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ren of the Holy Emperor RAW novel - Chapter (61)
성황의 아이들-61화(61/469)
061. 파종 (5)
성진의 갑작스러운 말에 브르타뉴인들은 크게 당황했다.
“지금 뭐라…….”
“아아. 하지만 아무리 불만이 많더라도 험담의 수위는 좀 지키지 그랬어? 네놈들이 후작에게 XXX라고 했다던가, 라비주리 공자를 XXX한 XXX라고 한 것까지는 차마 내 입으로 밝히기도 민망하지 않으냔 말이야.”
“아니, 뭐 이런 막 나가는 놈이…….”
분명 말도 안 되는 헛소리였다. 그랬는데…….
만약 저 미친놈이 정말로 그런 헛소리를 경비대에 나불거리면 어찌 되는 거지?
바가지머리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외국인이 연루된 소동. 분명 시시비비를 피하기 위해 델크로스에서는 경비대가 조사한 모든 내용을 빠짐없이 브르타뉴에 전할 거다. 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포함해서.
그리고 그 서류는 그들의 고용주인 라비주리 후작에게 가장 먼저 전해지겠지.
만약 소년이 곧이곧대로 자신들이 성황가를 모욕했다 진술한다면, 이는 대단히 큰 외교 문제로 번질 가능성이 있었다.
그래서 오히려 후작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사건이 공론화되는 것을 막으려 할 것이다. 소년이 무고한 자를 모함했다 주장할 테고, 억울하다는 자신들의 발언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돈과 인맥을 아끼지 않겠지.
그러나 소년이 단순히 ‘라비주리 후작가에 대한 험담’을 들었다고 주장한다면 어찌 되나.
외교 문제로 번질 만한 일이 아닌데다, 어찌 보면 흔히 있을 수 있는 사소한 사건이기에 오히려 소년의 말에 신빙성이 생길 거다. 라비주리 공자는 변명은 듣지도 않고 자신들을 그대로 브르타뉴로 되돌려 보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제국 한가운데서 후작가를 욕보인 죄로 잔뜩 분노한 후작을 대면해야 하리라.
‘설마…….’
바가지머리는 미심쩍은 눈으로 눈앞의 소년을 바라보았다.
‘후작가가 이 일을 덮는 것을 기다리느니, 차라리 일을 축소해서라도 확실하게 엿을 먹이겠다는 말인가. 설마… 아니겠지?’
저런 어린 소년이 설마 거기까지 고려했으려고.
분명 그럴 텐데.
‘저 얼굴…….’
한쪽 입매를 슬쩍 비틀며 웃는 소년의 저 얼굴을 보고 있자니 이상하게 불안해졌다. 그러니까 딱 이런 느낌이었다.
-나는 무슨 수를 쓰든 네놈들을 엿 먹일 준비가 되어 있다.
왜 수틀리면 뭐든 저지를 것 같다는 위기감이 엄습하는가!
바가지머리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런… 그런 헛소리를 경비대가 믿는다고? 누가 봐도 이건 네놈의 터무니없는 모함이 아니냔 말이다!”
“모함이라니…….”
성진은 입꼬리를 비죽 끌어 올리며 성격 나빠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그거야 네놈들 주장이고. 그런데 증거 있어? 너희는 그런 적 없다고 경비대에 증거 댈 수 있냐고. 여기에 브르타뉴 같은 촌 동네 말을 알아듣는 제 3자가 있으면 한번 데려와 봐. 이 XX들아.”
“이이이익!”
브르타뉴 놈들의 얼굴이 죄다 볼연지보다 붉게 달아올랐다.
한편.
살살 긁으며 약을 올리고는 있지만, 성진 역시 머릿속으로는 그들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괘씸하지만 다른 방법이 없다. 자세한 내막은 덮는 게 좋겠어.’
만약 이놈들이 브르타뉴어로 떠들고 있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다면, 사람들의 눈이 있는 곳에서 맞서는 대신 조금 다른 방법을 생각했을 거다.
‘명분은 분명 이쪽에 있다. 하지만 탄신연을 앞둔 시기니만큼, 그냥 덮는 쪽이 델크로스와 브르타뉴 양측 모두에 이익이야.’
브르타뉴 쪽에서는 당연히 기사들이 대놓고 성황가를 모욕했다는 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을 거다. 그러잖아도 제국으로부터 내정 간섭 같은 여러 갑질을 당하는 중인데, 거기서 외교적으로 더 밑지고 들어가 봐야 좋을 것이 없으니까.
델크로스 쪽도 마찬가지. 만일 이 일이 공론화되어 브르타뉴에 정식으로 항의를 해본들 변변한 이득이 없을 뿐더러.
