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ren of the Holy Emperor RAW novel - Chapter (418)
성황의 아이들-418화(418/469)
418. 이성진 탐구 일지 (7)
달빛도 잘 들지 않는 캄캄한 방 안.
갑자기 떠오른 환한 퀘스트 창이, 허공에 번쩍이며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돌발 퀘스트 ?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 new!] [퀘스트 등급 : E] [대부분의 사람들이 바쁜 일과를 끝내고, 이제는 휴식을 취하며 내일을 준비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알고 있나요? 현명하고 부지런한 이들은 모두가 잠든 이 순간에도 결코 몸을 쉬이 누이지 않는다는 것을? 그런 소수의 사람들이 가진 열정이야말로, 세상의 거대한 역사를 만들어가는 참된 원동력일지도 모른답니다.] [보상 : 150 P캐시] [*본 상품은 판게아 클로니클 상점 창에서 사용 가능합니다.]순간 오웬이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보상에 대한 의문이었다.
‘뭐야? 웬일로 상태창 씨가 이렇게 캐시를 후하게 책정한 거지?’
그다음으로 든 생각은, 퀘스트가 자신에게 요구하는 것이 뭔지 도통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이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역사의 원동력이 뭐 어쨌다는 거지?’
오웬은 입을 다문 채 반짝이는 창을 노려보았다.
어쩌면 최근의 퀘스트 대부분이 그러하듯, 이것 역시 모레스와 관련된 내용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태창 씨는 녀석에 관해서는 이상하리만치 모호한 표현을 일삼곤 했으니까.
‘그나저나 대체 날더러 뭘 어떻게 하라는 거야?’
그렇게 오웬이 창을 거듭 읽으며 내용을 곱씹을 때였다.
핑!
작은 효과음과 함께, 갑자기 멀리서 희미한 빛이 쏟아진다.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니 과연, 저 멀리 밤하늘을 가로지르는 얇은 빛기둥이 솟아 있었다. 저곳이 바로 퀘스트가 요구하는 목적지리라.
‘…일단 저기로 가라는 말이군.’
오웬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잠도 오지 않는데 잘 됐다. 퀘스트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지.’
한데 오웬이 손도끼를 차고서 방문을 나서려는 때였다.
뾰롱!
또다시 작은 창 하나가 떠올라 그의 시야를 가로막는다.
[퀘스트 진행을 위해 다음의 스킬을 발동할 것을 추천합니다.] [‘오러 은폐’ 발동 – 분당 2P 캐시 소모] [이벤트 한정으로 스킬 숙련도가 최대 숙련도인 S랭크로 적용됩니다. 스킬을 발동하시겠습니까?] [발동 / 발동]오웬이 눈을 끔벅거렸다.
‘뭐야. 어차피 선택지가 하나잖아? 어쩐지 등급에 비해 보상이 높다 했어!’
이러면 캐시를 받아봐야 고스란히 스킬을 쓰는데 날아갈 판이다.
‘치사하다고요, 상태창 씨.’
하지만 상태창이 스킬 사용을 강제하는 일은 좀처럼 드물었다. 즉 지금 퀘스트를 완료하려면 반드시 이 스킬이 필요하다는 의미.
오웬은 한숨을 쉬며 선택지를 눌렀다.
[*발동* / 발동]스르륵-
이내 오웬의 기척이 완벽하게 사라진다. S랭크 숙련도에 걸맞은 감쪽같은 오러 은폐였다.
그렇게 오웬이 소리 죽여 숙소를 빠져 나오는 동안, 대부분의 일행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오직 브루노 단장만이, 잠시 침상에서 일어나 조금 걱정스러운 눈으로 창밖을 내다보았을 뿐이다.
* * *
째깍째깍.
[00:57:22]타이머와 함께 캐시가 빠르게 소모된다.
[누적 소모 ? 116P캐시]다행히 조금 일찍 목적지에 도착한 오웬은, 보상으로 떨어질 캐시가 완전히 소진되기 전에 스킬 취소를 누르려 했다.
