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나태
흐릿한 꿈을 꾸었다.
저번에도 본 것 같은 아련한 장소에 태초부터 거기에 있었다는 것처럼 숲속에 가부좌를 튼 상태로 최초의 드루이드 아스텔이 있었다.
저번에 봤을 때와는 자세는 똑같았지만 조금 키가 크고 얼굴에 선이 생긴 걸 봐선 시간이 많이 흐른 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스텔은 저번처럼 숨만 쉴 뿐, 가부좌를 튼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저건 뭐지?’
저번과는 다른 시야 속에서 현 아스텔의 몸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고목?’
절대로 쓰러지지 않을 것 같은 고목이 아스텔의 몸에 보였다.
이 행성의 하나의 기둥인 것처럼, 단단히 뿌리 내린 고목은 아스텔한테 무한한 힘을 주고 있었다.
대자연의 힘이 아스텔의 몸에 머물며, 하나의 자연을 만들고 있었다.
‘자연이 기뻐하고 있어.’
바람이 아스텔의 어깨에 머물며 새처럼 좋아한다. 대지는 뿌리내린 아스텔의 신체를 더욱 지니고 싶어 한다.
자연을 조종하는 것도, 지배하는 것도 그렇다고 그들한테 힘을 빌려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아니었다.
아스텔의 육신을 자연은 그냥 좋아하는 것이다.
-스윽……
아스텔은 천천히 눈꺼풀을 올렸다.
그럼에도 자연은 그에 반응하지 않고 아스텔의 근처에 머물렀다.
“자연은 순환하는 게 아니야. 순응하는 거야.”
‘알고 있어.’
당신이 그렇게 알려줬고, 순응할 수 있는 몸으로 만들었으니까.
“순응하지 못하면 자연은 널 집어삼킬 거야. 생명은 자연이 내린 재해를 막을 수 없어, 그저 재해를 복구시키는 것일 뿐. 곧 너를 집어삼킬 거야. 그러니 잘 순응시켜봐.”
저번처럼 아스텔은 나한테 힌트를 남겨주었다.
‘나한테 곧 무슨 위기가 처한다는 건가?’
그럼 나는 아직 자연을 제대로 순응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건가?
혼란스러운 머리를 뒤로하며 나는 곧 정신을 차렸다.
***
눈을 떴을 때 나는 아직 토굴에 있었다.
‘……그냥 보다 선명하다는 것밖에 없네요. 그보다 괜찮으세요?’
‘방이라니요? 제가요?’
‘아….. 기억나요. 너무 짧은 시간이라 그게 영웅왕님이라고 단정 짓지는 못했어요.’
‘영웅왕님의 힘을요?’
‘……영웅이 그런 말 하시면 안 되죠.’
아무튼 간에 영웅들의 왕이라 불리시는 분이신데 당연히 큰 힘이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하…..”
아무튼 간에 나는 슬슬 몸을 일으켜 움직였다.
‘아무튼 간에 【일곱 개의 죄악】 【나태】는 아직 사용 방법을 모른다는 거죠?’
【일곱 개의 죄악】은 아직까지도 비밀이 많은 능력이다 보니, 사용조건이 무엇인지 아직도 알지 못했다.
“……”
무슨 방법을 알아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나는 토굴에서 자리를 일어났다.
“몇 시간이 지난 거지?”
헤이트 또한 지쳤는지 아직 잠을 자고 있었고, 백골이만이 일어나서 어디선가 가져온 채소를 야무지게 씹어먹고 있었다.
[3시간 정도 지났다.]“그 정도밖에 안 됐어? 아탈리네 황녀님은?”
[너하고 저년이 기절하고 1시간 정도 있다가 왔다. 너희들이 자는 걸 보고 나중에 데려가겠다고 하더군.]헤이트한테 깨워달라고 했지만, 그녀 또한 피로를 이기지 못한 것 같았다.
[그리고 나한테 먹으라고 채소를 주고 갔다. 역시 황녀더군. 위디아 공작가에서 먹었던 채즙이 고스란히 살아있던 채소보다도 더욱 싱싱하고 맛있다.]“비료가 좋은 거겠지. 아무튼 언제 오는지는 모르겠다는 거지?”
[그래.]“그럼 잠시만 나 좀 지켜줘.”
[응?]“후우…..”
나는 자리에 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스피릿 브레이크는 마나와 다르게 심장에 저장을 하는 게 아니라, 근육이나, 혈관, 피에 자연의 기운을 조금씩 저장해 놓는다.
자연의 기운을 언제든지 주변에서 가져올 수 있는, 어쩌면 마나보다 좋은 능력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그건 아니었다.
내 육신이 「드루이드의 육신(미완)」을 가지고 있기에 그게 가능한 것이지, 일반적으로 그랜드 소드 마스터들이나 가능할법한 능력이었다.
‘내부를 살펴봐야 해.’
아까 전에는 피곤해서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했지만, 피로가 어느 정도 가신 지금 내부도 진정됐을 테니 지금 확인해 보는 게 좋을 것이다.
‘강체술은 외부보다 내부가 더 중요하다고 했지.’
상대의 기운을, 주변의 자연의 기운을 내부로부터 흡수하기에, 외부만 보는 미친 짓을 하지 말라고 하크한테 따끔하게 들었다.
