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
1화. 영웅왕
활활 불길이 치솟는 전장에서 한 남자가 허리를 웅크리며 자리에 쓰러졌다.
-푸욱!
정체를 알 수 없는 무기로 가슴을 관통당한 그는 입술을 달싹였지만, 가슴 깊은 곳에서 들끓는 후회로 인해 차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후회 많은 삶……인 줄 알았더니…….’
공작가의 서자로 태어나 뾰족하고 날 선 핍박을 견디다 못해 가문을 나섰다.
그 순간까지도 나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줄만 알았다.
막상 온몸으로 이 세상의 현실을 마주하자, 난 세상에서 가장 큰 행운을 발로 걷어찬 병신이 되어 있었다.
서자라도 좋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더라도 상관없었다.
외부엔 배를 곯아서 죽는 자들이 허다했고, 극심한 배고픔에 옆집 아기와 자신의 아기를 교환하여 인육을 섭취하는 이들까지 있었다.
교환하는 행위가 그들의 마지막 남은 양심이었고, 그게 이 빌어먹을 세상의 현실이었다.
‘마지막으로 한 번…….’
막상 죽음이 코앞까지 다가오자 단 하나의 후회만이 내 머릿속을 가득 메울 뿐이었다.
꿀렁꿀렁!
“쿨럭!”
뻥 뚫린 가슴 위로 폭포수처럼 흘러나오는 피 때문에 더 이상 생각할 기력도 남아있지 않았다.
무겁게 잠기는 눈으로 기어코 제국을 향해 들이닥치는 적들을 바라보았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
그들이 몬스터인지, 악마라 불리는 신의 반역자인지, 마의 숭배자라 불리는 마족인지도 알 수 없었다.
아직 인류는 그들의 공격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까득-!!!
반쯤 잠긴 눈 안으로 그들의 끝에 홀로 서 있는 자를 담았다.
또렷한 눈으로 그자의 정체를 확인하고 싶었다.
죽어가는 와중에 알고 싶은 것이 있었다면, 적들이 우리를 공격하는 이유. 그 한 가지였다.
‘더 이상…… 후회는…… 하기 싫어.’
적의 정체를 알고 싶다는 일념하에 죽음의 끝에서 그자를 바라볼 뿐이었다.
바라보고, 바라보고, 계속 바라보았다.
적의 정체를 알 수 있게…….
적의 정체를…… 알 수…… 있……게.
적의…… 정…체를…… 알… 수…… 있…….
적…….
이제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나조차도 알 수 없었다.
시야가 완전히 암전되기 직전에 나는 내 마지막 힘을 끌어올렸다.
무슨 힘이 남아있었던 건지 모르겠다.
마지막 발악으로 본능적으로 중얼거리다시피 외쳤다.
“반드시! 너희들 전부 죽여 버릴 거야-!!!!!”
아직 살육의 소리가 선연한 이곳에 내 마지막 외침을 듣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가 피식 웃음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끝까지……. 알지…… 못했어.’
그가 내 처절한 외침을 들었다면 그건 분명한 비웃음이었겠지.
‘후회인가…….’
온몸으로 발악해봐도 이 답답함은 끝내 사라지지 않았다.
마지막 남은 후회를 간직한 채 눈을 완전히 감았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어디에선가 전쟁을 바라보고 있던 이는 공백을 유지하며 서서히 입을 열었다.
-띠링!
-띠링!
【시간이 역행됩니다.】
***
“으아아아아아아악!”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가슴팍을 부여잡았다.
“허억……. 허억…….”
온몸을 칠갑한 액체가 식은땀인 것에 안도한 것도 잠시뿐이었다.
너무 생생한 기억에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꿈? 꿈 맞겠지?”
꿈이라고 생각하고 싶었다.
그 처절함을 느끼고 싶지 않았다.
좌절이라는 한계를, 죽음이라는 공포를, 그럼에도 살아가야 한다는 절망을 더 이상 느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단순히 꿈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었다.
눈앞에 보이는 현실이 꿈이 아님을 알려주고 있었다.
꿈이라고 생각했던 현실과 지금 눈앞에 드러난 현실이 대조되며, 지금 이곳이 내가 가장 ‘싫어했었던’ 곳임을 알려주었다.
-벌컥.