하지만 상태창은 도통 요지부동으로, 새로운 선택지를 띄우는 일 없이 그저 타이머만 표시할 뿐이었다.
째깍째깍.
[01:00:01]‘…아직은 스킬 사용이 필요한 모양이군.’
결국 스킬 취소를 포기한 오웬은, 지정된 장소에 서서 가만히 때를 기다렸다.
[01:05:18]그가 도착한 곳은 레지나의 외곽에 있는 한적한 골목길이었다. 대낮처럼 밝은 번화가와 달리, 인적이 드문 이곳은 달빛 한 점 들지 않아 지나치게 을씨년스럽다.
[누적 소모 ? 138P캐시]‘이거, 보상을 받아봐야 남는 게 없을 거 같은데?’
슬슬 소모되는 캐시가 보상을 초과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무렵이었다. 오웬은 저 멀리서 흔들리는 작은 불빛 하나를 발견하고는 눈을 크게 치떴다.
‘…응?’
자세히 살펴보니, 그것은 램프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붉은 불빛이었다.
이어서 그 작은 빛에 의지한 채 걸음을 옮기는 세 사람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저들은?’
거리는 제법 멀었지만, 오러로 최대한 안력을 돋운 오웬은 곧 선두에서 걷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알아볼 수 있었다.
다른 두 사람에 비해 조금 작은 체구와, 붉은빛을 받아 희미하게 드러나는 섬세한 이목구비.
바로 모레스였다.
‘그럼 그렇지! 별장에서 쉬겠다는 건 모두 거짓말이었군. 급한 볼일이 있어서, 일행을 떼어 놓고 움직이기로 한 거야.’
그렇다면 바로 뒤따라오는 건장한 남성 역시 누군지 빤했다. 절대 모레스의 곁을 떠나지 않는 마사인 형님이리라.
또 다른 한 사람은 낯선 이였지만, 언뜻 보이는 신형으로 보건대 키가 큰 여성 같았다.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는 세 사람을 응시하며, 오웬은 고민에 빠졌다.
‘자. 상태창 씨 덕분에 어떻게 여기까지 따라오긴 했는데, 이제 어쩐다지? 이미 날 떼어 두겠다고 결정했는데, 지금 따라가겠다고 한들 모레스가 순순히 들어 줄지…….’
바로 그때였다. 오웬의 눈앞에 또 다른 작은 알림창이 갑자기 솟아오른 것은.
[이벤트가 종료되어, 잠시 후 스킬을 자동으로 해제합니다.] [스킬 종료까지 카운트 다운 시작.]…뭐?
[5]‘자, 잠깐만, 상태창 씨! 지금 스킬을 해제해 버리면……!’
어어?
당황한 오웬이 허둥거리고 있을 때였다. 선두에 있던 모레스가 뭔가 낌새를 느꼈는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4]“저하?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마사인 형님의 목소리가 들린다.
“근처에 누군가가 기척을 죽이고 숨어 있어, 마사인 경.”
“네에?”
[3]그렇게 휘휘 주변을 둘러보던 모레스가, 곧 오웬이 서 있는 곳을 똑바로 응시한다.
꿀꺽.
오웬은 옥죄어 오는 긴장감에 마른침을 삼켰다.
‘설마, 이쪽을 눈치챈 것은 아니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분명 S랭크 ‘오러 은폐’ 스킬은 아직 해제되지 않았을 텐데.
[2]스릉!
이런, 역시 착각이 아니었나? 스스럼없이 검을 뽑아 드는 소리가 들린다.
오웬이 앗 하고 놀라는 사이, 모레스는 한 손에 호두까기를, 또 다른 한 손에는 붉은 램프를 거머쥐고선 순식간에 이쪽으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저하!”
“저하?!”
[1]다른 두 사람이 화들짝 놀라며 그의 뒤를 따라 달렸지만, 그때 이미 모레스는 오웬의 지척이었다.
