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02)
102화. 기숙사 배정 (2)
레드 소드 헤르시아.
과거 72 영웅 중 한 명으로 불렸던 여자로, 그 재능이 어릴 때부터 뛰어났기에 나는 지금까지 그녀가 귀족이라고 생각했다.
미래에서도 딱히 과거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았고, 나이 또한 그냥 비슷한 또래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녀는 72 영웅 중에서도 우리 같은 용병들하고 친근하게 지냈다.
‘친근하다는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딱히 친근하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용병들은 그렇게 느꼈다.
다른 몰락 귀족들하고 대화할 때보다, 태생이 천한 우리들하고 대화를 할 때 묘하게 그녀가 편하게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거기에 우리의 생존 방식을 갈구했지.’
그녀의 검을 모든 것을 불태워버렸다.
그렇기에 레드 소드라는 별명으로 불리었지만, 그 이전에 그녀는 신기하리만큼 우리의 방식을 배우길 원했다.
특히 나한테서 말이다.
이유는 모른다. 그저 다른 이들과 다르게 나한테 올 때는 맥주 한 잔을 더 가져오기도 하거나, 안주를 들고 올 때가 많았다.
처음에는 그저 내가 불쌍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그리고 죽었지……’
감당할 수 없는 전투에서 그녀는 우리를 지키기 위해 죽었다.
기사 작위를 받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녀는 그 순간만큼 기사였다.
‘우리가 죽었어야 했는데……’
아름답고 강렬한 붉은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전장을 누비며 아름다운 화마를 피워내던 그녀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레드 명찰 녀석들을 무시하며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얼굴에 있던 자잘한 상처는 없었고, 매끈한 피부가 드러나 더욱 이질감이 들었지만, 헤르시아가 맞았다.
-채엥!
그리고 나는 검을 뽑아 들어 어느새 내 목까지 다가온 검을 막아야만 했다.
“흐음?”
“……”
-카가가가가각!
검은 더 이상 나가지 않았다.
양손으로 쥔 검을 한 손으로 쥔 검으로 막으며 나는 헤르시아에게 말했다.
“이게 무슨 짓이지?”
헤르시아는 검을 든 상태로 중얼거렸다.
“당신의 눈길이 느끼해서요.”
“…….”
내가 그랬다고?
‘진정하세요.’
검을 막은 상태로 헤르시아의 얼굴을 똑똑히 봤다.
“가, 감시 천한 년 주제에! 블루 명찰을 달고 계신 분을 뭐로 알고!”
“네 이년! 얼른 고개를 조아리지 못할까! 감히 이분이 누구신 줄 알고!”
“네까짓 년이 아카데미에 입학했다고 뭐라도 되는 줄 아느냐! 하찮은 년이 감히 누구한테 검을 휘두르느냐!”
“감히 촌년의 배에서 나온 년이 누구한테! 얼른 고개를 조아리지 못할까!”
나는 가만히 있었는데 내 옆에 있는 녀석들이 더욱 나불거린다.
아까 전에 있었던 일을 이번 기회에 무마시키려는 것인지 그들의 입은 멈추지 않았다.
“나도 촌년의 배에서 나온 자식인데? 그거 나한테 말한 거야?”
“……”
그 말에 모두들 합죽이가 되었다.
세계에서 서자한테 권위를 주는 제국은 오직 레이젠 제국뿐인데, 이 녀석들은 전부 레이젠 제국 녀석들인지 그냥 또다시 기가 죽으며 내 눈치를 살폈다.
“한 번 봐줄 테니까 그만 가봐.”
“네, 넵!”
“실례했습니다!”
녀석들이 서둘러 뛰어가자 나는 검을 거두었다.
“당신….. 누구시죠?”
헤르시아는 떨리는 자신의 손을 등 뒤로 감추었다.
본능적으로 자신이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걸 느낀 것이다.
“로크. 그 이상은 알려줄 게 없네. 인연이 있으면 나중에 보자.”
손을 대충 휘저으며 그렇게 헤르시아와의 짧은 만남이 끝이 났다.
***
수업은 내일 본격적으로 시작한다고 한다.
오늘 할 일은 기껏해야 기숙사를 배정하는 일 정도였다.
“오래간만입니다. 도련님.”
