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ren of the Holy Emperor RAW novel - Chapter (414)
성황의 아이들-414화(414/469)
414. 이성진 탐구 일지 (3)
이번에 모레스가 꾸린 인원은 생각보다 조촐했다.
측근인 마사인과 브루노 단장 외, 진주궁 상주기사가 4인. 엑소시스트인 리베르 경. 그리고 전담 시녀와 마부 하나.
거기에 오웬과 바르토자를 더해 봐야 겨우 열 명 남짓 되는 소규모 인원이다.
‘아버님께서 잘도 이번 출장을 허락해 주셨군.’
오르토나가 망한 현재, 북부는 거의 무법지대라고 봐도 좋았다. 때문에 영지와 영지를 오가는 상단은 물론이거니와, 드물게 북부를 여행하는 귀족들도 소대 하나는 가뿐히 넘어가는 호위 병력을 데리고 다니는 것이 보통.
한데 모레스는 대체 무슨 자신감인 걸까.
‘물론 녀석도 그리 만만한 실력은 아니지만.’
오러를 되찾은 모레스는, 수년간 남부 전선에서 구른 오웬조차도 깜짝 놀랄 만큼 강한 오러 유저였다.
상태창의 도움을 받아 빠르게 오러를 익히고, 간혹 아이템이나 스킬까지 사용해 가며 ‘불패’라는 명성을 얻고 있는 오웬이다. 하지만 그런 그도, 모레스 앞에서는 어쩐지 쉽지 않다는 느낌을 받곤 하는 것이다.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닐지도. 어쩌면 저 녀석, 나보다 강한 거 아닐까?’
성회에 소환되었던 그날의 일만 봐도 그렇다. 대회의장에서 성기사단을 단숨에 압박하던 그 기세는, 오웬은 물론 어지간한 상급 기사들도 쉽게 흉내 내기 힘든 경지임이 분명했다.
그가 황궁을 떠난 사이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오러 한 줌 없었던 모레스가 저런 경지까지 올랐단 말인가.
-뭐라고 해야 할까. 내가 살던 동네가 본래 좀 험한 곳이었어.
문득 쓸쓸하게 말하던 아기 산양의 모습이 뇌리를 스쳐 지나갔지만, 오웬은 머리를 휘휘 저어 그 잔상을 떨쳐 버렸다.
‘하긴, 모레스는 아버님의 아들이지. 로건만 해도 아버님처럼 검술 천재로 명성이 자자하잖아? 이러니저러니 해도 가족은 닮은 구석이 있기 마련이니까.’
피가 이어지지 않은 자신만이 뒤처지는 게 아닌가 하는 감상도 잠시, 오웬은 그 망나니 모레스가 이렇게까지 강해질 수밖에 없었을 상황이 못내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듣자 하니 벌써 오러 8층에 가깝다고 했던가. 오웬처럼 상태창의 도움을 받는 것도 아닐 텐데, 상식적으로 그게 보통 노력으로 도달 가능한 경지인가. 본인 스스로가 대단히 필사적이지 않고서야…….
‘잠깐만! 모레스가 상태창의 도움을 받을 방법이 정말로 없는… 건가?’
이정표를 가진 게스트 ID 유저들은, 모두 상태창을 통해 쉽게 자신의 입지를 굳히고 힘을 얻는다.
그렇다면 만에 하나의 가능성이지만, 모레스가 정말로 뉴비일 경우는?
‘최대한 서둘러서 퀘스트들을 완료하고서 나처럼 유용한 스킬들을 몇 개 얻는다면, 몇 년 안에 오러 8층을 이루는 것도 아예 불가능하지는 않아!’
물론 가족들을 위해 매일같이 퀘스트에 매달리던 오웬보다도 진도가 훨씬 빨라야 한다는 조건이 있긴 하지만.
‘설마, 정말로 모레스가…….’
그러자 또다시 머릿속에서, 기다렸다는 듯 작은 산양의 잔상이 뾰롱 하고 떠올랐다.
-함께 했던 동료들은 모두 죽어버렸지. 결국 살아남은 것은 나 혼자뿐이야.
씁쓸하게 울리던 목소리와, 무방비하게 내밀어지던 작은 발굽.
아니, 하지만 그럴 리가. 모레스는 황궁을 떠난 적이 없을 텐데, 동료들을 모두 잃을 정도의 위기를 겪었을 리가…….
“저하.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십니까?”
마사인 경의 목소리에 오웬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이미 모두가 식사를 마쳐가는 가운데, 저 혼자 스튜 그릇을 든 채 멍하니 모닥불 앞에 앉아 있었다.
