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ren of the Holy Emperor RAW novel - Chapter (4)
성황의 아이들-4화(4/469)
004. 진주궁 (1)
한 번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한 몸은 빠르게 호전되었다. 음식도 죽에서 일반식으로 바뀌고, 거동할 수 있는 범위도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성진은 틈틈이 방 안에서 여러 가지 체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밖으로 뛰어나가 고강도의 유산소 운동을 하고 싶었지만, 병으로 누워 지내면서 바닥으로 떨어진 체력으로는 아직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판단이었다.
‘거기다 지금 무리하게 움직이면 바로 관절이 아작 날 것 같단 말이지…….’
한 차례 국민체조를 한 것만으로 부들부들 떨리는 무릎을 보라.
서서 하는 운동도 이렇게 부담스러운데, 이 비대한 체중으로 달리기라도 했다가는 연골이 그저 닳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을 터다.
어디 수영장이라도 없나. 재활 치료한다는 느낌으로 훈련하고 싶은데.
최대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침상에 체중 일부를 기대서 꼴사납게 팔다리를 버둥거리고 있자니, 마왕이 위로랍시고 실없는 소리를 지껄였다.
[뭐, 그래도 처음보다는 나아졌잖아? 얼굴 윤곽이 조금 드러나는 거 같기도 하고.]거울을 쳐다보니, 거대한 몸집의 금발 소년이 뚱한 표정으로 마주 봐 온다.
회색빛이 도는 금발이며 조금 사나워 보이는 눈매는 황비 리자베스를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과체중임에도 15세에 맞게 키는 그럭저럭 잘 자랐다 싶긴 한데, 이곳 사람들의 평균 신장을 잘 모르니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이다.
‘딱히 변화를 모르겠는데. 그냥 붓기가 조금 빠진 거 아닌가?’
[일단 긍정적인 마인드로 의욕을 고취시켜야 하지 않겠어? 혹시 아냐? 꾸준히 정진하다 보면 돼지에서 절세미남이 될지. 자, 파이팅!]저놈 새끼, 그냥 확 소멸해 버렸으면. 성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다시 맨손 체조를 시작했다.
* * *
성진이 현재 머무는 별궁은 ‘진주궁’이라 불리는 예쁜 상아빛의 건물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저 은은하고 깔끔한 모양새였지만, 구석구석 살펴보면 은근히 고급스럽고 화려한 장식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는 아름다운 별궁이었다.
1황자비가 모레스를 위해 특별히 건설했다고 하니 아마도 보통 정성이 들어간 것이 아닐 거다.
규모는 작지만 화려한 침실들은 물론, 전용 서재, 전용 연무장, 전용 온실, 전용 연회장 등 황자의 교육과 사교활동을 위한 모든 시설이 완비되어 있다. 연무장이나 서재는 조만간 성진도 들러 볼 생각이었다.
한데 기초 체력을 만들면서 수일간 관찰한 결과, 성진은 이 진주궁이 조금 묘하게 돌아가는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첫째로, 진주궁에 상주하거나 방문하는 인간들 중에는 신성력을 가진 자가 없다.
참으로 묘한 일이었다. 황궁 전체가 신성한 기운으로 가득 차 있건만 정작 그 기운의 주체가 보이지 않는다니.
‘분명 마왕 놈이 함부로 이 몸을 벗어나지 못할 정도로 일대에 신성력이 넘친다고 했는데…….’
그러나 실제로 성진은 이 몸에 들어온 후 단 한 번도 신성력을 가진 자를 만난 적이 없었다.
이는 모레스의 몸 또한 예외가 아니다. 현 성황, 나다니엘 본인이 사상 유래 없는 막대한 신성력 보유자였지만, 애석하게도 가장 야심만만한 1황비의 아들 모레스는 단 한 줌의 신성력도 타고나지 못했던 것이다.
뭐, 성진과 마왕에게는 무척이나 다행한 일이었다. 모레스의 몸이 신성력을 조금이라도 품고 있었다면, 마왕은 이 몸에 들어오자마자 소멸했을 거라나.
‘…아깝다. 완전히 보낼 수 있었는데.’
[이 새끼가! 네놈 자식은 혼자 멀쩡할 줄 알아? 너야말로 황자의 몸에 멋대로 들어온 악령이야! 사제에게 발각당하기라도 하면 당장에 퇴마 당할 걸?]그건 좀 곤란할지도.
어쨌든 신성제국 델크로스는 강력한 신정 일치 체제를 가지고 있으며, 그 영향력은 전 대륙을 향해 뻗어 있다. 즉, 대륙 곳곳에서 신성력을 가진 사람들이 죄다 모여드는 장소라는 뜻이다.
그런데 정작 진주궁 내에는 신성력이 없는 일반인뿐이라니, 이게 과연 우연일 수 있을까?
