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0)
10화. 가정교사 (3)
테스런은 복잡미묘한 얼굴로 다음 가정교사를 데리러 갔다.
‘이곳엔 그런 책이 없을 텐데……. 내가 없는 사이에 밖으로 나가신 건가?’
테스런이 로크와 만나고 있는 시간은 기껏해야 식사 시간 정도.
나머지는 오로지 로크만의 시간이었다.
어차피 버림받은 자였기에 신경 써서 돌보지도 않았고 살펴보지도 않았다.
로크 또한 순종적인 성격이었기 때문에 눈에 띄는 행동은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만일 자신이 없는 사이에 밖으로 나간 거라면?
이야기가 맞아떨어지기 위해선 그것밖에 없었다.
‘도련님이 정말 자신의 재능을 숨기고 계셨다는 건가……?’
이곳에 들어오기 전 ‘재능만으로 안 되는 게 세상에 존재한다.’라는 말로 추측해 본 결과, 도련님이 자신의 재능을 숨기는 건 모종의 이유가 있으리라.
‘공작님도 무언가를 아시고 계시는 건가?’
그런게 아니라면 제왕학이라는 과목을 지금까지 버림받았던 자한테 가르칠 리가 없었다.
‘떠들썩해지겠군. 역시 핏줄은 핏줄이라는 건가.’
***
다음 가정교사는 역사였다.
그 또한 가정교사는 하프 엘프였다.
“하이실러라고 합니다.”
단정하게 자른 머리카락이 그의 성격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전 언어 가정교사였던 에실리와는 달리 안경을 쓰고 있지는 않았고, 에실리보다 더욱 많은 책과 가방을 들고 있었다.
“하이실러라…… 과거 아카데미의 교사 중에서 그런 이름을 가졌던 하프 엘프가 있었던 걸로 아는데…… 맞나?”
“……놀랍군요. 그렇습니다.”
하이실러 또한 로크를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로만 알고 있었는데 자신의 존재를 명확히 읊자 순간 흠칫한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이실러라는 이름이 역사학 방면에서는 유명하였기에, 알 수도 있을 거라며 놀란 얼굴을 서둘러 갈무리했다.
“연구를 위해 아카데미 교수를 그만두고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하이실러는 역사학에서 한 달에 한 번 논문을 쓸 정도로 역사 바보라는 별명이 있는 유능한 녀석이었다.
역사학을 위해서라면 직업마저 때려치울 정도로 말이다.
“어느 정도 지식을 가지고 계신지 시험해 봐도 되겠습니다.”
“아니, 그럴 필요 없다.”
“예?”
“나는 그 어느 역사도 모르니까.”
언어라면 몰라도 역사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언어는 생존과 가장 직결된 문제다. 의사소통으로 빵 쪼가리 하나라도 더 얻어먹을 수 있는 반면 역사를 익힌다고 내 주머니 사정이 좋아지지는 않는다.
물론 여행하면서 들은 간단한 역사 정도는 알고 있지만, 그뿐이었다.
“그, 그러시군요. 흐음…… 그렇다면 제국의 등장부터 이야기해야겠군요.”
하이실러는 교과서로 보이는 책을 나에게 내밀었다.
“레이젠 제국은 유일하게 코하리트 제국과 함께 다양한 왕국과 민족이 섞인 제국입니다. 다만, 코하리트 제국은 소국에서부터 시작하여 코란트라는 전략의 천재와 십성이라는 10명의 고수들과 함께 전쟁에 나서 영토를 넓혔지요.”
“십성……이라.”
“아십니까?”
“대충은 들어본 적 있다.”
코하리트 제국이 소국일 때부터 고수들한테 별의 자리를 주었다고 한다.
코란트는 왕자기 때문에 십성에는 들어가지 못했지만, 십성은 각자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코하리트 왕국을 제국으로 만들었다.
“코하리트 제국은 과거의 십성한테 연연하지 않고, 현재의 십성한테 최고의 권력을 줍니다. 개국공신이라 불리는 십성들의 가문 중에서는 이미 사라진 곳도 있을 정도지요.”
“조금 너무하다는 생각도 드는군.”
“하지만, 그 때문에 코하리트 제국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실력주의지요. 그리고 이는 레이젠 제국과 다를 바 없습니다.”
