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ldren of the Holy Emperor RAW novel - Chapter (70)
성황의 아이들-70화(70/469)
070. 염상 결정 (1)
처음 레안드로스 경의 방문을 받았을 때, 성진은 당장이라도 다음날부터 그 [마물 전담 대책반]에 출근해야 하나 생각했었다.
하지만 새로운 부서를 발족하기 위해 예산을 당기고, 기관 사무실 공간을 확보하고, 구성원을 채우고, 운영 방침까지 정하는 데는 아직도 갈 길이 한참은 멀었다나.
거기다 성황의 탄신 연회가 코앞이었다. 아마 제대로 부서가 운영이 되려면 적어도 탄신연은 넘긴 이후여야 할 거라고, 인퀴지터 발레리 경이 설명했다.
“그럼 발레리 경. 지금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건가?”
“마물 전담반의 임시 사무실입니다, 저하. 마침 행정부 별관에 적당한 빈 공간이 생겨서 말입니다.”
발레리 경은 성 마르시아스 기사단의 신입 인퀴지터였는데, 불타는 듯한 빨간 머리를 가진 호남이었다. 마물 전담반이 발족하면 바로 배속이 내정되어 있는 자다.
성 마르시아스 기사단과는 이전에도 마찰이 있었던 터라 그의 첫인상은 썩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의외로 말을 섞어보니 제법 호감 가는 성격의 젊은이였다.
“아직 제대로 정비도 되지 않은 곳에 굳이 저하를 모시는 저의가 뭔가? 응?”
성진의 뒤를 따르던 마사인이 으르렁거리듯 물었다.
그는 성진이 마물 전담반에 합류하기로 결정한 이후 계속해서 저런 식이었다. 뭐든 하나라도 트집을 잡지 못해 안달이 난 상태.
“마사인 경. 내가 먼저 샤론 경에게 사무실로 가겠다고 했어.”
“하지만 저하, 진주궁으로 부르셨어도 되는 일을…….”
“성기사가 진주궁에 출입하기 얼마나 까다로운지 경이 더 잘 알잖아?”
“…….”
샤론 경 역시 마물 전담 대책반에 합류하기로 되어 있는 엑소시스트다.
실무 관련으로 진주궁을 한 번 찾아온 적이 있었지만, 상당히 복잡한 허가 절차를 거치는 것을 본 성진이 다음에는 직접 움직이겠다고 한 것.
“하하. 그래도 제법 구색이 갖춰져 있습니다, 마사인 경. 일단 저와 샤론 경은 매일 이쪽으로 출근하는 중이고요.”
다행히 발레리 경은 약간의 위협 따위는 웃으며 넘겨 버릴 정도로 사교적인 인간이었다.
“사실 일부러라도 사무실을 비우지 않으려고 버티는 중이죠. 이대로 억지로 차지하고 있다 보면, 큰 이변이 없는 한은 정식 사무실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리고 이 능글맞은 빨강머리 인퀴지터는 성진을 향해 눈을 찡긋해 보였다.
“아무래도 본관 건물로 가면 신경 쓰이는 게 한둘이 아니거든요. 그렇다고 서류 작업을 원활하게 하려면 본관에서 너무 멀어도 곤란하고요. 지금 임시 사무실 자리가 딱이지요.”
사무실이 좀 좁기는 하지만, 꽤나 아늑한 맛이 있습니다.
발레리 경은 그렇게 덧붙이며 하하하 소리 내어 웃었다.
행정부 건물들은 황궁의 서쪽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게 빛나는 본궁과는 달리, 이곳의 건물들은 대부분 붉은 벽돌로 지어진 고풍스러운 건축물이다.
벽을 빼곡히 덮은 담쟁이덩굴에 잘 가꾸어진 정원수들이 어우러져, 마치 역사 깊은 대학교 부지를 방문한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성진이 신기한 눈으로 이리저리 주변을 구경하고 있자니, 발레리 경이 의아한 듯 물었다.
“행정부 쪽은 처음이십니까, 저하?”
“흠, 아마도. 열병을 앓은 후로는 처음이네.”
아, 그렇군요.
발레리 경은 뭔가를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반면 성진은 뭔가 신선한 충격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지금 황궁 밖으로 놀러 다니는 게 문제가 아니잖아?
나, 진주궁과 본궁 외에 황궁의 다른 곳을 가본 적이 있었던가?
아멜리아가 지내는 은장미궁이나, 하다못해 리자베스 황비가 사는 루비궁도 방문해 본 적이 없다!
