지만 성황가의 피를 잇지 않은 오웬. 굳이 두 사람을 묶어서 언급할 필요가 있었을까?
“두 분께서 이리 깊은 우애를 보이시니 참으로 보기 좋지 않습니까. 성황 폐하께서도 무척 기뻐하실 테지요.”
그저 오웬의 기우는 아닌 모양이었다. 그 말을 듣고 있던 마사인의 표정이 조금 굳어졌으니까.
카프란 추기경. 그는 흠잡을 데 없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왠지 사람을 묘하게 기분 나쁘게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갑자기 각하께서 이곳엔 어쩐 일이십니까? 저하의 병세가 위중하시니, 사사로운 병문안은 되도록 자제하라는 폐하의 명이 있으셨습니다만.”
마사인이 의구심을 숨기지 않고 물었다.
진주궁 출입에 인원 제한을 둔 것과 마찬가지로, 본궁의 임시 치료실 역시 그러한 원칙이 적용되는 상태. 고위 사제의 출입이 금지된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가 대놓고 이리 경계심을 드러내는데도, 카프란 추기경은 당황하는 기색 없이 부드럽게 입매를 휘어 보인다.
“감히 폐하의 명을 어길 생각은 없습니다. 외람되오나, 마사인 님. 저는 병문안차 이곳에 들른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그저 성회의 의견이 하나로 모여, 대표로 모레스 황자님께 이를 전해 드리러 온 것뿐이지요.”
카프란 추기경의 눈이 다시 모레스에게로 향했다. 어딘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푸른빛의 눈동자에, 일순 미약한 불편함이 빠르게 어렸다 사라졌다. 황자로부터 꺼림칙한 기운을 강하게 감지한 까닭이었다.
“성회는 저하께 다음의 사항을 요청 드리는 바입니다. 우선…….”
능숙하게 표정을 갈무리한 카프란 추기경이 담담하게 자신의 용건을 읊어나가기 시작했다.
대충 ‘성회가 어떠어떠한 점을 걱정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이러저러한 것을 모두의 앞에서 증명해 달라’라는, 뭐 그런 식의 장황한 설명들을.
그 따분한 이야기를 한 귀로 흘려들으면서 오웬은 멍하니 이런 생각을 했다.
‘…로건이랑 어딘가 닮은 것 같으면서도 완전 달라 보이는 사람이군. 앞으로도 썩 호감이 생길 것 같지는 않단 말이지.’
그런데-
“나 참, 어처구니가 없어서.”
그의 용건을 모두 전해들은 모레스의 반응이 뜻밖이었다.
소년은 뚱한 얼굴로 잠시 남자를 쳐다보더니, 이내 불쾌한 표정으로 코웃음을 쳤던 것이다.
“성회도 참 시답잖은 요구를 하잖나. 다들 미친 건가? 적반하장이 따로 있지. 내가 황도를 악마종으로부터 구한 영웅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들 있을 텐데?”
예상치 못한 강한 반발. 게다가 영웅이라니? 본인 입으로 직접 그런 소리를 한다고?
‘저 녀석이 뭘 잘못 먹었나? 갑자기 왜 저래?’
오웬은 당황하며 그가 하는 양을 바라보았다.
황궁에 돌아와서 모레스와 마주한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지만, 최근에 녀석은 저런 성격이 아니었잖아?
“어떻게 생각해, 카프란 추기경? 내가 지금 화나게 생기지 않았나? 아무리 생각해도 불쾌감을 참을 수 없군!”
한데 지금은 어떤가. 턱을 한껏 치켜들고서 오만한 표정으로 사람을 깔아보는 것이, 영락없이 옛날의 망나니 모레스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다들 두고 보라고! 아버지가 기도실에서 나오시는 대로, 내 성회가 보인 방자함에 대해 낱낱이 일러바칠 테니까!”
“…송구합니다, 저하.”
그러자 카프란 추기경은 잠시 모레스를 빤히 살피더니, 이내 철없는 어린애를 보듯 애석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모든 것은 어리석은 저희들의 불찰이오니, 부디 성회의 요청에 너그러이 응해 주십시오.”
“물론이야. 난 그런 자리에 겁쟁이처럼 몸을 사리지 않는다고.”
“감사합니다. 하면 성회에는 저하의 뜻을 그리 전하겠습니다.”
“그래. 잘 전해 둬. 나중에 후회하고 빌어도 소용없다고. 추기경들에게 목이나 잘 닦고 기다리라고 하지. 내 직접 가서 본때를 보여 줄 테니까!”