먼지로 지저분해진 옅은 금발과 검댕이 잔뜩 묻은 앳된 얼굴이 순식간에 눈앞으로 쇄도한다.
아마도 빈민가 사람인 척 위장하려 했던 모양. 그러나 모레스의 얼굴에는, 검댕만으로는 숨길 수 없는 타고 난 기품이 배어 있었다.
그리고 그 낯익은 얼굴에 어려 있는, 적의가 느껴지지 않는 무기질적인 살의.
오웬은 완전히 얼어붙은 채로, 그 비현실적인 광경을 무기력하게 눈에 담았다.
[0]그 순간, 상태창의 카운트가 끝났다.
팟!
스킬로부터 오웬의 기척이 풀려나자, 모레스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오웬?”
단언컨대 소년은 오웬이 근래에 본 얼굴 중 가장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뭐야? 너 기척도 없이 어디서 갑자기… 게다가 여기는 어떻게 알고 온 거야?”
그렇게 묻는 와중에도, 모레스의 검은 거의 오웬의 코앞에서 멈춰 있었다.
굳은 얼굴로 그 섬뜩한 검날을 마주한 오웬은 깨달았다. 만일 상태창 씨가 조금만 더 늦게 스킬을 해제했어도, 저 검은 주저 없이 자신의 몸통을 찔렀으리라는 사실을.
* * *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모레스 저하께서 갑자기 달려 나가셨을 때, 제가 어찌나 마음을 졸였는지…….”
거적때기를 걸친 마사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는 현재 화려한 금발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허름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제국의 고귀하신 황자님을 뵙습니다.”
그 곁에서는 바르샤인처럼 짙은 피부를 가진 여자가 고개를 숙여 보였다. 잠행복을 보아하니 모레스의 정보원인 듯했다.
“…….”
그리고 그들의 사이에 선, 뚱한 얼굴의 모레스. 역시 너덜너덜한 망토를 두른 것으로 보아, 이 지역 사람으로 대충 변장하려 한 모양이었다. 물론 오웬이 보기에는 썩 성공적인 위장은 아니었지만.
“그나저나 저하. 대체 이곳은 어떻게 알고 오신 겁니까?”
마사인의 미심쩍은 물음에, 오웬은 되도록 의심을 사지 않으려 노력하며 답했다. 차마 퀘스트를 하러 왔다고는 답할 수 없었으니까.
“그게… 우연히 그렇게 됐습니다, 마사인 형님. 잠이 안 와서 거리를 거닐고 있는데, 마침 멀리서 요정님의 붉은빛이 보이지 뭡니까.”
“흠…. 우연히요.”
이런. 오히려 마사인 형님의 의구심을 더 자극한 것 같은데.
“한데 저하. 오러 은폐는 또 언제 배우신 겁니까? 저는 물론, 솜씨가 좋은 정보원도 전혀 저하의 은신을 눈치채지 못했습니다만.”
순전히 상태창이 주도한 이벤트였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곧이곧대로 설명할 수는 없으니, 오웬은 최대한 어색해 보이지 않도록 머리를 쥐어짜 보았다.
“남부에서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수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러 은폐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완전히 터득한 것이 아니라, 매번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흠. 그렇군요.”
이런.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느니만 못한 답이었나 보다. 의심의 빛이 더욱 깊어졌어.
한데 오웬의 말을 어떻게 받아들인 건지, 갑자기 모레스의 정보원이 그 자리에서 가볍게 비틀거리는 게 아닌가. 그녀는 마치 큰 정신적 충격을 받은 듯 보였다.
“이럴 수가! 심지어는 제대로 배우지 않아도 재능만 있으면 오러 은폐가 가능하다는 거야? 그런 거야? 천재가 다 해 먹는 이 더러운 세상!”
그녀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리는 걸 보니, 황족의 앞임을 잠시 잊고 있는 듯했다. 아무래도 정신적인 대미지가 상당했던 모양.