그 흔한 치유 사제 하나 보이지 않다니, 귀한 황자가 죽다 살아난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마왕이 그 이유를 조심스레 추측했다.
[본래의 모레스에게 신성력이 없어서 일지도?]‘그게 무슨 상관인데?’
[얘의 평판을 생각해 봐라. 무려 성황의 아들씩이나 되는데 신성력 제로라고. 그 성격에 다른 사람들이 신성력 쓰는 꼴을 잘도 그냥 넘겼겠다. 열등감에 아주 그냥 발악을 했을 거 같은데?]그럴싸하긴 하지만, 그게 다일까?
어, 잠시만.
‘근데 모레스 얘 아버지가 성황이잖아? 사제들은 별궁에 처박혀서 어떻게 피한다 치고, 평생 아버지를 피할 수 있는 거야? 같은 황궁 안에서?’
[…최종 보스가 아버지인 거냐.]마왕이 부르르 떠는 것을 느끼며 성진이 한숨을 쉬었다.
나도 몰라. 될 대로 되라지.
둘째로, 진주궁의 사용인들이 어딘가 이상했다.
진주궁은 소수의 사용인들의 손에 의해 관리된다. 최소한의 경비 인원들을 제외하면, 궁의 규모에 비해 상주하는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로 적었다.
전담 시녀 하나에 하녀 둘, 상주의원과 주방장, 그리고 말단 행정관리가 하나.
간혹 성진을 찾아오는 리자베스 황비만 해도 행차할 때는 시녀들이며 호위 기사들이며 거의 20명이 넘는 규모의 인원을 끌고 다니는데, 아무리 궁에서 내놓은 망나니 황자라지만 이게 과연 정상적인 황자궁의 모습인가 싶었다.
게다가 이 극소수의 사용인들도 뭔가 심상치가 않았다.
우선 예를 들자면, 하나밖에 없는 전담 시녀 에디스가 있겠다.
그녀는 짧은 단발머리에 곱상한 얼굴을 한 아가씨였는데, 황궁 시녀치고는 어울리지 않게 무뚝뚝한 표정으로 궁을 돌아다녔다.
매번 성진의 방에 혼자 드나들기에, 처음에는 열악한 근로 환경에서 젊은 나이에 고생이 많구나 싶었다.
아무리 노동법이 없는 동네라지만 최소한의 교대 인원은 있어야 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 여자가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성진이 작은 기척만 내어도 휘릭 휘릭 방으로 날아 들어온다든지, 어마어마한 양의 식사를 혼자서 척척 들어 나르는 것은 약과다.
기운이 없어 누워 지내는 동안에 땀에 젖은 시트를 갈아 준다며 그녀가 가냘픈 팔로 모레스의 거구를 번쩍 들어 올렸을 때는 얼마나 놀랐던가. 처음에는 시녀로 위장한 암살자인가 의심했더랬지.
수십 년간 마물과의 전투로 다져진 헌터의 직감은 이렇게 말했다.
어쩌면 이 여자, 어지간한 기사들과 맞먹을지도.
여기 사람들은 원래 그런가 했더니 그렇지도 않았다. 일단 1황비만 보아도 그저 곱게 자란 연약한 귀부인일 뿐이고, 그녀가 행차할 때 줄줄이 거느리고 오는 시녀들 역시 마찬가지. 숙달된 가사 전문가들이긴 했지만 전부 지극히 평범한 신체를 가진 여인들에 불과했다.
어째서 모레스의 전담 시녀만이 이렇게 특별한 것인가.
“에디스, 에디스는 어떻게 그렇게 강한 거야?”
뭐, 궁금하면 본인에게 물어보면 되지.
커튼을 열어 환기를 시키던 에디스는 성진의 질문에 재빨리 고개를 조아리며 대답했다.
“네, 저하. 저는 오러 유저라서 그렇습니다.”
워낙 황비의 입김이 거세기 때문인지, 그녀는 평판 더러운 망나니 황자의 앞에서도 비교적 공손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가히 일을 할 땐 감정을 배제할 줄 아는 전문가다운 태도라 할 수 있었다.
[쟤, 방금 ‘이 돼지 황자가 아침부터 또 무슨 일로 사람을 귀찮게 하려고 저러지?’ 하고 생각했어.]물론 말 많고 고자질하기 좋아하는 마왕이 옆에 붙어 있는 사람에게는 의미 없는 일이었지만.
괜히 머쓱해진 성진은 헛기침을 했다.
“흠흠, 오러 유저?”
“예, 저하. ‘오러’는 세상에 고르게 퍼져 있는 생명의 근간이 되는 힘이라 합니다. 이를 의식적으로 신체에 모아서 사용하는 이들을 일컬어 ‘오러 유저’라 합니다.”