레이젠 제국 또한 실력주의였다.
다만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코하리트 제국과는 다르게 십성이라 불리는 정책이 없다는 것.
그리고 서자한테도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코하리트 제국이 실력 우대 주위라면, 레이젠 제국은 재능 우대 주위였다.
“다만, 레이젠 제국은 강한 자들, 혹은 은인이나, 귀중한 인재한테 다이아몬드로 만든 패를 주지요. 사람들은 이를…….”
“금룡패.”
“맞습니다. 금룡패라고 하지요. 원래 이름은 골든 나이트, 황금의 기사라는 뜻으로 제국에 충성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과거에 레이젠 제국에서 금룡패를 가지고 있던 자들의 힘을 한 번이지만 목격한 적이 있었다.
그들의 강함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만큼 대단한 수준이었다.
“그리고 위디아 공작가의 아이젠 공작님 또한 금룡패를 가지고 계시지요.”
위디아 공작가 또한 레이젠 제국의 오른팔이라 불리는 명성답게 많은 공을 세웠다.
오히려 금룡패가 없다면 이상한 거겠지.
“본론으로 들어가서, 레이젠 제국은 25개 국가와 12개의 민족으로 되어 있습니다. 코하리트 제국은 순수 혈통이 황제가 된 반면, 레이젠 제국은 아니었습니다.”
“정략혼인가.”
“맞…습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것밖에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흐음. 네. 도련님의 말대로 레이젠 왕국은 소국이었을 당시 25개의 국가와 12개의 민족과 여러 번 정략혼을 하여 지금의 ‘제국 혈통’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의 황제 폐하께는 37개의 혈통이 있다는 것이지요.”
“놀랍군.”
‘딱히 정력왕은 아니에요.’
제국 혈통이 만들어지기까지 총 400년 가까운 세월이 걸렸다고 들었다.
아마, 왕국의 후손과 후손들이 정략혼을 이어가는 방식이었을 테지.
“그럼 기본적인 것을 알았으니 다음 수업으로 진행하겠습니다.”
“부탁하지.”
하이실러가 초반과는 다른 조금은 열성적인 모습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
그다음은 수학 시간이었다.
수학 가정교사는 프란다라는 이름을 가진 나이가 지긋한 노움이었다.
“노움인가?”
“허허허허 아닙니다. 인간입니다.”
“……인간이라고?”
키가 작고, 하얀색 수염이 얼굴을 다 가려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며, 피부가 갈색빛을 띠는 걸로 미루어 보아 노움 종족으로 생각했었다.
“태어날 때부터 허리가 굽힌 상태로 태어나서 자주 그런 오해를 받습니다. 허허허…….”
“미안하군.”
“아닙니다. 그나저나 수업을 시작할까 합니다만……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래. 얼른 시작하도록 하지.”
“허허…….”
프란다는 품에서 양피지 하나를 꺼냈다.
그곳에는 각종 수식과 계산 문제가 적혀있었다.
“로크 도련님께서는 수학이 처음이시라 들었습니다. 그러니…… 음?”
나는 프란다의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깃털펜에 잉크를 묻혀 수식을 풀기 시작했다.
[이 발동됩니다.]‘쉽군.’
영웅의 기억 속에서 봤던 행성은 수학이 발달된 나라인지, 웬 지렁이가 기어 다니는 글씨를 두고 곰곰이 생각했을 정도였다.
수많은 언어와 숫자가 들어간 문제의 답이 결국엔 ‘1’로 귀결되는 이상한 공식이 많은 행성에서, 수학 신동이라는 스킬을 얻었다.
“허어억!”
프란다는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수식을 풀이해내자 감탄을 금치 못하며 허둥지둥하며 다른 양피지도 꺼냈다.
나는 그 다음 양피지에 적힌 수식들도 손쉽게 풀어나갔다.
“이, 이것도 부탁드립니다…….”
숫자나 수식, 방식은 기억 속의 행성과는 미묘하게 달랐지만, 어차피 값을 구해나가는 길은 똑같았다.
나는 프란다가 꺼낸 수학 양피지를 계속해서 풀어나갔다.
“허허…….”