-제국이 브르타뉴에 항의를 했다는군. 성황가 황녀에게 이런 소문이 돌고 있다는데…….
-타국의 일개 호위 기사 입에서 오르내리는 정도라면 조금은 근거가 있다고 봐야…….
결과적으로 소문이 널리 퍼져 명예가 실추되는 것은 성황가 쪽이다.
‘거기다 이대로 무력 다짐으로 끌고 가는 것도 그리 좋은 그림이 아니지.’
이유야 어찌 되었건, 민간 식당에서 소란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크게 구설수에 오를 일.
만약 소요 사태를 일으킨 주체가 성황가의 개망나니 황자라는 것이 알려진다면, 이는 전 대륙에 두고두고 회자될 망신살이 될 수도 있다.
-그 개망나니 놈이 이제는 하다하다 탄신연을 위해 방문한 외국인에게까지 칼을 뽑았다지? 천년의 성국이라고 하더니, 성황가의 손님맞이 수준도 알 만하군.
이미 그 시비의 잘잘못 여부는 크게 의미가 없는지도 모른다.
‘차라리 저쪽에서 먼저 칼을 뽑아주면 좋겠는데. 거, 생각보다 조심성 많은 놈이란 말이야…….’
성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눈앞의 바가지머리를 살폈다.
그는 사실, 아까부터 일부러 단전에 오러를 묶어 오러 활성도를 낮춰둔 채로 놈들을 도발하는 중이었다. 수적으로도 우세하겠다, 조금만 얕보여 주면 혹여나 확 덤벼들어 주지는 않을까 하고.
한데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기세 좋게 일어난 것이 비해, 놈들은 허리춤의 검을 잡은 손을 멈칫멈칫거리기만 할 뿐 막상 덤빌 생각은 하지 않았다.
성질대로 검을 뽑으려니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 때문에 망설여지는 거다. 유혈 사태를 일으키면 골치 아파지는 것은 피차 저쪽도 마찬가지라는 얘기.
그렇다면.
‘일단은 이대로 대치하다 경비대로 가서…….’
성진은 가만히 브르타뉴 놈들을 견제하며 생각을 정리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입구가 소란스러워지더니, 곧 무장을 한 한 무리의 기사들과 경비병들이 척척 대열을 맞춰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이 대치한 지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걸 생각하면 참으로 빠른 출동이었다.
깔끔한 정복과 은빛으로 빛나는 무장, 그리고 절도 있는 움직임이 과연, 잘 훈련된 정예라는 느낌을 풀풀 풍긴다.
“멈춰라! 수도 경비대다!”
“당장 무기에서 손을 떼시오!”
그들을 둘러싸는 경비대의 기세가 자못 위압적이었기에, 브르타뉴인들은 엉거주춤 자세를 풀며 손을 슬그머니 들어 올렸다. 오기가 있어 물러서지 않고 대치하고는 있었지만, 막상 수도 경비대를 마주하고 나니 얼굴에 낭패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게. 처음에 그냥 사과하고 끝냈으면 좋았을 거 아냐.”
성진 역시 호두까기에서 손을 내리며 바가지머리를 향해 씨익 웃어 보였다.
“끝까지 그 검을 뽑지 않은 것은 칭찬해 주지. 만일 그랬다가는 황족 시해 미수로 즉결 처분해도 변명의 여지가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이제부터는 조심해서 그 입을 놀려야 할 거다.”
바가지머리가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마주 노려보았다.
“여기서 어떤 헛소리를 더 하려고! 황족 시해라니, 그건 또 무슨…….”
“어, 몰랐던가?”
이성진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근래 보기 드문 밝은 얼굴로 활짝 웃었다.
“내가 바로 네놈들이 말하던 그 성황가의 새끼 돼지님이거든.”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지 몰라 어리둥절하던 브르타뉴인들의 얼굴이, 곧 서서히 경악으로 희게 질려갔다.
* * *
식당에서 일어난 소동으로 연행한 자가 알고 보니, 개망나니 모레스 황자였다.
수도 경비대의 시선은 당연히 곱지 않았다.
아쉽게도 호위로 동행하고 있던 기사들은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브르타뉴어에 문외한인 마리아 경의 경우에는, 아직까지도 무엇이 문제였는지 짐작조차 하지 못한 채 어리둥절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니까 조사에 협조해 주십시오, 저하. 자꾸 얼버무리지 마시고요.”
“아까부터 열심히 협조하고 있잖나. 거듭 말했지만, 저들과는 사소한 오해가 있었을 뿐이야.”
“그러니까 그게 무슨 오해인지, 자세히…….”