한데 그런 두 사람의 반응과는 달리, 정작 그들의 책임자인 모레스는 오웬에게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은 듯 보였다. 그저 간결하게 그의 의사를 확인했을 뿐.
“그래서, 너도 함께 갈 거냐?”
“…으, 응.”
“그래, 그럼.”
오웬의 대답에, 모레스는 짧게 대꾸하고는 그대로 몸을 돌렸다.
“이왕 만났으니까 따라와. 참, 얼굴에 검댕이 바르는 거 잊지 말고.”
때문에 오히려 당황한 것은 오웬 쪽이었다.
‘그게 끝? 알고 싶은 건 그게 다야?’
척척.
앞서서 걸어가는 소년을 바라보는 오웬의 표정에 복잡한 감정이 어린다.
자잘한 설명을 듣지 않아도 이미 모든 사정을 알고 있는 듯한 태도. 역시나 어떤 상황에서도 동요하지 않고, 파티원들을 자신 있게 이끌던 어린 산양의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가.
-자세한 설명은 좀 있다 해 줄 테니까, 일단 지금은 던전부터 마저 돌자. 아직은 타임 챌린지 중이니까.
생각해 보면 그때의 뉴비 녀석 역시,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아도 오웬에 대해 이미 많은 것들을 아는 듯 굴었더랬다. 그러니 오웬에게 여상하게 다가와서는, 그 귀한 얼음심장을 선뜻 건넨 거겠지.
-나는 필요 없지만, 오웬 너한테는 필요하지 않냐? 너, 여신을 만난다며?
어디 그뿐인가. 난데없이 오웬에게 필요한 한정판 토끼 안대를 구해 와서는, 우쭐거리며 내밀지 않았던가.
-뉴비, 네가 이걸 어떻게…….
-어, 다 방법이 있어.
그래. 돌이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당시에 뉴비의 정체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 이상할 지경이다.
-그러고 보니 참 이상하단 말이야? 왜 널 보면 볼수록, 자꾸만 어딘가 익숙한 기분이 들까?
오웬은 그렇게나 뉴비로부터 익숙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하나야. 역시 모레스는……!’
오웬이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였다. 거침없이 걸음을 옮겨, 어느 허름한 건물 앞에 도착한 모레스가 입을 열었다.
“오웬.”
“…응?”
딴생각을 하고 있던 오웬이 한 박자 늦게 대답하자, 모레스가 뒤를 돌아보며 여상한 목소리로 당부했다.
“잘 기억해. 지금부터 넌 바르샤인이야.”
“…어엉?”
“너는 종교적인 이유로 지금 막 제국에 망명한 거야. 그렇기에 아직 제국어는 한 마디도 할 줄 모르지.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내가 뭘 물어보든, 너는 전부 바르샤어로 대답하는 거야. 알겠어?”
“……?”
“알겠어?”
“으, 응.”
모레스의 단호한 태도에, 오웬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하지만 만일 이후에 일어날 일을 미리 알았다면, 오웬은 절대로 그렇게 쉽게 대답하지 않았을 것이다.
성큼성큼 건물 안으로 들어간 모레스는 곧 험상궂은 인상의 문지기와 대면했다. 그러고는 그에게 태연하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물건을 배달하러 왔다. 지하 교단에 귀의할 자야.”
순간 오웬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응? 지하 교단?’
야, 잠깐만! 그건 이단의 세력 아니야? 너 지금 그게 신성제국 황자로서 당당하게 할 소리야?
한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단재판부가 알았다면 당장이라도 종교 재판에 회부하겠노라 길길이 날뛸 만한 발언을, 모레스가 아무렇지도 않게 덧붙이는 것이다. 그것도 오웬을 똑바로 가리키면서 말이다.
“북부로 가는 자유 지하도를 이용하려 한다. 이 바르샤의 이교도를 참회의 형제로 맞아들일 생각이거든. 그러니 어서 상급자를 불러 줘.”
…뭐?
모레스, 잠깐만! 뭐라고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