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ren of the Holy Emperor RAW novel - Chapter (442)
성황의 아이들-442화(442/469)
442. 재회 (4)
다키아누스는 이렇게 설명했다.
푸른 딜레리아의 효과는 무척이나 강력하여, 자칫 잘못하면 영혼을 현실로부터 완전히 괴리시키는 끔찍한 독이 될 수도 있다고.
그래서 그는 오랜 연구 끝에 최대한 부작용을 줄인 탕약을 고안해 냈다. 물론 그만큼 딜레리아의 효과도 줄어들지만, 장기간 꾸준히 복용하며 정성을 들이면 능히 견고한 영혼의 성벽을 쌓을 수 있을 거라고 했지.
‘하지만 딜레리아는 귀한 재료야. 다키아누스도 자신이 비밀스러운 화원을 만들어 그 꽃들을 독점하고 있다고 했잖아?’
거기서 성진은 생각을 조금 비약시켰다.
후작가의 시조인 다키아누스가 활동하던 시기가 벌써 수백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하면 그가 퍼뜨린 지식 역시 누군가에게 공유되어 암암리에 퍼져 나갔을지도 모를 일.
그리고 그들은 불로불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딜레리아를 대신할 뭔가를 찾아다녔으리라. 예를 들자면, 딜레리아와 유사한 향을 풍기는 로페룸의 알 같은 것들을.
‘즉 로페룸의 알은, 딜레리아의 하위 재료로 이용된 거야!’
그렇다면 다키아누스가 말한 영혼의 ‘성벽’이 무엇인지도 어느 정도는 짐작이 가능하다.
영혼이 깃들기에 가장 안락한 장소.
바로-
‘염상 결정!’
약차는 성진의 염상 결정을 극도로 활성화시키는 효과를 보였지. 즉 로페룸의 알은 충분히 근거가 있는 대체재라는 뜻이다.
다키아누스의 탕약과 마찬가지로, 약차 역시 오랜 기간 복용하면 언젠가 제대로 된 염상 결정이 생성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예상외로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 테지. 그래서 더 급진적인 효과를 보고자 시도한 자들도 있었을 거야.’
아마도 그들이 주재료인 로페룸의 알을 직접 사람에게 심는 실험을 했으리라 짐작해 볼 수 있다. 갑자기 전방위적으로 발생한 회색 역병 환자들은 모두 이 실험의 부작용이리라.
물론 웨스커 대주교가 독단으로 [임시 긴급조치권]을 발동한 이후에는, 그 기세도 한풀 꺾이고 말았지만.
아직은 회색 역병을 퍼뜨린 급진 세력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어도 성진은, 약차를 ‘전통적인’ 방법으로 공급하는 세력만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결국 이 모든 일의 시작은 참회 교단인가.’
언젠가 벨린다를 심문하며 들은 적이 있지. 약차. 그러니까 그들이 말하는 ‘각성차’의 재료인 로페룸은, 참회의 대주교가 직접 나눠 주는 보물이라고.
그리고 그때 벨린다는 이런 말도 했었다.
-각성차는 결국 모든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내려지는 것! 우리가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그것을 너희 배교자들에게 기꺼이 나눠주는 것은, 모든 대륙의 인간들이 영적으로 깨어나기를 원하시는 주신의 뜻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약차는 지그스문트령에 퍼지기 전에도, 이미 오랜 시간 북부 전역에서 암암리에 음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거다.
‘그리고 그 중심이 되는 것은, 암흑 교단이 이용하는 자유 지하도의 거점들일 확률이 높다.’
그래서 성진은 갑자기 생떼를 부려가며 ‘특송’ 마차의 경로를 바꾸었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할 생각이었다. 현재 그에게는 불완전하나마 [영안]이라고 할 만한 능력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만에 하나, 정말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생성되고 있는 염상 결정들을 확인할 수만 있다면!
[글쎄, 어떨까…….]성진의 설명을 들은 마왕은 조금 회의적인 반응이었다.
[전에는 나도 너와 함께 여행을 했잖아? 만일 염상 결정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면, 분명 내가 알아볼 수 있었을 거야.]“하지만 우리 일행은 여관에 잠시 머물렀을 뿐이잖아?”
상단의 통행이 잦은 여관 부근에서 마을 토박이들을 제대로 마주쳤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그러니 거점 마을에 오래 거주하며 장기간 약차를 복용한 사람들을 확인해야 했다.
[근데 말이지. 설령 네 말대로 염상 결정을 발견한다고 해도 문제야.]마왕이 꼼지락거리며 램프 중심으로 자리를 옮겨 앉는다.