“오랜만이야 베르아. 별일 없었지?”
“별일은 도련님이 있으셨겠죠. 어제 입학식에서 큰 화가 있었다고 들었는데요?”
“별일 없었어. 나도 상처 하나 없고.”
아직 속이 전부 치료가 되지 않았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했다.
“그나저나 베르아는 어디서 지내?”
“저는 아카데미 밖 호텔에서 지냅니다. 즉, 도련님 수업이 전부 끝나는 오후 시간대부터 제 교육이 시작된다는 거지요.”
“흐음.”
베르아도 고생이구나.
“아무튼 간에 블루는 저도 처음이네요. 워낙 귀하신 분들만 오시는 곳인지라 좀처럼 들어올 기회가 없었으니까요.”
“그 정도야?”
“예. 하다못해 블루 기숙사는 항상 방이 남는다는 말이 돌 정도니까요.”
기숙사 건물의 크기는 다른 곳들과 똑같았다.
물론 방의 크기가 다르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커도 너무 컸다.
블루 기숙사 학생이 이번 연도에 4명만 들어온 걸 보면 확실히 그런 말이 돌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내일까지 교칙에 관해 머릿속에 집어넣어 드리죠.”
“…..천천히 하면 안 돼?”
“네. 천천히 하면 안 됩니다. 오시다가 이미 학생들을 만났고 천박한 행동을 했다고 루나씨로부터 들었습니다. 위디아 공작가의 자제 되는 자, 그런 행동은 처음부터 행했으면 안 됐습니다.”
“아니 그건 걔네들이 먼저 부딪쳤다니까?”
“다른 귀족이었다면 천박한 행동이라 하며 스스로 피했겠죠.”
영웅왕님의 말대로 대부분 내 위치 정도 되는 귀족들이라면 그 상황을 보고 천박한 행동이라며 피했을 것이다.
더러운 일에 자신의 손을 더럽히는 게 아니라, 부하의 손을 이용한다.
그게 귀족의 마인드였으니까.
“거기에 리사씨의 말로는 로크 도련님이 일부러 부딪쳤다고 하던데요?”
“……”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꼼짝없이 수업을 시작하려는 찰나였다.
“아 잠깐만. 수업 조금만 미뤄줘.”
“예?”
“조금 트러블이 일어난 것 같아. 뭐…… 별거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싶지만.”
탁자에 앉았던 나는 슬그머니 검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
루나는 고양이 귀와 꼬리, 그리고 털이 조금 자란 팔을 가지게 된 이후로 자신 스스로를 컨트롤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예를 들면 갑자기 벌레가 눈앞에 날아다니는 순간, 몸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
어딘가에 반사된 빛이 움직일 때마다 시선이 따라가는 것.
무심결에 자고 있는 것과, 햇빛을 보면 옷을 다 벗고 누워있고 싶다는 것 등.
고양이의 영혼이 섞여 들어가서 그런지 그 습관이 강한 욕구를 일으켰다.
물론 아직 인간일 때의 영혼이 섞여서 참지 못할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무의식적으로 행할 때가 있었다.
물론 아예 안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다.
“냐앙……”
“응? 왜 그러세요?”
“누군가 오고 있어요.”
고양이의 날카로운 감각으로 누군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쫑긋!
귀를 쫑긋거리고, 코를 씰룩거린 루나는 팍 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냄새가 강해요. 웩. 토할 것 같아요.”
향이 강한 냄새를 싫어하는 고양이 특성상, 루나 또한 이제는 향수나 술 냄새 같은 걸 싫어하게 되었다.
루나의 예상대로 그녀들의 앞으로 학교의 교복을 입은 남학생 한 명이 메이드 두 명과 기사 한 명을 데리고 복도를 지나갔다.
파란색 명찰 지니고 있었기에 어느 가문의 사람인지는 몰라도, 루나와 리사는 벽 구석으로 가서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뭐야?”
하지만 남학생은 지나가지 않았다.
쫑긋거리는 귀를 보며 지나치지 못한 것인지 루나 앞에 섰다.
“수인인가? 처음보는데….. 귀중한 녀석이군.”
수인이라는 건 현재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들이라고 보고 있다.