프란다는 그런 나를 보며 허탈한 듯 웃었다.
“천재시군요……. 아직 14살밖에 되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아카데미 고학년도 못 푸는 문제를 이렇게나 쉽게…….”
“흐음……. 대충 이 정도인가?”
“예, 예?”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풀 수 있는 문제는 기껏해야 ‘고등 교과’라는 단계였다.
기억 속의 나는 기껏해야 10살 정도밖에 안 되는 꼬맹이였고, 신동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고등수학을 배우고 있는 기억까지만 나에게 전달되었다.
그렇기에 아카데미 고학년과 내 기억 속에 있는 고등학교와 똑같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거이거……. 저 같은 늙은이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왜지?”
“이미 고학년 수학을 푸시는 도련님한테 수학 스승이 필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허허허허.”
프란다는 자리에서 책을 정리하며 말했다.
“도련님께서는…… 혹시 마법에 관심 있으십니까?”
***
그다음 수업은 병법이었다.
병법을 가르치는 건 뜻밖의 사람이었다.
위디아 공작가 기사단장의 오른팔이라 불리우는 카멜슨이 내 수업을 담당하였다.
“처음 뵙겠습니다. 위디아 공작가의 용맹한 블랙 와이번 기사단에서 부단장을 맡고 있는 카멜슨이라고 합니다.”
“그래.”
“…….”
“뭔가?”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 자연스러운 하대에 카멜슨이 잠시 당황한 듯싶었다.
‘이 녀석이 버림받은 막내인가.’
소문조차 나지 않았던, 아니 존재 자체가 감춰져 있던 막내 도련님의 모습을 면밀히 확인할 의무가 있었다.
블랙 와이번 기사단은 첫째 도련님을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자신을 감춰온 것인가, 아니면 버림받을 만큼 재능이 없었기 때문인가.’
카멜슨이 가정교사를 맡은 이유가 바로 그것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도련님 혹시 이것을 아시는지요?”
카멜슨은 마치 세상을 한 곳에 담아놓은 듯한 마법 판을 탁자에 올려놓았다.
딱히 거대하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거대한 돔 안에 세상을 담아놓은 듯한 아티팩트에 살짝 위압감이 느껴졌다.
“글쎄……. 처음 보는군.”
“그러실 것 같았습니다. 이건 귀족자제들이 사용하는 전략판 아티팩트입니다. 자원, 지형, 종족 등을 선택하고, 기구, 마법, 건물 등을 건설하거나 사용하여 서로 다투는 것이지요. 최대 인원은 4명까지 되는 아주 ‘재밌는’ 게임 같은 것입니다.”
“호오.”
“전략을 익히기에 이만한 좋은 게임이 없지요. 해보시겠습니까?”
“좋지. 재밌어 보이는군.”
카멜슨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처음 하시는 도련님을 위해서 간단하게 설명 드리겠습니다. 종족은 총 3단계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인간, 천족, 자연족이며, 인간은 마법과 기사, 병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방어력이 약합니다. 천족은 강한 마법과 단단한 몸을 가지고 있지만 값이 비싸고, 건물을 지으려면 특정한 조건이 필요합니다. 거기에 마나를 소모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됩니다. 자연족은 몬스터나 엘프, 아인, 드워프 등이 속해있어 강한 번식력과 여러 가지 특이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흐음.”
“어느 것을 하시겠습니까?”
“너는 무엇을 할 거지?”
“저는 역시 인간입니다. 현실을 축소해 놓은 판이다 보니 전술 수업에 인간만큼 좋은 게 없지요.”
“그렇다면 나 역시 인간으로 해보지.”
“잘 선택하셨습니다. 처음이면 인간만큼 간단한 것도 없으니까요. 마나를 넣어 작동하는 방식이니 제가 마나를 넣겠습니다.”
“어차피 나는 마나를 사용하지 못하니 알아서 해라.”
“알겠습니다.”
카멜슨이 삐죽 튀어나온 비웃음을 입꼬리에 숨기며 아티팩트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하지만 카멜슨이 모르는 게 있었으니.
항상 2위에 머물러야만 했던 바보가 하던 게임과 비슷하다는 것과 동시에, 내 머리엔 제국을 건국시켰던 천재의 지식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