“입맛이 없으십니까? 오늘따라 두 분 저하 모두 기운이 없어 보여 걱정이 큽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장년의 기사가 멋들어진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모레스 저하라면 너무 걱정 마십시오, 마사인 경. 제가 지금 바로 저하께 따뜻한 멜보른과 간단한 요깃거리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아, 그래주시겠습니까? 늘 감사합니다, 브루노 단장.”
“별말씀을요. 저하의 다과를 빠짐없이 챙기는 것이 제 일생의 사명인 것을요.”
오웬은 점잖은 표정으로 괴상한 소리를 지껄이는 남자를 멍청히 바라보았다.
브루노 단장이라고 했지. 듣자 하니 왕년에 기사단장까지 역임한 데카론 나이트라 들었는데, 왜 일생의 사명이 ‘황자의 다과 챙기기’인 거지?
한데 모레스의 전담시녀 에디스의 행동은 더욱더 가관이었다. 짐을 뒤져 찻잎과 주전자를 꺼내들더니, 뻔뻔한 얼굴로 그것들을 단장에게 넘기는 것이 아닌가!
“저런! 그건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부디 조금이라도 찻잎을 건드리지 않도록 조심하시오, 에디스 양.”
“네. 알겠습니다, 단장님.”
어째서? 차를 타는 건 어디까지나 전담시녀의 업무잖아?
‘잠깐. 그러고 보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식사 준비 때도 마찬가지였지. 애꿎은 상주기사들만 분주했을 뿐이었지, 정작 전담시녀는 한가롭게 모닥불 주위의 낙엽이나 정리하고 있지 않았던가.
대체 무엇을 위해 따라온 시녀인지 알 수가 없다.
‘그렇다고 바지런하게 주인의 시중을 드는 것 같지도 않아. 모레스는 왜 저런 시녀를 곁에 두는 거지?’
혼란스러운 가운데, 저쪽에서 희미한 콧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브루노 단장이 찻잎을 우려내며 나직하게 흥얼거리는 아리아였다. 황자를 위해 봉사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마치 그에게 커다란 기쁨이라도 되는 듯한 태도.
자연히 이런 의문이 들었다. 대체 브루노 단장에게 있어, 모레스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
“…….”
오웬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다 식어버린 스튜를 입에 넣었다.
새삼 자신이 모레스에 대해서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 * *
황도의 은총을 벗어난 이래, 상주기사들 사이에서는 줄곧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진작 그 변화를 알아채고 있던 오웬은, 함께 식사를 하는 김에 대놓고 그들에게 이유를 물었다.
본래 남부 전선에서도 병사들과 허물없이 어울리던 터라, 상주기사들 사이에 친근하게 녹아드는 것은 금방이었다.
“무슨 일인가? 조금 전부터 다들 저 기사만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 같네만.”
오웬이 가리킨 것은 젊은 하급 기사였다. 이마에 길게 흉터가 있는, 조금은 성격 나빠 보이는 젊은이.
“아. 눈치채셨습니까, 저하?”
이에 대답한 것은, 이들의 책임자인 상급 기사 쿠르트 경이었다. 그는 넉살 좋은 미소를 지으며 젊은 기사를 곁눈질했다.
“저 친구의 이름은 칼멘이라 합니다. 실은 아까부터 저놈이 언제 폭발하나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폭발?”
“네. 칼멘 경이 겉보기엔 멀쩡해도 성격에 조금 하자가 있지 않겠습니까? 저 친구의 화려한 전적을 말씀드리자면…….”
“이씨! 다들 이럴 겁니까!?”
참다못한 칼멘 경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몇 시간동안 지속된 동료들의 눈치에 잔뜩 울화가 치미는 모양.
물론 그의 기분 따위는 아랑곳없이, 한 번 놀릴 빌미를 잡은 상주기사들은 가차 없었다.
“와하하! 그럼 그렇지! 지금 보셨습니까, 저하?”
“자네가 이겼어, 클로디아 경. 저 친구 방금 분명히 ‘이씨-’라고 했다고!”
주섬주섬 동전을 꺼내드는 것은 중급기사 빈센트 경이다. 북부에서 유행하는 이름에다, 말하는 억양을 보면, 아마도 지그스문트령이나 그 인근 지역의 출신이리라 짐작되었다.
“제가 그렇다고 했잖아요, 빈센트 경. 저 성격에 폭발은 반나절도 채 안 걸린다니까요.”
그 돈을 신나게 받아 챙기는 이는 클로디아 경. 동그란 얼굴에 주근깨가 잔뜩 박혀 있는 쾌활해 보이는 인상의 기사다.