멸망이 진행됐을 당시 적을 수인이라고 생각하며 수인 배척이라는 말들이 나왔지만, 실제 수인들은 인간 세상에 폴리모프한 상태로 숨어 살고 있었다.
루나와 생김새도 다르지만, 고양이 귀가 달린 인간이다 보니 문헌에서나 나오는 고양이 수인으로 착각하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데려가겠다. 귀한 녀석이니 상처 없이 데려가도록.”
그 말에 이 행동이 익숙한 듯 옆쪽에 있던 기사가 움직였다.
그 행동에 리사가 재빨리 입을 열었다.
“저희는 위디아 공작가의 사용인들입니다. 누구신지 모르시겠지만 저희는 정식으로 계약을 받은 존재. 이러한 행동은 사절입니다.”
그 말에 남학생의 입술이 꿈틀거렸다.
“감히 내게 말대꾸를 해? 네년! 내가 누군지 모르느냐!”
“죄송하지만, 저희는 오늘 처음 기숙사로 온지라 아직 이곳에 있는 학생분들에 대해 제대로 숙지하지 못했습니다.”
“네 이년!”
그 말에 남학생은 화가 난 것인지 눈을 부라리며 옆에 있던 기사한테 말했다.
“이 년도 데려와라! 감히 위디아 따위가 뭐라고 내게 그러는 것이냐! 감히 내가 누군지 알고!”
학생은 화가 났는지 손을 들어 올렸다.
리사는 그 행동에 재빨리 눈을 감았지만, 다음으로 들려오는 소리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서걱!
“크아아아아아악!”
“냐앙~”
리사가 자신을 데려가려던 기사의 가슴팍에 상처를 입힌 것이다.
손톱이 날카롭게 나 있는 손에는 피가 뚝뚝 떨어졌는데, 그게 뭐가 그리 좋은지 루나는 피를 핥았다.
동공이 세로가 되며 치마에 숨겨왔던 꼬리에 털이 우수수 일어났다.
그 모습에 남학생은 화가 난 것인지 허리춤에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네년이 감히…..!”
“네가 누군데 지랄이니?”
-오싹!
남학생은 끝까지 입을 열지 못했다.
등골이 오싹해지는 감각에 검을 잡은 그대로 멈춰버린 것이다.
“리사, 루나.”
“도, 도련님!”
“냐앙!”
머리에 팔짱을 낀 채 아무런 예법도 없이 털레털레 걸어오는 남학생을 본 순간 몸이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목적 없는 살기가 주변에 계속 퍼지며, 자신이 보호하는 것이 아닌, 그 외의 존재는 전부 죽여버리겠다고 공기 속에서 소리치고 있었다.
검을 움직이는 순간 네가 무엇이 됐든 간에 죽인다.
죽인다.
반드시 죽인다.
조금만 더 움직여봐라.
공기는 계속해서 그렇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조금도 움직이지 못했다.
***
[가 발동됩니다.]상대가 살기를 뿜어냈기에 능력이 발동된다.
최근에는 스스로도 조금씩 영웅의 능력을 컨트롤할 수 있지만, 그래도 영웅의 능력을 사용하는 기본적인 방법은 실전이었다.
상대가 나를 죽이려 하거나 살기를 뿜어낸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젠도, 콜로렌스도 정말 나를 죽이려 했다는 것이지만, 뭐가 됐든 간에 그때의 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이 새끼. 리사를 진짜 죽이려 했어.’
영웅의 능력은 내 성장과 비례하여 능력의 폭이 확장된다.
거기에 컨트롤이 가능한 지금, 영웅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지 없는지도 순전히 내 선택이었다.
하지만 나는 아낌없이 「하늘을 향한 살기」를 건물 전체에 사용했다.
‘기강 한번 잡지.’
이 녀석뿐만 아니라 이곳은 대귀족들이 있는 곳이다 보니 언제 이런 일이 또 벌어질지 모른다.
기강을 잡아서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내가 남학생을 노려보자, 그는 부들부들 떨리는 얼굴로 소리쳤다.
“가, 감히 서부의 후계자인 아토란 키 코하리트를 겁박하는가!”
“…..아토란?”
“감히 위디아 따위가 짐의 이름을 함부로……!”
“아토란….. 하. 시발 넌 진짜 뒤졌다 시바 새꺄!”
감히 무능 황자 따위가 뒤지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