[너랑 나만 볼 수 있는 걸 사람들에게 증거랍시고 내밀 수는 없잖아? 약차의 유통을 막고 싶다면, 아마도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거야.]“흠. 그건 그렇지만…….”
그렇게 짐마차에 앉아 고민하는 동안, 어느새 날이 밝아 지평선에는 먼동이 터 오고 있었다.
“테레가 보입니다. 저하.”
마사인 경의 말대로, 저 멀리 작은 마을의 전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 * *
일행은 ‘특송’ 마차에서 내려 무사히 테레의 여관에 도착했다.
“이게 끝이야? 우리를 이렇게 순순히 보내 준다고?”
오웬이 마부를 힐끔 돌아보며 물었다. 아닌 게 아니라, 마부는 아직도 이쪽을 쏘아보며 마음껏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중이었다.
“아니. 우리가 레지나에 도착할 때까지는 감시를 멈추지 않을걸?”
“뭐? 그럼 이제 어떻게 해?”
“어쩌긴 뭘 어째? 그냥 감시만 하는 거야. 대놓고 우리를 해치지는 못해.”
그렇게 오웬을 안심시켰지만, 성진도 내심 껄끄럽긴 했다.
‘놈들의 감시 속에서 움직이려면 좀 번거롭긴 하겠는데?’
어쨌거나 안정적으로 묵을 곳을 찾은 다음 생각하자. 그렇게 결심한 성진은, 여관 주인에게 가장 좋은 방 세 개를 요구했다.
“일행이 세 사람이오? 그럼 큰 방 하나만 잡아도 충분할 텐데.”
여관 주인은 일행의 허름한 행색에 눈살을 찌푸리며 대꾸했다. 물론 성진이 넉넉한 돈주머니를 꺼내자 대번에 표정이 바뀌었지만.
“아니, 꼭 세 개가 필요해.”
“두 개까지는 내어줄 수 있소. 물론 웃돈을 좀 많이 얹어 주셔야겠소만.”
“세 개. 나머지 방 하나는 세 배 가격으로 치르지.”
“그러시오.”
성진은 주인장의 손바닥 위로 금화 한 닢을 떨궈 주며 물었다.
“여관이 붐비는군. 이 마을에 묵으려는 사람들이 그렇게나 많나?”
확실히 예전 지그스문트령을 오갈 때보다는 마을이 눈에 띄게 복작거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자 은근슬쩍 금화를 깨물어 보던 주인장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러게 말이오. 최근에는 작은 상단이나 개인 행상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오. 혹시 ‘베르트란 & 리’라는 이름을 들어 보셨소?”
“알아. 양심적으로 장사하는 아주 좋은 상단이지. 재무구조도 튼튼하고.”
“…그건 잘 모르겠소만. 어쨌든 그들이 자주 오가는가 싶더니, 점점 개인 행상들도 늘어나는 거요. 듣자 하니 델크로스에서 행상들을 데리고 무슨 사업을 벌인다고 하더이다.”
“그렇군.”
고개를 끄덕인 성진은, 드문드문 커다란 봇짐을 멘 사람들을 눈으로 훑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이 묵기로 한 방은 3층에 있었다.
“저하. 저하께서 머무시기엔 너무 허름하지 않습니까? 지금이라도 바로 레지나로 돌아가는 것이 어떨지요?”
방을 둘러본 마사인 경이 조금 불편한 듯 물었다.
“괜찮아. 여기 오래 있지는 않을 거야. 마사인 경.”
“그렇습니까.”
“응. 그럼 난 주위를 둘러보고 올 테니, 마사인 경은 여기서 잠시 쉬고 있지.”
그러자 당연하게도 마사인 경은 대단히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데 이상한 것은, 당장이라도 따라가겠다고 항의했어야 할 그가 성진의 명령에 고분고분 침상에 주저앉았다는 것이다. 물론 마사인 경 스스로도 자신의 행동이 납득이 안 되는지 잠시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음?”
오웬 역시 그의 행동에서 묘한 어색함을 느낀 모양이었다.
‘뉴비야. 어제부터 형님이 왜 저러시는 거냐? 어째 평소랑 달리 좀 이상하지 않아?’
‘…….’
물론 짐작 가는 바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다 잊고 이만 자도록 해, 마사인 경. 나중에 눈을 뜨게 되면, 경을 괴롭히던 안 좋은 일들은 모두 잊게 될 거야.
-지금 경은 그냥 내 말을 따르기만 하면 돼. 그럼 모든 것이 해결될 테니까.