내가 비명을 지르자 누군가 문을 열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
단정한 검은색 옷차림을 하고 있는 중년의 남성이 아무런 감정도 담기지 않은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일이십니까?”
“……테스런?”
“예. 테스런입니다만, 무슨 일이십니까?”
“……아무것도 아니다. 잠시 악몽을 꾼 것 같군.”
그 말에 테스런은 한심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곧 식사 시간이오니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시길.”
그 말을 마지막으로 테스런은 아무런 말도 없이 방문 밖으로 나갔다.
방 안에 맴도는 공허함에 익숙해지자 생각이 점차 제자리를 찾아갔다.
“나는…… 과거로 온 것인가?”
말도 안 되는 이야기, 허황된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에는 꿈이 너무 생생했다.
그것은 현실이었던 것이 분명했다.
그때의 슬픔, 고통, 절망 모든 것이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거짓일 리가 없었다.
“……!”
갑자기 귓가에 이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불을 걷어 젖히며 서둘러 방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누, 누구십니까?”
“……예?”
“……제가요?”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일순 어이없음에 헛웃음이 나왔다.
영웅이라고?
나하고 가장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
나는 그렇게까지 대단하지도 않았고, 남을 위해 헌신적이지도 않았다.
미래의 나…라고 해야 할까?
나는 그저 살아남기 위해, 하루라도 버티기 위해 몸부림치며 살아왔다.
내 인생은 그저 생물이라면 당연한 ‘생존’을 위한 삶만 살아온 것이다.
후회는 있었지만…… 그걸 내가 해결하진 못하리라.
“그다지요. 그보다 어떻게 된 건지 말씀해주시겠어요?”
꿈이 현실임을 알았다.
내가 있는 곳 또한 현실임을 알았다.
‘과거로 왔다.’
모종의 이유로 과거로 왔다는 사실 만큼은 깨달았다.
“영웅왕…님이시죠? 저를 과거로 데려온 건.”
“어째서죠?”
“불만은……많죠.”
다시 이 생활을 반복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몸 구석구석 퍼져 나갔다.
영웅들의 왕이 다시 입을 열었다.
“……어떻게 아셨어요?”
“바꿀 수 있다라…….”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재능 없는 이가 세상을 바꾸는 건 불가능해요.”
나는 그냥 하나의 인간일 뿐이다.
그저 평범한 인간, 육체가 좋은 것도 아니고 마나를 익힐 수 있는 몸도 아니었다.
남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내 몸의 반에 귀족의 피가 흐르고 있다는 것 정도.
나는 그저 마지못해 살아갈 뿐인 인간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사람이었다.
“……그럼요?”
그들이 아니라면 대체 누가 세계를 바꾼단 말인가.
“……예?”
세계의 역사는 광인으로부터 바뀐다.
처음 듣는 말이었고, 처음으로 무언가를 떠오르게 하는 말이었다.
“……생각해보니 틀린 말은 아니네요.”
군주가 미치면 피의 길이 흐르고, 마법에 미치면 경지가 오른다.
검술에 미치면 검사가 되는 것이고, 학술에 미치면 학자가 되는 것이다.
무언가에 미쳤기에, 세상이 변하는 것이고.
무언가에 미쳤기에, 본인이 바뀌는 것이다.
“하지만 전……. 다른 이들과 달라요.”
“저 마나불신체거든요.”
태생적으로 마나를 익힐 수 없는 몸.
공작가 3남 2녀 중 3남으로, 재능이 있었다면 서자라도 눈에 띄었겠지만 마나에 대한 재능도, 검에 대한 재능도, 학술에 대한 재능도 없었다.
그렇다고 신체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저 평범.
뭐하나 잘난 몸이 아니었기에 가문은 나를 아예 없는 사람으로 취급했다.
아니, 가족이라는 사람들이 내가 존재하는 건 알려나…?
“…….”
“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
그냥 웃음이 튀어나왔다.
내 절망을 고작 키에 비유하는 영웅들의 왕에 나는 실성한 듯 웃음을 터트렸다.
그 순간만큼은 내 고민이, 내 걱정이 가볍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하하…….”
한참을 실성한 듯 웃고 나서야 나는 침대에서 벗어났다.
“하긴……저도 이 세상이 멸망하는 건 보고 싶지 않아요.”