기억이 온전치 않다는 핑계 덕인지 성진의 기초적인 물음에도 에디스는 별다른 의심 없이 순순히 설명을 해주었다.
“오러 입문에 들어 제대로 된 오러 유저로 인정받기만 하면, 황궁 기사단 입단 시험을 칠 자격이 주어집니다.”
“어, 그렇다는 말은, 에디스도?”
“예, 저도 처음에는 친위대를 지망하는 스콰이어 자격으로 황궁에 들어왔습니다.”
“스콰이어? 그러니까 견습기사?”
성진의 의문이 깊어졌다.
왜 멀쩡한 기사 지망생이 진주궁에서 이러고 있는 거냐?
“그것이…….”
에디스는 슬쩍 성진의 눈치를 보더니,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그… 저하께서 예전에, 조금, 사용인을 험하게 대하시어…….”
요컨대, 모레스의 패악질이 도를 더해가면서 사용인들의 부상과 원성이 줄을 이었다는 거다.
1황비가 기를 쓰고 입단속을 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사람들이 다쳐 나가는데 조용히 덮을 수 있을 리 만무했다.
그리고 그 소식은 기어이 성황의 귀에까지 들어가고 말았다.
-도저히 통제가 안 된다? 그럼 황자가 함부로 할 수 없는 자를 고용하면 되겠군.
성황은 그 길로 진주궁의 많은 사용인들을 다른 궁으로 정리해 버리고는, 소수의 고임금 사용인을 새로이 모집했다.
체내 오러를 비교적 능숙하게 다루는 스콰이어 이상의 실력자를 대상으로 고액의 급료를 제시한 것.
처음에 사람들은 지원자가 전무하리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급료가 높기로서니, 번듯한 황궁 기사가 되겠다는 부푼 꿈을 안고 상경한 파릇파릇한 지망생들에게 시녀나 시종이 가당키나 한가.
한데 성황은 크게 걱정하는 기색 없이 말했다.
-한 명쯤은 있겠지.
아니나 다를까, 어디에도 예외는 있는 법이었다.
때마침 연고 없이 오러 유저라는 재주 하나만으로 어디든 빌붙으려 결심한 에디스가 그즈음에 이르러 황도에 입성한 것이다.
“일단 입단 시험은 쳤습니다만, 막상 기사단에서 바닥부터 구르기는 좀 막막해서요.”
“…….”
그렇게 되어 접시를 집어 던지면 빠른 순발력으로 착착 받아내고, 흉기를 휘두르면 가뿐하게 날아 피하며, 오러가 담긴 나이프로 생선 뼈를 발라주는 최강의 시녀가 탄생한 것이다.
그녀의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성진은 혼란스러워졌다.
‘이거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냐?’
[글쎄다…….]사용인이 오러의 고수가 되어야 버틸 수 있을 정도로 패악질을 부린 모레스도 난 놈이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몽땅 갈아 치우고 오러 유저를 고용한다는 발상을 한 성황이라는 작자도 제정신인 인간은 아니다 싶었다.
물론 제일 이상한 놈은 거기에 낚여서 전속 시녀를 하고 있는 에디스인 것 같지만.
“…하온데 저하.”
문득 에디스가 성진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제는 괜찮으십니까?”
“뭐가?”
“이전에는 오러에 관한 이야기가 조금이라도 들리면 몹시 화를 내시면서…….”
“화를 내면서?”
“여기저기 물건을 던지시곤 하였는데.”
“…….”
모레스는 정말 알아갈수록 다시없는 개망나니였구나. 왜 별것도 아닌 일에 물건을 던져? 애새끼냐?
성진은 입을 뻐끔거렸지만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미안.”
그의 대답에 에디스의 눈이 크게 뜨였다. 아마도 사과를 들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해 조금 놀란 듯 보였다.
곧 그녀가 슬쩍 눈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괜찮습니다, 저하. 날아다니는 접시들을 받아내는 재미도 제법 쏠쏠했습니다.”
“…….”
성진은 얌전히 고개를 내리깔고 있는 에디스를 조금 딱한 눈으로 쳐다보다 마왕에게 말했다.
‘얘 역시 좀 이상한 앤가 봐.’
[내 말이.]그나저나 오러란 말이지.
성진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오러니 신성력이니, 판타지 소설에나 나오는 개념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걸 보면서, 이성진은 여기가 이세계라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하고 있었다.
물론 마계 게이트가 열려 마물들과 전쟁을 벌이던 성진의 세상도 판타지스럽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적어도 그때는 명확하고 가시적인 힘의 싸움이었다.
당시 헌터들은 마물의 정기를 흡수해도 물리적으로 강해졌고, 이따금 탄생하는 초능력자들 역시 사이코키네시스를 통해 물리력을 행사했을 뿐이다.
