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osen by the Hero King, the Second Life of the Illegitimate Child RAW novel - Chapter (103)
103화. 무능한 마지막 황제
아토란 키 코하리트.
세계를 지탱했던 아탈리네 황녀가 나타나기 전, 멸망한 세계를 통치했던 마지막 황자다.
어떻게 그렇게 진행된 것이냐면 생각보다 별거 아니었다.
당시에는 신분제도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었고 거기에 가장 높은 직위를 가진 자가 아토란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녀석으로 인해 수많은 백성들이, 용병들이, 병사들이, 기사들이, 귀족들이 죽임을 당한다.
무능했기 때문이다.
-퍼억!
미래의 기억을 알고 있는 나로선 분노를 참지 못했다.
‘이 자식 때문에 헤르시아가……!’
영원히 감출 수 없는 상처를 받는다.
당시 전장에서 활약하던 헤르시아와 우리를 강제로 더 험난한 전장에 참여하게 했다.
거기서 우리는 절반 그 이상의 전력을 손실하고, 헤르시아 또한 눈 하나와 얼굴의 절반에 상처를 입는다.
과거로 돌아오고 헤르시아를 한눈에 파악하지 못했던 이유가 이 때문이다.
상처 입은 얼굴로 가뜩이나 차가웠던 헤르시아의 감정에 더욱 큰 상처가 생겼기에, 항상 가면을 쓰고 다녔기 때문이다.
“커헉!”
“꺄아아아아아아악!”
아토란이 주먹에 맞아 위로 치솟는 것을 본 메이드 한 명이 비명을 질렀다.
“저쪽이다!”
“저쪽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이미 내가 퍼트린 살기로 인해 블루 기숙사를 지키는 교사들과 기사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공중에 떠있는 아토란의 멱살을 그대로 붙잡았다.
“다가오지 마.”
-쏴아아아아악…..!
몸에서 흘러나오는 유형의 파동에 다가오던 기사들과 교사진이 다리를 멈추었다.
‘…..마스터?’
‘마스터라고?’
아카데미에도 마스터 기사가 몇 있었다.
그렇기에 기사들과 교사진들은 저 막 입학한 소년한테서 나오는 기운이 마스터인 것을 깨달았다.
“경고한다.”
부들부들 떨고 있는 아토란의 귓가로 사신이 속삭였다.
“다시 한 번 내 곁에 오지 마라. 다시 한 번 내 것을 탐하지 마라. 이건 마지막 경고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아토란의 멱살을 잡고 있던 손에서 힘을 풀었다.
-풀썩!
아토란은 엉덩방아를 찍으며 힘이 들어가지 않는 하반신을 바라봤다.
공포에 절은 듯 하반신에는 힘이 더 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경고를 무시할 시엔…..”
하지만 로크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일 검 – 바위가 굴러간 길.》
-콰아아아아아앙!
날아오는 검격을 손을 휘둘러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가벼운 한 수에 수십 개의 검격이 숨겨져 있었지만, 로크는 속지 않고 모든 것을 막아냈다.
서로의 자연의 기운이 부딪친 이 순간, 공간 속에 거대한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하지만 이내 그 충격파는 오래가지 않았다.
[가 발동됩니다.]그 충격파를 흡수하고 몸에 적응시킨 뒤 파훼시켰다.
“이거이거…… 흐음. 곤란하게 됐군요.”
터벅터벅
조용한 발소리에 빈틈이 없다.
내가 검을 휘두르는 순간 저 발소리가 내 앞까지 뻗어올 것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
모든 것이 빈틈이다. 하지만 빈틈은 전혀 없다.
노리는 순간 목에 검이 뻗어올 것이라는 것을 인지했다. 아니 필시 죽을 것이다.
‘아이젠과 똑같은 강자가….. 있다고?’
긴장되는 얼굴로 손을 거둬들이고 검 손잡이에 손을 올렸다.
몸에 식은땀조차 나지 않았다.