푸리아노의 하수도에서 나온 후, 심하게 불안해하는 마사인 경을 위해 성진은 여러 번 그런 말로 그를 달랬었다.
한데 나중에 마왕에게 듣자 하니, 강한 의지를 담은 그 말들이 마사인 경에게는 일종의 속박이나 저주처럼 작용했을 거라나?
‘물론 아버지가 잠시 와 주셔서 상태가 훨씬 좋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그의 본래 성격과 달리, 묘하게 말을 잘 듣는 듯한 느낌이 남아 있단 말이지.
아귀가 맞지 않아 어딘가 삐걱거리는 느낌. 잊을 만하면 신경을 건드리는 그 불편감을 애써 무시하며, 성진은 오웬에게 당부했다.
“난 옆방으로 간다. 넌 여기서 쉬면서 마사인 경을 잘 살펴봐.”
“엉?”
오웬이 혼란스러운 얼굴을 했다. 상태가 영 불안한 호위기사의 옆에 남아야 할지, 아니면 아직 어리게만 보이는 뉴비를 따라가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모양.
하지만 그의 방황은 생각 외로 금방 끝났다.
“엇, 긴급 퀘스트다!”
“뭐라는데?”
“그냥… 해야 할 일을 하라는데? 이게 뭐야?”
오웬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의자에 주저앉았다.
“지시가 짧고 모호한 걸 보니까, 아무래도 네 말대로 하라는 거 같은데? 이상하게 상태창 씨는 너랑 연관되는 일에는 이렇게 몸을 사리더라.”
“…….”
“근데 보상이 너무 짜! 이럴 수가! 명색이 긴급 퀘스트인데, 등급이 F인 데다 보상도 단 5캐시라니! 이거 실화냐?”
내 말대로 쉬기만 하면 보상을 준다는 거 아냐? 대체 거기서 뭘 더 바라는 거야?
“간다.”
“아아, 그래. 뉴비야. 그래도 여관 안에만 있어야 해. 알았지? 괜히 너 혼자서 밖으로 돌아다니지 말고-”
탁!
잔소리가 끝이 없는 오웬을 뒤로하고, 성진은 방을 나섰다.
가만히 기감을 가다듬으며 주위를 살피자니, 아니나 다를까, 황무지에서부터 열심히 쫓아오던 암살자들이 하나둘 여관 지붕에 자리 잡는 기척이 느껴졌다.
이쯤 되니 슬슬 멀리서 따라오고 있을 다샤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이게 대체 며칠째야. 다샤가 잠시라도 쉴 틈이 있어야 할 텐데.’
조반니를 만날 무렵부터 성진은 그녀의 기척을 전혀 감지할 수 없었다. 아마도 일행을 감시하는 암살자들의 이목을 피해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아닐까 짐작하지만.
물론 다샤의 뛰어난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성진이기에, 그녀의 신변에 문제가 생기리라는 걱정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몇 날 며칠을 쉬지도 못하고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얼른 이번 일을 끝내고 레지나로 돌아가야겠어. 근데 대체 무슨 수로?’
마왕의 램프를 한 손에 든 채, 성진은 천천히 복도를 걸으며 생각했다.
‘오러 은폐를 쓰면 몰래 돌아다닐 수는 있어. 하지만 내가 직접 조사하러 다니면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될 거야.’
어떻게, 마을 사람들 모두를 부드럽게 한자리에 모을 좋은 방법이 없을까?
* * *
하지만 성진의 고민은 의외로 금방 해결되었다. 바로 여관 앞에서 주인과 실랑이를 벌이는 한 청년 덕분이었다.
“누구 맘대로 여기에 좌판을 깔겠다는 거요?”
“자릿세는 넉넉히 드릴 게요. 좀 부탁드려요, 어르신! 네?”
커다란 봇짐을 멘 그 청년은, 상인이라기보다는 촌에서 올라온 순박한 농부에 가까워 보였다.
한데 무슨 사정이 있는지, 꽤 필사적으로 여관 주인에게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번 상행에서도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황궁 투자금도 완전히 물 건너간단 말이에요! 제발 도와주세요!”
“아, 몰라! 괜히 영업 방해하지 말고 저쪽 골목에나 가 보쇼!”
“어르시인-!”
한데 그의 말 중 유난히 성진의 귀를 잡아끄는 단어가 있었다.
‘…황궁 투자금?’
델크로스 황궁에서 개인 행상을 상대로 투자금을 준다는 말을 성진은 처음 들었다. 게다가 저 청년은 딱 봐도 누군가로부터 투자금을 땅겨 올 만한 재목이 아닌데?
“이봐, 괜찮으면 잠시 나랑 얘기 좀 할까?”