“흠. 이제 모든 오해가 풀렸는데 구태여 그것을 입에 담을 필요가 있을까? 라비주리 후작가의 명예가 걸린 일이라 나도 자세한 설명은 어렵네. 우리는 그저 신사적으로 정중히 언쟁했을 뿐이야.”
어이, 그렇게 대놓고 개소리 작작 하라는 표정 짓지 말라고.
“하지만 저하. 식당에 있던 자들의 말로는, 분명 당장이라도 칼을 뽑을 기세였다고…….”
“아. 그것 역시 오해야. 우리가 브르타뉴어로 대화하고 있어서 그런 오해가 생긴 모양이지. 자네도 알다시피, 브르타뉴어가 얼핏 들으면 욕설처럼 구수하고 발음이 참 찰지지 않나?”
“네?”
“모르는 사람은 고급 언어니 어쩌니 지껄이지만, 내가 듣기에는 딱 쌍욕을 위해 만들어진 언어 같아.”
“…네?”
조서를 작성하던 기사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한쪽에 서 있는 브르타뉴인들을 쳐다보았다.
브르타뉴인들 역시 어느 정도는 제국 공용어를 구사할 수 있는 자들이었다. 당연히 성진이 하는 말을 대부분 알아듣고 있었지만, 이따금 얼굴을 붉히기만 할 뿐 별다른 대꾸는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성황가의 황자 앞에서 황실 험담을 잔뜩 늘어놓은 터였다. 거기다 남들이 보는 앞에서 한동안 무력 대치까지 했으니, 원래라면 불경죄로 당장 하옥되더라도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그들은 그저 저 막 나가는 황자가 행여나 경비대 앞에서 엉뚱한 소리를 지껄이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연행된 브르타뉴 기사들의 책임자가 소식을 듣고 서둘러 경비대를 방문했다.
라비주리 공자, 샤를.
가문을 대표하는 책임자라고 하기에는 모레스보다도 어려 보이는 작은 소년이었다.
공자는 경비대에 억류된 기사 놈들과 마찬가지로 일자로 다듬어진 머리에 볼연지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다행히 앳된 얼굴에 자연스럽게 어린 홍조처럼 보여 부담은 덜했지만.
‘이거, 아버지에게 문화 쇄국 정책을 건의해야 하는 거 아닐까? 아니면 하다못해 볼연지 금지법이라도…….’
그를 마주한 성진은 진지하게 그렇게 생각했다.
“저희 기사들이 큰 실례를 저지른 것 같아 참으로 송구합니다, 저하.”
샤를 공자는 조금은 서툰 발음의 제국 공용어로 정중하게 예를 취해 보였다.
“이것이 모두 어린 저의 부족함입니다. 탄신연이 얼마 남지 않은 이 기쁜 날, 저들이 그저 들뜬 나머지 실수를 하였사오니 저하께 너그러이 용서를 구합니다.”
“흠…….”
성진의 눈썹이 슬쩍 위로 올라갔다.
자세한 내막을 캐기도 전에 일단 정중히 사과부터 하고 본다고?
“예? 하지만 아직 그쪽 기사들의 사정 청취는 시작하지도 못했습니다만?”
기사가 의아해했지만, 샤를 공자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빤한 일입니다. 그저 부족한 제 호위 기사들이 멋모르고 저하께 무례를 저지른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니, 하지만…….”
“저하께는 참으로 죄송합니다.”
“…….”
제법 이름 높은 외국 귀족가의 공자가 저자세로 나오니, 기사는 말문이 막힌 모양이었다.
꼬맹이가 제법인데.
이렇게 나오면 오히려 이쪽에서 자세한 잘잘못을 설명하기가 불편해진다.
“그래. 라비주리 공자가 이렇게까지 사과하는데, 이들을 더 억류하는 것도 면목이 서지 않지. 어떤가? 이쯤에서 그만 없던 일로 하고, 서로 좋게 넘어가는 건?”
조서를 작성하던 기사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성진을 쏘아보았다.
“아니, 황도 한가운데서 무력 충돌이 일어났는데, 거기다 정식으로 신고가 들어온 사항을 어떻게 마음대로 없던 일로 합니까, 저하?”
“무력 충돌이라니, 그거 다 오해였다니까.”
“그런 억지가…. 빤히 피해를 입은 식당이 있고, 식사 도중 도망친 목격자들이 있는데 무슨 그런 말씀을…….”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샤를이 동그란 눈망울을 올망거리며 기사를 바라보았다.
“그러잖아도 오늘 문제가 생겼던 식당에는 제가 이미 영업 손실의 세 배 이상 되는 충분한 금액을 보상하도록 지시했습니다. 뭔가 ‘실제로’ 파손되거나 ‘정말로’ 다친 사람은 없지만요.”
“네? 그러나…….”