‘내가 너무 진주궁에만 박혀 있기는 했구나……!’
[…그걸 이제 알았냐?]성진의 큰 깨달음에 마왕 놈이 어이없다는 헛웃음 소리를 냈다.
마물 전담반은 행정부 별관 2층에 마련되어 있었다.
일행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짙은 잿빛 정복을 입은 성기사, 샤론 경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들을 맞는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저하.”
샤론 경은 성 테르바키아 기사단의 베테랑 엑소시스트였다.
여느 남자들은 우습게 내려다볼 정도로 키가 큰 여성이었는데, 까마귀처럼 새까만 머리와 하루 이틀 쌓인 것이 아닌 듯한 두터운 다크서클을 가지고 있었다.
말라붙은 나뭇가지 같은 그 음침한 인상은, 어째 단장인 레안드로스 경을 조금 닮기도 했다.
악마를 오래 상대하다 보면 사람들이 다들 인상이 그렇게 변하나 보다.
“귀한 분께서 누추한 전담반 사무실을 직접 찾아주시다니 어찌 감사를 드려야 할지. 저 같은 것의 편의까지 이리 신경 써주시니, 참으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체구에 어울리지 않는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 거기다 말하는 중에도 도통 눈을 똑바로 마주치질 못한다.
전에도 생각했지만 어쩐지 참 자존감 낮아 보이는 사람이었다.
“아냐, 샤론 경. 앞으로 계속 볼 텐데 내가 부서에 익숙해지는 게 맞는 거지. 그래서, 나는 이제 뭘 하면 될까? 마물에 관해 내가 아는 걸 얘기해 주면 되는 건가?”
“예에. 저하께 [마물]에 관해 자문을 구하기 위해 전담반으로 모셨습니다. 흔쾌히 요청을 받아주신 저하의 관대함에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무슨, 관대할 것까지야.”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우선 디고리 저택 사건부터 상세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전담반의 정식 기록으로 남길 예정이라 서류 작업에 시간이 제법 오래 소요될 것 같습니다. 흐흐.”
마사인이 옆에서 험악한 표정으로 눈치를 주는데도, 그녀는 완전 느긋한 태도로 주섬주섬 필기도구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어쩌면 보기보다 대범한 성격인지도.
그리고 성진은 자리에 앉아, 한참 동안 그녀에게 반트라 모스에 대해 설명했다.
알이 성체가 될 때까지의 대략적인 기간, 애벌레와 번데기의 특징, 성체의 특징, 각각의 약점.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바르토시, 놈들의 채널링 기관에 관해.
물론 성진은 마물을 때려잡는데 필요한 모든 지식들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에는 뭐든 참견하고 싶어 하는 마왕 놈의 도움이 컸다.
[또, 또… 그것도 말해.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 섭취하는 영양소의 양이 아니라, 개체의 개수라는 사실을 알아? 반트라 모스의 크기가 그렇게 천차만별인 건 놈들이 잡아먹은 개체의 크기가 제각각…….]‘야야, 이 정도면 충분해. 무슨 논문 쓸 것도 아니고.’
그러는 동안 샤론 경은 연신 고개만 끄덕이며 열심히 성진의 말을 받아 적고 있었다.
그 태도에는 정보의 진위에 대한 의혹 한 조각 보이지 않았기에, 성진은 문득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얘는 또 왜 아무것도 묻지 않지?’
이제 성진은, 혹시 윗선에서 뭔가 함구령 같은 게 있었나 의심하는 중이었다.
한데 만약 정말로 그랬다손 치더라도, 이렇게 무턱대고 신뢰를 보내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 아닌가.
“경은 내가 말하는 정보의 출처가 궁금하지 않아?”
그러자 샤론 경이 입술을 끌어 올리며 흐으흐으 하는 이상한 웃음소리를 냈다.
“제가 어찌 감히.”
“아니, 당연히 궁금할 것 같은데?”
“그럴 리가요. 저하의 말씀은 모두 믿습니다.”
그게 믿음이 강요되는 문제냐?
그런데 샤론 경은 뭔가 생각이 난 듯 갑자기 멍한 눈으로 허공을 보며 구시렁거리기 시작했다.
“흐. 그래요. 아마도 저뿐만은 아니겠군요. 지금쯤이면 성황 폐하의 측근 몇몇은 이미 눈치를 챘을지도 모르죠.”
“…무엇을?”
“잠재력으로 인한 제약 말입니다.”
“……?”