“…안 그랬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칼멘 경. 그렇지 않아도 무뚝뚝한 얼굴이 잔뜩 어두워져 있다.
참으로 딱하게도, 그가 반발하면 반발할수록 동료 기사들이 더욱 재미있어 한다는 걸 깨닫지 못한 눈치.
“안 그러긴, 똑똑히 들었다고! 방금 칼멘 경, 엄청 심한 욕 하려고 했어!”
“맘대로 억측하지 마십시오! 전 그저 조금 세게 한숨을……!”
“대체 뭐라고 할 생각이었냐? 오늘도 또 아슬아슬하게 불경죄 한 번 가는 거냐?”
“아냐! 절대 아니란 말입니다아!”
왁자지껄. 황궁 기사답지 않은, 참으로 시답잖은 분위기였다. 물론 오웬은 군기 꽉 잡힌 본궁 기사들보다, 이쪽의 분위기가 더 마음에 들었지만.
“왜? 저 친구가 예전에 뭘 어쨌는데?”
“아, 저하! 한번 들어보시겠어요? 글쎄 예전에 울프 기사단과 함께 지그스문트령으로 가는 중에 말입니다. 세상에, 이 친구가 겁도 없이…….”
“아씨! 클로디어 경!”
그나마 일행들 중 제대로 무게를 잡고 있는 친구도 있긴 했다. 바로 새로 마물 전담반에 합류하게 된 로베르 경이었다.
“…….”
그는 상주기사들을 철없는 스콰이어들 보듯 한심하게 쳐다보더니, 곧 짐을 풀어 몇 가지 잡다한 물품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막간을 이용해 여러분들께 나눠드릴 물건이 있습니다. 우리는 며칠 내로 황도의 은총으로부터 멀어져 무법지대, 즉 악마 숭배자들이 판을 치는 땅에 들어갈 겁니다.”
그가 모두에게 나눠준 것은 간단한 구마 물품들이었다. 자세한 사용법을 몰라도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무기나, 작은 호신부 같은 것들.
“이건 성수입니까? 어떻게 쓰는 겁니까?”
“몸에 지니거나 입에 머금는 것만으로도 영혼을 보호해 줍니다. 아니면 악마에게 직접 뿌리는 방법도 있겠군요.”
“로베르 경. 여기 이 멋진 그림은요?”
“그것은 그라니우스의 보호 술식을 새긴 호신부입니다. 옷 안에 지니고 계십시오, 클로디아 경.”
그렇게 로베르 경이 꺼내온 물건들을 찬찬히 살피던 중, 오웬의 눈에 방향을 잃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몇 개의 팽이 같은 물건들이 들어왔다.
“이것들은 어디 쓰는 건가? 꼭 장난감 같이 생겼는데?”
“아, 저하. 아무래도 그것들은 모두 못 쓸 거 같습니다.”
오웬의 질문에 로메르 경이 난감한 듯 대답했다.
“마기를 찾는 자이로컴퍼스라 합니다. 혹시나 하고 몇 개를 새로 얻어왔습니다만, 어째서인지 이번 여행에서는 전부 먹통일 듯하군요.”
“흠.”
한데 빤히 자이로컴퍼스를 바라보던 브루노 단장이, 은근슬쩍 그 작은 팽이 하나를 주머니에 챙겨 넣는 게 아닌가.
“…단장님?”
로베르 경이 놀란 눈으로 바라보자, 브루노 단장은 조금 붉어진 얼굴로 목을 울렸다.
“큼큼. 혹시 만에 하나의 사태란 것이 있지 않겠습니까.”
“…….”
모두가 의아하게 생각했다.
대체 장난감 팽이를 사용해야 할, 만에 하나의 사태가 뭐가 있을까?
“한데 우리가 이것들을 지녀도 괜찮습니까? 제가 알기로 축성받은 구마 물품들은, 자격이 있는 자만이 소지하도록 성회에서 엄격하게 수량을 제한하는 것으로 압니다만.”
마사인 경이 조심스레 질문했다. 까다로운 이단 재판부는, 허가 없이 구마 물품을 소지하는 것만 가지고도 배교라고 트집 잡을 수 있을 터.
그러자 로베르 경이 가볍게 고개를 저어 보인다.
“그런 염려는 마십시오. 이미 성회에는 모두 허가를 받은 사항입니다. 출발하기에 앞서 무엇보다도 일행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모레스 황자님께서 누차 제게 당부하신 일이니까요?”
…모레스가?