마물들 또한 마찬가지. 간혹 발화 물질로 고열을 발생시키는 놈이나 부식성 독을 가진 놈들이 있긴 했지만 극히 일부분일 뿐이고, 그저 힘으로 무식하게 때려 부수는 놈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그래서 마왕이 ‘게헤나의 염화’로 영혼 태우기를 시도하기 전까지만 해도, 성진은 이런 눈에 보이지 않는 힘들이 실존할 수 있다는 것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건 시구르트 34지구가 그만큼 하위 차원이었기 때문이지. 너한테 그런 힘들이 생소한 건 거기가 오러나 마법, 신성력이 허용되지 않는 저급한 세계였다는 반증이라고.]‘저급이라고 하니 은근 기분 나쁘네. 게헤나는 왜 빼먹는 거냐? 같은 하위 차원이라면서.’
[이게 염상세계는 다 같은 염상인 줄 아나? 게헤나는 조금 달라! 크게 도약하려는 결정적인 찰나에 네놈들이 죽어라 방해를…….]‘뭐라고?’
성진의 눈초리가 매서워지자 마왕이 재빨리 말을 돌렸다.
[흠흠. 아무튼 그런 저급한 염상세계들은 보통 영적 능력이나 정신에 관련된 힘들이 제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거야. 본상세계로부터 개념 자체는 이어지는 것 같다만, 실제로 그 힘을 발휘할 방법은 없는 거지.]‘…….’
[그러니까 마계 게헤나를 시구르트 34지구 같은 덜떨어진 차원과 동급으로 취급하지는 말아 달라고. 거기는 규상세계로 변모하기 일보 직전이었으니까.]성진이 눈을 깜박거렸다.
규상세계는 또 뭔데?
[이 자식, 또 멍한 얼굴 한다. 와, 이 무식한 지구인아. 차원이, 어? 크게, 어? 본상과 규상, 그리고 염상으로 분류되는데, 어? 그걸 몰라?]‘이 새끼가 왜 또 시비야? 차원을 세 가지로 분류하건 네 가지로 분류하건, 지금 상황에 그게 중요한 문제냐?’
성진이 버럭 화를 내자, 마왕의 목소리가 기어들어 간다.
[중요하지…는 않은 거 같기도 하고…….]‘본론으로 돌아가자. 그래서, 오러는 어떻게 하면 쓸 수 있지?’
모르고 있었다면 모를까, 새로운 힘의 가능성을 알게 되자 성진은 강한 흥미를 느꼈다.
본래 펄펄 날아다니던 잘 나가는 헌터였던 그가 이런 둔한 몸에 갇혀 있으려니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던 것이다.
이 세계에는 마물이 없는 듯하니, 헌터의 힘을 되찾을 수 없다면 차선책으로 오러 유저가 되어보면 어떨까?
[그건 나도 잘 몰라. 우리 세계랑 여기랑은 다르다니까. 너희 지구인 식으로 설명하자면 수력발전과 화력발전, 아니 원자력발전 같은 차이가 있어. 세계의 작동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고.]이 세상에 모르는 것이 없다는 듯 잘난 척을 하던 마왕도 모르는 게 있구나.
그의 말에 마왕은 코웃음을 쳤다.
[흥! 그딴 거 알게 뭐냐. 이 몸은 마왕이자 한 차원의 지배자다. 그런 거 없어도 충분히 강하다고!]성진에게 처맞다가 질질 짠 놈이 잘난 척 하나는 최강이었다.
‘그럼 예전의 모레스는 어땠다고 해? 오러 유저였대?’
신성력은 타고나야 한다니 이미 그른 거 같지만, 혹시 오러 정도라면 학습을 통해 습득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 몸에 오러로 짐작되는 특별한 기운이 느껴지거나 하지는 않지만, 호위 기사들은 물론 일개 시녀마저 능숙하게 다루는 힘이니 대단히 희소한 능력은 아닐 터.
그러나 모레스의 쓰레기력은 성진의 예상을 한참 초월하는 것이었다. 마왕이 잠시 에디스의 영혼에 접촉하여 이것저것 알아보는 듯하더니 곧 한숨을 쉬었다.
[음, 오러 연공이란 게, 재능에 따라 성취도 차이가 극심한 모양이야. 아무리 훈련을 해도 오러를 제대로 느끼지도 못하는 놈이 있는가 하면, 어릴 때부터 숨 쉬는 것처럼 오러를 쓰는 재능충도 있다는군. 안됐지만 모레스는 전자였던 모양이더라.]대체 1황비는 뭘 믿고 이놈을 황태자로 만들 생각을 한 걸까.
성진은 한숨을 쉬었다.
‘…일단은 체력 단련이라도 할까.’
[힘내라. 삶이란 원래 불공평한 거야. 우리 존재 파이팅!]‘닥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