절망과 공포만 남은 세상이라도 행복은 존재했다.
당시 보았던 행복을, 당시 느꼈던 행복을 나는 조금 더 아니 많이 누리고 싶었다.
“포기하지 않을게요. 그럼 뭐부터 시작할까요?”
-띠링!
『영웅왕의 선물이 도착하였습니다.』
‘선물?’
“……정보창?”
-띠링!
【영웅 뽑기】
【카드 : 1개】
“이건 뭐예요?”
“흐음……. 그럼 이거 어떤 식으로 사용하는 건데요?”
나는 방에 걸려 있는 시계를 확인하였다.
‘아직 식사 시간은 멀었으니까.’
만일 내 기억대로라면 식사 시간은 아직일 것이다.
나는 앙상한 손가락을 카드에 가져갔다.
-띠링!
[F급 영웅 에 당첨되셨습니다.]그 말과 동시에 머리를 쥐어짤 듯한 두통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끄으으으윽!”
마치 수십 개의 바늘로 머릿속을 찌르는 고통과 함께.
-띠링!
[기억속으로 들어갑니다.]그 말과 함께 기절해버렸다.
***
눈을 떴을 땐 작은 마을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여긴…….]영웅왕이 영웅의 기억이라고 말합니다.
그저 작은 마을이었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아까 봤던 나구실이라는 글자가 적혀있었다.
[……잠깐만, 저건 처음 보는 글잔데?]가문에서 도망치다시피 나온 뒤 여러 곳을 떠돌아다녔지만, 저런 글자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다.
하지만 처음 보는 글자임에도 단번에 해석할 수 있었다.
영웅왕이 여기는 다른 행성의 작은 마을에서 나타난 영웅의 기억이라고 말합니다.
영웅왕의 말과 함께 고개를 들자 작은 남자아이가 앙증맞은 단검 하나를 들고 무언가를 노려보고 있었다.
“오지 마! 여기는 내 마을이야!”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남자아이가 이 마을의 영웅이라는 것을.
-키에에에에엑!
남자아이의 눈앞에는 작은 몬스터 한 마리가 있었다.
[새끼 고블린이네.]고블린보다 훨씬 약해서 어린아이도 손쉽게 사냥할 수 있는 몬스터였다.
[배가 고파서 음식 냄새 때문에 마을로 온 모양이네.]뱃가죽이 홀쭉한 걸 보니 새끼 고블린은 배가 고픈 게 분명했다.
고블린을 몇 번 사냥해본 나는 단지 새끼 고블린일지라도 반드시 죽여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고블린의 문제점은 난폭함과 더불어 뛰어난 번식력이었다.
새끼 고블린을 위협해 쫓아내기만 한다면 고블린의 자손들이 훗날 저 마을을 공격할 것이다.
반대로 먹이를 준다면 저 마을에 먹이가 풍족하다고 생각하고 공격하겠지.
“나! 용사 긱스가 너를 처단하겠다! 죽어랏!”
남자아이는 작은 단검을 가지고 새끼 고블린을 공격했다.
딱 봐도 별다른 능력이나 몸 재주는 없어 보였다.
새끼 고블린의 머리를 쥐어 잡고 단검으로 마구 난도질하기 시작했다.
용기 있다는 말보단 광기라는 말이 가까웠다.
-키에에에에엑!
푸욱! 푸욱!
곧이어 새끼 고블린이 피를 흘리며 몸을 축 늘어트렸다.
그 장면을 마지막으로 시야가 다시 뿌옇게 뒤덮이기 시작했다.
***
-띠링!
[의 기억에서 돌아왔습니다.] [나구실 마을의 작은 영웅 긱스는 영웅의 소설을 보고 심취하여 마을에 다가오는 작은 몬스터들을 사냥하며 놀고 있었습니다.] [그런 긱스의 눈에 배고픈 새끼 고블린이 보였습니다.] [긱스는 주저하지 않고 새끼 고블린의 몸을 난도질하였습니다.] [새끼 고블린은 훗날 수많은 생명을 앗아갈 ‘고블린 왕’의 자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긱스는 미래에 죽어갈 14,123,879명을 구원하였습니다.]-띠링!
[스킬 「어린아이 용기」를 획득하였습니다.]“……네?”
말문이 턱 하고 막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