오웬은 반사적으로 모레스가 쉬고 있는 마차를 돌아보았다. 그와 동시에, 곁에 있던 상주기사들 역시 자신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
아까까지만 해도 가볍게 시시덕거리던 이들의 눈에는, 어느새 하나같이 충실한 신뢰의 빛이 어려 있었다.
“…….”
순간 오웬은, 자신이 모르는 또 다른 모레스의 일면을 엿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대체 이들에게 있어서, 모레스는 또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
-이성진은 언제까지나 나의 친구! 그러니 믿는다! 용사의 내장은 절대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문득 그의 뇌리에, 눈물을 머금은 얼굴로 흐물텅거리던 레인저의 모습이 떠올랐다.
놀랍게도 오웬은, 다른 이들에게 이와 비슷한 반응을 이끌어내는 작은 친구를 하나 알고 있었다.
-위기의 순간에 늘 빛났던 우리의 리더를 잊지 않습니다. 순혈 마슈나무, 이 하타수 티티가 언제까지나 당신을 기억할 겁니다.
늘 진중하되 사람을 잘 믿지 않던 방패 전사로부터, 거짓말처럼 진정한 신뢰를 이끌어냈던 녀석.
그래. 마치 게스트 ID 유저들을 이끌던 이성진처럼.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오웬은 잡생각으로 어지러워진 머리를 훌훌 털어냈다.
9호의 엉뚱한 보고 탓이리라. 그날 이후로 괜히 모레스를 뉴비와 연관 지어 생각하다 보니, 아무 접점 없는 녀석에게서 점점 뉴비를 겹쳐 보게 되는 것이다.
그때부터 오웬은 머릿속으로 일부러 딴생각을 하려 애를 썼다. 한 번 의심을 시작하니, 점점 이성적인 판단에서 멀어지는 것 같다고 느꼈으니까.
덕분에 그날 저녁 레지나에 도착했을 때, 오웬은 머릿속에서 뉴비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지워버릴 수 있었다.
이변이 생긴 건 숙소에 도착했을 때였다.
“뭐야? 무슨 일이야?”
하루 종일 마차에만 틀어박혀 있던 모레스가, 어디가 불편한지 숙소에 도착해서도 계속 비실거리는 게 아닌가.
병석에서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 자연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너 왜 그래? 괜찮냐? 또 어디가 아파?”
한데 기껏 걱정해줬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가관도 아니다.
“어. 시끄러워… 멍청아.”
이 자식이! 너는 이 형님이 하는 말이라면 그저 다 우습지?
“야! 어디 아프면 차라리 아프다고 얘기를 해! 답답하게 혼자서 그러지 말고!”
“호들갑 떨지 마.”
바로 그때였다.
모레스가 인상을 쓰면서 손을 내밀어 보인 것은.
쿠웅!
순간 오웬은 심장이 내려앉는 듯한 충격을 느꼈다.
“뭐……!”
이번에야말로 그의 착각이 아니었다. 모레스는 정말로 뉴비가 했던 것과 똑같이, 그를 향해 태연하게 작은 손바닥을 내보이고 있는 거다!
“이야기는 내일, 하자고. 아무 것도 아니니까. 가서 잠이나 자.”
모레스가 뒤이어 뭐라뭐라 더 이야기를 했지만, 이미 충격에 휩싸인 오웬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저 모레스가, 정말로 그 뉴비라고?
정말로?
“어헉?!”
오웬은 아득해지는 정신을 부여잡으며 황급히 뒷걸음질을 쳤다.
“그럼 피곤한 거 같은데, 이만 푹 쉬라고! 내일 보자!”
그렇게 대충 인사를 내뱉은 오웬은, 그대로 몸을 돌려 부리나케 방으로 내빼고 말았다.
그리고 뒤이어 찾아온 깊은 혼란과 자괴감에, 안 그래도 자유분방한 머리칼을 이리저리 쥐어뜯게 된 것이다.
“…설마 설마 했는데… 혹시, 정말인가?”
이제 어쩌지? 역시 모레스에게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방법이 없나? 하지만 어떻게?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하는 거지?
그날 밤, 오웬은 이런저런 생각으로 심란해져 한숨도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리고 다음날.
퀭한 얼굴로 식당으로 향한 오웬은, 고상한 자태로 식후 멜보른을 들이켜는 모레스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너 얼굴 꼴이 왜 그래? 혹시 그 나이 먹고 잠자리를 가리냐? 다 큰 녀석이 별 이상한 데서 예민하게 구네.”
“…….”
전부터 늘 생각했던 거지만, 모레스는 참 얄미운 소리만 골라서 하는 녀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