기사가 떨떠름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성진이 그에 대고 덧붙였다.
“혼자 결정하기 부담스럽다면 이 자리에 자네의 상사를 불러줄 수 있겠나? 내 친히 그에게 하나부터 열까지 ‘자세한’ 설명을 하지. 뭣하면 아버지께 ‘직접’ 보고드릴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할 수도 있어.”
“…….”
기사는 질린 얼굴을 했다.
늦은 저녁 시간 불려 나와 황자에게 시달리고, 성황 폐하까지 알현해야 하게 생긴 그의 상사가 그 스트레스를 과연 누구에게 쏟아낼 것인가!
“…정 그러시다니, 그럼 없던 일로…….”
“오늘 자네의 결단이 델크로스와 브르타뉴의 우호 관계에 큰 기여를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네.”
성진은 만면에 웃음을 띠며 기사의 어깨를 두드렸다.
경비대를 빠져나오니 해가 거의 저물어 사위가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인파로 부산하던 거리 역시 조금은 한산해져, 마차며 짐마차들이 정체 없이 움직이고 있는 상황.
‘결국 오늘 수련은 완전히 텄구나.’
수련 시간을 좀 아껴보려다 이게 무슨 낭패야.
마차를 찾으러 간 마리아 경을 기다리며 속으로 투덜거리고 있는데, 성진의 옆으로 샤를 공자가 조용히 다가왔다.
“정말로 저희가 궁으로 모시지 않아도 괜찮겠습니까, 저하?”
“…….”
성진은 말없이 소년을 내려다보았다.
샤를 공자는 어린아이다운 천진한 얼굴을 빛내며 성진을 올려다보는 중이었다.
개망나니로 소문난 황자와 엮여 불필요한 대량의 지출을 했으니 짜증이 날 만도 한 상황. 그러나 그 말간 얼굴에서는 극도의 호의 외에 다른 감정을 찾을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성진은 되레 이렇게 생각했다.
‘어쩐지 음흉한 꼬맹이…….’
하지만 웃으며 다가오는 얼굴에 대고 침을 뱉을 수는 없지.
“오늘은 내가 신세를 졌습니다. 샤를 공자.”
이 꼬맹이가 꽤나 어른스럽게 대처해 준 덕에 자칫 크게 번질 수 있었던 충돌이 조용히 무마되었다. 속내를 알 수 없는 것을 떠나, 일단 성진은 이놈과 손발이 제법 잘 맞는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성진의 말에 꼬맹이는 펄쩍 뛰며 손사래를 쳤다.
“신세라니 당치 않습니다! 저희가 오히려 황자님의 관대한 처사에 감사해야 할 일인 것을요.”
“관대할 것까지는…….”
“아닙니다! 제 호위 기사들이 저하께 어떠한 무례를 저질렀을지 어느 정도 짐작하는 바가 있습니다. 제가 돌아가면 이 자들에게 크게 벌을 내릴 터이니, 저하께서도 부디 노여움을 풀어주십시오.”
“…….”
“크게 불경죄로 다스려져도 시원치 않을 것을, 양국의 관계를 위해 이리 아량을 베풀어주시다니! 그저 저하께는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이놈 봐라.
은근히 정중한 척하면서 성진의 입에서 자세한 내막이 나오는 것을 겁내고 있다. 따로 관계자들에게 벌을 주겠다며 살살 달래기까지 하면서.
호위 기사들이 평소에 무슨 말을 하고 다니는지 이미 파악하고 있다는 거다.
그렇다면.
성진은 샤를을 내려다보며 해사하게 웃어 보였다.
“궁으로 배웅은 됐습니다만, 괜찮으시다면 공자. 마차가 도착할 때까지 잠시 저와 말동무라도 해주시겠습니까?”
“와아. 이렇게 유창한 브르타뉴어를……!”
성진을 올려다보는 샤를의 눈이 더욱 초롱초롱 빛나기 시작했다.
그 이후, 성진은 샤를 공자를 붙잡고 브르타뉴어로 잠시 가벼운 환담을 나누었다.
대화에 큰 맥락은 없었다. 그저 성황가의 안부나 브르타뉴에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것들에 대한 여러 사소한 이야기.
단지 샤를 뒤에 옹기종기 서 있는 바가지머리 외 기사들만이, 성진이 입을 열 때마다 움찔움찔거리며 긴장하고 있을 뿐이었다.
그 와중에 공자가 성진의 브르타뉴어에 감탄하며 여러 차례 탄성을 지른 것은 두말할 것도 없었다.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저하! 이렇게 부드럽게 Arrhc를 발음하는 외국인은 정말이지, 처음 봅니다!”
그러니까 그 Arrhc 이란 게 대체 뭐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