듣고 있던 오웬은 머릿속이 점점 혼미해졌다.
저 막돼먹은 애새끼 같은 녀석은 대체 누구냐! 너 정말 모레스야?
“……?”
한데 곁에 서 있는 마사인의 표정은 더더욱 기괴했다.
카프란 추기경이 누구인가. 신성제국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지닌 다섯 추기경 중 하나이자, 타티아나 황후의 아비이기도 하다.
한데 그런 사람에게 적절한 예의를 보이라 다그쳐도 모자랄망정, 마치 다 자란 손주를 보는 것처럼 더없이 뿌듯한 얼굴을 하고 있지 않은가!
충격과 혼란의 시간이 지나가고, 카프란 추기경은 다시 모두에게 정중히 예를 보이고는 물러났다.
한데 복도를 나서는 그의 뒷모습을 응시하는 모레스의 눈이, 어느새 본래의 침착한 빛으로 되돌아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보다 성회가 발 빠르게 움직이려 드는군. 앞으로는 ‘나대지 말라’ 공문을 다섯 추기경 모두에게 보내두는 게 좋겠다고 아버지께 건의 드려야 할까 봐.”
“……!?”
저 봐. 또 사람이 변했어!
오웬이 크게 당황하고 있는데, 마사인이 환하게 밝아진 얼굴로 모레스를 향해 성큼 다가섰다.
“훌륭하십니다, 저하! 참으로 더할 나위 없는 처신이셨습니다!”
“…엥?”
이건 또 무슨 말이람?
오웬이 멍청히 눈을 끔벅거리는데, 이어지는 마사인의 설명은 더욱 가관이었다.
“카프란 추기경은 황후마마와 함께, 알게 모르게 황궁에서 가장 저하를 견제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이에게 일부러 어리숙한 모습을 보여 방심을 유도하시다니, 역시 저하께서는 황궁의 생리를 제대로 알고 계십니다!”
그러자 모레스가 어딘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마사인을 바라보더니 퉁명스레 대꾸했다.
“무슨 바보 같은 소리를 하는 거야? 마사인 경. 나는 그런 귀찮은 짓은 하지 않아.”
“예, 그러시겠죠.”
“진짜라니까? 그냥 저치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심술을 부려 본 거뿐이야. 저 징그러운 내숭을 보고 있자니 괜히 거드름을 피워보고 싶더라고.”
“네, 다 압니다. 참으로 대견하십니다, 저하.”
“…아니, 그러니까 그게 아니래도.”
멍하니 듣고 있던 오웬은 정신이 나갈 것만 같았다. 설마 황궁은 아직도 서로가 속고 속이는 복마전이었던가? 전선을 전전하던 자신만이 지나치게 순진할 뿐이었던 건가!
그렇게 오웬이 혼란에 휩싸여 있는 동안, 모레스와 마사인은 머리를 맞대고서 앞으로의 일을 의논했다.
“그나저나 저하, 지금 확답을 주신 것은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니었을까요? 추기경들의 오랜 연륜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분명 대단히 까다롭고 어려운 증명을 요구할 테지요.”
마사인은 이런저런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 당연했다. 고위 사제들에게 노출되지 않도록 고이 보살펴 온 황자가, 이제 제 발로 그들의 소굴에 들어가게 생겼으니.
하지만 모레스의 태도는 담담했다.
“괜찮아. 내가 이단 재판부로 소환되는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성회에서 적당한 능력을 선보이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하오나 [멸악]의 힘을 증명해 보이라니요. 오러도 온전치 않은 지금, 대체 어떻게 해야만…….”
하지만 어린 황자는 무슨 근거인지, 대단히 자신만만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걱정 말라니까? 마사인 경. 나는 저들이 뭘 준비할지, 그리고 내게 뭘 요구할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까.”
* * *
그렇게 이틀의 시간이 흘러, 마침내 성회가 요구한 증명의 날이 밝아왔다.
성진은 아침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조용히 성회에 출석할 채비를 시작했다.
사락사락.
빳빳하게 다려진 짙은 잿빛의 정복을 팔에 꿰자, 선명한 은빛 검과 두 개의 갈고리가 가슴 중앙에 자리 잡는다. 성 테르바키아 기사단을 상징하는 교차하는 쇼텔의 문양이었다.
-두고 보렴. 머지않아 이 아름다운 오러는 네 강함의 상징 같은 존재가 될 거야.