“그리고 그 제약이 내포하고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을요.”
그녀는 위를 보고 있던 시선을 천천히 내려 처음으로 성진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적어도 저는, 오라클의 잠재력과 제약을 모르지 않습니다, 저하.”
…오라클?
성진이 뭐라고 되묻기도 전에 샤론 경은 다시 눈을 피하며 흐으흐으 실없이 웃기 시작했다.
“네에, 그럼요. 저는 알고 있어요. 비록 제가 이런 쓸모없는 반쪽짜리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어린 시절에는 일족과 함께 지내며 들은 것들이 제법 많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코…….”
작은 소리로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던 샤론 경은 성진의 의아한 기색을 눈치채고는 아, 하고 입을 다물어 버렸다.
“방금 말은 잊어주십시오. 제가 주의력이 산만해서 가끔 혼잣말을 잘합니다. 레안드로스 경께서도 그것 때문에 자주 주의를 주시지요. 네에.”
“어? 아냐, 샤론 경. 방금 뭔가 중요한 말 같았는데? 그러니까, 오라…….”
“으에에에그머니! 제 정신 나간 헛소리를 신경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가 어찌 감히 고귀한 성황가의 일원을 의심하겠습니까? 그저 그런 이야기입니다.”
성진이 눈을 가늘게 뜨고 샤론 경을 노려보았지만, 그녀는 딴청을 피우며 눈을 데구루루 굴릴 뿐이었다.
“순순히 말할 생각 없나?”
“에… 제가 말할 게 뭐가 있습니까. 앞으로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있겠습니다. 미천한 저는 그저 저하의 주옥같은 말씀을 한마디라도 빠지지 않고 기록하기에도 벅찬 것을요.”
빈정상한 성진이 슬쩍 미간을 구기자, 샤론 경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빈말이 아닙니다, 저하. 앞으로는 저하의 일거수일투족이 우리 마물 전담반의 행보를 결정하는 중대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아무렴요.”
“자꾸 딴소리는. 나는 그저 자문으로 온 거야.”
“흐. 하지만 결국 그렇게 될 거랍니다.”
“…경이 그걸 어떻게 알지?”
그러자 샤론 경은 히죽 일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흐으흐으. 그냥… 저는 알고 있습니다, 저하.”
그리고 그녀는 성진 쪽으로 몸을 숙이더니, 안 그래도 작은 목소리를 더욱 낮추며 소곤거렸다.
“그래서 제가 레안드로스 경께 저하의 [마물 전담 대책반] 합류를 적극 추천한 거 아니겠습니까? 흐흐.”
순간, 마사인이 잡아먹을 듯 험악한 눈초리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레안드로스 경이 모레스를 초빙하도록 만든 원흉이 바로 너였냐!
물론 샤론 경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다시 작성하던 서류에 코를 박았을 뿐이지만.
역시 사람이 은근 대범하다니까.
* * *
조금은 피곤한 오전 일정을 보내고 진주궁으로 돌아온 성진은 점심 시중을 드는 에디스에게 무심코 물었다.
“에디스, 오라클이 뭔지 알아?”
그러나 에디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에게 되물었을 뿐이었다.
“오라클요? 그게 뭔가요?”
“…어, 아냐.”
성진은 대충 얼버무리며 식기를 움직였다.
[신경 쓰이냐? 아까 그 미친 성기사가 한 말이?]‘미쳤다니… 그것보다 넌 예전에 뭔가 주워들은 거 없어?’
[아니, 오라클이란 건 처음 들어봐.]마왕 놈이 영혼 탐지를 했던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간 이 세계의 상식들에 대해 제법 많은 정보를 수집했었다.
그런 놈도 모른다면 오라클이란 것이 일반적으로 잘 알려진 것은 아닌가 본데.
‘어쩐지 중요한 것 같단 말이지…….’
나중에 다샤한테나 물어봐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마왕 놈이 피식 비웃음 같은 걸 흘렸다.
[뭐, 아까 그놈이 한 말은 그냥 무시해 버려. 보아하니 평생 제정신 가지고 살기는 좀 힘들어 보이더라.]‘…그게 무슨 말이야?’
[걔 머리도 정상은 아니던데? 모르긴 몰라도 가끔씩 환청 같은 것도 들리고 할걸?]성진이 경악하고 있는데, 마왕 놈이 아까 자신이 본 것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샤론 경의 머릿속에 좁쌀만 한 돌멩이 같은 게 빛나는 걸 봤다고.