이미 내가 뻗은 살기는 전부 저 남자가 뿜어내는 ‘기척’에 의해 사라져 있는 상태였다.
“모두 거기까지입니다.”
중년의 남성이 다가옴과 동시에 모두들 움직이지 못했다.
인자한 모습과는 반대로 간직하고 있는 기운은 폭탄이나 다름없었다.
“위디아 공작가에서 괴물이 나왔군요. 하지만 너무 호전적인 성격은 여기서 독이 될 수 있습니다.”
“……”
“그 나이에 소드 마스터라….. 흐음. 아니군요. 그보다 더욱 근본적인 힘이 당신에게 깃들어 있군요.”
남성은 나를 본 순간부터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내 몸에 깃들어 있는 힘이 마나가 아닌 더욱 근본적인 힘임을 말이다.
“초, 총장님!”
교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자가 총장이라고?’
그때 입학식에서 봤던 자가 아니라 이자가 진짜 총장이라는 건가?
“더 하고 싶으시다면 제가 상대해드리지요.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물러나 주셨으면 합니다. 아토란 황자님께는 제가 따끔하게 한마디 하도록 하지요.”
“…..”
그 말에 더 이상 검에 손을 올리고 있을 순 없었다.
그제야 총장이라는 남성은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나머지 분들은 얼른 이곳을 정리하도록 하세요. 로크라고…. 하지요? 로크 학생도 이제 그만 방으로 들어가도록 하세요.”
“……”
잠시 총장의 얼굴을 바라보던 나는 등을 돌렸다.
“리사, 루나. 그만 가자.”
“네, 넷!”
“냐앙!”
우리가 떠나고 나서야 총장은 멍해 있는 교수진들을 향해 또다시 입을 열었다.
“모두 얼른 정리하도록 해요.”
“넵!”
그렇게 사건이 일단락되었다.
***
“잠시 쉬고 싶네. 루나와 리사도 일단 내가 따로 부를 때까지 쉬고 있어.”
“냐앙…..”
“특히 리사는 루나 좀 챙겨주고.”
“알겠습니다, 도련님.”
루나는 동물의 힘을 사용하면 잠시 동안 인간의 기억이 흐릿해지며, 고양이의 습관이 강하게 남는다.
지금도 리사한테 완전히 달라붙어 있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리사와 루나가 나가고 나는 한곳에서 멍하니 서 있는 베르아를 바라봤다.
“베르아도 잠시 나가줘.”
“……예.”
베르아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나갔다.
다들 나가자,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신기하군. 이 나라에는 생각보다 강자가 많다. 이 또한 무색의 정령왕 때문인가?]‘그야 모르지.’
생물의 자격은 생각보다 공평하다.
모든 생물이든 강해질 자격이 있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는 생물의 격 밖에 있는 존재라고 들었는데, 이 행성에만 벌써 두 명이 있어.’
아마 반신 밑에 있는 존재가 그랜드 소드 마스터일 것이다.
[나도 여러 행성을 다녔지만, 그랜드 마스터에 오른 자를 ‘두 명’이나 본 행성은 이곳이 처음이다. 많아 봤자 한 명, 아예 전설로만 내려져 오는 곳들도 있었다.]백골이 기준으로 그랜드 마스터는 생물의 규격에서 벗어난 자들일 것이다.
그런 자들을 행성에서 한 명 보기도 힘든데 이 행성에서만 두 명이나 봤으니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역시나 가장 큰 이유는 크렌디니아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존재로 인해 이 행성은 자연의 기운이 보다 농축되어 있으니까.’
다른 행성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자연의 기운이 그만큼 농축되어 있다면 성장의 속도 또한 다를 것이다.
“문제는 미래에 그만한 인간들이 전부 사라졌다는 건데……”
보라색 보석을 가진 이들이 강한 것인지, 아니면 동맹을 맺은 또 다른 적들이 뭔가 꾀를 낸 것인지 모르겠다.