철컥.
그 위로 다시 은빛의 약식 갑주를 착용하고, 마지막으로 호두까기가 매인 검대를 두른다.
-그러니 안심하렴, 모레스. 네 오러는 조금도 이상하지 않단다.
그러는 동안에도 성진의 뇌리에는 아멜리아가 해준 말들이 차례차례 떠오르고 있었다.
마기에 대해 전혀 모르는 누님이 멋모르고 한 말들이지. 아마 고위 성직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서 흠을 잡으려 시도하는 자리에서는, 이렇다 할 도움이 되지 못할 터.
‘하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성진은, 아멜리아가 했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신기할 정도로 커다란 위안을 얻고 있었다.
이런저런 걱정으로 가득했던 머릿속이, 그날 이후 오히려 환하게 맑아진 기분이랄까.
‘그래. 단순한 해결책이 최고지. 일단 부딪쳐 보자. 만약 일이 조금 틀어지더라도 무슨 상관이람? 아버지는 어차피 이렇게 될 것을 다 예상하고 계셨을 텐데.’
아마 [틈새]에서 돌아오시기만 하면, 분명 성진을 위해 적당한 핑계거리를 생각해 주실 터다.
삐걱.
채비를 마치고서 방을 나서자, 그 앞에는 벌써부터 마사인과 오웬이 초조한 얼굴로 성진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옆에는 예의 성기사 또한 자리하고 있었다.
‘프란시스 아젠.’
성황이나 카트리나가 부재할 경우, 성진에게 생기는 일체의 종교적, 법률적 문제를 위임받는 자.
성진을 맞이하는 그의 눈에 옅은 당혹감이 스쳐 지나간다. 성진이 풍기는 마기가 제법 짙어져, 이제는 프란시스처럼 무늬만 성기사인 이들도 알아차릴 정도가 된 모양.
‘이렇게 오러를 단단히 묶어두고 있는데도 말이지.’
하지만 성진은 그에 대해서만큼은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성황이 그의 편인 한, 카트리나 역시 언제까지나 그의 편이다. 그러니 단장에게 지극히 충성스러운 저 부관도 절대 자신의 독단으로 성진에게 해를 끼치지 못할 터.
“크흠!”
아니나 다를까, 작게 헛기침을 한 프란시스가 표정을 관리하며 입을 열었다.
“저하, 다시 한번 생각해 주십시오. 이번 성회의 소환은 여러 가지로 절차상의 허점이 많습니다.”
“다시 생각하면?”
“언제든 출석을 거부하실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적절한 핑계를 대며 미루다가, 폐하께서 깨어나시길 기다려 문제를 해결하는 쪽이 좋지 않겠습니까?”
“흠…….”
성진 역시 그런 생각을 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쩐지 아버지가 금방 일어나실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든다고.’
이제는 성진이 살아 숨 쉬는 한, 그의 오러에서 숨길 수 없는 마기가 계속해서 피어오를 것이다.
이 문제를 언제까지나 피하기만 해서는 답이 없었다. 오러를 계속 묶어 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게다가 아버지가 안 계신 지금이야말로, 어쩌면 역으로 성회의 반발을 확실하게 눌러 둘 기회가 될지도 몰라.’
잠시 생각을 정리한 성진은 재차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그냥 이대로 진행하지.”
“지금이라도 충분히 소환을 미룰 수 있습니다. 그 결심에 변함이 없으십니까?”
“물론이다.”
성진이 단호하게 대답하자, 프란시스는 곧 한숨을 쉬며 안경을 추슬러 올렸다.
“…성 아우렐리온 기사단원 일부를 대회의장 밖에 대기시켜 두겠습니다. 혹여 저하께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다른 이들이 지원 오는 동안 충분히 무력시위를 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그 말에 성진은 황당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워워, 이 친구가 보자 보자 하니 큰일 날 소리를 하네? 마기를 풀풀 풍기는 사람 하나를 지킨답시고, 성회에서 추기경들과 고위 성직자들을 향해 검을 들이대겠단 말이야?
“안심해. 아마도 그럴 일은 없을 테니까.”
성진은 그렇게 대꾸하며 프란시스를 지나쳤다.
철컥철컥.
걸음을 옮길 때마다 조금은 생소한 약식 갑주의 마찰음이 들려온다.
성진은 그렇게 조금은 믿음직한 세 사람을 대동한 채, 고위 사제들이 기다리고 있는 대회의장으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