그리고 자연의 기운을 몸 안에 집어넣고 보관함으로서, 단번에 사용할 수 있는 자연의 기운이 많아지다 보니 이왕 하는 김에 몸 구석구석까지 보관할 생각이었다.
-우드득!
관절이 풀어지는 소리가 들리며 몸 안에 따스한 기운이 맴돌았다.
구석구석 자연의 기운을 보관하며 상태를 확인해 봤지만, 역시나 최악이었다.
‘한동안 무리하게 자연의 기운을 받을 수 없겠네.’
최상급 포션을 받았을 때 최대한 내부로 퍼트리기는 했지만, 역시나 부족한 것 같았다.
반대로 생각하면 최상급 포션으로도 치유될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는 거겠지.
“일단 기다리는 것밖에 방법이 없겠네.”
어느 정도 갈무리가 끝나고 토굴의 벽에 등을 기댔다.
백골이는 아직까지도 채소를 갉아 먹고 있었다.
“너 힘이 상당히 세졌네?”
[푸른색 보석을 두 개나 흡수했으니 당연하지. 그래도 아직 부족하다. 다만……]“다만?”
[이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는 있을 것 같다.]“응? 진짜?”
[그래. 다만, 인간의 모습에서 보석을 주입하는 게 아니라, 이 모습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변화’되는 것이다 보니, 인간들이 말하는 ‘폴리모프’하는 방식과 비슷하겠군.]“그럼….. 네 모습에 환상이 걸린다는 거네?”
[비슷하다. 다만, 그 방식과 비슷할 뿐 똑같은 건 아니다. 아마 내 성별대로 변화될 가능성이 높다.]“……”
솔직히 보고 싶기는 하다.
과거 남자였던 백골이를 알고 있는 나였기에, 여자인 백골이의 모습을 보고 싶기는 하지만, 본인이 싫다고 하니 존중해줄 생각이……
영웅왕님이 계속해서 꼬드겼다.
하지만 곧 아탈리네가 올 수 있었고, 백골이의 인간 모습은 큰 전력이기에 일단 숨기기로 했다.
-파앗!
예상대로 곧이어 게이트가 다시 열렸고 아탈리네 황녀가 들어왔다.
“깨어나셨네요? 몸은 괜찮으신가요?”
“예. 피로가 있기는 하지만, 몸은 괜찮아졌습니다. 그나저나 아모리 황녀님은……”
“괜찮아요. 나중에 만나면 큰 사례를 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시군요. 다행입니다.”
행성의 주인의 찌꺼기.
말 그대로 찌꺼기지만, 그 찌꺼기에도 행성의 주인의 잔재가 깃들어 있을 것이다.
비록 힘은 옅지만 토지신 또한 ‘행성의 파편’ 혹은 ‘신의 파편’이라 불리는 것과 동일했다.
“아무튼 간에 몸을 전부 치유했으면 그만 들어가도록 해요. 아. 그리고 이번 임무를 또 훌륭하게 처리했으니 선물을 드릴까 하는데 뭐가 좋을까요?”
47호의 연기는 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현장에 있었던 실버 드래곤 단장 프란체코도 눈치채지 못하였고, 오직 자연의 이질적인 기운을 느낀 나만이 반응했다.
거기에 푸른색 보석을 가진 이들을 2마리나 사냥했고, 아모리 황녀도 수월하게 지켜냈다.
[아모리 황녀가 생각보다 강했기에 지킬 수 있었던 거지만.]아무튼 간에 내 덕이 컸다.
“음……”
하지만 딱히 원하는 건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돈이나 무기를 원하기에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충분했기에 딱히 원하는 것이 없었다.
‘드래곤의 영혼?’
그러고 보니 의 업적을 사용하려면 드래곤의 영혼이 많이 필요했다.
드래곤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영약은 굉장히 드물고, 거기에 흡수할 확률도 굉장히 적다 보니 얻을 수 있을 때 얻는 게 좋았다.
“드래곤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영약을 원합니다.”
그 말에 아탈리네는 고개를 갸웃했지만, 이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드래곤과 관련된 업적 때문인가 보네요?”
“맞습니다.”
“영약…. 영약이라….. 흠.”
황녀는 복잡하다는 듯 미간을 꾹꾹 눌렀다.
“어렵네요.”
“그런…..가요?”
“아예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현재 대륙에서는 ‘아룡의 몸에서 나온 부산물’이 더 이상 구할 수 없어요. 그나마 만만한 게 와이번과 드레이크인데, 와이번 같은 경우는 딱히 드래곤의 영혼이 들어가 있는 부속물이 없거든요. 드레이크는 종 보호 차원에서 잡으면 불법이고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그럼….. 제국에도 아예 없는 건가요?”
“물론 과거에 만들어 두었던 영약들이 몇 개 있어요. 문제가 있다면 드래곤의 영약은 값비싼 것이기에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는 거죠. 사용하려면 기록을 남겨둬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비밀조직이라 함부로 기록을 남겨둘 수도 없어요.”
“…….”
다르게 생각하면 나는 이제 드래곤의 영혼을 구할 방법이 아예 없다는 건가?
“물론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요.”
“예?”
“남부제국이나, 동대륙에는 아직 드래곤 영혼이 깃들어 있는 아룡이 많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모리 황녀한테 부탁을 해보는 편이 좋겠네요.”
“예에……”
그렇게 말하는 아탈리네 황녀의 얼굴에는 어딘가 짜증이 가득 담겨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