기본적으로 샤론 경은 신성력을 가진 성기사이기 때문에 영혼이 미약한 빛에 감싸여 있어 처음에는 눈치채지 못했단다.
그런데 성진과 이야기를 하는 중에, 그녀의 머리 한쪽에서 불안정하게 점멸하는 작은 빛을 보았다는 것이다.
[그건 분명 염상 결정이었어.]‘염상 결정?’
[생물체가 가진 일종의 수신기관 같은 거지.]놀랍게도 군집 마물들이 가지고 있는 바르톨로메오 기관 역시 염상 결정의 일종이란다.
[드물지만 가끔 인간에게도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있나 보더라. 저런 식으로 애매한 자리에서 불안정하게 작동하면 미치는 거고, 제자리에 안정적인 모양으로 자리 잡으면 초능력자나 선지자 같은 게 되는 거지.]너네 인간들도 가끔 기록을 남기던데? 이마에서 막 빛나고 하는 그림이나 조각들.
마왕의 말에 성진은 무심코 오래전 지구가 멀쩡할 당시 보았던 성화나 불상 같은 걸 떠올렸다.
…설마?
[그 성기사의 경우도 마찬가지야. 엉뚱한 곳에 통제 불가능하고 불완전한 채널링 기관이 박혀 있는 거지. 그런 놈이 어떻게 악마나 악령을 상대하는 엑소시스트 같은 걸 하는지 몰라. 뭐든 홀리기 좋은 체질이던데.]불시에 머릿속에서 막 목소리 같은 게 들려오니 미치기에 딱 좋단다.
[아까 걔도 그렇게 말했잖아? 정신 차리고 한 사람 말에 집중하기도 힘들다고.]확실히 그러긴 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있겠습니다. 미천한 저는 그저 저하의 주옥같은 말씀을 한마디라도 빠지지 않고 기록하기에도 벅찬 것을요.
그게 비꼬는 말 같은 게 아니었다고?
[불쌍한데 걔한테 잘해 줘라. 인생 참 피곤할 거다.]…샤론 경. 이 하찮은 놈에게까지 동정을 살 정도란 말인가.
조금 찜찜한 기분으로 식사를 마치고 연무장으로 나서는데, 마침 의외의 소식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쿠르트 경이 달려와 밝은 얼굴로 성진에게 고했던 것이다.
“하벤이 깨어났습니다, 저하!”
성진은 그 길로 서둘러 기사 숙소로 달려갔다.
드디어 로페룸의 알에 관한 단서를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저하!”
닌니아스 의원의 보살핌을 받으며 침상에 누워있던 하벤은 성진을 발견하자마자 벌떡 몸을 일으켰다.
다행히 겉으로 보기에 정신은 멀쩡한 것 같았다.
다샤에게서 회색 역병의 경과에 대해 들었던 터라, 사실 후유증 없이 회복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고 있었건만.
그런데 이놈이 성진을 어째 열렬한 얼굴로 바라보며 괴상한 소리를 했다.
“감사합니다, 모레스 황자님! 황자님께서 제 목숨을 구해주신 것으로도 모자라, 제 인생의 반을 책임져 주신다고 하셨다 들었습니다!”
뭐?
성진은 황당한 얼굴로 닌니아스 의원에게 눈짓을 했다.
이놈 정말 완전히 회복된 거 맞아? 제정신이야?
옆에 서 있던 마사인의 기세가 대놓고 흉흉해지기 시작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하벤은 이제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헛소리를 지껄여댔다.
“칼멘에게 다 들었습니다! 저, 하벤… 살아오면서 낳아주신 부모님으로부터도 이런 총애를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이 감동을 어찌 다 말로 표현해야 할지…….”
칼멘이 대체 뭐 하는 자식이냐?
성진의 눈이 뾰족해지자 옆에서 눈치를 살피던 쿠르트 경이 슬그머니 귀띔을 해주었다.
“…저하와 함께 하벤을 부축했던 기사입니다.”
평소 보내오던 눈초리가 심히 불손하더니, 이런 식으로 사람에게 엿을 먹이는 건가.
하도 어이없어서 뭐라고 해야 할지 고심하는데, 하벤 놈이 비실비실 일어나더니 결의에 찬 얼굴로 외치며 무릎을 꿇기에 이르렀다.
“저 결심했습니다! 앞으로 제 남은 인생을 모레스 황자님께 바치겠습니다. 진주궁에 뼈를 묻으려 하니 부디 저를 받아주십시오!”
성진이 기함했다.
필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