[평범하게 생각하는 걸 버려라. 우리는 일단 강하지만, 강함 외에도 특이한 능력들이 많다. 47호의 상태를 기억해봐라.]“음….. 하긴.”
스모크 레빗이라는 녀석의 능력을 극대화시켰던 47호.
그 녀석처럼 상대를 자신만의 공간에 데려온다면 그랜드 소드 마스터라 할지라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
물론 47호는 그만큼의 강함이 없었지만 말이다.
-똑똑.
그렇게 생각을 거듭하고 있을 때 누군가 문을 두들겼다.
루나와 리사는 전부 쉬라고 보냈으니 아마 다른 사람이 문을 두들겼을 것이다.
“들어오세요.”
누군지 이미 알고 있었기에 나는 옷을 단정히 하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문을 열고 들어온 건 아탈리네 황녀와 프란체코 실버 단장이었다.
“벌써 일을 내셨다고 들었는데 제가 잘못 들은 거라고 해주세요, 로크.”
“…….”
영웅왕님의 말에 나도 그리 답했다.
“별일 없었습니다. 그냥 코하리트 제국의 직계 황태자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 것뿐입니다. 거기에 살기라는 가벼운 양념을 더 쳤을 뿐이지 사상자를 내거나, 부상자를 내지는 않았습니다.”
“어머나…..”
“……”
내 당당한 말에 아탈리네 황녀는 웃는 얼굴 그대로 굳어졌다.
***
이번 일은 생각보다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총장이라는 이가 막은 것인지, 아탈리네 황녀의 조직이 막은 것인지, 아니면 코하리트 제국 측에서 부끄럽다고 숨긴 것인지,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물론 소란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제국의 후계자를 건드린 것 치고는 조용하게 넘어갔다는 것이다.
“벌점이라……”
나는 결국 입학 첫날부터 벌점 조치를 받게 되었다.
제국의 후계자를 건들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기에, 아카데미 측에서 내린 최선의 벌이었다.
“벌점이 뭐야?”
교칙서를 읽고 있던 백골이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벌점이 많아지면 기숙사가 달라진다고 하는군. 너는 한 번만 더 실수하면 화이트로 내려간다.]이번에 내가 받은 벌점은 9점. 즉, 실수 한 번만 더 해서 1점을 더 받으면 화이트 기숙사로 내려간다는 것이다.
품위를 중요시하는 귀족들이다 보니, 급이 떨어진다는 말은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나는 것일 테지만 나야 상관없었다.
“화이트로 내려가도 상관없는데.”
[대우가 확연히 달라진다고 하더군. 뭐, 애초에 블루 기숙사 학생이 몇 없기도 한 것 같군. 근데 너는 이런 걸 항상 나한테 맡기는 것이냐?]“네가 똑똑하니까.”
[…..훗.]그 말이 나쁘지 않은지 백골이는 다시 교칙이 적혀있는 종이를 읽었다.
‘빈말은 아니니까요.’
실제 백골이는 굉장히 똑똑했다.
종족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위디아 공작가의 모든 정보가 백골이의 머릿속에 완전히 저장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뿐만 아니라 지금 교칙서를 외우는 중에도 허니 버드들이 물어오는 정보들도 다 적고 있었다.
[근데 이상하군. 아까 아토란이라고 했나? 그자의 성적은 아카데미에서도 최상위라고 하는데? 무능하다는 건 대체 뭐냐?]“말 그대로의 의미야. 교과서로만 인생을 배운 거지.”
“틀린 말도 아니지만, 그 녀석은 정도가 심했어요.”
그도 그럴 것이 귀족과 평민의 분위기를 완전히 분란시켜 놓은 장본인이기도 했다.
세상이 멸망해가는데 세금을 걷고, 평민들의 재산을 빼앗으면서도 귀족우대사상을 펼쳤으니 말이다.
강제징집까지는 어찌저찌 이해가 되기는 하지만, 오직 평민들만 위험한 장소로 보내고 귀족들은 대놓고 그걸 구경하였다.
“성적만으로 안 되는 게 있는 거야.”