그렇게 해서 청년을 붙잡고 들은 이야기는 꽤 놀라운 것이었다.
“준 상단 사업자증?”
“네, 그렇습니다.”
자신을 ‘올리버’라고 소개한 청년은, 품에 소중하게 지니고 있던 서류 하나를 내보였다.
그는 물품을 구입하겠다며 내보인 금화를 확인한 뒤, 제법 성진에게 고분고분해진 상태였다.
“벌써 여기저기 소문이 자자합니다. 황궁에서 발행한 ‘준 상단 사업자증’을 발급받은 후 북부에서 성과를 올리면, 제대로 투자를 받아 어엿한 상단을 차릴 수 있다고요.”
최근 ‘베르트란 & 리’ 상단의 선구적인 개척으로 인해, 북부 치안에 대한 위기감이 대폭 줄어든 상태.
그래서 기존에 자리 잡은 상단과 경쟁하기를 꺼리는 작은 상단이나 개인 행상들이 최근 앞다투어 북부로 진출하는 중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신원을 보증하고 보호하기 위해 최근 황궁에서 발행하는 것이 바로 [준 상단 사업자증]이다. 이 사업자증만 있으면 북부의 어디서나 신원이 보증되며, 별도의 사례비 없이도 대형 상단을 따라다닐 수 있단다.
“좋은데? 그거 누가 승인해 줬는데?”
“아멜리아 황녀님이십니다. 듣자 하니 최근 황도의 상단 활동은 죄다 아멜리아 황녀님께서 총괄하신다고 하더군요.”
”흠.”
성진은 그가 내민 서류를 받아 들고는 유려하게 휘갈겨진 서명을 새삼스러운 기분으로 바라보았다.
아멜리아 누님의 서명…….
“역시 아멜리아 황녀님은 델크로스 최고의 명필이시군.”
“…네?”
뜬금없는 감상에 올리버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묻자, 마왕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놈 이거, 또 시작했네. 저놈의 두꺼운 콩깍지.]“닥쳐!”
“네에에?”
난데없이 닥치라는 소리를 듣고 올리버가 크게 당황한다. 그런 그에게 서류를 돌려주며, 성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쩐지 누님의 깊은 뜻을 알 것도 같았다.
너도나도 부푼 꿈에 눈이 멀어 마구잡이로 북부로 진출하면, 이들 중 일부는 순식간에 비명횡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겠지. 그래서 적당한 상단의 보호 아래서 성과를 내오라고 한 거다.
만일 소정의 성과가 생긴다면 투자를 받아 제대로 된 상단을 꾸릴 테고, 장사를 망치게 되면 순순히 포기하고서 고향으로 돌아가겠지.
또한 ‘준 상단 사업자증’은 황실에서 그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그러니 운 나쁘게 북부에서 홀로 고립되더라도, 여간해서는 도적들이 목숨까지 건드리기 어려울 터.
아아, 우리 아멜리아 누님은 어쩜 이렇게도 상냥할까.
[…팔불출도 그 정도면 병이야, 이성진.]뭐라는 거냐! 난 어디까지나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그래서 올리버, 자네는 뭘 취급하는데?”
“아, 네. 약초들입니다. 손쉽게 키울 수 있고 효과도 좋은 것들이죠. 하지만 북부의 기후에서는 재배가 힘들 겁니다.”
“흐음…….”
성진은 올리버가 좌판에 펼쳐 둔 말라비틀어진 풀들을 뒤적였다. 어째 혼자 상단을 차리겠다는 큰 야망에 비해, 펼쳐 보인 물건들은 썩 시원찮았다.
바로 그때, 성진의 눈에 유난히 박히는 식물이 있었다. 뭔가 털 빠진 강아지풀 같기도 하고, 덜 여문 보리 이삭 같기도 한.
“이건 뭔데?”
“아, 그건 테오신테라고 합니다.”
“어디 쓰는 약초야?”
“약초라기보다, 차로 끓여 먹기 좋습니다. 약효는 딱히 없지만 제법 고소한 맛이 나죠.”
순간 번뜩이는 영감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성진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올리버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좋아, 올리버. 황궁 투자금을 받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네.”
“네에?”
“자네 물건은 상품성이 충분해. 내가 자네 물건을 모두 사서 증명해 주지.”
“저, 전부요?”
아직도 긴가민가하는 청년을 향해, 성진이 힘주어 대답했다.
“그래. 테오신테도, 말라비틀어진 약초들도, 그 좌판도. 전부 다!”
정말 엄청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고!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마을 토박이들을 죄다 이곳으로 불러 모을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